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4
외전 장인어른’들’. 따님’들’을 제게 주십시오! (10)
코린이 결혼승낙을 받으러 가는 사이, 에스텔과 미르암은 미리 부모님을 설득하기로 했다.
“라는 것으로 모두 다 함께 결혼하는 게 가장 상책이에요.”
“······.”
딸들의 파격적인 제안. 코린 로크 하렘 계획. 그것을 듣고 다비드 국왕이라 하여 열이 뻗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제법 냉정한 편이었다.
코린 로크라는 시대의 걸물을 사위로 받아들이고 각지의 유력자 그 자체가 되어버린 부인 후보들을 왕실에 종속시키는 효과를 계산했다.
마리에 듀나레프.
듀나레프라는 대귀족의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오랜 기간 왕실의 공고한 동맹이었던 그들과 충돌하지 않는 건 역대 국왕들의 미덕이었다.
루니아 아덴, 아리샤 아덴.
아덴 가문의 차기 당주 후보인 둘이다. 이제와선 둘 중 누가 당주가 되어도 상관이 없게 되겠지.
어차피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니 그들의 무력은 언제까지고 코린을 위해 휘둘러질 것이다.
화란.
4년 전, 메르카바 이사장이 무리해서 데려온 동부의 특급 생강시는 왕실에서도 꽤나 뜨겁게 다뤄진 요소였다.
정신적인 제어 면에서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 무력은 실로 일기당천. 왕국의 전력으로 삼는다면 든든할 것이란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
이제와선 그 아이가 오직 코린 사위만 따른다는 난점이 있다.
에린 다누아 이사장.
메르카바 아카데미는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군사력의 핵심인 기사와 마법사를 양성하는 최중요기관.
그런 기관의 이사장이 학생과 눈이 맞은 건 의외지만, 가디언 전체에 행하는 이사장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다른 이들과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금 많긴··· 하군.”
“그래두요! 코린 동생은 보통 인간이 아니거든요! 괜찮을 거 같아요!”
“에스텔, 이상하게 신나 있는 거 같구나.”
다비드는 기묘하게 신이 나 있는 에스텔을 보며 의아한 눈을 했다.
미르암은 이 하렘 계획이 그렇게 달가운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최소 이익이라도 챙기겠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에스텔은 여인이라면 누구나 거부해야할 법한 하렘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후후~ 그런 게 있거든요. 아바마마.”
에스텔도 하렘 계획에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그녀는 태양신의 옆자리는 대지모신인 자신의 자리라며 오롯이 그를 독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하다는 걸 깨달았으니 행동에 나섰다. 코린 앞에서 칭얼거리며 여인의 눈물을 보인 것이다.
「흑흑···! 코린 동생. 나 슬퍼······.」
「우, 울어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우는 여자애 상대로 안절부절 못하는 동생은 참말로 귀엽더랬다.
하긴, 그 많은 여자들을 후려놓고 마지막까지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던 외골수다. 본인부터가 하렘에 부정적이고 죄악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에스텔은 코린이 당황하는 사이 슬쩍 제 요구사항을 집어넣었다.
「나는 싫지만··· 하렘을 위해서라도, 왕국민들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어.」
에스텔은 교묘한 말투로 설득했다.
이 세계의 신앙 개조와 차후 왕권으로 이어지는 대대적인 선동계획을.
진실한 신이 존재하는데, 만들어진 가짜 신을 섬겨봐야 무슨 의미겠냐며.
지금까지 ‘유치하다’며 신앙 개조에 미지근하던 코린을 앞으로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찬동시킨 것이다.
「인간의 삶은 짧잖아. 오래도록 신 노릇하면 다른 아이들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을 거야!」
부채감과 죄악감을 가진 남편을 설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후후··· 이 하렘계획만 이루어지면, 대륙··· 아니, 전 세계 단위로 신앙을 개조하겠어. 진실한 신의 존재와 기적을 맛보면 사람들도 따를 수밖에 없겠지.’
그녀는 이제 자신의 권능을 자각하고 있었다. 무한의 가마솥 운드리와 대지의 다난이 할 수 있는 일.
이 세계에서 태양이나 광명만큼이나 중요한 신성을 그녀가 가지고 있었으니까.
“우후후후···! 대륙의 신도들이 이 대지의 여신님을 찬미할 날이 머지 않았어!”
그 계획을 들은 미르암은 혀를 차며 비꼬았다.
“네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실한 신자였다는 게 믿기지 않아.”
성녀까지는 그렇다 치자. 워낙 자의식과잉이었던 에스텔이었지만, 그녀가 주님을 향한 믿음은 꽤나 독실했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이 기도하는대로 이루어주는 신을 어찌 믿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재능이었음을, 오래된 신과 거인의 혈통이었기에 가능한 격세유전이었음을 깨달은 뒤로, 에스텔은 주님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신이 되겠다 야심을 품었다.
