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5
발할라(1)
화란은 제 단단함과 완력을 신뢰했다.
금강불괴지체와 구음절맥을 극복하고 넘치는 음기는 그녀의 힘이 되었으니.
따라서 덩치가 좀 큰 늑대가 자신을 물었다 한들 그 송곳니는 자신을 파고들지 못하며, 제 주먹이라면 늑대를 때려눕힐 수 있으리라.
“으······.”
헌데 어찌된 일일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 넘치던 기운이 뜻대로 모여지질 않았다.
「화···! 화!」
다급한 누이의 목소리. 허나, 화란의 꺼져가는 의식은 멈출 수 없었다.
* * * *
숲을 달린다.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와 부엽토를 밟는다.
눈앞에 보이는 건 점으로 화한 늑대의 잔형.
실체가 아닌 유령을 쫓는 듯하다.
우리는 저 늑대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속도를 더해도, 놈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코린 경···! 너, 너무 빠릅니다!”
초인의 육체를 가진 기사들이 쫓질 못한다. 기동임무를 감안해 발이 빠른 자들만을 선별했음에도.
“발키리 분들은?”
“여기서 더 속도를 낼 순 있지만··· 쫓지 못할 거예요.”
미스트와 스루드. 두 발키리도 솔직하게 답한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뿐.
“아리샤, 꺼내.”
“네···!”
아리샤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무언가가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검의 능력이 아닌, 아리샤 아덴이라는 인간의 영혼에 귀속된 여신의 선물. 전쟁여신 네반의 붉은 말이 현현했다.
“코린 씨, 타세요!”
아리샤가 내민 팔을 붙잡고 붉은 말에 탑승한다.
“달려라!”
────!!
다음 순간, 들리는 건 칼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뿐.
바닥을 으깨며 세차게 내달리는 전쟁마. 순식간에 기사들과 발키리들과 멀어진다.
“으··· 저 늑대 엄청 빨라요!”
“조금만 더 좁혀봐.”
하티는 너무나 빠르다. 하지만 숲을 주파하는 늑대와 달리 우리는 늑대가 뚫어버린 길을 따라갈 뿐.
결국 거리가 좁혀진다.
“아리샤, 그대로 달려···!”
“네? 코린 씨?!”
나는 말에서 박차 공중으로 도약했다.
손에 쥐여진 적창 게 데르그. 그 별호는 마를 파훼하는 짐승사냥의 적창.
활처럼 젖혀진 허릿힘과 팔 근육이 팽창하며 노호와 함께 쏘아진다.
육합창(六合槍),
다섯 번째 합(合) 괴산(壞山).
오러와 마력을 듬뿍 집어먹은 투창이 늑대의 뒤통수를 향해 쇄도했다.
게 데르그.
다난의 보물섬 마그 멜에서 마나난 막 리르를 선택시 얻을 수 있는 쌍창 중 하나.
방어와 수호에 특화된 황창과 달리 적창의 능력은 순수한 공격의 마창이다.
가장 주가 되는 힘은 마를 파훼하는 기능. 마법적 수호를 무효화하는 매직 브레이커의 역할이 있지만, 순수한 공격력으로 치면 이쪽이 가장 극대화된다.
비스트 계통 적을 상대시 파괴력 증가와 투창시에는 명중률까지 보정되는, 짐승을 상대로 한다면 발타자르의 광창 아라드와에 필적한다.
-콰아아!
적창이 짐승을 향해 쏘아진 이상 적에게 회피라는 단어는 없다. 이 창은 짐승의 목덜미에 반드시 적중한다.
“······!!”
닥쳐오는 적창을 짐승의 감이 알아차렸는가.
화란을 물고 있던 종말의 늑대 하티가 무심코 뒤돌아봤다.
-콱!
내리꽂히는 적창. 늑대가 단말마를 지르며 지면을 구른다.
“아리샤···!”
허나, 상대는 종말의 늑대. 서리거인전의 삼대 중간보스. 이 정도로 죽을 리가 없다.
“하아앗!”
붉은 말의 가속 그대로 참마검을 휘두르는 아리샤. 뭉실뭉실한 기운을 뿜어내는 하티를 향해 휘두른 검이 녀석의 몸을 베어냈다.
“엇?”
그러나 어떤 괴이한 작용인지, 아리샤의 검은 하티의 몸을 얕게 생채기를 낸 것에 불과했다.
“캬릉···!”
아리샤를 향해 반격하듯 팔을 휘두르는 하티. 그러자 붉은 말이 순간적으로 반응했다.
네 다리를 박차더니 하티에게서 벗어난다. 과연, 신수. 전쟁여신의 애마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기민하게 행동했다.
“크릉···!”
