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8
외전 장인어른’들’. 따님’들’을 제게 주십시오! (4)
소피아 아덴.
아덴 가로 시집오기 전까지는 소피아 사나라 불리던 여검객으로 당대 동부의 여걸이라 불리던 인물이다.
그녀의 인생은 아덴 가로 시집을 오게 되면서 크게 변했다.
가란드 아덴의 등장으로 동부의 패권을 쥔 아덴 가문.
차기 당주였던 제라드 아덴은 머리가 비상하고 사업수완이 좋다는 평가였지만, 검의 재능은 평범 그 자체였다.
물론 2급 기사가 낮은 등급은 아니다. 고위 가디언의 표준이 되는 등급이니까.
하지만 천재가 우글거리는 기사란 족속들 중에서 진짜배기 천재들의 무위가 아니고서야 그들을 이끌만한 카리스마는 부족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피아 사나는 제라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검객이다.
그녀는 동부를 대표하는 여검사. 1급 기사로 그녀의 검사로서의 명성은 제라드 이상이다.
그렇게 맺어진 정략혼. 소피아 자신도 제라드에게 큰 기대를 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건 아니다.
루니아를 품고 나서부터는 서로가 가문을 위해, 아덴류의 전파와 도장 사업의 확장을 위해 바빴으니까.
그래도 평범하게 화목한 가정이었노라고, 소피아는 회상한다.
파국은 결국 찾아왔다.
-대체 그 아이는 누구죠!
-······내 아이오.
-설마!
어느날 남편이 데려온 웬 갓난 아이.
더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사생아였다.
남편은, 그 남자는 바깥에서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올곧은 인생이었다.
정직한 삶이었다 자신한다.
그렇기에 남편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그렇지 않았다. 신의를 지키고 정조를 중요시한 건 자신뿐이었다.
배신당했다.
그것은 소피아의 기력을 잃게 했다.
제 눈치를 보며 대화를 끊어가는 남편.
죄는 없으나 부정의 증거로 남은 사생아.
그런 사생아를 돌보는 이가 없어 업어 키우는 제 아이.
그 모든 것에서 눈을 돌렸다. 가문의 영광만을 위해 살았다.
-잘생겼습니다.
언젠가 딸이 약혼을 원한다며 데려온 사내.
-얼굴이 제 취향입니다. 덧붙여··· 여동생이 원하는 걸 빼앗는 재미까지 더해졌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소피아는 제 딸을 조심스럽게 다그쳤다.
-그··· 다른 사람의 연인을 빼앗는 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밉고 미운 부정의 증거라지만, 아리샤가 마음에 둔 사내를 빼앗겠다는 루니아의 선언은 당혹스러웠다.
거기다 약혼식에서 얽힌 약혼자 납치사건까지······.
어째 불안한 연애노선을 걷는 루니아를 보며 소피아는 괜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코린 로크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급기야 가문의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검제가 폭탄발언을 했다.
-루니아와 아리샤. 두 아이 모두 그의 처로 삼겠다.
선언을 한 뒤에는 가문의 병력을 움직여 남부의 듀나레프, 왕실과 충돌하기까지··· 소피아는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
오랫동안 경원시해온 남편에게 가보았지만, 그도 반대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코린 로크. 그는 태양의 기사요. 가디언 협회장이자 아버님의 뒤를 잇는 특급 기사지. 그런 이를 우리 아덴의 사위로 삼을 수 있다면야······.
그것은 자신이 거스를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다.
루니아와 아리샤 두 자매 모두를 한 남자에게 시집보낸다.
그래, 여기까진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비록 아리샤는 호적상 제 아이이긴 하나, 사생아인 그녀를 제 자식으로 여겨본 적은 없다.
불쌍하고 가여운 아이. 하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아픈 이 같은 존재.
그래도 제 언니와 사이는 나쁘지 않으니 서로 빼앗고 뺏는 가당찮은 관계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제 아이지만 루니아도 아덴의 풍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였으니.
‘두 명도 아니고··· 일곱이라고?’
듀나레프의 공녀와 왕실의 왕녀자매··· 그래, 그래··· 그래······ 도저히 납득인 안 가지만, 작년에 있었던 소동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 화란하고 아카데미 이사장이신 에린 다누아 스승님도 함께······.」
그 순간, 소피아의 신경줄 하나가 끊어졌다.
그래, 결국 사내란 그런 족속이다.
아랫도리를 자제하지 못하는 짐승 같은 것들.
아무리 제 딸아이가 그를 사랑한다 말할지라도 이건 아니었다.
빌어먹을 제비에게 농락당해 저 같은 삶을 보낼 딸아이를 도저히 내버려둘 수 없었다.
