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0
코린 사위 쟁탈전(2)
엘 라스 왕국의 국왕, 다비드 요세프 엘 라스가 2왕녀 궁에 방문했다.
지난번 마운드 토벌 사건 이후로 다비드 국왕은 미르암을 자주 찾았다.
마운드 토벌 사건은 그로 하여금 미르암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왕녀가 정체불명의 수인들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그렇다면 왕가는 이에 합당한 보복을 해야 한다.
그 명분은 합당하나 그것이 명분에 불과함도 너무나 잘 알았다.
사별한 왕비가 남긴 딸이 오랫동안 피의 보복을 원하기에. 이 사태마저도 미르암이 오랫동안 바라 마지않은 것임을.
그는 그 나름대로 딸의 복수심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고, 국익을 위해 외면한 딸의 비통함을 알고 있었다.
“내해 신년. 그 늑대의 형이 집행될 게다.”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스스로 처형대로 오른 늑대인간을 언급하는 다비드. 그는 알고 싶었다.
진실로 딸이 이것으로 만족할지.
“그래요?”
“만족하느냐?”
“무엇을 말이죠?”
딸은 여느 때와 다름없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는 오래도록 외면해온 딸을 향해 단 한 마디만을 꺼냈다.
“이것으로 멈출 것이냐.”
복수. 증오. 그 모든 것을 함유한 부왕의 말뜻을 미르암은 충분히 이해했다.
“지금도. 내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래, 그렇겠지. 독기를 품은 딸을 알기에 다비드는 이어지는 허탈한 숨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내가 복수하면. 엉뚱한 사람이 슬퍼하겠더군요.”
“······.”
국왕은 그 대상이 누군지 알았다.
명분을 내세우지 못해 마운드 토벌을 방기했으나 끝내 이를 막아선 용사가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명분과 힘으로 딸아이를 저지했음을 안다.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 자리 잡은 건 증오가 아님에 놀랐을 정도다.
“그래, 알겠다.”
제게는 딸아이를 보듬어줄 자격이 없다. 선왕비의 복수를 포기하고, 구교단의 견제를 택했을 때.
국익과 다수의 생명을 택하고 복수심에 사무친 딸아이를 외면했을 때.
다비드라는 실패한 아버지에겐 더이상 변명도, 자격도 없었다.
“그 친구. 주변에 탐내는 이들이 많더구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죠?”
“그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무슨······.”
언제나 싸늘하고 냉소만을 짓던 딸아이의 표정에 희미한 변화가 있었다. 다비드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왜··· 웃는 거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미르암은 드물게 제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는 부왕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텔이 그와 혼약을 맺겠다고 선포했다.”
“······.”
“주님의 계시라고 하니 막기가 어렵겠더구나. 하지만··· 이 아비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예?”
미르암은 아버지의 이 낯선 모습에 드물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괜찮군. 그래, 그게 좋겠어.”
“대체 무슨 말씀을······.”
“딸아. 나는 네가 네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구나.”
“······.”
“이 문제에 한해서는 나는 그 어떤 일이라도 너를 지원할 것이다.”
그것이 실패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비드 국왕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 * * *
다비드 국왕이나 검제 가란드와 달리 마르드 공작은 코린 로크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물론, 은혜는 느끼고 있다.
딸아이를 구한 것만으로도 평생 갚지 못할 은인이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
은인인 것과 사윗감으로 여기느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공작부인의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나다시피 왕도로 향한 그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적당한 제스처만 취하다 올 생각이었다.
‘암! 누구 딸내민데? 마리는 평생 아빠하고 살 거야!’
애처가에 자식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마르드 공작에게 마리에는 여전히 품고 살 귀여운 딸내미였다.
“아빠!”
공작의 행렬에 날아오는 한 흐레스벨그. 가문 소유의 문장이 달려있는 마리에 전용의 여객수다.
“오! 우리 딸! 어쩐 일이니?”
최근에 가디언 협회 남부 지부의 지부장이 된 마리에였다. 해야 할 일이 많을진대 어찌 왕도로 향하는 행렬에 헐레벌떡 날아왔을까?
“아, 아빠··· 신문, 신문 보고 왔어······.”
“크흠······.”
공작은 불안함에 빠진 장녀의 얼굴을 보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 제비놈이 뭐라고. 예전 같았으면 스캔들이 난 사내 따위 듀나레프의 사윗감으로 거론되지도 않았을 텐데.
“아빠. 나, 아빠 믿어······.”
마리에가 덥썩 제 손을 잡았다. 코린을 매몰차게 대하는 자신을 보며 잡아주지 않던 손이었다.
“나한테 코린은··· 아빠가 지켜줘야 해.”
“마리야······.”
대체 그 남자가 뭐라고. 대체 그 제비놈이 뭐라고 딸에게 슬픈 표정을 짓기 만드는가. 더더욱 코린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가··· 남자는 많다. 그놈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신랑감이 듀나레프의 이름을 보고 감자밭을 가득 채울 거란 말이다.”