적창이 목에 박혔음에도 화란을 놓지 않는 하티. 도리어 다시 도주의 낌새를 보였으나··· 적창이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
「종말의 늑대 하티가 적창 게 데르그의 짐승사냥 저주를 받습니다.」
-350%의 추가 대미지를 받습니다.
-헌팅 그라운드에서 도주할 수 없습니다.
-표식이 새겨집니다. 사냥꾼의 명중률 보정을 받습니다.
“이 창은 말 그대로 짐승을 사냥하기 위한 투창. 네가 짐승인 이상 이 사냥터에서는 도망칠 수 없어.”
“······.”
일종의 결계다. 짐승들이 도주할 수 없는 사냥터의 형성. 하티는 제 목에 박힌 적창의 정체를 깨달았는지 그르릉, 이 가는 소리를 냈다.
“코린 씨, 저 녀석··· 단단해요.”
“내 창도 깊게 박히지 않았어. 이상한데··· 이 정도로 단단하지 않을 텐데.”
서리거인전에서 적창은 종말의 늑대들에게 최적의 효과를 발휘했다. 전 회차에야 황창을 사용했지만, 그렇다 해도 하티의 방어력이 저리 단단하진 않았는데······.
“설마?”
해를 먹는 늑대 스콜.
달을 먹는 늑대 하티.
이 말은 즉슨 해의 양기, 달의 음기를 뜻하기도 한다.
이 세계관, 기본적으로 동방의 음양오행도 겹친단 말이지.
“저 녀석··· 화의 음기를 먹어치운 것 같아.”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내가 알기론 흡수한 기운의 성질에 따라 능력도 달라져.”
전 회차에서 녀석은 렌이라는 그릇에 들어갔다. 그때는 순수하게 달을 먹어치웠었지만······.
“그릇에 깃든 수준은 아니어도 화의 음기를 먹어치웠다면··· 금강불괴의 흉내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으엑··· 그럼 화란 씨하고 싸우는 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이기죠?!”
아리샤가 울먹거렸지만, 다행히도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리샤다.
영역 사용자 아리샤 아덴.
그 진면목은 100% 물리 관통. 화란의 천적이자 하드 카운터가 바로 아리샤였으니까.
“내가 주의를 끌게. 너는 틈을 봐서 영역으로 녀석을 베어내.”
“······알겠어요.”
“말 빌린다.”
나는 녀석의 목에 꽂힌 적창 대신 은창을 들어 붉은 말에 올라탔다.
놈과 내가 극도의 긴장 속에서 대치한다.
“한 번 해보자고.”
고삐를 쥐어 말을 달리게 한다. 한 명의 기병처럼 녀석과 충돌하려는 그 순간──
-구우우웅···!
나와 하티의 발바닥 및. ‘공간’이 열린다.
“코린 씨···!”
아리샤의 단말마 같은 부름은 끝까지 채 들리지 않고, 우리들은 공간의 밑바닥을 향해 꺼져갔다.
* * * *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보인 것은 끝없이 펼처진 메마른 강. 혼절하기 전에 보았던 앙상한 숲보다도 황량한 숲이 펼쳐져 있다.
“여긴······.”
어디인가 하고 찾기 이전에 먼저 주변을 살핀다. 그러자 곧 쓰러진 화란이 보였다.
“화란···!”
성급히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는다. 볼을 두드리며 그녀를 깨우자 스멀스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으응··· 오빠?”
“란이니?”
“······네.”
어째서 교환된 거지? 그 의문은 란이 해소했다.
“늑대에게 물렸을 때··· 기운이 급격히 빠져나갔어요. 화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요.”
“젠장, 정말로 달을 음기로 치환해야 하는 건가. 화는 어때?”
“······기운이 없어요. 한동안은, 깨어나기 힘들 거 같아요.”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화란의 넘치는 음기는 절맥증에서 오는 체내의 기운이다. 지금은 당장 음기가 부족해 기운을 잃었어도 시간이 흐르면 회복할 테지.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여긴··· 어디에요?”
“아마··· 발할라. 그 중 한 곳.”
“발할라요?”
“그래, 발키리들에 대해서는 말해줬었지?”
“······’문’이군요.”
발리키들이 저마다 열 권리를 가진 발할라의 540개 문. 그 중 하나가 우리의 발밑에서 열린 것이다.
‘이거 좋지 못한데······.’
발키리들의 문은, 그 문 너머에는 신들의 군대가 있다.
에인헤랴르.
신화의 종말전쟁에 동원되어 거인들을 물리칠 신들의 군대.
전 회차에서도 발키리가 유독 성가신 중간보스인 이유가 문을 통해 밀어닥치는 에인헤랴르들 때문이었는데······.
