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3
종말의 예언(1)
왕도를 중심으로 최근 대륙에는 광장에서 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었다.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리라!”
“극심한 겨울이 오고 기근과 추위가 닥칠 것이며, 재앙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요!”
“늑대의 시대가 오리라!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 차고 지상에는 영원한 어둠이 찾아오리라!”
“암흑의 짐승들이 울기 시작하리! 그 울음소리를 찾아 거인들이 일어서리라!”
“세상의 종말 앞에서 천당으로 갈 수 있는 자는 오직 진실된 믿음을 가진 자들뿐이니!”
얼핏 들으면 사이비 광신도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종말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떠들어대는 이들이 주류 종교인들이라면 사람들은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저 예언. 두달 전부터 저랬지?
-제루엠에서 저러면··· 우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현대에 와선 제루엠 교단으로 불리는 구교단의 사제들이 대륙 각지에서 떠들어대는 종말론은 제루엠 신도들뿐 아니라 같은 뿌리를 둔 지온 신도들마저 혼란스럽게 했다.
-겨울이 끝나지 않고 있어. 설마 정말로?
-지금은 벌써 3월인데, 날씨가 아직도 이 모양이야! 봄이 오지 않고 있다고!
단순히 종말론을 떠들어댔을 뿐이라면 아무리 거대교단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일단 부정하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1월이 지나고 2월이 지나 어느덧 3월. 따뜻해져야 할 기온이 더욱 내려갔고, 혹독한 추위가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있었다.
단순한 이상기후, 그렇게만 받아들이기에는 그전부터 구교단이 전국적으로 떠들어댄 예언과 딱 들어맞는 게 아닌가?
-기, 기도하세.
-주님께 기도해야 해.
-믿음 있는 자들만이 구원받으리라······.
적지 않은 이들이 종말론에 현혹되어 제루엠 교단으로 몰려가는 가운데, 마찬가지로 이 사태를 예측하고 있었던 이들이 있었다.
“정말로··· 이렇게 됐군.”
“신기하구먼. 적의 존재는 알아도 수단까지는 어떻게 알았을꼬?”
“······.”
다비드 국왕.
검제 가란드.
마르드 공작.
왕국을 이끌어나가는 권력과 무력과 재력의 정점들. 그들은 3개월 전, 제 예비 사위가 한 말을 떠올렸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겁니다. 구교단이 여기에 제대로 편승할 거예요. 그 다음에는──」
삿된 예언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구교단과 겨울이 오지 않는다는 상상을 초월한 천지개벽.
이 모든 것에 대비하고자 했던 그의 신빙성이 지금 확신으로 바뀌었다.
“검제 공. 동부의 검사들은 어떻소?”
“월동 준비를 맞췄소이다. 루니아가 이를 이끌고 있지.”
“그렇다면 문제 없겠군. 문제는 식량이오.”
코린 로크의 말대로라면 이 겨울은 해결할 때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은 더 갈 것이라 한다.
그리 되면 파종시기를 놓치게 되고 올 한해 농사는 망쳤다고 봐야 한다.
대륙의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는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3월 파종 씨앗을 대체할 감자 씨알을 구비해뒀습니다. 또한 지난 겨울동안 식량수출을 중단하고 창고에 비축해두고 있습니다.”
이번 준비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건 두말할 것 없이 마르드 공작이다.
남부 대평야에 대규모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마르드 공작은 코린 로크의 말 한마디만 믿고 겨울 동안 무역을 중단했다.
남부에서 생산되는 대량의 식량은 그 대부분이 동방과 각지의 왕국들로 수출된다. 애초에 수출을 목적으로 과잉생산을 하고 있었기에 팔지 못하면 썩어 손해가 막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작은 그 수출할 식량들을 모두 비축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그가 작정하고 틀어막는데, 대놓고 반발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국무회의입니다.”
코린 로크의 마지막 주장.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있는 북부 노스킹덤. 그 혹한의 대지로의 원정.
