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
아리샤 아덴(1)
인간의 죽음과 동물의 죽음은 다르다.
지식이나 도덕규범 따위로 알고 있었던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처음 사람을 베었을 때였다.
“피가 멈추질 않아요!
“비살상 처리가 됐는데 어떻게!”
처음 실전을 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5급 마물을 베고 몸통에서 흘러내리던 내장과 피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던 것이 기억난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딱 그 정도 감상. 그르럭 거리며 피 거품을 흘리는 짐승을 보면서 질색하면서 마무리를 했던.
그러나 인간의 피 냄새는 짐승과는 다른 불쾌감을 주었다.
“그, 그륵······.”
공기가 다르다.
냄새가 달라붙어 있다.
처음이었음에도 바로 깨달았다. 이 무거운 냄새는 생명이 사라져 가는 단말마라고.
“아, 아니··· 난······.”
피 거품을 흘리고 있을 상대방을 직시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도 시선이 고정되지 않는다.
끔찍하고, 두려워서 억지로 시야에서 밀어내자 검게 빛나는 칼날이 대신 들어왔다.
은빛의 칼날이, 묵빛으로 번뜩이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
············
“아······.”
바싹 마른 목이 갈라진 소리를 냈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아리샤의 의식을 서서히 각성시켰다.
“으, 땀······.”
5분만 더 자고 싶다는 욕망과 축축한 몸을 씻고 싶다는 욕망. 승리한 건 후자다.
바닥의 슬리퍼를 찾아 발을 집어넣으며 뜬 부스스한 시야에 건너편 2층 침대가 보인다.
룸메이트인 동기들은 바깥으로 나간 모양이다.
“맞다. 알바··· 해야 하는데.”
중간고사가 끝난 지 벌써 사흘. 생활비를 벌려면 미션을 클리어해야 한다. 느릿하게 채비를 마친 아리샤는 미션보드 앞에서 괜찮은 일거리를 찾았다.
[순찰미션]-소요시간 6시간
-은화 20장
[혼랫 둥지 토벌]-예상소요시간 4시간
-은화 15장
[하수구 순찰]-소요시간 5시간
-은화 25장
[단기호위 구함]-소요시간 이틀
-3급 이상 기사
-은화 50장, 숙식제공
[학술연구 : 베오울프 생포]-은화 70장.
“음······.”
아리샤가 보고 있는 미션들은 대개 쉽고, 편하고, 위험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더 높은, 위험한 일도 할 수 있을 법하지만 그녀는 그쪽으론 시선도 보내지 않았다.
[긴급 : 안개도시의 살인귀 수색]-학사의 허가증 및 지도교수와 상담
“으··· 위험해 보인다.”
안개도시 헤이즈 출신의 살인귀 존 도우. 최근 메르카바 시티에 잠입했다며 떠들썩했다.
엘 라스 왕국에서도 공문이 내려와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무투파 교수들과 최정예 학생들이 동원된다는 모양이다.
세간에서는 흡혈귀 마리에 듀나레프나 광전사 베아재커 같은 학년대표를 중심으로 정예 파티를 소집한다는 모양이다.
뭐가 됐든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 지금의 아리샤가 기대하는 건 그뿐이다.
“베오울프······.”
이 도시에 오기 전, 자신을 살해하려던 누군가의 방해 때문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본래 그녀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마물이다.
베오울프 하니 그때가 생각난다.
“은인님은 지금쯤 어디 계실까?”
자신을 구해줬던 사람을 떠올리며 허리춤의 벨트를 매만졌다.
* * * *
“······이게 완성된 창이오.”
“오오~”
주말, 창이 완성됐다기에 퍼거스의 대장간을 방문했는데, 그는 천에 감싼 창을 꺼냈다.
“주문한 대로 만들었지?”
“그렇소. 그나저나 어떻게 안 거요? 우리 가문에 숨겨진 비전을······.”
“다 아는 방식이 있어.”
장인들의 진실, 퀘스트 중 하나인 더 웨폰 브레이커의 진실은 두 가지 분기가 있다.
진실을 까발려 정의구현을 하던지, 퍼거스를 협박해 그가 가진 가문의 설계도를 얻던지.
정의구현 루트로 가면 이 설계도와는 영영 빠이빠이인지라 후자를 택했다.
