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1
외전 지구(4)
레벨 67 검호 스도 켄이치.
그는 최근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차원문 도약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시후 사태 이후로 세계는 격변했다.
귀환한 박시후들은 저마다 초인적인 힘을 가졌고, 마리에 듀나레프전조차 버티지 못하고 죽은 20레벨대의 허접 박시후들조차 나라의 귀중한 전력으로 취급되었다.
하긴, 레벨 20대의 플레이어만 되도 어지간한 특수부대보다 낫긴 했다.
하지만 그저 보스 페이즈를 버티기만 하면 됐던 마리에 듀나레프전과 달리 명백한 살의와 폭력을 가지고 덤벼드는 룬 멧돼지 철산의 왕과 기사 클래스 최강인 비천야차 화란전은 차원이 다르다.
그쯤 진행됐으면 각각 40, 60레벨대. 게임 지식으로 황금의 만드라고라와 백은의 만드라고라를 확보하고 몇몇 히든피스들을 챙겼을 시점이다.
귀환한 박시후들에게 의 히든피스들은 없었지만, 그 육체와 마력만큼은 온존되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다만, 스도 켄이치. 비천야차 화란을 상대로 버티다 죽을 정도로 상당한 강자.
그쯤 되면 나라의 국보급 인재인 것이다.
그것만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히키코모리 니트에 게임밖에 모르던 평범한 일본인 고등학생 스도 켄이치는 평생 슷~고이! 스도군 슷고이데스!를 받으며 환락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마신 박시린.
돌연 나타나 조선반도를 통일하고 대한마도제국을 건국한 대총통.
야마모토 상을 반으로 갈라 죽이고, 공산당의 비호를 받으며 고위간부로 내정 받은 80레벨대 강자 뤄위하오, 70레벨대 강자 후안총을 찢어 죽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국회의원들을 자유의지를 박탈한 일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린 무자비한 독재자.
추정레벨 99 플러스 알파라는 마신은 기어코 차원문 개발에까지 손을 댔다.
그리고 끝내 차원문 개발을 성공시키고 사라진 것이 1년 전.
이것에 수많은 강대국들이 자극받았다.
이세계와 이어질 수 있다면··· 그곳을 식민지 삼고 100번째, 200번째 박시후도 양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국과 중국 다음으로 귀환한 박시후가 많았던 일본 또한 차원문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성공궤도가 보이면서 스도 켄이치는 불안에 빠졌다.
이세계의, 플레이어의 치트 파워를 가지고 있는 건 자신들만으로 충분한데······.
자신 외에 98명의 박시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훼손되었다.
이세계에서 자신과 같은 초인들이 양성된다면···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지지 않겠나.
그래서 일본 차원문에서 나타난 아리샤 아덴이 차원문을 박살 내고 도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환호성을 내질렀다.
-스도 군! 그녀를 추적해주게!
아리샤 아덴은 이쪽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삼대 히로인이라 하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스도 또한 이세계에서 아리샤 아덴과 어울렸었다.
「아, 아, 아리샤 양. 그, 나랑··· 검술 연습··· 하지 않을래?」
「······저 바쁜데요.」
후~ 아련한 추억이다. 그녀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같은 검사였으니까.
-부탁하네, 스도군! 자네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역시 높으신 분의 필사적인 부탁은 기분이 좋다. 스도는 아리샤 아덴이 사라졌다는 방향으로 가 탐지스킬을 발동했다.
미국에서는 오러나 마력량을 포함하는 에너지량 측정으로 모든 박시후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던데, 일본은 아직 그런 기술이 없어 이렇게 몸이 고생해줘야 한다.
하지만 곧 아리샤를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야쿠자들과 시비가 붙은 것 같다.
“다들 이런 엄한 걸로 싸우시면 안 돼요! 이런 걸론 잘 죽지도 않고 아프기만 할 뿐이라구요.”
“괴, 괴물···!”
