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0
가을 수확제(7)
“염소를 수간한 패악무도한 행각에 대해 자신을 변호하십시오.”
“···························씨발 뭐라고요?”
이게 말이야 방구야··· 뭘 변호해?
싸해지는 소강당. 나뿐만 아니라 판사 측인 뮐러도 대기 중이던 다른 참가자들도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
염소 수간··· 풍기문란? 아니, 이딴 걸 재판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이 사건들은 실제 치안판사들이 겪었던 판례를 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에 앞서 양측 모두 판례에 대한 숙지 부탁드립니다. 시간은 5분 드리겠습니다.”
에드거 교수의 진행에 서둘러 해당 사건을 살펴본다.
하마라카루라는 오지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목장에서 일하던 양치기 토무베라 씨는 밤중에 염소를 수간하다가 목장 주인 알리하 씨에게 발각돼 고발당했다.
지나가던 사만다 치안판사는 마을회관에 구속 중이던 이 사안에 대해 엄중히 벌하였다.
무려 청년 토무베라의 한쪽 고환을 거세해버린 것이다. 풍기문란죄라기엔 좀 지나친 형벌이었지만, 워낙 쇼킹한 사건이라 반대하는 이는 당사자밖에 없었다고 한다.
-오우.
-그건 좀······.
사건개요로 나눠준 파일을 읽어본 남성진들이 제 것을 감출 정도였다.
그래··· 여성 판사는 성범죄에 좀 더 단호한 경향이 있긴 하지.
하지만 풍기문란에서 특수혐의를 덮어씌우면 못할 처벌도 아니다. 중근세 시대인만큼, 현대보다 훨씬 단호하고 극단적인 처벌이 가능했다.
그리고 난 이걸 변호하여 무혐의 또는 무죄로 만들어야 한다.
‘무혐의가 가장 점수가 높지만, 불가능해. 애초에 이런 건 현행범으로 잡힌 케이스들이니까. 그리고 무죄도······.’
힘들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수간을 무죄를 받아낸다? 풍기문란 시점에서 빼박인데?
“씨바아알······.”
“괜찮아요, 사장님?”
보조로 데려온 렌은 경악하면서도 이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
“끝났어. 이건 못 이겨······.”
“그, 그래도 최악은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다른 사람꺼는 더 심할지도 모르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보다 최악의 상상을 세 개만 말해봐.”
“······.”
렌은 입을 꾹 다물며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이다.
“염소 쪽은 좋아했을 수도 있죠.”
“응?”
“동물들 맘이야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그··· 좋았을 수도 있잖아요.”
“······.”
스스로도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렌. 그게 계기였다.
“잠깐만, 자료 좀 살펴보자.”
황급하게 자료를 살핀다.
기본적으로 치안판사의 재판은 오래 끌지 않는다.
최소한의 법조항만 맞춰지면 지방법원이나 대법원처럼 일일이 판례나 상세한 법조항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지방순회를 해야 하는 치안판사에게 외지에 몇 달씩 머물러서야 행정낭비다. 조사할 시간이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판결도 들쑥날쑥이다. 따라서 주어진 정보는 최소한. 그렇다면······.
“렌! 민법 39쪽에서 내가 말하는 걸 찾아줘!”
“네? 어, 알겠어요.”
참고하라고 비치해둔 두터운 법전. 서둘러 재료를 마련한다.
이 재판.
생각보다 가능할지도?
·········
······
···
“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뮐러 판사, 시작하십시오.”
에드거 교수의 진행에 뮐러는 두터운 법전을 펼치며 말했다.
“피고는 형법 255조 공공연한 음란행위를 함으로서 사회의 풍기를 문란시킨 혐의가 있습니다. 염소와의 수간은──”
“이의 있소!”
“예?”
시작부터 내 이의제기에 뮐러가 당황한 눈치다. 여기서 뭘 이의제기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단어’ 선택이 중요한 포인트기에 그냥 넘길 수 없다.
“‘수간’이라니요. ‘화간’이었습니다!”
“······씨발 뭐요?”
“이의 있소! 뮐러 판사님은 지엄한 법정에서 정숙한 말을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뮐러 판사. 용어 사용에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아, 네··· 아, 알겠습니다.”
에드거 교수의 지시에 움츠러드는 뮐러. 그는 서둘러 이야기를 계속했다.
“화간이라니, 화간의 정의는 남녀가 상호협의하에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만···?”
“본 사건의 염소인 메릴다 양은 엄연한 암컷이었습니다! 남녀의 정의에 부합합니다!”