정사대로라면 퍼거스는 얼마 가지 않아 체포된다. 이번에 혼쭐이 났으니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본인의 운명을 본인이 정하겠지.
“그나저나 댁··· 아니, 선생께서는 도대체 누구시오?”
“응? 왜?”
“그 창을 만드는데 든 마석들. 하나같이 보통 재료가 아니오. 그런데도 아카데미에서는 망설임 없이 내주더군.”
“아~”
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하나같이 진귀했다. 내가 구해온 특급 소울 더스트와 2급 룬석, 1급 은강석이 들어갔다.
통칭 은창. 정식명칭은 그림자 왕국 은기사들의 창으로 불리는 에픽 바로 아래 등급인 레전더리 등급의 무기다.
불괴석과 더불어 ‘영역’의 리스크를 버텨내는 몇 안 되는 마석. 특히 오러 흡입력이 뛰어나 최고의 무기 재료 중 하나다.
너무 비싸고 최종국면에서나 겨우 구할 법한 불괴석보다는 이게 더 양산성과 활용성이 높다.
이런 초고가의 재료로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은 작중에서만 금화가 수백 장은 필요하지.
물론 이걸 현금박치기 하는 플레이어는 없고, 보통 시나리오나 퀘스트를 깨면서 얻은 재료로 만드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내겐 이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특급 재료는 없어도 1급~2급 재료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아카데미에서 이 정도 재료는 얼마든지 내어주겠지.
“알 거 없어. 돈은?”
“······여기.”
퍼거스는 약속대로 아카데미에서 받은 돈을 내게 건넸다. 금화 30장이 참으로 묵직하다.
“앞으론 장난질 치지 말고, 착하게 살어. 안 그러면 나 또 만난다?”
“흐익···!”
기겁하는 퍼거스를 뒤로 하고 예정된 미션을 깨기 위해 의뢰인을 찾아갔다.
* * * *
“5급 기사? 짐꾼 노릇이나 잘해라.”
출발장소에 모인 3급 마법사 찰리 씨는 내 등급표를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등급 제한은 안 걸긴 했지만, 설마 5급 나부랭이가 올 거라곤 생각 못 한 모양이다.
파티장은 3급 마법사 찰리 외 3급과 4급이 섞인 3인 파티다. 여기에 학생이 2명 추가되는 것으로 완성.
전원 학생이 아닌 가디언 협회에서 정식 파견된 정식 가디언들. 그들이 학생을 파티 멤버로 소집한 건 다름이 아니다.
“망할, 이 나이에 애새끼들 뒷바라지나 해야 하나.”
“협회 방침만 아니었어도 이런 부담은 안 질 텐데.”
가디언 아카데미와 가디언 협회는 매우 긴밀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어린 가디언 지망생 육성에 힘을 실어주는 게 가디언 협회의 일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할당제처럼 학생을 포함해야 하는 건 그들에게도 부담이다.
돈이야 그들보다 적게 받지만, 파티에 짐덩이들이 추가되는 거니까.
“망할 간부 새끼들이 우리 사정도 좀 고려해줬으면 좋겠는데.”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지. 애초에 정식 가디언들이 주축이 되는 파티 임무에서는 검증된 실력자들이 신청하는 편이다.
“저······.”
“아, 검제님의 손녀분께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으······.”
우연··· 아니, 또 무언가의 나비효과일까. 이번 미션을 수락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리샤도 있었다.
“우연이네.”
“아, 코린 씨··· 안녕하세요.”
중간고사 이후로는 처음이다. 하필이면 이 미션에서 만날 줄이야.
[학술연구 : 베오울프 생포]-은화 70장
한화로 치면 대충 70만 원쯤 하나. 미션보드에 뜬 베오울프 생포 미션을 확인했을 때, 드디어 때가 왔음을 떠올렸다.
슬슬 4월 중순. 시기상으로는 1막의 마무리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하지만 마리에 사건이 조기 종결되고 루니아 아덴 조우 이벤트를 맞이함으로써 2막은 이미 시작됐다.
2막의 초반부 메인 이벤트는 바로 ‘안개도시의 살인귀 토벌’.
본래라면 마리에가 1막 후반에 놓친 미치광이 연쇄 살인마를 플레이어 파티가 쫓는다는 시나리오다.