“소, 소피아 님?”
그러나 아덴에서 전 당주의 발언력은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강자존을 추구하는 동부에서 강자가 중혼을 하는 건 그리 욕된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소피아 아덴은··· 아니, 소피아 사나는 물러설 수 없다. 자신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 판단했다.
「코린 로크 결혼 반대. 단식투쟁.」
그녀는 단식투쟁을 하기로 했다.
코린 로크라는 바람둥이를 결코 제 사위로 인정할 수 없었다.
* * * *
소피아 씨의 단식투쟁 소식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마,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
“······.”
루니아와 아리샤 두 사람 다 말이 없다. 둘 다 소피아 씨의 단식투쟁은 전혀 예상 못 한 기색이었기에.
“아버님이나 가문의 장로들이 만류해보겠지만······.”
“마님은··· 아직도 현역인 1급 검사시니까요. 검까지 뽑으시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1급 기사인 소피아 씨를 상처 없이 제압하려면 적어도 준특급 또는 가란드 아덴 같은 규격 외여야 할 것이다.
“검제 그 양반은요?”
“집안일에 일일이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지. 그리고 예전부터··· 어머님께는 좀 약한 편이셨다.”
“당주님보다 마님을 더 어여삐 여기시긴 하셨죠.”
그 검에 미친 영감탱이··· 현 당주보단 제 검술을 정립하고 뛰어난 검사인 소피아를 더 편애한다는 건가.
“후··· 제가 가볼게요.”
“괜찮겠나?”
“따지고 보면 원흉은 저니까요.”
결국 이 모든 원인은 나 때문이다. 해결하는 것도 내가 해야 했다.
·········
······
···
소피아 씨는 저택의 중심부. 딱딱한 길가에 검 한 자루를 옆에 두고 앉아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었다.
벌써 몇 시간 째라는데 자세에는 흔들림 하나 없다. 그녀의 자세에서는 무인의 꼿꼿함이 느껴진다.
“소피아 씨······.”
“······.”
내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는 소피아 씨. 이제 50을 바라보는 중년임에도 그녀는 루니아의 언니처럼 젊고 우아하다.
“코린 로크.”
“······.”
루니아를 닮은··· 아니, 루니아가 닮은 날키로운 시선. 내 중심을 꿰뚫는 건 같은 심안이다.
“이야기 좀 나누실까요?”
그녀의 앞에 정좌한다. 돌바닥은 딱딱하고 불편했지만, 흐트러짐 하나 없는 소피아 씨를 본받는다.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당신이겠죠.”
그래, 그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행동으로 보였다.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거절합니다.”
소피아 씨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녀는 제 딸이 나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거겠지.
마르드 공작도 그렇지만, 다들 당연한 반응이다.
“결혼이란 신성한 것입니다. 남녀 간의 계약이며 서로를 존중해야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수여야만 하지, 복수는 성립할 수 없어요.”
그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연인은 한 사람뿐이다. 두 사람이 되는 순간, 엉키기 마련이다.
하물여 일곱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말이죠.”
“······말과 행동이 안 맞다는 건 알고 있나요?”
알다마다.
“감정이란 게, 훅 하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이거 꽤 자각하고 있어요. 미안하다고도 생각해요. 이쪽 사정에 휘말려버린 셈이라.”
“그래도 그냥···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모두를 불행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겸사겸사 내 목숨도 좀 구하고.
“처음에는 모두를 구하려고 했던 맹세인데, 일이 어떻게 꼬였는지 이렇게 돼버렸네요.”
“······정녕 포기할 수 없다는 건가요?”
“네, 안 돼요.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
“당신은··· 좀 더 성실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피아 씨도 나를 좋게 봤던 걸까. 이래저래 손윗사람들에게 예쁨 받는 타입이란 말이지.
“몸 상하지 마세요.”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아버님과 남편이 긍정하는 한 결국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겠죠.”
그녀 스스로도 이 시위행위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 모양이다. 처연한 그녀의 태도는 안쓰러웠고, 슬퍼 보였다.
결혼에 실패한 사람으로서··· 그녀 또한 진심으로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 코린군.”
“말씀하세요.”
“사랑하나요? 내 딸 루니아를.”
“······.”
루니아도 아리샤도 내게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리고 루니아는──
* * * *
깊어가는 밤.
나는 모처럼 과거를 떠올렸다.
6년 전.
처음으로 이 세계에 빙의했던 그때.
아직 박시후가 가진 광기를 몰랐었을 때.
「루니아 아덴이다.」
루니아는 내가 처음으로 호의를 품은, 이 세계의 여성이었다.
아리샤의 사망 이후 합류한 루니아 아덴.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녀가 내 스승이었고 가장 가까운 동료였다.