“이름은 또 언제··· 아니, 씨ㅂ── 크흠!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
“법전에 꼭 ‘인간’이어야 한다는 정의가 있습니까? 전 못 찾겠는데요? 말해보십셔!”
“그야 당연히···.”
“‘당연히’······? 법정에서는 ‘확실한’ 단어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내 꼬투리 잡기에 뮐러는 정신을 못 차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녀석도 나와 같이 치안판사 수업을 들은 동기다.
내 꼬투리에 마냥 흔들리지 않고 반격해왔다.
“상호동의가 있지 않습니까. 암컷 염소에게 대체 어떻게 상호간에 동의한다는 겁니까?”
“그러게요. 그런데 상호간의 비동의라는 증거는 있습니까?”
“그야······.”
“‘그야’? 존경하는 판사님?”
“이 쌕···.”
“저 코린 로크! 여기서 당당히 밝히겠습니다! 저와 메릴다 양은···!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뭐?!”
────!!
-뭐?!
-이럴 수가!
-미친 새끼···!
-아무리 이기고 싶다지만···!
내 충격적인 선언에 좌중은 충격과 공포에 빠진 표정이었다. 동물과의 사랑이라니. 이 시대 사람들에겐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렴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형량’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나는 이겨야 한다!
“당신! 지금 재판 중에 아무 말이나 막 던지는데! 그 말 증명할 수 있어!”
뮐러는 천인공노할 놈이라도 목격한 양 목울대가 빳빳해졌다. 그래, 아무리 가상이라도 내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러나!
“증명할 수 있습니다!”
“뭐?!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뭐, 뭐를?”
“저는 메릴다 양과 혼인하겠습니다! 저희의 사랑을 허락해주십쇼!
-오우······.
-미친 짓이야. 이건 미친 짓이야······.
-주여, 어찌 이런 시련을 저의 귀에 들리게 하시나이까.
-끼에에에에에에! 이런 건 현실이아니야아아악!!
-이런 현실 난 인정할 수 업써!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는 좌중. 하지만 기세를 몰아야한다.
“장인어른 알리하 목장주께 지참금을 드리고 혼인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저희의 사랑을 축복해주세요!”
“······씨발.”
“하······.”
뮐러는 끝내 욕을 참지 못했고 에드거는 이마를 짚으며 판정에 들어갔다.
그래, 염소값 그거 얼마나 한다고. 지참금이랍시고 그 이상의 값만 치른다면 목장주도 어지간해선 염소를 넘길 것이다.
좀 미친놈이 양치기였다는 것에 경악은 하겠지만, 목장주가 이익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풍기문란은 어디까지나 합의되지 않은 공공연한 외설행위에서 옵니다! 허나, 사랑으로 합의된 관계라면! 그것도 혼약을 약조한 약혼녀라면 문제없는 거 아닙니까!”
“코린 이 미친 새끼야! 너 지금 모의법정이라고 너무 막 던지는 거 아니냐!”
“존경하는 판사님! 법정에서는 품위 있는 언행을 유지해주십쇼!”
“어어, 이 창의적으로 정신 나간 새끼! 너의 존재 자체가 품위에서 마이너스거든?! 너 이 새끼 임모탄 로크니 뭐니 할 때부터 알아봤어!”
점점 추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판결은 내가 원하는 대로··· 아니, 훨씬 더 완벽했다.
무죄.
내 승리였다.
“크, 크흠··· 그런가. 그런가아··· 사장님은··· 그럴 수도 있는 분이군요?”
렌이 어째 지대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다음 재판. 입장이 역전된 나는 훌륭하게 뮐러를 유죄로 만들었고, 무패 완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다음 재판은──
“피고인 코린 로크. 숱한 치정극으로 고발당한 자신을 변호하시오.”
“하하··· 고작 치정극? 해봤자 얼마나 했──세 명?! 이 새끼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코린 로크가 말할 처진가?
-쟤가 지금 문어발이 어디까지 뻗었었지?
-몰라. 백 명에서 더 안 셌어.
패소했다.
완벽하게 패배했다.
아니, 이걸 왜 졌지?
* * * *
“코린 로크. 우등상. 은색 리본을 수여합니다.”
“······.”
왜··· 왜 이렇게 됐지?
큰일이다. 내가 원했던 건 황금 리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은색 리본?
마지막에 마지막에 와서 실패했다고?
“뭐, 황금리본 네 개면 엄청 잘한 거 아니에요? 하나가 딱 부족하지만.”
“······.”
어, 어째서 이런······.
후··· 진정하자. 지금 내가 얻은 리본은 황금 네 개. 은색 한 개.