안개도시 헤이즈에서 악명을 떨친 기사 살해자 존 도우가 다시금 조명되는 사건은 바로 베오울프 생포 미션.
미션이 뜨는 해당 주차에서 베오울프 생포 미션을 고르지 않고 다른 미션을 선택하면 베오울프 생포 미션을 수행하던 다른 가디언 파티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반면 베오울프 미션을 고르게 되면, 해당 미션을 플레이하다가 살인귀 존 도우를 목격하고 전투를 치르며 끝내 격퇴하게 된다.
어느 루트든 이 사건 이후 엘 라스 왕국에서 내려온 공문에 따라 수색 파티에 합류하는 거다.
얼핏 보면 베오울프 미션은 메인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 가디언들이 희생되는 미션이지만, 여기에 뒷 스토리와 연계 퀘스트가 존재하지.
파티장인 3급 마법사 찰리 씨의 딸인 꽃집 아가씨 셰릴 양이 찰리의 유품인 목걸이를 되찾아달라는 퀘스트를 주는 것이다.
꽃집 아가씨 셰릴 양은 좋은 사람이다. 길거리의 고아들을 위한 구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하는 사람이고 전 회차에서의 인연도 있었지.
「우울해 보이시는데, 꽃이라도 가져가실래요? 팔다 남은 거라 괜찮아요.」
위험한 녀석들과 싸우고, 몇 번이나 죽을 뻔하다 보면 마음이 꺾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건넨 꽃 한 송이가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꽃값이라 치지 뭐.’
그 외에도 이번 건은 ‘계율’과 앞으로의 시나리오와도 관계된 사건이다.
셰릴 아가씨는 게임상에서도, 전 회차에서도 선한 사람이었고, 아버지를 잃는 불행을 방지하며 존 도우에게 약도 쳐놔야지.
존 도우의 특성상 나 혼자 잡는 건 불가능하지. 강함이나 상성의 문제가 아니라 녀석의 특성이 ‘은신’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눈을 마주하면 10초 안에 죽일 수 있지만, 놈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요는 녀석의 특성 ‘실안개’를 뚫고 은신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하다.
“아리샤.”
“네?”
“눈은 어때?”
“······.”
어떤 의미로 물었는가, 그런 반응이겠지. 게임에서는 모르는, 이 녀석이 아직까지도 눈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아니, 안 하는 이유.
아리샤의 캐릭터 시나리오를 생각해봤을 때, 얼추 단추는 맞출 수 있지만··· 그걸 직접 입으로 내뱉어봤자 스스로 부정할 거다.
“어··· 무슨 말씀이세요? 제 눈은 멀쩡하죠.”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언니한테 들으셨나요?”
“어쩌다 보니.”
물론 루니아는 내게 한마디도 안 했지만.
“서둘러야 할걸. 네 언니는 진심이야. 정말로 널 망가뜨릴 거라고. 다시는 검을 쥘 수 없도록.”
맹수들의 서열 싸움은 잔혹하다. 한쪽이 끝장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아덴은 그런 맹수들의 집안이니까.
“······그땐 검을 놓으면 되죠.”
“퍽이나.”
내 반응에 아리샤가 이마를 찌푸리며 나를 응시했다.
뭐가 그리 웃기냐는 표정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날 너의 지저분하고 칠칠찮은 모습을 기억한다.
한없이 홀려 있는 그 눈을.
“넌 검 못 버려. 절대로.”
이 세계의 시나리오가, 너라는 인간이 그렇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본질이라는 게 있다.
아리샤는 아덴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재능을 가졌으니까.
* * * *
베오울프 둥지에는 두 마리의 베오울프와 스무 마리가 좀 넘는 숏 하운드가 있었다.
생포 파티는 능숙하게 숏 하운드들을 처리하고 베오울프까지 한 마리 사냥했지만, 점차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뭐야, 이거! 왜 이리 많아!”
“어디서 몰려오는 거야!”
갑작스럽게 몰려오기 시작한 안개. 그 안개 속에서 끊임없이 마물들이 몰려온 것이다.
“핸슨! 5급 그 애송이는!”
“몰라!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야! 아덴 아가씨가 잘해주고 있지만···!”
마물들 상대로 아리샤는 맹활약 중이었다. 그녀의 타고난 피지컬, 뛰어난 검술은 몰려드는 마물들을 일격필살로 베어낸다.
