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2
외전 지구(5)
2023년. 중국은 제멋대로 한반도를 통합시킨 한국의 신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걸었다.
명분은 북중상호수호조약.
미국과 한국의 한미 상호수호조약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침공을 받았으니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출병한다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박시린에 의한 쿠데타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어쨌든 중국은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 십강이라 불리는 랭커들이 셋이나 있다지만, 결국 인간일 뿐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의 지원을 받는 자국의 랭커 박시후들이 있다면 그깟 소국쯤이야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차르 덕에 미군의 신경은 그쪽에 쏠려 있다.
-우리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북조선의 해방이다. 방해한다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
덧붙여 자국 내 ‘박시후들’을 소모시키고 싶은 것도 있었다.
박시후들은 인간을 초월한 강자에 고레벨쯤되면 스스로가 수만 명의 군대 몫을 해내는 괴물들이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들을 포용하기 위해 거액의 돈과 공산당의 간부로 지정하긴 했지만, 언제 그들이 돌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러시아의 무소불위의 독재자가 러시아 박시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게 두개골이 쪼개지지 않았나.
박시후를 얼마나 보유했나로 국가발전과 미래에 담보가 걸린 상황이지만, 공산당에게 국가발전보다 우선시 되는게 개인의 권력이다.
시진핑은 푸틴처럼 잔혹하게 살해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자국의 박시후들을 전장에 밀어 넣어 소모시키려는 계획은 큰 성과를 이뤄냈다.
-어?
너무 큰 성과를 이뤘다는 게 문제다.
투입된 박시후들이 모조리 죽었기 때문이다.
특수부대로 투입시킨 박시후들은 물론 내심 죽길 바랬던 뤄위하오와 후안총. 중국이 보유한 가장 고레벨 박시후들이 전장에서 모조리 갈려나갔다.
-이, 이게 아닌데?
그뿐만이 아니다. 평양으로 곧장 진격하려던 북부전구 집단군도, 황해안으로 진입하던 항모전단도, 서울을 폭격하기 위해 띄운 수백 대의 전투기들도.
-뭐야! 78집단군 사령관은 왜 연락이 없어!
-북해함대가 사라졌다! 잠수함들도 보고가 끊겼어!
-조선반도로 향하던 공군기들이 왜 멈춘 거야! 고장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수백 대의 전투기들이 왜 움직이질 않아!
소멸했다.
궤멸이니 패주니 하는 큰 피해라는 개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소멸이었다.
분명 박시후들의 등장은 현대 전쟁사를 바꾸었다.
초인이라는 개인들이 해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은 ‘경이롭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
달리 말하면 그것을 대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마법은 미사일이든 포격이든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고, 코믹스 속 슈퍼 히어로와 비견되는 신체능력은 쉽게 질리는 서커스다.
결국 현대 지구에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힘. 국가의 힘이 개입하면 그깟 초인들이라 해도 얼마든지 제압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알았다.
마신이라는, 신이라 불리우는 초월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자신들의 상상의 나래를 아득히 초월했음을.
최후의 발악으로 쏘아 올리려던 핵미사일 기지들마저 대륙의 구름을 타고 쏟아져 내린 뇌우 속에서 녹아내린 가운데, 베이징 한복판에서 시진핑 주석 포함 공산당 고위간부 수천 명이 산 채로 껍질이 벗겨졌다.
마신 박시린은 그들을 포박한 채 중국의 모든 언론사에 고했다.
「중계해, 짱깨 새끼들아. 안 그러면 니들 대도시마다 핵폭탄보다 더한 마법을 꽂아주지.」
통일한국 유일통령 박시린은 상상 이상의 미친년이었다.
그녀는 공산당 고위간부들과 장군들에게 회복마법과 각성마법으로 생명과 정신을 붙들더니 배꼽에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였다.
그러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이며 저주의 불길을 쏘았다.
「친인척 포함 재산이 1억 위안 넘을 때마다 하루씩 늘린다.」
1억 위안. 한화로 200억에 달하는 거액이다. 공무원의 월급으론 죽었다 깨도 축적할 수 없는 재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길어봤자 이틀 정도가 한계일 터.
하지만 가장 재산이 적었던 고위간부도 100일 동안 타오르다 죽었다.
중국 시민들도 처음에는 이 잔혹한 처형식에 경악하다가 이내 산채로 태워지고 있는 공산당 간부들을 향해 똥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이 씹어죽일 놈들! 대체 얼마나 나랏돈을 빼돌린 거냐!
-제일 적은 놈이 100억 위안이라고?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현재. 시진핑 포함 수십 명의 고위간부들 뱃살기름 불은 아직까지도 꺼지고 있지 않다.
