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5
아리샤 아덴(4)
『흔들리는 아덴 본가. 검제 가란드는 아직도 묵묵부답 중!』
『아리샤 아덴의 대활약상. 과연, 아덴 본가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후계자가 바뀜으로서 생기는 산하 사업들의 요동. 속가무관들은 혼란 중···!』
“시건방진······.”
아리샤가 살인귀 존 도우를 토벌했다는 기사가 나온 지 사흘이 흘렀다.
아덴가 루니아 일파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오검들은 무책임한 소리를 지껄이는 기사를 보곤 단박에 종이를 찢어버렸다.
“······.”
“······.”
고속검 제니, 쌍검 시린, 파동검 리나, 참암검 메이, 환영검 밀리아.
검술명가 아덴이 자랑하는 제1검각의 정예검사들. 그들은 이를 갈면서도 조심스럽게 한 사람의 판단을 기다렸다.
“······.”
검호 루니아 아덴.
그녀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련생이 따르는 차기 당주 후보.
그녀는 찻잔을 비우며 생각에 잠겼다.
검술명가 아덴은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검계들.
가란드 아덴이라는 절대적 카리스마 아래서 그의 뒤를 이을 검사만을 고대해왔다.
루니아와 아리샤의 부모 세대가 당주직을 잇긴 했어도 끝내 가란드 아덴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영역베기.
대부분의 무인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이론으로만 그럴 것이다··· 하는 심도(心道)의 경지.
가란드 아덴은 자신의 검을 이을 수 있는 존재를 고대했다.
그의 대에서 창안한 위대한 영역검. 그 비검을 이을 수 있는 후계를 원했다.
「아쉽구나. 참으로 아쉬워. 이번 대에도 내 후계를 이을 재목은 없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내고 가문 모두의 기대와 차기 당주 후보로 낙점된 그녀를 보고도 가란드는 혀를 찼다.
결국 당대의 천재라 불리던 자신조차도 검제의 눈에는 차지 않았던 것이다.
피땀을 흘리며 연습했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은 그녀의 삶의 증거다.
그럼에도 끝내 인정받지 못했다. 동경하던 위대한 검사의 발자취를, 자신은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아덴의 차기 당주라는 이름만을 봐왔다. 그러나······.
「허억··· 허억······!」
검을 잡고 이제야 겨우 본가 수련생과 친선대련을 하게 된 여동생.
아리샤는 아덴의 직계혈족이었으나 누구도 그 아이를 자신의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동경하며 열심히 따라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루니아 같은 재능은 쉽게 탄생하는 게 아니다.
단지 아덴의 혈족이라는 이유로 적당한 특별대우를 받을 뿐인 초심자.
그런 아이가 진지하게 검의 길을 걷는 수련생에게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수련생들도, 자신도, 부모도, 아리샤 자신조차 알고 있다.
가문 내에서 아리샤는 당주가 바깥에서 데려온 사생아. 딱 그 정도. 본인도 그에 만족하고 있을 터.
그날 일이 터졌다.
「피가 멈추질 않아요!」
「비살상 처리가 됐는데 어떻게!」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
수세에 몰린 아리샤가 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자세라고도 볼 수 없는 초심자 특유의 멍청한 자세였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 상대는 이미 베어 있었다.
빠르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저건··· 다른 거다.
영역.
그 위대한 무(武)의 길. 그 공간 속에서 아리샤가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저런 애송이가. 저 게으른 것이.
“······!”
「아, 아니··· 난······.」
웃고 있었다.
당황스러워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녀의 입꼬리는 비틀렸고, 눈은 홀려 있었다.
이해한다.
할아버지가 말했던 재목을.
범인(凡人)은 이해할 수 없는 비틀린 천성.
검귀(劍鬼).
그야말로 귀신의 재능이다.
「아리샤도 차기 당주 후보로 지정한다.」
그렇게 아리샤 아덴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덴의 당주 후보가 되었다.
「언니야! 나 오늘 처음으로 검을 잡아봤어!」
부친과 가문의 방치 아래 제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이복동생의 기억은 저편 너머에서만 남았을 뿐이다.
“각주님.”
“······.”
제니의 말에 회상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다. 루니아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자신 외에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던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 합당한 반응이다.
가문의 말괄량이 아가씨가 돌연 두각을 드러냈으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
그 사건 이후,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으며 도망쳐왔던 패배자가 인제 와서 자신을 위협하는 위치가 되었으니.
그러나 루니아에게는 바라던 바였다. 녀석이 드디어 자신을 위협하고 도전할 만한 위치에 섰다면.
또 한 번 그 검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은 영역 너머에 다다를 수 있을까?
* * * *
“와, 이거 봐. 김밥이 은화 한 장 반이래. 뭘 넣어서 이럴까?”
“김밥에 성게알 소스··· 미쳤구만. 이게 자본주의? 이게 현실?”