그녀가 원한다면 그 어떤 남자라도 집어갈 수 있다. 그런데 어찌······.
“아빠. 아빠가 나한테 한 사람뿐이듯 코린도 내게 한 사람뿐이야. 코린은··· 대체할 수 없어.”
“허어······.”
공작은 딸의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을 애써 부정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리에는 아비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하는 것이다.
“나랑 약속해줘. 코린···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
실은 적당히 하다 넘겨줘 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지도 그는 알고 있었다.
딸아이의 첫사랑이, 외부인에 의해 무너진다면··· 그것만큼은 안 된다. 듀나레프는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는다.
그놈을 딸에게서 떨어뜨리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그래, 그러마. 이 아비만 믿거라.”
“정말?”
“황금 감자꽃 문장에 맹세코.”
“아빠, 최고!”
마리에는 활짝 웃으며 마르드 공작에게 안겼다. 그러곤 열세 살 이후로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입에 삼세번 뽀뽀까지.
“마, 마리야···!”
마르드 공작은 감동하여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찰 정도였다.
“아빠, 힘내! 난 지금부터 코린이 부탁한 일을 해야해서 못 따라가. 아빠만 믿을게!”
“그래···! 이 아빠만 믿으렴!”
공작에게 참전동기가 생겼다.
이것이 얼마나 큰 파란을 일으킬지는 오직 그와 감자만이 알 수 있으리라.
* * * *
왕국의 중앙정계에서 남부의 패자 듀나레프가 가지는 입지는 결코 적지 않다.
왕국의 젖줄이라 불리는 남부 대평야 지대와 풍부한 광산, 동방으로 뻗어 나가는 무역로인 다도해마저 끼고 있는 픙요로운 땅에서 축적되는 절대적인 부.
그 부유함을 바탕으로 남부는 자신들을 대변해줄 권력자들을 양성했다.
통칭 남부의 목소리가 바로 그 예다.
남부 출신 또는 남부의 후원을 받아 세력을 이룬 중앙정계의 권력자들.
남부 파벌로 분류되는 중앙정계의 커다란 정치세력은 평소에는 의외로 제각각의 움직임을 취한다.
그들의 정치적 목적성은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변하는 남부의 입장은 대개 다음과 같았다.
농립수산부 대신 선정.
곡물법 및 유통망 관리에 대한 관련법안.
외산 식료품에 대한 관세부가 관련 등.
남부의 주력사업인 농수산 관련 법안이나 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항에 한해서다.
이 주제가 걸린다면 당파를 막론하고 오직 남부의 편에 서는 정치파벌이 바로 ‘남부의 목소리’인 것이다.
왕도 중심 번화가의 초호화 호텔. 듀나레프 5성 호텔의 밀실. 그곳에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차례차례 들어선다.
약속했던 인물들이 모두 모였을 때, 날카롭게 뻗은 수염이 인상적인 월프 샤흐트 법정대신이 입을 열었다.
“다들 착석하시게.”
파벌의 웃어른이자 듀나레프의 방계인 샤흐트 법정대신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원탁에 착석하는 인물들.
행정부 차관 고르골은 자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차기 행정장관을 넘어 대신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디디던 그였지만, 그건 비단 자신이 유능하기만 해선 불가한 일이었다.
연줄이 있어야 했고, 파벌이 있어야 했다.
그동안 끈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거물들은 일개 차관 나부랭이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 제 앞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법정부의 월프 샤흐트 대신.
농림수산부의 토크빌 대신.
외교부의 라마르틴 국장.
대외공작부의 다를랑 원장.
이뿐만이 아니다. 각계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있다. 행정부 차관이 낮은 직위는 아닐진데, 이곳에 있는 거물들에 비하면 말단 중의 말단일 뿐이다.
이들이 왕국을 움직이는 강력한 정치파벌. ‘남부의 목소리’.
마운드 토벌 사건 당시 주민등록 명부를 통과시킨 것만으로 이 클럽에 낄 수 있다니··· 고르골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에 감사했다.
시시콜콜한 안부인사와 얼굴을 익히는 가운데, 월프 샤흐트 대신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속삭였다.
“음··· 그래? 알겠다.”
샤흐트 대신은 좌중에 고개를 돌리더니 나이에 걸맞지 않은 걸걸한 목소리로 소식을 알렸다.
“이번 회의에는 수장께서 참가하실 겁니다. 다들 착석하십시오.”
“수장께서?”
“그분이 직접 오셨단 말인가?”
곧이어 밀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물빛머리 사내.
저 사내야말로 760만 헥타르의 농지와 25개 도시의 수호자이며 47개 광산과 67개 목장의 소유자.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남부 제국의 황제.
마르드 듀나레프. 이 ‘남부의 목소리’를 대대로 지배한 듀나레프 가문의 가주였다.
“······.”