이젠 중국과 한국의 네티즌마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그 영상을 보며 감탄할 정도였다.
-진핑이 언제 불타 뒤짐? 왜 13년째 타고 있음?
-오늘까지 5,014일동안 타고 있으니까 당시 환율을 한화로 계산하면 96조 4,192억 ㅋㅋㅋ
-진핑이가 20년 전에 4천조원쯤 해먹었다고 뉴스 나오지 않았냐?
-억ㅋㅋ 앞으로 500년은 더 산채로 구워져야 할듯 ㅋㅋㅋㅋ
-시발 이쯤되면 경이롭다.
하필이면 회복과 재생이 함께 걸린 저주여서 수십 조에서 수백 조씩 해먹은 공산당원들은 산채로 끝없이 타올랐다.
이러한 충격적인 부패가 드러나자 중국 대륙은 각지에서 인민 봉기가 일어났다.
그들은 일단 공무원이라면 잡아 죽이고 봤으며 부자들을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 마르크스가 보았다면 지옥에서 감탄했을 모두가 가난한 사회평등의 시작이었다.
중국 대륙이 분열과 붕괴를 일으키면서 중국은 양분됐다.
대한마도제국의 후원을 받으며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동중국.
동부, 북부군구의 소멸로 중국의 남은 군사력을 중심으로 뭉친 서중국.
박시린 대총통은 ‘나는 중국이 너무 좋아 중국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하셨지만, 고위간부들이 축재한 1경 가까이 되는 재산을 차지해버린지라 수많은 중국인들이 일치단결했다.
그들은 새로운 신생 중화제국을 표방하며 차원문 개발에 힘썼다.
하지만 하이랭커 박시후들이 마신에게 찢겨나간 형편이다. 차원문 개발에 핵심인 마법사들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한테 방법이 있다.
그때 나선 것이 광둥성 출신의 박시후 리차오.
그는 에서 혈법사였다.
흑마법사와 비슷한 계통이지만, 제물을 바침으로서 힘과 권속, 마력을 늘려가는 일종의 다크 히어로 플레이에 최적인 직업.
-내가 연구해본 바, 사람의 피와 장기에는 소량의 마력이 존재했다. 이것은 지구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한 마디만으로 생존한 권력자들은 리차오가 무엇이 필요한지 단박에 눈치챘다.
과연, 전통적인 인명경시의 레드팀 국가답게 그들은 인민들을 산제물로 바쳤다.
범죄자, 장애인, 노인··· 가장 많은 희생자는 중국내 반동세력인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들과 티벳 지역의 불교도들이다.
세계가 박시후 사태로 혼란한 가운데, 서중국은 조금씩, 차츰차츰 혈법사 리차오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13년에 걸쳐, 그를 마신 박시린에도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대한 마법사로 육성하기 위해.
67레벨 비천야차 화란 전투에서 사망했던 그가 13년 동안 270만명의 생명을 제물로 바친 결과··· 그는 99레벨 혈법사라는 초유의 혈신이 되었다.
「신 중화제국은 위대한 한족의 피를 이은 대마법사 리차오를 새로운 주석으로 추대하며 민족과 중화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새로운 차원문을 발표한다!」
그것이 티벳 지역 전역에 그려진 초대형 혈법진 ‘진리의 문’.
마법 발동과 동시에 해당 지역의 모든 생명체를 혈법의 제물로 삼는 대혈법.
본디 흡혈귀와 같이 무한한 생명을 가진 고위 생명체가 사용할 마법을 인간의 목숨으로 대신하려다보니 지나치게 스케일이 커진 마법이다.
그리고 2036년 현재. 티벳 망명정부는 이 대혈법의 완성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투사하고 있었고──
“뭔데.”
미완성의 차원문에서 튀어나온 것이 바로 수많은 박시후들의 충격과 공포. 게임오버의 삼대 보스.
비천야차 화란이었다.
* * * *
-딱! 딱! 딱! 딱!
사람들이 모여든다.
중심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엎드리고 경배한다.
꼼짝없이 모두가 죽을 거라 생각했던 지옥도에서,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학살하던 중공군에 맞서 사람들을 구한 소녀가 있다.
“부처시여.”
“금강수보살의 현신이시여.”
사악한 번뇌와 마라들을 몰아낸 소녀의 형상을 한 분노존(忿怒尊)을 경배했다.
“나는 부처란 사람이 아니야.”
오해를 받은 것 같다. 화란은 어쩌다가 눈에 띈 사람들을 구하고 사악한 악의 무리들을 두들겨 팬 것에 불과하다.