마리에는 코린과 함께 시내의 파인 레스토랑 「홀리판다」에 와 있었다.
미식가인 하먼 교관이 마음에 든 학생들에게 선물한다는 전설의 고급 레스토랑 이용권.
기본적으로 2인권이 주어졌다는 모양이라 코린이 저녁 식사를 권한 덕이다.
“코린 덕분에 이런 곳에서 호강도 하네!”
“뭘요. 혼자 오기 부담스러웠는데, 잘 됐죠. 옷 처음 보는 거네요? 어울리네요.”
“그, 그으래? 헤헤, 실은 동생들이 특별한 날 입으라고 준 드레스야.”
“아~ 3남 4녀 집안의 장녀라고 했죠?”
“응! 다들 귀여운 애들이야.”
마리에는 동생들 자랑으로도 반나절을 지낼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삼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코린은 친구들이 많지? 왜 나하구 같이 오자고 그랬어?”
마리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가벼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며 코린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후··· 실은 예전에 누구하고 이런 델 자주 온 적이 있거든요.”
“으으웅? 그으래에?”
누군데, 그게? 내뱉기 직전까지 올라온 말이 혓바닥에 말아 올려 식도 밑으로 밀어 넣어졌다.
“절대로, 다시는,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맛있는 거 사준다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응?”
다른 여자하고 온 적이 있는 건가?
“아무튼, 이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네요.”
잘은 몰라도 그 여자하고 잘 안 된 모양이다! 애초에 호의도 없었던 모양이구!
“그, 그렇구나아~ 그러엄 나는?”
“마리에 선배하고 오는 건 제가 영광이죠. 음, 그냥 친구 분하고 오도록 권해드리는 게 더 좋았을까요?”
“아, 아니! 이런 데는 동성하고 오기는 좀 그르치!”
“그렇죠? 제말이요. 뭐가 아쉬워서 분위기 칙칙하게 동성끼리 온대요.”
“응응! 그렇지, 그렇지.”
“선배는 이성하고 이런 델 온 적 있어요?”
“아아아니!? 처음이야! 난 무조건 코린이 처음이야!”
“의외네요. 남자들한테 인기 엄청 많아 보이는데.”
“그, 그런가?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예쁘지, 성격 좋지, 능력 좋지. 하여간 다들 어려서 그런지 이리 어여쁜 사람을 못 알아봐요. 아직은 이성하고 놀면 얼레리꼴레리 하는 나이대인가?”
“······.”
마리에는 그 말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얇은 드레스 자락을 말아쥐며 고개를 푹 숙였다.
코린으로선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어른의 입장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헛되게 보내고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안타까워한 것이지만.
“그나저나 선배.”
“응? 으응?”
“혈액팩 잘 드시고계신 것 같긴 한데. 정말 아무 문제 없어요?”
코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똑바로 마리에를 마주 봤다.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진심 어린 걱정을 알기에 마리에는 가슴이 콩닥거리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아. 흡혈 충동은 사람의 피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 같아. 코린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흡혈 충동만이 문제가 아닐 겁니다. 흡혈귀에게 흡혈은 단순히 포식 행위가 아니니까요.”
“······나두 알아.”
조제핀 교감을 비롯해 마법학부 교수들에게서 흡혈귀의 생태와 권능에 대해 배웠다.
흡혈귀에게 흡혈 행위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인간의 생피를 흡혈하는 것 자체가 마법적 행위에 가깝다.
혈액팩으로 보관된 피로는 채울 수 없는 신비가 인간의 생피에 있었다.
“권수는 어떻습니까?”
“······.”
“그날 이후로 회복조차 안 됐죠? 주 에너지원인 피가 공급되질 않으니까.”
“······필요 없어.”
“선배.”
“코린, 나 진짜 필요 없어. 난 괜찮아.”
몰아붙이는 것 같은 코린의 말에 마리에는 떨리는 숨결을 내뱉으며 위태롭게 대답했다.
마리에는 새롭게 얻은 자신의 힘이 싫었다. 원해서 된 것도 아니다. 흡혈귀가 된 건 사고에 가깝다.
자신은 마리에다. 듀나레프 농가의 장녀, 삼남사녀 자매의 맏언니. 결코 흡혈귀 마리에가 아니다.
그렇기에 피를 빤다는 행위 따위는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기둥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을 흡혈귀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마리에 선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
“천재 마법사든, 푼수 같은 2학년 선배든.”
“푸, 푼수?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뭐, 계속 들어봐요. 듀나레프 칠 남매의 맏언니든, 흡혈귀든. 그 모든 걸 합친 게 선배입니다. 선배의 일부를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
그 말에 담긴 따스한 온기를 어찌 착각할 수 있을까.
그의 말은 모두 진심이다. 코린에겐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감정이 조금도 없었다.