“어떤 타락한 신자를 데려다 놔도 너 정도는 아닐걸.”
“후후, 너무 그러지 마. 우리 미르도 신 자리 하나 꿰차야 하지 않겠어?”
“······그게 정말로 가능하긴 해?”
미르암은 에스텔의 신성재림과 신앙 개조 계획을 듣곤 반신반의했다.
물론 타테스 발타자르와 코린 로크가 태양전쟁에서 보여준 힘은 ‘신(神)’적 존재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힘이었다.
세상의 빛을 사라지게 하고, 태양을 강림시킨다.
이 세상에 실존하던 다난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이 정말로 신이 될 수 있는가, 새로운 신화가 도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
“내가 우리 미르를 위해 한 자리 맡아뒀지~ 우선권을 챙겨놨어. 무슨무슨 여신님이 되고 싶어?”
“······뭐가 있는데?”
타테스 발타자르가 자신 휘하의 부하들에게 제안한 신위가 바로 이러한 것일까.
과연, 신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가 인류쯤은 배신할 수 있겠지.
자신은 신의 자리보다 복수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복수를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를 맹세한 그녀가 자신의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건 당연했다.
이제 코린 로크는 그녀의 삶의 이유가 되었으니까.
“······생각해볼게.”
에스텔과 미르가 왕실에서 하렘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는 사이.
반대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 * * *
뙤얕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엘 라스 왕궁의 정문 앞에는 수십 명의 인파가 무릎을 굽힌 채 앉아 있었다.
왕궁의 노면에 무릎을 꿇은 면면은 더러는 젊었고, 더러는 나이 들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이 왕궁의 관료들이라는 점.
중앙집권화의 영향으로 관료귀족이 성장한 이 나라에서 실질적인 나라의 중대사를 논하는 신하들이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들이 왕궁 앞에서 이리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왕녀들의 국혼 상대에 대한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코린 로크.
태양전쟁의 전쟁영웅이자 교단에서 퍼뜨리고 있는 예언의 주인공.
그가 두 왕녀의 부마가 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큰 문제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왕녀뿐만이 아니라면?
당장 확인된 것만 마리에 듀나레프와 아덴 자매··· 심지어 여기서 더 있다는 소문이다.
뭔가 잘못됐다.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한 나라의 왕녀와의 국혼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다. 국가의 중대사다.
헌데 두 왕녀 모두를 부마로 맞이한다니?
이것까지만 해도 전례가 없는 국혼이오 가문의 영광이며 분에 넘치는 행운이다.
두 왕녀와의 동시 국혼까지는 다비드 국왕의 강력한 의지 탓에 어찌어찌 허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이들과의 결혼이라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왕국의 젊은 관료들은 이 끔찍하고 부러워 죽겠는 코린 로크의 행태에 반대하고 나섰다.
-왕녀님들과 국혼하는 것도 분에 넘치는 영광인데, 다른 여자들까지?
-이 새끼 미쳤나?
-도 넘은 엽색행각. 서민들 박탈감 느껴.
젊은 관료들은 그렇다 치고 왕국의 실세인 고위 관료들은 어떨까?
그들은 왕국 세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을 염려했다.
미르암은 귀족파의 거두. 비록 구교의 몰락으로 세력이 위축되긴 했으나 근본적인 귀족 세력은 여전하다.
에스텔은 피묻은 통합으로 대륙 최대의 종교세력인 된 통합 교단의 유일성녀다.
신교와 구교의 중심이었던 교황들뿐 아니라 절반 이상의 추기경과 주교들이 살려나갔고 그 빈자리를 성녀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살아있는 신의 성녀. 민중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이것만으로 왕국 세력의 절반 이상이 코린 로크 파벌에 속하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국혼이라고?
듀나레프의 상속녀인 공작영애와 동부의 패자 아덴 가문··· 단일 최강 생명체 특급 생강시까지 더해진다면?
대륙 권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권력, 재력, 무력··· 민중의 지지와 신앙까지.
절대권력의 탄생이다.
막아야 한다.
안 그래도 코린 로크의 세력은 심상치가 않다.
그 스스로가 가란드 아덴의 뒤를 잇는 시대 최강의 기사이며, 특유의 인맥은 하나하나가 위협적이다.
그런데 결혼으로까지 맺어진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국 역사상 이런 절대권력이 준동한 적이 있었나?
-막아야 한다. 차라리 결혼만 안 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다.
-명분은 충분하다. 왕족과 혼인하면서 다른 이들과 혼인하는 부마 같은 건 전례가 없다.
-씨발 부러워. 배 아파.
“전하···! 코린 로크와의 국혼을 철회하여 주시옵소서!”
“”철회하여 주시옵소서!””
절대권력의 탄생과 그 중심에 있는 남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것은 왕당파, 중립파, 귀족파 너나 할 것 없이 한 자리에 모았다.
* * * *
“이 우민 놈들이?”