야쿠자 중 한 명이 꺼낸 총이 격발됐다. 스도는 그 움직임을 태연하게 주시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발도술로 총알을 벨 수 있냐는 질문에 TV 쇼에서 자주 보여준 묘기다.
레벨 10대의 개허접 박시후도 연습만 하면 해내는 일. 실제로 아리샤는 납탄을 베기는커녕 손가락으로 낚아챘다.
“······.”
“······.”
“······어?”
멍청하게 얼 빠진 소리를 내는 야쿠자들. 하하, 이래서 평범한 것들이란.
-짝! 짝! 짝!
“대단한데, 아리샤 아덴. 꽤 강하잖아.”
그는 여유를 부리며 난입했고, 야쿠자들은 그를 알아봤다.
“거, 검호 스도 켄이치!”
“지, 진짜 스도 켄이치다!”
세간의 별명인 검호. 지금까지 생존한 77명의 박시후 중 랭킹 26위의 강자인 자신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동경과 환호성을 만끽하며 자신만만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리샤 아덴. 나와 함께 가줘야겠어.”
물론 레이디를 가능한 한 정중히 모실 생각이다. 왜 차원문을 파괴했는지는 몰라도 스도는 그녀를 보며 음험한 생각을 했다.
낯선 이세계에서 위대한 현대문물을 보며 신기해하는 그녀를 챙기며 자연스럽게 호감을 챙기는 것이다.
플레이어였을 적에는 택도 없는 일이었지만 일본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자신이 있었다.
“어··· 누구시죠?”
“스도 켄이치.”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제가 좀 바빠서요.”
“어이쿠~”
스도는 아리샤의 가는 길을 뽑지도 않은 검으로 막았다.
“이렇게 가면 곤란한데··· 아리샤 양은 우리 정부의 귀중한 물건을 부쉈거든.”
“저를 아세요?”
“응. 아리샤 양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꽤 연이 깊어.”
“그거 저 아니에요.”
“으응?”
순간, 불쾌하다는 시선을 느꼈는데, 기분 탓이겠지? 저 순둥이 아리샤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순순히 따라오지 않는다면··· 힘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어.”
스도는 제 검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것만으로 대부분의 인간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린다.
‘아리샤 아덴의 참마검은 최고의 검이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고.’
박시후 중에는 대장장이 루트를 탄 박시후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일한 70레벨대 고위 대장장이. 일본 정부가 그에게 자신의 검을 의뢰하기 위해 수천억 엔을 사용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힘으로··· 인가요.”
자신이 검을 잡자 반사적으로 검을 잡는 아리샤. 스도는 피식 웃었다.
“저쪽의 떨거지들하곤 다를 거야.”
오러조차 없는 야쿠자 따위, 천명이 몰려와도 참수할 수 있다. 스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봤자 루니아 아덴보다는 약하지. 뭐, 이쪽은 화란하고도 싸워본 몸이라고.”
비천야차 화란을 상대로도 5분 이상 버틴 강자 중 한 명이 자신이다. 그중 4분을 파티원들이 찢겨 죽으면서 버틴 것이지만, 스도는 굳이 그것을 언급하고 다니지 않았다.
“여자애니까 봐줄까. 뭐, 이 정도에 쓰러지진 말라고──!”
내 오리지널 검술. 존재할리 없는 0번검을 선보여주지.
매우 빠른 속도로 아홉 번을 휘두르는 스도 켄이치 필살의 연속검격. 이 검을 막은 자는 지구인들 중에는 없다!
──────────
찰나. 스도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
그저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검을 뽑기도 전에 검집 째로 반토막난 자신의 검과··· 초고열로 지져진 것처럼 검게 물든 참마검의 도신.
찰나. 아직 짧은 시간이라고도 설명할 수 없는 정지된 세계 속에서 벌어진 일을··· 스도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 어어? 뭐, 뭐, 방금··· 방금 뭐······.”
