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3
Long Live the Queen(1)
세계가 멈췄다.
아니, 말을 바로 하겠다.
‘멈춘 세계’에 우리가 들어온 것이다.
평범한 도시의 전경. 수확제의 영향으로 아직도 깨어있는 사람이 즐비하며 술과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더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흥얼거리던 사람들.
그 모든 이들이 지금 사라져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오직 원초의 룬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들뿐.
이 기현상의 정체를 스승님은 단박에 알아보았다.
“원초. 그것도 첫 번째 문자. ‘T’.”
낙원의 입구. 이를 향하는 시작의 룬. 이 룬이 우리들을 멈춰버린 낙원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다녔는데, 이런 곳에 있었구나.”
“타테스가 숨겨놓은 거니까요.”
중후반부 ‘아카데미 붕괴’.
그 사건은 바로 가을 수확제 마지막 날에 벌어졌다.
타테스 발타자르, 오하드 브레스, 둔 스카이스, 페르막 다만과 ‘그림자’ 마물에 의한 대대적인 습격.
그림자 세계에서 한가득 쏟아지는 마수들이 임계점을 넘은 순간, 도시를 침공한다.
“자정을 기점으로 발타자르가 숨겨둔 이 룬이 이면세계··· 즉 ‘낙원의 입구’를 열어요. 소요시간은 8시간. 그때까지 충분한 숫자의 마수들이 도시를 채우면 쾅! 하고 한 번에 쏟아지는 거죠.”
“낙원의 반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줄이야.”
“비슷한 걸 쓰는 녀석이 있었죠.”
페르막 다만.
녀석이 나와의 결투를 위해 소환했던 그림자 성채.
이건 그 사이즈 확장 버전이다.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인만큼,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필승의 침략전이다.
“······.”
스승님의 시야는 나보다도 훨씬 넓고 멀리 본다. 그녀의 눈에는 내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 듯했다.
“고이델 민족들이 우리들을 배반하고 기어코 낙원마저 빼앗으려 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저주를 남기고 떠났어.”
영원한 시간, 영원한 삶, 그 영속성이 약속된 낙원의 힘을 반전하여 그림자 낙원을 남겼다.
“영속성을 약속하던 축복은 곧 저주로 바뀌었고 세계에 그림자라는 이면세계가 생겨났지.”
태양도, 빛도 없다. 대지의 축복도, 바람의 흔들거림도 없는, 오직 악의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마(魔)가 탄생했다.
“이 세계의 마물과 마령··· 그리고 마인들은 그러한 마(魔)의 인자가 팽창 끝에 세계에 흘러나와 탄생하는 부정한 산물. 평소에 흘러나오는 것만으로 그 정도인데······.”
“낙원 반전으로 모여든 그림자들을 단번에 세계로 쏟아낸다. 그렇게 되면 도시는 한순간에 멸망하죠.”
가을 수확제 최종전.
『메르카바 아카데미 붕괴』 에피소드.
의 후반부로 이어나가는 에피소드의 종점이자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대사건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마수들의 범람으로 인해 온 도시가 무너지고, 그 끝에 왕과 그 수하들이 등장해 아카데미를 무너뜨리는.
본래라면 클리어 불가 디펜스. 그러나──
“2년 동안 놀기만 한 게 아니거든.”
은창을 두드린다. 고요한 세계에 은창의 공명이 퍼져 나갔다.
『 ᛊ 』 ─ 소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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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룬이 퍼져 나갔다. 태양의 룬이 그림자를 집어삼키고 세상을 밝혀나갔다.
“많이도 새겨놨구나.”
에린은 제가 나즈레아에서 300년 동안 룬을 새기며 다녔던 것을 기억했다. 온 도시 사방팔방에 쳐둔 ‘룬 공사’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을 구원해주는 비장의 수가 되어주었다.
“도시 전체는 아니에요.”
세상을 밝히는 태양의 룬. 그림자를 몰아내고 세상에 빛을 되찾아온다.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삿된 것들은 제 존재를 지우는 태양빛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렇기에 태양의 룬이 밝히는 길을 피한 결과.
“길이··· 만들어지고 있구나.”
마수들이 태양의 룬을 피해, 룬이 밝히지 못하는 길을 따라 몰린다. 그 결과 마물들의 이동경로가 유도되고 있다.
“시작이다.”
-콰아앙!
-콰앙!
-콰콰쾅!!
그렇게 마수들이 군집하는 결집점에 도시에 귀를 찌를 듯한 폭음이 울린다.
시계탑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에서 솟구치는 전투의 굉음. 하나하나가 지상을 울릴 정도로 막대한 힘이 터져나가고 있다.
“이곳에 특급이 몇 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각지에서 마수들의 대량학살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
지옥에서 기어나온 생물들이 있다면 바로 이러할 것이다.