제 정신으로는 내걸을 수 없는 원정극의 여론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 국무회의에는 이번에 새로이 가디언 협회장이 된 코린 로크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 * * *
“그러니까 북부의 한냉기후가 지속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천문과 기후를 읽는 학자들은 어느 시대간 중히 쓰이는 법이다. 허나, 이들의 올해 기후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비상식적인 겨울이 계속된 탓이다.
“거 결론만 말하시게.”
국토부 대신의 말에 기상청 학자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현 이상기후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으니 지켜보는 것이 어떨지 싶습니다. 다만, 학구적인 의미로는 조사단을 파견해 이상기후의 발생지를 알아보는 것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조사단은 무슨! 그러다 북부의 야만인들을 자극하면 어쩔 생각인가!”
학자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 국토부 대신. 이 이상기후를 관측하는 것보다 혹여라도 야만인들을 자극할 일이 걱정되는 것이다.
“이번 이상기후에 대해 기상청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뿐이오?”
“예, 그렇습니다.”
말을 꺼낸 것은 마르드 공작이다. 이번 이상기후로 인해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입은. 따라서 그가 내놓을 입장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번 이상기후로 인해 파종시기를 놓쳤소. 올해 농사는 감자 농사 말고는 다 망쳤다고 봐야겠지. 향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이 옳다 보오.”
“과연, 공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기후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건 중요한 일이지요.”
마르드 공작이 운을 띄우자 ‘남부의 목소리’에 속한 대신들도 저마다 동조했다. 왕국 최대파벌 중 하나가 동조를 내비치자 여론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켜보고 있던 검제도 거들었다.
“겨울이 지속되고 있으니 노스킹덤의 식량사정도 나빠졌겠군. 군을 파견하여 장벽의 방비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검제 가란드 아덴. 왕실의 국무회의에서조차 야인과 다를바 없는 차림새였으나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검제의 반응에 괴이함을 느꼈다.
‘저 노인네가 대체 왜?’
‘지금까지 정치에 관여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70년 동안 국무회의에 얼굴이나 간간이 비추던 검제다. 그런 그가 왜 이제 와서?
의문은 있었으나 해답은 없었다. 어쨌든 이로인해 사령부를 비롯한 무신들은 섵불리 반대의견을 내비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럼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하지요. 이를 담당할 이를──”
“신임 협회장. 코린 로크를 추천하네.”
“로크 협회장을 추천하겠소.”
느닷없이 검제와 마르드 공작이 꺼낸 이름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한다.
이번 국무회의에 가디언 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던 젊은··· 아니, 어린 협회장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부족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 응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먹는 코린. 이에 다비드 국왕도 스무스하게 이어받았다.
“괜찮군. 그럼 로크 협회장을 조사단의 책임자로 임명하여 북부의 이상기후에 대해 조사토록 하겠다.”
신입 협회장과 그간 두문불출하던 거물들이 번개처럼 이뤄낸 결론에 누구 한 명 반대할 겨를도 없었다.
이렇게 조사단의 결성은 결정된 바지만··· 다비드 국왕, 마르드 공작, 검제 가란드, 코린 로크가 작당한 목적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북부원정.
장벽을 넘어서 노스킹덤을 자극하는 것을 감수하고 원정군을 결성하는 일에는 명분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쓸만한 명분이 옆에 있었다.
* * * *
신교의 발호 이후 제루엠 교단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일단 정치계에서 구교와 신교 둘 중 하나로 갈라치기가 된 것인데, 중앙정계의 대신들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신교를 택한 탓이다.
제루엠 교단은 기본적으로 근본주의다.
왕국이 세워진 천년 전을 기준으로 교리가 멈춰있으며 원론적인 종교적 해석과 교리를 강요했다.
예를 들자면 간음죄.
성서에 간음한 자는 돌로 쳐 죽이라는 구절이 있다는 이유로 시골에선 공공연히 투석형이 권장된다.
왕국이 치안판사를 순회시키며 이런 종교법 행사를 막으려 해도 근절되지 않는 악습이었다.
열렬한 구교 신봉자였던 마리아 왕비의 사망으로 인해 그 성세가 크게 꺾였지만, 그것 외에도 신교는 구교에 비해 메리트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지온 교단은 융통성이 있었다. 근본주의, 원론주의에서 벗어나 현대에 맞게 성서구절들을 재해석하고 신자들을 적당히 풀어준다.