“영역베기요. 검호시라시면서··· 거짓 영역베기 정도는 할 줄 아시는 거 아니었어요?”
“영역베기?”
그 필살기? 아리샤 아덴의 최고로 강력한 스킬이었던가?
그는 알 수 없었다.
검은 영역에서의 한 걸음. 게임에서는 그저 필살기 정도로만 묘사한 무(武)의 정점만이 도달하는 묘리를.
스킬을 습득하고 버튼 누르듯이 가로 베기, 발도 베기를 사용했던 그저 ‘플레이어’였던 것이 무(武)를 깨우쳤을 리가.
“어음··· ‘검호’를 자처하시기에 강하신 줄 알았는데··· 그, 스도 씨와 저분들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어요.”
마치 코끼리가 개미와 투구벌레의 차이점을 알 수 없듯이··· 너무나 거대한 존재의 내려다보는 시선 앞에 스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히려 왜 이렇게 약하나고 순수하게 되묻는 아리샤. 악의 없는 순수 앞에 자칭 검호의 프라이드는 산산이 짓밟힌다.
“뭐야, 이게··· 어? 이런 건 본 적 없어······.”
얼이 빠진 그에게 아리샤는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준마에 탑승하며 소곤소곤 충고했다.
“그··· 이쪽 사람들은 다들 당신 같은 말투를 쓰나요? 좀 작위적인 소설 캐릭터 같아요······.”
평소에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친구 없지 않아요?
악의는 없다. 정말로 순수한 의문이다.
스도는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 * * *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
그곳에는 한때, 지구방위군이라 불리던 미 합중국 군대의 상징적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펜타곤.
오각형 형태의 특이한 이 건물은 미군의 핵심시설이자 전 세계에 자신들의 군사력을 투사, 지시하는 국방부 청사였다.
일본을 위협하고, 북한을 합병시켰으며,중국을 초토화한 21세기 새로운 초강대국 대한마도제국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미군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박시후 사태 이후로 골치 아픈 초인들의 등장은 난처했지만, 그들도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바로 에너지량 측정장치.
지구 전역에 뿌려져 있는 위성에 추가 업그레이드를 해 오러와 마력량을 측정. 세계 각지의 박시후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그 등급은 E등급부터 S등급. 그리고 규격외 EX등급까지. 사실 마지막 등급은 단 한 명만을 위해 신설된 등급이다.
그런 이유로 펜타곤 내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농담이 있다.
EX등급의 에너지량이 펜타곤 앞에 나타난다면 그날이 곧 미국의 멸망이라고.
그리고 현재. 그들은 EX등급 에너지량을 코앞에서 관측하고 있었다.
“으음··· 아, 고마워요. 프렌치 프라이 이거 맛있네요. 와~ 감자로 이런 걸 만드셨꾸나. 레시피 좀 배워가야겠다~”
“아닙니다, 미스 듀나레프. 부족한 게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말씀 주십시오.”
EX등급 관측 13분만에 편성된 펜타곤에서 가장 인상이 순한 여성 장교들만을 모아 대응하기를, 현재까지 마신에 필적하는 눈앞의 존재는 유순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마리에 듀나레프라는 1막 최종보스 소녀는 무수한 박시후들의 증언대로 ‘사람좋은 소녀’였다.
“죄송하지만, 미스 듀나레프. 저것 좀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무슨 검사하신다고 하셨죠? 예예. 와~ 크네요. 이렇게 큰 덤벨은 처음 봐요.”
라면서 박시후 측정용 압축합금 덤벨-10톤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마리에.
최종적으로 마리에의 완력 측정은 60톤에 육박했다.
-뭐지. 인간 헐크인가?
-마법사라매? 마법사··· 맞지?
마리에 듀나레프라는 1막 최종보스의 정보하고 실제가 괴리를 일으킨다.