보통이라면 이만큼 얻은 것도 말도 안 되는 성적이다.
문제는 곧 있을 ‘가을의 여인’에서 내가 주어야 할 황금 리본이 다섯 개란 거다.
마리에, 아리샤, 화란, 에스텔, 에린 스승님······.
모두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만큼, 누구 한 명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황금리본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랬어야 했는데······.
“렌아······.”
“왜요?”
“그··· 만약에 한 사람한테만 은색 리본을 준다면··· 누가 제일 낫겠니?”
“으음··· 마리에 선배는······.”
「코린! 고마워! 으응? 나, 나만 은색 리본? 어··· 그렇구나! 응! 아냐아냐. 괜찮아. 응··· 괜찮은걸.」
“뭐, 괜찮은 척 해도 가장 상처 입을 타입이죠?”
“젠장··· 아리샤는······.”
「아··· 그렇구나. 네, 괜찮아요. 저 같은 걸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할 순 없으니까요. 저는 괜찮아요.」
“이럴 거 같죠?”
“아악···! 자기비하적으로 가겠지? 그럴 순 없어!”
“화란은요?”
“화란은 논외. 란은 울 거고 화는 날 때려잡을 거야.”
“······그렇죠.”
“이렇게 되면 에스텔 누님은······.”
「흐음~ 그래? 좋아. 하지만 동생, 나한테 빚진 거야.」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두렵지 않으세요?”
“······.”
이제 남은 건 스승님··· 인가?”
“스승님이라면······.”
“뭐, 이해해주실 분이죠.”
유일하게 연애감정으로 얽히지 않은 관계다. 스승님이라면 내 처지를 알고 이해해주실 것이다.
「후후, 괜찮단다. 리본을 이렇게나 많이 따다니 정말 힘냈구나.」
그래! 스승님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거야!
“응? 코린이구나.”
“어, 스승님? 여긴 어쩐 일로?”
“행사진행을 위해 가다가 우연히 제자님을 보게 되어서 왔단다.”
어느새 내 옆에 접근하는 스승님. 그녀는 평소의 업무복장이 아닌 화려한 개방감이 돋보이는 가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와~ 드레스 예쁘네요.”
“후후, 가을의 여인에 나가니까··· 조금 차려입어 봤단다. 이 나이에 좀··· 주책인가?”
“그럴 리가요. 엄청 예뻐요. 진작에 이렇게 차려 입으시지.”
내 말에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귀두 밑 머릿결을 스르륵 올리는 스승님.
“보렴, 여기 우리 제자님이 선물한 귀걸이란다. 목걸이도, 팔찌도 전부 착용했어!”
스승님은 내가 선물한 장신구들을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아름다운 스승님이 본격적으로 차려입으니 이렇게나 아름답다.
“스승님, 가을의 여인 말인데요.”
“아~ 그래! 이 스승님은 기대하고 있단다!”
“예?”
순간, 목구멍을 통해 나가려던 아우성이 도로 집어삼켜 졌다.
“가을의 여인이라··· 한창 때의 어여쁜 아이들이 나오는 대회이니 나는 그리 기대는 하지 않는다만··· 괜찮단다. 나는 우리 제자의 황금리본 딱 하나면 되니까.”
“······.”
말할 수 없었다. 은색 리본으로는 안 되느냐고··· 아니, 될 것이다. 스승님도 딱히 의식하고서 하신 말씀이 아닐 것이다.
“정말···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구나. 나도 참 주책이지. 대신 제자님에게는 최고로 예쁜 모습을 보여줄 테니 기대하렴.”
“······.”
스승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곤 행사장을 향해 사라지셨다.
“······방금 말했어야 했던 거 아니에요?”
“············.”
“사장님?”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은혜에에에에에에엑!!!”
“미쳤어요?”
“아아~ 놀라워라! 스승의 은혜에에에에에에엑!!”
어쩔 수 없다. 난 저 미소와 기대를 배신할 수가 없어!
“아잇싯팔···! 내 계획은 원래 항상 이러니까!”
“······.”
“내가 보험 하나 안 들어놨을까? 흐흐, 흐하하하하···!”
세계 구하기 2년차. 계획이 항상 뜻대로 안 돌아가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당연히 보험을 준비해놨지!
“2학년 기사학부 코린 로크 학생 맞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행사 직전까지 오지 않으시기에 참가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만.”
“여차하면 참가 안 할려고 했거든요.”
“아··· 그럼 참가자가 도착하였으니······.”
-여장대회 참가 축하드립니다?
현명한 자는 언제나 플랜 B를 준비해놓는 법이지.
“흐하하하하···! 와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