적어도 일요일에 성당에 나오지 않았다 하여 때려 죽이거나 이교도나 무신론자들을 불로 태워 죽이는 일은 없는 것이다.
덕분에 신교의 교세는 지난 100년간 크게 확장됐고, 제루엠 교단의 쇠락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렇기에 구교단의 성직자들은 위기감을 가지는 건 당연지사.
“이래선 안 돼. 참된 신앙인인 우리들이 신교의 삿된 것들에게 밀리다니!”
“그들의 신앙은 주님을 모독하는 일이야! 마족들을 인간으로 인정하다니! 그 괴물들이 어찌 인간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번 종말론에 대해 교단 상층부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때, 사제들은 누구보다도 이 종말론을 퍼뜨리는데 열성이었다.
실제로 겨울이 계속될 거라는 예언이 맞아들자 지도층은 단순 이상기후로 받아들여도 민간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종말이다! 종말이 찾아온다!
-진정한 신앙인들만이 구원받으리라!
기존의 구교 신자들부터 적지 않은 수의 왕국민들이 이에 동조하자 구교단의 사제들은 더욱 열을 올렸다.
-그래! 이것이 참된 믿음이다! 교단이 가져야 할 참된 지위다!
제루엠 교단의 주교 르노 리쥐냥 또한 이 반응이 기꺼웠다.
“성도 여러분! 이 예언을 허투루 들으시면 아니 됩니다! 이미 예언의 첫 번째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번 종말론은 교단의 추기경 회의에서 결정된 선동이다.
왕국의 내부 분위기를 혼란하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동파로 인해 경제활동이 얼어붙고 식량사정이 나빠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신을 찾게 되어있다.
예언들이 하나하나 들어맞을 때마다 종말을 예고한 제루엠은 번창하리라.
그것만으로 왕국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막대한 신도들을 뒤에 엎은 구교단에 의해 방해될 것이고 이단 사냥이 횡횡하겠지.
‘모든 것은 이 세계의 진정한 종말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의 영생을 위해.
르노 리쥐냥을 비롯한 구교단의 핵심 인사들은 이를 위해 기꺼이 세상을 멸망시키리라.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리라!”
“극심한 겨울이 오고 기근과 추위가 닥칠 것이며, 재앙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요!”
“늑대의 시대가 오리라!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 차고 지상에는 영원한 어둠이 찾아오리라!”
“암흑의 짐승들이 울기 시작하리! 그 울음소리를 찾아 거인들이 일어서리라!”
“세상의 종말 앞에서 천당으로 갈 수 있는 자는 오직 진실된 믿음을 가진 자들뿐이니!”
-어떡하지? 정말 예언이 맞다면······.
-우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믿지 마!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왜 믿는 거야!
-정말로 겨울이 끝나지 않고 있잖아! 교단의 사제님들이 모두 저렇게 말하고 있다고!
그래, 혼란스러워해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
너희들 스스로 종말을, 멸망을 야기해라.
위대한 광명의 다난께서 이 세상을 정화할 테니.
“다들 진정하세요!”
그때였다. 르노 리쥐냥이 종말을 설교하는 광장에 한 무리가 찾아왔다.
“에스텔 성녀님?”
“성녀님이다!”
지온 교단의 성녀 에스텔.
본래대로라면 이 종말론은 신교단도 합류해야 했다.
교황을 비롯해 추기경의 반수 이상을 포섭했으니 신교단마저 가세한다면 왕국의 혼란은 순식간에 가속화될 테니까.
하지만 저 여자가 모두 망쳤다.
어느날 갑자기 미쳐 돌아가서는 교황을 비롯해 추기경, 주교의 절반을 숙청해버린 성녀의 행보는 교단 입장에서는 충격적이기 그지 없었다.
제루엠 내부에서는 저 미친년이 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성토했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녀를 중심으로 재편된 신교단은 최근 점점 이상한 교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 교리의 근간이 다난 신앙과 연관되었음을 안 르노 주교는 소름이 끼쳤지만, 에스텔이 이 종말론에 대처하리라는 건 예상한 바다.