-그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라아아아아아아아아──!
기괴한 귀곡성이 울린다. 죽은 자들. 그것은 전장에서 호쾌하게 죽어 스러진 전사들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기묘했다.
“오빠, 저기······.”
란이 힘겹게 가리킨 방향. 그곳에는 뼈다귀만 남은 해골이 이쪽을 응시하며 삐걱거리는 관절을 맞추고 있었다.
본래라면 전사들의 낙원에서 끝없이 나오는 돼지고기와 꿀로 빚은 술을 마시며 영원한 삶을 누려야 할 전사들이다.
허나, 그들의 신들은 종말을 맞이했다. 다난들처럼 낙원을 이면세계에 봉인하고 스스로 사라진 것이 아닌 완전한 소멸.
다시 말해 낙원을 유지할 신력조차 없었단 뜻이 된다.
수천년 간 영혼을 불사로 유지해줄 고기와 술을 잃은 그들은 어찌 됐을까? 그 대답이 저것이다.
“젠장, 태양도 없는데······.”
태양만 있었다면··· 저들은 내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언데드는 태양빛을 단 1초도 버티지 못하니까.
불사왕조차 순간에 소멸시킨 태양 없이 놈들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건······.
“일단 튀자!”
란을 안고 도주한다. 무슨 방법을 떠올리든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봐야 했다.
-그라아아아아아아─!!
-그라아아아아아아─!!
-그라아아아아아아─!!
-그라아아아아아아─!!
신들의 군대가 귀곡성과 함께 우리를 쫓았다.
* * * *
코린과 화란이 실종됐다.
그 사실이 전해지자 장벽도시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코린이?! 대체 어디로! 어디로 사라진 건데!”
귀환한 아리샤를 붙잡으며 흔들어대는 마리에. 그녀가 보채자 아리샤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늑대를 쫓았는데, 갑자기 바닥에 공간이 열리더니 코린 씨와 늑대가 그 밑으로 빠졌어요. 저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공간이 바로 닫혀버려서······.”
“으으···!”
마리에는 아리샤를 탓하려다 이내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그녀를 탓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그녀 또한 저와 같은 심정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공간··· 제 공간마법과 같은 종류인가요?”
조제핀의 물음에 에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닐 거 같구나. 공간마법을 그렇게 빠르게 여닫을 수 있는 마법사는 내가 알기로 없단다. 아마······.”
“저희 자매 중 한 명이에요.”
앞으로 나서는 브륀힐트. 그녀는 제 자매에게 혐의를 붙였다.
“발할라에 존재하는 에인헤랴르의 문. 일찍이 540명의 자매들이 하나씩 담당하는 문이었지요.”
“그렇다는 건······.”
“자매가 지휘하는 신들의 군대. 에인헤랴르가 존재하는 땅에 고립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수가······.”
사전에 발키리들의 힘과 ‘문’에 대해 설명받은 바가 있는 이들은 절망적인 시선을 했다.
그곳에는 군대가 있다. 최후의 전쟁을 위해 숱한 전장에서 수집된 신들의 군대가.
태양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코린이 군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까?
“구해야 해요! 어떻게 하면 코린한테 갈 수 있죠?!”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브륀힐트가 고개를 가로 젓자 마리에가 발끈했지만, 에린이 이를 진정시켰다. 그녀는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하지만 언령에 그 무엇보다 무거운 기운을 뿜어내며 질문했다.
“논의를 위해 일단 방법을 말해줘, 브륀힐트.”
“발할라의 문이라고는 해도 자매들이 열 수 있는 문은 각자 독립되어 있어요. 그러니 코린 님을 빠뜨린 문을 찾으려면······.”
“문을 연 해당 발키리를 찾아야 하는 거구나.”
그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현재 장벽에 들이닥치고 있는 수없이 많은 마수들을 돌파해 적의 중심부에 있을 발키리 열아홉 명 중 문을 연 한 명을 찾는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야 해요. 그래도 저는 가야 해요.”
마리에의 의지는 단호했다. 가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어떤 불가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무조건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방법을 찾아보죠. 납치된 코린 씨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해요!”
“누가 납치됐다고?”
그 순간, 격정적인 목소리가 오가는 전장에 요사스러울 정도로 요염한 목소리가 들린다.
거대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으면서도 누구보다도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한 독사의 목소리.
몸집에 비해 커다란 군마를 타고 전신을 뒤덮는 붉은 털옷을 입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작아 보이지 않는··· 그러한 위엄을 가진 소녀가 등자에 발을 걸고 지면에 발을 붙인다.
“당신은······.”
“말해봐.”
한없이 위험한 독사.
“누가 누구를 납치했다고?”
엘 라스 왕국의 제2왕녀는 사나운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