“그들이 진심으로 그대를 보살의 현신이라 믿는 것은 아니라네.”
늙은 남자였다. 머리는 깎여있고 알 수 없는 문신이 점점이 박혀 있는 남자.
동년배 동기가 자랑하듯 화려하게 물들인 문신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고루한 문신이다.
“보살께서 그대를 보내시어 우리를 구하셨다 믿는게지.”
“난 보살이 누군지도 몰라.”
그 말에 노인은 껄껄 웃었다.
“알지. 하지만 어떤 우연에선지 지금 그대는 이 자리에 있다.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여 우리를 구하였지. 아닌가?”
“······.”
화란은 남자의 말이 잘 알 수 없다고 느껴졌다. 신선을 추구하는 도사들이 간혹 하는 경전의 말들처럼.
그녀는 그저 제 연인이라면 이를 기뻐했을 것이라 여겼을 뿐이다.
순수한 백지 같은 아이는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물들듯이.
“가진 힘에 비해 어리신 분이구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깨달음과 진리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니.”
노인은 화란의 손을 붙잡았다. 늙고 주름져 쭈글쭈글해진 손은 그녀의 손을 한참이나 붙잡으며 축복했다. 그녀를 위해 경전을 논했다.
“부처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부처가 되어 구하는 것이니.”
누구든 사람을 구하고 공과 덕을 쌓는 자. 어찌 부처의 길을 걷지 않는다 할 수 있겠는가.
“종교인들이 하는 말은 잘 모르겠어.”
껄껄껄, 노인은 소녀의 무구함을 탓하지 않고 기뻐하였다.
저리도 무구한 소녀가 좋은 색에 물들였구나. 필시 따듯한 색을 지닌 이가 옆에 있었을 것이라며.
“어디로 가시오?”
“코리아. 알아?”
“알다마다. 이곳에서부터 동쪽에 뻗어있는 나라지.”
“그럼 동쪽으로.”
노인은 소녀가 가는 길을 막지 않았다. 그녀에게 구원을 바라며 힘을 빌려달라 말하지 않았다.
“가는 김에 처리는 해줄게.”
보아라.
저 어린 보살을.
인간의 육신에서 하얀 독소리가 되어 날아가는 저 상서러운 길조를 향해 15대 달라이 라마는 엎드려 절했다.
* * * *
리차오는 전형적인 중화교육을 받고 자란 민족주의자 청년이었다.
시진핑 주석의 영도 아래 13억 인민들이 지상락원을 만끽하니 어리석은 서방의 돼지들이 질투하여 위대한 중화를 깎아내린다.
아아~ 위대하라. 위대한 중화의 후손들이여. 이 완벽하고 위대한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바치리.
이웃나라에서 보면 ‘병신들인가?’라며 눈살을 찌푸릴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배우며 매일같이 공산당 찬양 어플에 접속해 자의식 과잉의 퀴즈를 풀며 공산당 점수를 올리다보면 이런 인간 군상은 어디에나 썩어넘치는 법이다.
그러나 중국은 분열했고, 리차오는 분열된 중국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타도 대한마도제국, 타도 마신 박시린을 외치며 힘을 규합했다. 그 과정에서 몇 명의 인민이 죽던 위대한 중화의 재건을 위한 ‘작은’ 희생일 뿐.
사상의 유치함과 극단적인 결론은 그렇다 쳐도 그에겐 실제로 힘이 있었다. 그는 그 힘이 마신을 능가하는 절대적인 힘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긴.
모든 이가 계획이 있기 마련이다.
쳐맞기 전에는.
-꽈앙!
-꽈아앙! 꽝! 꽈과아아앙!!
“뭐, 뭐야!”
신생 중화제국을 이루는 군대는 대부분이 강시병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의 낙오자들, 반인민 주의자들을 죽이고 내장을 꺼내 팔아치우고 그 안을 솜을 채워 강시병을 만든다.
실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군대 양성. 그리고 그 군대가 눈앞에서 박살나고 있었다.
“비, 비천야차 화란?!”
의문의 강자가 나타나 버러지 종교쟁이들을 청소할 차원마법진을 파괴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그건 서방의 박시후들 중 한 명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천야차 화란이라니?
그녀는 3막 최종보스. 수많은 박시후들을 게임오버시킨 악몽 같은 존재다. 리차오 또한 그녀에게 게임오버 당했었으니.
그녀를 구속해야할 신성의 쇠사슬은 오러를 끝도 없이 잡아먹고 커지면서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천의 강시병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
“크으으으···!”
그때처럼 무뚝뚝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강시병들을 두들겨 부수는 화란.