“왕녀 전하를 뵙습니다.”
성녀 예하가 아닌 왕녀로 호칭하는 르노 주교. 그는 허리를 숙였으나, 그녀에 대한 모멸을 숨기지 않았다.
“누구더라?”
“······.”
차기 추기경 후보인 자신을 모를 리가 없다. 도발이다. 르노는 이를 악물며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전하께서 이곳엔 어인 일이신지요?”
“종말의 예언에 대해 떠든다기에.”
핑크머리 성녀는 싱긋 웃으며 르노를 내려봤다. 그 미소가 성녀라기엔 너무나 소름끼치고 요사했다.
“예언은 주님께서 내리신 필연입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며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르노는 에스텔의 대응을 예상해보았다. 신교 입장에서는 이 종말론의 예언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겠지.
종말은 없다고. 그러니 안심하고 생업으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에스텔의 대응은 실패할 것이다. 종말의 예언들은 하나하나 들어맞기 시작할 것이고 신교단과 성녀의 권위는 추락하겠지.
예상치 못한 숙청으로 인해 신교단의 협력을 받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구교단의 종말론이 실패할 리가 없다.
“성녀님께서는 설마··· 주님의 예언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자, 대답해봐라. 어떤 말을 지껄이던 예언은 이루어진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일 것이──
“맞아, 예언은 이루어질 거야.”
“후후, 그건 두고 보셔야············예?”
뭐지? 방금 이 여자가 뭐라고 한 거지?
-아아, 성녀님께서···!
-종말의 예언이 이루어진다고? 이럴 수가!
-끝났어! 다 끝났다고!
절규하는 사람들. 주교가 한 말과 성녀가 한 말은 그 무게가 질적으로 다른 법이다.
사람들은 숱한 경험으로 성녀 에스텔이 진정 신과 연결된 이라는 걸 알고 있다.
기도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존재. 병마를 치유하고 천지를 개벽하는 신의 아이. 그 존재가 확언한 것이다.
예언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 대체 무슨 생···.”
“사랑하는 신도 여러분! 최근 왕국에서 도는 예언을 들으신 바가 있으실 거예요!”
르노를 무시하고 대중 앞에 서는 에스텔.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의 작용인지 신성한 기운과 함께 만마에 울려퍼졌다.
“예언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겨울이 계속되고 늑대의 시대가 도래하며 세상에서 빛이 사라지고 암운이 드리울 것입니다.”
야, 그걸 니가 왜 맞다고 해··· 르노는 혼란스러움에 미간이 펴지지 않았다.
에스텔은 절규하고 절망하는 사람들 앞에서 종말의 예언을 확언한 것 치곤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성력으로 신성한 빛을 연출하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시련입니다!”
“뭐?”
-시련?
-예언이 주님의 시련이라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에스텔은 그들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한 끝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리니! 이것이 주님께서 안배하신 영광이오, 구원인 겁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르노는 종말의 예언에 새로이 예언을 덧붙이는 에스텔에 경악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뇨? 르노 주교?”
“예언을 왜곡하다니요! 있을 수 없는 망언입니다!”
“왜곡?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내가 직접 들었는데?”
“뭐라···!?”
에스텔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당당히 선언했다.
“제가 주님하고 대화해보니 그분께서 이러한 계획을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시련이며 떠오를 새로운 태양을 위한 안배인 것입니다!”
-저, 정말인가?
-성녀님께서 말씀하시니 당연히 진실이지!
-새로운 태양이 우리를 구원하실 거야!
에스텔은 울그락푸르락 붉어진 르노 주교를 향해 싱긋 웃으며 눈빛으로 말했다.
‘너 누구? 주교따리.’
‘내가 누구? 성녀.’
무릇 세상의 종말이 다가올 때, 거짓 선지자들이 사람들을 선동한다 하였다.
그런 성서의 관점으로 볼 때, 이 자리에는 거짓 선지자가 둘 있었다.
“저를 믿으십시오.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 주님의 자비로움에 감사하십시오! 그분께서 새로운 태양을 우리에게 내려주실 거예요!”
다만 더 악질적인 거짓 선지자가 에스텔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