마르드 공작은 참가한 좌중을 스윽 살폈다. 누구 한 명 빠지지 않은 파벌의 구성원들을 보며 상석에 앉았다.
“다들 앉으시게.”
착석하는 이들. 파벌의 구성원들은 어지간해서는 올라오지도 않는 수장의 등장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왜 왔는지는 알고 있겠지?”
“예의 그건에 대해서지요?”
샤흐트 대신의 대답에 마르드 공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솔직히 말하지. 내 아내가 그를 원한다. 내 딸도 마찬가지지. 내 가신들도.”
“과연······.”
최근 네임밸류가 치솟긴 했지만, 그가 공공연히 듀나레프의 사윗감이라는 건 사교계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코린 로크.
차기 공작인 적장녀 마리에가 그를 은애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평범한 사내였다면 남자 신데렐라니 뭐니 비하할 법도 했지만, 그러기엔 코린 로크도 보통 인물은 아니다.
특급 기사. 가란드 아덴 이후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무인이다.
물론 이번에 마리에 듀나레프와 화란 또한 특급으로 인정받긴 했다. 하지만 코린 로크는 그 두 사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마운드 토벌 사태. 그 신화적인 결투를 모르는 왕국민은 없다.
그뿐만일까?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메르카바 아카데미의 이사장과 대마녀 조제핀 클라라.
동격의 특급인 마리에와 화란이 그가 단장인 가디언즈 소속이었으며.
동부의 이름 높은 아덴 자매와는 오랜 동지다.
거기에 최근에는 신교단이 발표한 태양의 성물 클라우 솔라스의 주인으로 인정받았고, 가디언 협회의 협회장 자리도 차지했다.
비록 작위는 남작위지만, 공작위를 수여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의 영웅이다.
그게 고작 약관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룩한 업적. 그 가란드 아덴도 이렇게 빨리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코린 경이라면 마리에 아가씨의 부군으로서 더할 나위 없지요.”
“그 친구하고 사교계에서 술 한 잔 걸쳤는데, 건실하고 착실하더군요.”
“아카데미 내에서도 평가가 좋습니다. 사람이 너무 좋은 것도 흠이라면 흠이지요.”
마르드 공작은 코린 로크에게 향해지는 우호적인 반응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제 부인과 딸이 그토록 바라는 상대 아닌가. 평생 끼고 살고 싶은 딸이지만, 그도 객관적으로는 그가 훌륭한 사윗감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물론 그걸 인정하는 건 아버지로서 뭐랄까··· 자존심이 상했지만.
“아무튼···. 왕가와 아덴에서 혼담을 제의했다지.”
“네, 지금 그 소식으로 온 왕도가 떠들썩합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왕가가 듀나레프의 뒤통수를 치다니요!”
“코린 경이 마리에 아가씨의 반려인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거늘.”
“······.”
마르드 공작은 이상할 정도로 평가가 좋은 그 제비놈에 대해 무어라 씹고 싶었지만, 딸아이의 부탁이 있었다.
그도 코린 로크가 왕가로 넘어가는 일만큼은 막아야 했다.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말해보게.”
마르드 공작의 말에 원탁의 단원들이 하나둘 씩 의견을 내비쳤다.
“왕가에서 운용하는 상단들이 있습니다. 주로 동방으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오가는 특산품 수출상단이지요. 해당 상단들을 압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동부산 특산품인 군마의 무역로를 제한하는 겁니다. 아덴의 몇 안 되는 특산품이니 그것만 막아도 경제적 타격이 클 겁니다.”
“남부에 있는 아덴의 도장들을 일부 내쫓는 건 어떻습니까?”
여러 옵션들이 제안되었고 과연 듀나레프의 규모인만큼 하나하나가 상당한 금화를 소모했다.
수십만 골드는 예사고 백만 골드가 넘는 경제적 압박도 수두룩했다.
물론 듀나레프 공작가에도 출혈은 있다. 경제제제라는 건 동시에 그로 인해 창출되는 수익도 포기한다는 거니까.
“약하군.”
“예?”
마르드 공작의 시원찮다는 반응에 다들 의아한 눈빛을 했다. 방금 내비친 옵션의 한 가지만 시행되어도 동부와 왕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말하는 자신들도 입이 파르르 떨릴 정도의 규모였고, 오직 듀나레프의 금력을 알기에 내놓을 수 있는 제안들이었는데, 이게 약하다고?
“방금 말한 옵션들 전부 시행해. 그것 외에도 동원할 수 있는 건 죄 동원해라. 예산은··· 지난 분기 순수익 정도면 괜찮겠어.”
3분기 순수익? 그게 얼마였지?
계산기가 빠르게 두들겨진 것은 경제산업부, 광석산업부, 농림수산부 관계자 정도였다.
-지난분기 남부 마석 채굴량이 얼마였지?
-무역로 판매대금까지 포함한 건가?
-작물 생산량이······.
약 14억 골드.
한화로 140조.
계산을 끝낸 한 대신은 숨이 막혀 호흡곤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