정체된 세계. 신들이 떠나간 말로. 저승의 구멍에서 형태를 이루지 못한 것들이 사바세계에 기어오른다.
제한시간은 아침이 오고 세상에 드리운 그림자가 철거되기까지.
-키이이···!
-카아악···!
그림자였던 것들이 형태를 갖춘다. 목소리 없는 존재들이 목소리를 가지고, 눈 없는 것들이 눈을 가진다.
대략 여섯 시간. 그 정도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세계를 침공할 병단이 완성되리라.
-찾아! 살아있는 것들이 있어!
-찾아! 찾아!
그러나 반전된 그림자 세계에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
그들을 막을 ‘플레이어 파티’. 정확히는 ‘신성’을 지녀 그림자의 침식에도 영향받지 않는 존재들.
마수들의 본능이 그들을 찢어발기기 위해 향한다. 제대로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것들이 얽히고 설켜 거리를 뒤덮는 모습은 마치 그로테스크한 아비규환 같다.
“······으음, 많다.”
“컹!”
아카데미로 진입하는 제1포인트. 마찻길이 이어지는 대로에서 물빛머리 소녀와 붉은 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힝··· 내가 제일 많이 담당하는 거 같은데.”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실로 대마법사에 버금가는 마력을 지닌 마나의 아이.
마력증폭으로 증폭된 마법들은 하나하나가 지역째로 얼려버리는 폭격이다.
“성별이 나뉘어져 있었으면 좀 더 편했을 텐데.”
“······.”
마하의 저주술이 언급되자 움찔거리는 뒤편의 마도사들. 춘식이, 대식이··· 그들을 포함한 마법사 150명.
실로 마법사단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마법사들의 군집이 마리에의 등 뒤로 펼쳐져 있다.
여기뿐 아니라 마탑을 토벌하며 획득한 400명의 마법사 노예들이 도시 여기저기서 화력 지원담당으로 붙어있다.
코린 로크가 기를 쓰고 마법사들 획득에 연연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쓸모 덕이다.
“마리야.”
“아빠, 엄마.”
그들 뿐이 아니다. 딸을 위해 기꺼이 도시에 방문한 마르드 공작과 엘렌시아 공작부인도 이 자리에 있다.
“두 사람은 동쪽 대로변을 맡아줘. 여긴 나 혼자서 충분해.”
“······.”
마르드 공작은 전장에 나서야 하는 딸을 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류하는 것은 멋없는 일이겠지.
딸은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흡혈귀다. 세상의 위기에 맞서야 할 영웅이었다. 부모로서는 말리고 싶어도 그건 멋대가리 없는 짓이겠지. 그러니······.
“우리 딸. 잘할 거야.”
“그래, 엄마는 마리를 믿는단다.”
공작부부의 신뢰를 뒤로하고 마리에는 몰려드는 마수들을 응시했다. 절망적일 정도로 끔찍한 숫자임에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많긴 한데······.”
마력이 응집된다.
그녀의 특성은 . 아무리 하급 마법일지라도 집속된 마력은 그 위력을 수십 배까지 증폭시킨다.
“무한은 아니잖아?”
언젠가 끝은 온다.
시간 제한까지 걸려있다.
그렇다면 그 제한시간까지 박살내고 박살내고 또 박살낼 뿐.
────!!
한계까지 증폭된 마력이, 대마법의 징조에 대기가 부르르 떨렸다.
특급 마법사. 안 그래도 흡혈귀 전에도 차기 대마법사로 손꼽히던 천재가 마족의 힘마저 손에 넣었다.
1막 최종보스 마리에 듀나레프.
본래라면 플레이어 파티가 아무리 기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이 세계 최강의 존재 중 하나.
그런 그녀가 어떤 리스크도 없이 발하는 대마법은 이를 목도하는 마법사들에게 감격마저 가져왔다.
“오오······.”
“이렇게나 거대한 힘이라니······.”
전 마탑 8층 마도사 엘더들조차 마나의 기적, 마나의 축복을 받은 아이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또한 절망한다.
이렇게나 강대한 존재를 섬긴다는 것에, 또한 영원한 노예로 전락하여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세상을 얼려버리는 폭풍이 마수들을 덮쳤다.
* * * *
-콱! 콰직!
-휙···!
쏟아지는 검환의 폭풍이, 휘둘러지는 검날의 예기가 마수들을 산산조각낸다.
목을 베고, 다리를 베고, 심장을 찌르는 신속한 검의 춤.
제대로 형체를 갖추지 못한 삿된 것들이 육신을 가지기 전에 찢어져 대기 중으로 흩어져간다.
“우왓···!”