‘흡혈귀화’를 감안하면 흡혈귀가 되면 완력도 강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 미스 듀나레프. 괜찮으시다면 마법도 한 번 시범을──”
“여기에요? 으움··· 집 무너질까 걱정되는데.”
“괜찮습니다. 이곳은 미 국방부 최대실험청사. 벙커 버스터에도 견딜 수 있는──
-비상! 비상!
-청사 내 온도 급격히 하락! 생존경고발령 발동!
-1등급 생화학 대피 메뉴얼을 실행하라!
한동안 소란이 벌어졌지만, 마리에가 마력을 거두면서 겨우 진정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마리에 듀나레프는 1막에서 거의 무조건 봉인되었다면서?
-시점이 좀 다른가? 아니, 그런 것 치곤 너무 강해. 삼강도 에너지량만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라고.
-마신급이야. 도저히 인간의 영역이 아니야.
박시후 사태의 원흉인 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마치 기록말살형이 내려진 것처럼 관련기록들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99명의 박시후들과 게임의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던 수백 만 명의 플레이어들을 종합해 의 세계관을 분석, 분류하였다.
그중에서도 마리에 듀나레프는 일명 초보자들의 무덤.
강자를 가르는 극악의 3막 최종보스 비천야차 화란만큼은 아니지만, 99명 중 거의 절반 가까운 박시후들을 게임오버시킨 1막 최종보스였다.
공략방법은 그저 마리에 듀나레프를 3페이즈까지 ‘버티는 것’.
흡혈귀로 각성해 아직 인간성을 잃지 않은 마리에가 스스로 무너지기까지 파티를 유지하는 것이다.
게임이라면 이것저것 보정이 들어가 손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였지만, 현실이 된 세계에선 달랐다.
실전. 전투라는 행위를 견디지 못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마리에 듀나레프전 1페이즈조차 넘기지 못하고 게임오버됐던 것이다.
-아무튼 마리에 듀나레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존재일 듯 싶다.
-흡혈귀라고 들었는데, 흡혈 능력과 관련 마법은 어떻게 될지 실험해보고 싶다.
-부자들의 몸이 근질근질거리겠군. 흡혈귀가 되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한다잖나.
마리에 듀나레프가 어째서 자신들의 차원문 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행운이었다.
대한마도제국의 발호 이후 미합중국은 언제나 초인들에 의한 심각한 안보위협을 걱정했다.
비록 미국에도 레벨 93 랭킹 2위의 노먼 스탠스필드 같은 강자가 있었으나 마신 박시린 앞에서는 모두가 종잇장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만약 이 측정불가등급의 초유의 강자를 미합중국 소속으로 영입할 수 있다면?
대한마도제국에 빼앗긴 아시아권의 영향력은 둘째 치더라도 마신이 미국을 침공하리라는 안보위협에는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왜 미스 듀나레프라고 부르는 거예요?”
“예? 그게 무슨······.”
“저 결혼했거든요. 음··· 아직 식을 올린 건 아니지만.”
모르셨을 테니 정정해드릴게요, 라며 방실방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마리에.
그녀에 대한 정보를 갱신하던 미군이었지만, 곧 그녀가 꺼낸 말에 표정이 굳고 말았다.
“이제 슬슬 코리아로 가는 비행기표? 그거 해주세요. 맞다. 가기 전에 해둘 게 있거든요.”
“예?”
다음 순간, 그녀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무언가.
불길할 정도로 시뻘건 늑대인간 같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덕구야, 답답했지?”
“컹!”
종말의 짐승.
파멸적인 재앙.
S랭크··· 아니, 그 이상의 에너지량을 가진 괴생명체의 등장.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괴물의 등장에 굳었을 때, 마리에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선고’했다.
“아, 차원문은 파괴해둘게요. 저거 위험한 물건이라.”
덕구야, 물어.
다음 순간, 미합중국의 차원문이 끔찍하게 찢겨나갔다.
만류해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