말도 안 되는 검의 예리함도 있었지만, 그녀 자신의 기술도 파티의 가디언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어디서 이렇게 몰려오는 거지? 마물? 마령도 섞였어! 마물은 둘째 치고 악령이 이렇게 많은 지역이 아닌데!’
마령은 결국 죽은 이의 혼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머문 끝에 악령이 된 케이스다.
짐승의 혼 또한 있었지만, 보통 마령이 될 정도로 강력한 사념을 가진 지성은 인간이 대부분.
사람이 적은 곳에서는 마령도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건 뭔가 인위적이다. 그렇게 느꼈을 때,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가 접근했다.
“코린 씨?”
전투 도중에 잃어버린 동료일까 싶어 반갑게 맞이하는 아리샤.
자신보다도 강한 사람이니 큰 걱정은 안 했지만,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안심이다.
“그워어어어···!”
“엇?”
갑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코린은 경장을 선호하니 그는 아니다. 어딘가 낡고 으스스한 분위기는 마치······.
“마령?”
-카앙!
갑옷이 내리친 도끼를 막아서는 참마검.
‘이 중량감! 마령이 아니야! 기사급!’
“어째서 저희를 습격한 거죠!”
사람이, 그것도 가디언이 자신들을 습격했다. 어째서? 의문은 있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비켜!”
갑옷을 박차자 뒤로 자빠지는 기사. 이상할 정도로 흐느적거리고 힘이 자세의 중심이 안 잡혀있다.
“물러나세요! 다음은 벨 거예요!”
아리샤의 경고에도 갑옷 기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위협적으로 도끼를 휘두르며 기어코 아리샤를 살해하려 든다.
“윽···!”
생각보다 강하다. 신체능력이 괴물 같다. 장비나 오러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걸 보면 기껏해야 4급 수준인데, 무엇이 이렇게?
그래도 제압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조금만 더 힘을 주려던 그때, 측면에서 거대한 메이스가 날아왔다.
“키에에에에에!”
“엇?!”
-뻐억!
“??!”
오러가 공격을 막아냈으나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진 못했다.
바닥을 구르며 허겁지겁 일어났을 때, 도끼 든 기사가 아리샤를 찍어 내렸다.
“아, 안돼···!”
피할 수 없는 순간, 대응도 늦었다. 결코 바뀔 수 없는 결말을──
-써걱!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목.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진 머리가 데구르르 구른다.
아리샤의 얼굴에 진득한 핏물이 튀고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찰나의 순간, 본능적으로 휘두른 검이 갑옷 기사의 목을 손쉽게 떨어뜨린 것이다.
-치이이이익!
마그마에 타오르는 쇳덩이처럼, 지글거리는 검날은 은빛이 아니라 검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허억, 허억···!”
아, 안 돼. 내가, 내가 사람을······.
“크와아아아아아!”
아리샤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던 기사가 쿵쾅거리며 달려왔다. 거대한 메이스를 번쩍 들어 무방비한 소녀를 내리찍으려는 순간······.
-콰득!
기사의 투구 바이저를 관통하고 튀어나온 새하얀 창날.
창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혈액. 일격에 기사를 절명시킨 창이 쑥, 하고 빠져나간다.
“코, 코린 씨······.”
“뭘 멍하니 있어.”
“사, 사람을··· 제가 사람을······.”
“손속을 두지 마. 이것들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아니라고요?”
“흑마법에 의해 일어난 언데드들이지.”
정말이었다. 절명한 갑옷 기사의 투구를 벗겨보니 부패하고 썩은 머리가 드러난 것이다.
“아······.”
안도의 한숨을 쉰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았다.
“이 멍청한 애송이! 딱 붙어있으라 그랬잖아! 언데드들까지 있다고! 도대체 어디 있었······.”
그때, 안갯속에서 마법사 찰리가 다가와 버럭 고함을 치려다 입을 다물었다.
“차, 찰리 씨. 저, 저는 괜찮아요.”
“어, 어어······.”
아리샤를 본 찰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웃고 있었다.
비틀린 입꼬리가, 섬뜩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아쉬움까지 흘리며.
“검 못 버린다니까.”
경계안도, 검술도 아니다.
사람을 베는 귀신의 재능.
아리샤 아덴이 가진 진정한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