에스텔은 왕성 앞에서 소요를 일으키며 제 결혼을 방해하는 귀족, 관료들을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당황이나 두려움이 아닌 분노의 떨림이다.
“귀족파에서 이미 3할은 찬성하고 있어.”
“미르! 네 파벌이잖아! 어떻게든 해!”
“에스텔 네 파벌에서도 적지 않거든? 전 주교라던가 추기경도 섞여있어.”
“진정한 신앙을 거부하고 교단을 떠난 배신자 놈들이······.”
교단의 통합과 교리의 수정 가운데서 모든 신도와 사제들이 교단에 남은 건 아니다.
에스텔의 과격한 통합과 이질적인 교리 개정 가운데, 거부감을 느끼고 떠난 이들도 있었다.
멍청한 우민 놈들.
에스텔은 진짜 신의 존재도 모른채 가짜 신을 섬기는 그들을 조롱했다. 그들이 결코 자신과 동등하지 않음을 당연시했다.
지까짓 것들이 감히 태양신과 대지모신의 혼인을 반대해?
“이단이다! 이교도들!”
“정신차려, 에스텔. 저들 입장에선 너야말로 이단일 걸?”
“내가 곧 신의 뜻이야! 아니, 신이야! 나처럼 똑똑하고 아름답고 헌신적이고 위대한 여신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그놈들이야말로 진짜 이교도들이라고!”
“······.”
미르암은 점점 과격해지는 광신자··· 아니, 광신을 넘어서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사교도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그래도 반대세력을 처리할 필요는 있어 보이네.”
“코린 동생은 못할 거야. 워낙 마음이 따듯하니까. 우리가 미리 처리하자.”
“후··· 남편의 하렘을 위해 정치공작을 하는 아내들이라니··· 이게 맞나 싶네.”
에스텔과 미르암.
두 왕녀는 저마다 제 파벌을 유지하고 이끌어온 권력의 거두다.
그들은 신속, 정확무비, 무자비한 방법으로 국혼 반대세력들을 처단했다.
-뭐, 뭐야! 당신들! 이, 이단 심문관?!
-벨로나 국무대신. 당신을 이단 혐의로 체포한다.
-막스 행정부차관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겠습니다. 따라와 주시죠.
-뭣이? 내, 내 평생 뇌물 하나 받아본 적이 없거늘!
-그거야 조사를 해보면 알겠죠. 물론 언제 심문실에서 나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네놈드으으으으을!!
-후후, 왕녀님. 코린 도련님의 결혼 계획을 반대하는 버러지들을 처단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실은 저희 남부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온갖 비리 자료가──
왕국을 삼분하는 3대 정치세력.
제1왕녀파의 교단세력, 제2왕녀파의 귀족파, 파벌을 막론하고 남부를 대변하는 남부의 목소리.
코린 로크의 절대적 지지자인 남부의 목소리까지 가세해 모든 거대 파벌들이 움직였다.
절대적 신성과 권력, 재력을 가지고 국혼 반대세력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이 무자비한 탄압과 폭주에 국혼에 찬성했던 다비드 국왕마저 질려하며 제지를 걸었다.
“딸들아! 아비가 보기에 이건 좀 아닌 거 같구나! 당장 이단 심문과 세무조사를 멈추거라!”
국혼 한 번 하려다 나라가 거덜나게 생겼다. 물론 차기 국왕으로 코린을 낙점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만행은 도를 지나쳤다고 그는 판단했다.
상식인의 판단이었고, 왕녀들은 상식인이 아니다.
국왕의 거부권과 강제 명령권이 하달되자 왕녀들은 즉각 반응했다.
-쾅!
부서져라 거칠게 열린 궁문. 그 앞으로 큼직한 방망이를 가진 제1왕녀와 거대한 뱀을 타고 오는 제2왕녀가 있다.
그들 뒤에는 가용 가능한 성기사들과 사병들이 혼재했으니 누군가가 불길한 상상을 해버린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와, 왕녀 전하들! 신성한 국무회의실에 이 무슨···!”
“아바마마,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늙은 대신의 어깨를 짓눌러 제자리에 앉게 하고 에스텔은 웃는 상으로 말했다.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더라고요.”
“딸?”
다비드 국왕의 흔들리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에스텔과 미르암은 서서히 다가갔다.
“에스텔은 통합 교단의 교황이 될 테니까··· 이 나라는 제가 가지기로 했어요.”
“따, 딸들아···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아바마마.””
여기까지가 왕녀들의 쿠데타가 발발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요약해서 들은 코린은──
“왜 그래··· 다들 왜 그래······. 왜 정상이 없어······.”
결혼한 뒤에도 이러면 어쩌지? 코린은 제 결혼생활이 불안해졌다.
이러는 와중에도 코린 우상화 작업과 하렘 신성불가침 법안은 군대와 피 묻은 칼 아래 시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