아리샤를 향해 덮쳐드는 마수의 흉악한 손톱. 분명 치명상을 입혔는데도 평범한 마물과는 다른 끈질김에 반응하지 못했을 때──
─────
소리조차 먹어버릴 정도로 빠른 쾌속검이 팔목째로 마수를 양분했다.
“어, 언니··· 고마워요.”
“그만큼이나 강해지고서도 기본적인 부분에서 수련이 부족하구나.”
“그,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호오~”
평소라면 움츠러들어 물러났을 그녀지만, 이제는 우는 소리를 낸다. 루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일격에 절명시키지 못했다면 확실하게 머리를 잘라라. 살아있는 것들이 아니니 마물보다 질기다.”
“”예! 각주님─!””
아덴 자매를 비롯한 아덴가 정예 검객들. 그들이 진법을 펼치고 몰려드는 마수의 파도를 절단하고 있다.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이차원의 마수들이라니. 우리 신랑은 어마어마한 것들과 싸우고 있어.”
“세계를 구한다고 하니까요.”
검진의 한축으로서 마수들을 베어나가는 아리샤. 루니아가 강(强)이라면 아리샤는 유(流). 두 사람의 기량은 마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나저나 심경의 변화가 있구나, 아리샤. 네가 이 내게 말대답을 하다니.”
“마, 말대답이라고 할 정도인가요?
루니아는 뻘뻘 식은땀을 흘리는 아리샤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제 눈도 못 맞추던 아이가 이 정도면 많이도 성장한 것이다.
“그··· 코린 씨가 저한테 잘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럼··· 아마 잘하고 있는 걸 거예요.”
“하하.”
결국 그녀의 성장도, 변화도 남자에 의해서인가. 이래서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격언이 있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남자를 잘 만났군, 우리 자매는.”
“크, 크흠···!”
아리샤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우리’라는 단어에는 의아해하지 않았다. 이 자매는 이런 부분에서 참으로 닮은 꼴이다.
“각주님! 세시 방향 추가 무리가 몰려옵니다! 관측한 바로는 약 2천!”
높은 건물에서 관측하던 검객의 보고. 루니아는 해당 방향에서 몰려드는 마수의 무리를 보며 혀를 찼다.
“많기도 하군. 도시를 통째로 삼킬 해충들이라더니 참말인 모양이야.”
“마법사들 증원을 늘려달라고 할까요?”
“마르드 공작에게 포격 신호를 보내지. 그 마법사 노예들, 숫자만큼은 썩을만큼 있으니.”
아니면 본대에서 유격부대로 대기중인 도론과 워스카이 용병단을 내세워도 좋다.
마탑의 마법사들, 아덴가의 검객들, 워스카이 용병단까지··· 전력은 차고 넘칠 정도로 있으니.
“비켜.”
그때였다. 휘이익!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 공기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는 이내 확장되고──
“키에?”
“?!!!”
쇠사슬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리릭! 하고 휘둘러진다.
-퍼퍼퍼퍽!
마치 거대한 검을 후려친 것 같다. 수백의 마수들이 어디선가 날아온 쇠사슬에 끔찍한 파육음을 내며 쓸려나갔다.
“히익···.”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움찔거리는 아리샤. 당연히 이런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화란 씨··· 그, 조심해서 휘둘러 주세요?”
“괜찮아. 안 죽어.”
검은 수녀는 제 몸을 구속하는 쇠사슬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오러를 끌어올리면 끌어올릴수록 그 오러를 먹어치우고 생강시를 구속하는 구속구.
그것의 금제가 성녀에 의해 풀린 후에는 그저 오러를 집어넣으면 ‘커지는 쇠사슬’ 정도이다.
그리고 그건 비천야차의 손에 잡힌 순간 그 어떤 무기보다도 흉악한 대량살상병기가 된다.
“네가 맡은 곳이 있을 텐데?”
“다 죽였어. 도망쳐서 쫓아온 거야.”
“과연.”
마수들이 겁을 먹는 것도 당연하다.
본디 마의 일족들은 저보다 강력한 존재에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
흡혈귀 마리에나 생강시 화란은 다른 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귀기가 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마의 원본인 마수들이라도 겁을 집어먹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좀 더 깊숙한 곳으로 갈 거야. 가서 다 부수고 올게.”
“그, 그러세요.”
그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화란을 조용히 숨을 들어마시고··· 뛰었다.
수십 미터까지 뻗은 쇠사슬이 생강시의 전력질주에 휘말리듯 날아간다.
결코 막을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물체가 달리면 이러할까. 수백, 수천의 마수들이 금강불괴의 생강시에 부딪힐 때마다 사지육신이 찢겨나가며 생체 쓰레기가 되어간다.
목적지는 좀 더 많은 마수들이 모여있는 곳. 단신으로 대국을 흔드는 존재 앞에 마수들은 실날같은 저항은 산산이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