저 특유의 무심함이 리차오에게는 트라우마였고 공포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제 팔다리를 찢어먹던 그 잔악한 비천야차가··· 제 군대를 박살내고 있었다!
“크으으으··· 크아아아아아악! 비천야차아아아아!!”
트라우마를 자극당한 리차오가 노호성과 함께 마법을 쏘았다.
지상을 덮는 붉은 핏빛. 1만명분의 마력을 단박에 쏟아부는 대혈법 중 하나다.
-콰드득!
-콰가가가각!
피의 비에 휩쓸려 파괴되는 강시병들. 그 무지막지한 화력의 폭우에도 화란은 태연히 그것을 두들겨 맞았다.
“······.”
그래, 저것은 생체 방어능력의 극한에 있는 금강블괴지체. 점이 아닌 면의 공격 따위로 상처입힐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네가··· 혈마법사 리차오?”
“하! 이제야 내 이름을 불러주는가? 게임에서는 시건방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 주제에!”
“???”
쟤 뭐라는 거야?
글쎄? 화 혹시 아는 사람?
전혀.
그러한 대화가 오가는 것을 모르고 리차오는 광소를 지었다.
“강시병들을 좀 잃었다만··· 너만 손에 넣으면 그깟 손해는 별거 아니지! 삼십 만명쯤 제물로 바치면 네년을 제어할 부적도 새길 수 있다!”
“누가 기다려준대?”
널 여기서 때려눕히겠다는 선언에 리차오는 키득거렸다.
“날 쓰러뜨리겠다고? 이 혈신을? 내게는 마신조차 능가할 마력이 있다! 특등급의 마력등급이란 말이다! 13년 동안 축적한 백만 강시병과 4억 5천만 인민의 지지를 받는 이 혈신을 쓰러뜨리겠다고?”
“혈신?”
순간 화란의 눈가에 경계가 서린다. 그녀는 신들이 가진 힘을 안다.
광명의 다난, 미의 다난, 태양의 다난, 정의의 다난. 하나같이 괴물 같은 힘을 가진 자신 이상의 강자들.
비록 수라마신의 정수를 흡수하고 전보다 더 강해진 그녀라지만, 신을 상대로라면 방심할 수 없다!
“보아라! 이 위대한 혈법을! 이것이 마신을 능가하는 마법의 정점이다!”
지상을 적신 혈법의 핏빛이 하나로 뭉쳤다. 그 거대한 마법은 하나의 창처럼 집속되더니 이내 화란을 향해 쏘아졌다.
“???”
발사된 그 거대한 창을 화란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회피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흐하하하하! 겁 먹었나! 하긴 이만한 대마법의 정수를 본다면 누구나──!”
-딱!
“아야.”
-콩.
“어?”
마치 돌덩이에 뭉친 모래를 던진 것처럼 바스러지는 자칭 대혈법. 리차오는 얼 빠진 얼굴로 제 눈을 의심했다.
화란이··· 너무나 멀쩡했기 때문이다.
“상급마법보다 좀 쎄다.”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대마법.
레벨별로 구분되는 마법 ‘스킬’.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가 사망했을 때의 레벨은 67이었다. 이제 중급 마법을 마스터하고 상급마법에 포인트를 찍던 시절이다.
그리고 플레이어였던 시절과 다르게 지구에서는 레벨을 올린다고 포인트를 찍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이해해야만 했다. 마도라는 진리의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했다.
현실의 지구에서 아무리 마력을 쌓고, 아무리 레벨을 올린다 한들 학문을 깨우치지 않고서 무에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리차오의 마법은 상급마법을 그냥 규모만 잔뜩 늘린 것에 불과했다.
“너······.”
“오, 오지 마.”
겁에 질린 리차오에게 화란은 저벅저벅 걸어왔다. 또다. 또 죽는다. 이 괴물에게 또다시 죽는다!
“오지 마라, 이 삿된 짐승아! 나는 중화의 피를 이은 정당한 세상의 주인이자 혈신 리차──”
발목이 붙잡혔다.
쾅! 쾅쾅!
앞으로 옆으로 뒤로 쾅쾅!
온몸에 두른 방어마법이 깨질 때까지 쾅쾅!
딱 일곱 번.
화란이 그를 일곱 번 패대기치는 동안 그에게 걸린 마법이 모조리 파괴됐다.
“흐에에에엑······.”
부서진 전신의 뼈에서 통감되는 고통이 새어나오는 리차오를 보며 화란을 무심히 말했다.
“신이 약골이네.”
자칭 신에게 할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모욕은 우연 속에서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