멋진 여성이었다.
인간으로서 반할 수밖에 없는 인간상이었다.
그녀는 무뚝뚝했으나 헌신적이었고, 차가웠으나 열정이 뜨거웠고, 날카로웠으나 동료를 포용할 줄 알았다.
그런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애타게 찾는 복수의 대상 때문이었다.
「나뿐이다. 나 외에는 그 아이의 원통함을 풀어 줄 이가 없어.」
가문에서 고립된 사생아를 업어 키운 이복언니.
동생의 시신을 끌어안고 분노를 삼키던 가족.
도난당한 검을 찾아 지독하리만치 추적을 이어나가던 복수자.
그래서 더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안타까움에 뒤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 나와 결혼하지 않겠나?」
아리샤가 생존한 루트. 그곳에서 다시 만난 루니아는 내게 계약결혼이라는 엉뚱한 제안을 했다.
“세상 참······.”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에도 루니아는 내게 호의를 품고 있던 게 아닐까.
-똑똑!
문지방을 두드리는 소리. 내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자고 있었나?”
“루니아 씨?”
루니아 아덴. 그녀는 하얀 소복 차림으로 내 방에 방문했다.
“들어가도 되겠나?”
“······안 된다고 하면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
당연하다는 듯이 방에 들어서는 루니아. 변함없이 거침없는 성격이다.
“그··· 알 것 같긴 한데 어째서?”
“말보다는 행동이란 거지. 어머님께서 저리 몸 상하며 투쟁을 하시니··· 효녀된 입장으로서 그 고생을 줄여주실까~ 하고.”
요컨대.
“기정사실을 만들자는 거다.”
“아니······.”
내가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는 내가 누운 침대에 옆으로 몸을 뉘었다.
한 팔로 머리를 기대며 싱그러운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싫은가? 나의 피앙세.”
“······절대 아니죠.”
이만한 미인이, 이토록 멋진 여걸이 나를 사랑한다는데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허락을 맡기도 전에 일부터 벌이는 건 양심이 좀 찔리지만요.”
“너라면 쓸데없이 성실하니 허락을 맡은 뒤에 안겠다고 할 줄 알았다.”
“확정사항이니까요. 저는 반드시 모두와 결혼할 겁니다. 한 명도 놓치지 않고요.”
“내 피앙세는 욕심쟁이군.”
“생존의 문제도 달린지라.”
루니아는 내 계율을 알기에 피식 웃었다. 그녀의 미소가 어여뻐서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루니아 씨.”
“무슨 일이냐?”
“사실 대부분은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요. 루니아 씨는 제 어딜 보고 반하신 거예요?”
루니아야 워낙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모르지만 난 6년 전부터 그녀를 알았다.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회차에서 그녀와 나의 접촉은 이전보다 훨씬 못하다.
“잘생겼거든.”
“예?”
“내 취향이야. 그댄. 생긴 것도, 살아가는 방식도.”
아니, 그건 전 회차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 거지?
“무엇보다······.”
“무엇보다?”
“여동생이 자넬 원했거든.”
“······.”
이, 이 또라이 같은 자매가···!
“아니, 진짜요?”
“적지 않은 부분이지. 여동생의 것은 나의 것. 언니인 나는 녀석의 모든 것을 가질 권리가 있거든.”
그것이 설사 연모하는 사람일지라도, 라고 덧붙이는 루니아.
“진짜··· 평범한 사람은 아닌 거 알아요?”
“자각은 하고 있다.”
연정의 시작이 여동생의 상대를 빼앗고 싶은 감정이라니! 대체 이 여자는 뭐가 잘못된 걸까?
소피아 씨는 지극히 정상인데, 이게 아덴 가에 흐르는 DNA 레벨의 그릇된 취향인 걸까?
“뭐, 이번에도 내가 선수를 빼앗는 형태가 되어 꽤 만족스러워.”
“으음······.”
침대 위에서 꾸물꾸물 거리를 좁히는 루니아. 널널한 소복이 풀어지며 무시할 수 없는 둔덕이 싫어도 눈에 들어온다.
가히 마리에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크기다.
“후······.”
“왜 그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현질 한 보람이 있구나!
“실없긴. 엄밀히 말하면 너도 엄연한 신이 아닌가?”
“그 부분은 좀 이견의 여지가 있거든요.”
에스텔이나 스승님하고 면밀히 상담할 필요가 있거든. 아직 실감도 안 되고.
“그럼··· 어머님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남녀상열지사를 불태워보도록 할까?”
-꿀꺽!
침을 삼키며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려던 그때였다.
-똑똑!
-코린 씨··· 주무세요?
심야. 두 번째 손님이 방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