사람의 피를 빨고,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이 저주받은 특성조차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매번 도움만 받네.’
그의 말은 언제나 마리에의 마음속 호수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는 코린 로크에게 크나큰 빚을 지었다.
마리에 듀나레프라는 인간의 미래 전체를 저당 잡힐 정도로 큰 빚이다.
물론 그는 이에 대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 그저 자신의 행복을 빌면서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멋있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섰던 그 날부터,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 주었던 그 날까지.
코린 로크라는 소년은 일의 경중을 막론하고 행동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그 확고한 행동이론을 따져보면 신념까지 느껴진다.
그렇기에 소년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흡혈귀의 피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자신에게 지운 빚이 얼마나 큰지.
그런 건 코린 로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기어코 이쪽에서 쥐여 줘야 호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니까.
안타깝다.
나는 네게 해주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너는 정말 나한테 바라는 게 없니?
나를 도와줬을 때처럼, 나도 너를 돕고 싶어.
항상 무언가를 짊어지려고 하는 네 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연정에 빠진 소녀가 해줄 수 있는 한도는 이 세상의 단위로는 계측할 수 없으리라.
그렇게 식사의 막바지가 찾아왔을 때였다.
“선배. 맛있는 거 먹으러 와서 이런 부탁하기는 좀 뭐한데······.”
“어, 어?”
부탁? 진짜로?
마리에는 잔뜩 기대한 눈빛과 함께 싱글벙글 날아갈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거듭 말한다. 마리에 뱅크에서 코린이라는 고객은 대출 한도가 없다.
한도는 물론 이자도, 원금조차 갚을 필요 없다. 오히려 은행장이 기뻐하며 금고문을 열리라.
“실은······.”
“실은?”
꼴깍 넘어가는 침. 제비에게 콩깍지가 씌인 마나님도 이렇게 맹목적이진 않을 것이다.
“돈 좀 빌려주세요.”
금화 100장 정도.
다음날 아리샤 도장이라는 이름의 신생 아덴류 도장이 마리에 뱅크의 100% 출자로 설립되었다.
* * * *
루니아 아덴과 오검이 검 깨기를 결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오검 중 괴력의 참암검이라 불리는 메이는 제 상징인 직경 2m의 대검을 등에 메고 거리를 나섰다.
검 깨기 일정에 필요한 장소 대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럿이서 린치하듯 한 사람을 박살내는 건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이건 가문 내의 일이다.
메이 루디아의 가문인 루디아 가는 현 당주 제이드 아덴 때부터 충성해온 가문이다.
그들은 제이드 아덴의 대부터 총애를 받아 아덴류의 대검술 무관을 총괄하는 가문이 된 것이다.
그런 루디아 가를 질투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가문의 주력사업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의 위치는 공고했다.
아리샤 아덴의 대두 이전까지만 해도.
제이드 아덴의 사생아인 아리샤 아덴이 돌연 가문의 당주직을 잇는다면?
아덴이라는 거대한 가문이 요동칠 것이다. 루니아를 지지하던 가문과 검사들의 위치가 변동될 것이고 혼란이 찾아오겠지.
즉, 이는 단순히 무도인의 자격 이전에 비즈니스적 문제이기도 했다.
‘얌전히 계시지 그랬어요. 아가씨.’
메이는 아리샤에게 딱히 감정이 없다. 가문의 천방지축. 검의 길보다 주말에 나가서 먹는 디저트를 더 좋아하는 아이.
그 위치를 자각하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면 그럭저럭 존중받는 아가씨 정도는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익이 걸린 문제에 개입한 이상 그들은 단호했다. 누구도 아리샤 아덴의 당주직 계승을 원하지 않는다.
아리샤 아덴은 무너질 필요가 있다.
루니아까지 나설 필요도 없다. 오검의 린치만으로 아리샤 아덴은 재기불능이 되겠지.
메르카바 아카데미의 항의가 성가시긴 하겠지만, 아덴의 위치는 굳건하다. 그들도 고작 학생 한 명 때문에 아덴과 척을 지진 않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덴은 검계. 한 집단으로서는 지나치게 강력한 무력을 지닌 깡패 집단에 가까웠다.
“······누구냐.”
메이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어둠 속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등에 멘 검은 언제든지 뽑을 준비를 하면서.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인영. 애초부터 기척을 숨길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다.
“넌······.”
메이는 걸어 나온 이가 누군지 알아챘다.
특유의 쇠사슬로 묶인 수녀복. 중간고사에서도 유일하게 실습 시험을 치지 않고 만점 처리한 신교 소속의 특기생.
“화란 학생인가. 이 늦은 시간에··· 아카데미 바깥은 어쩐 일이지?”
“······.”
화란은 말없이 수녀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웬 단검을 꺼냈다.
-휘익!
순식간에 발검해 커다란 대검을 겨누는 메이. 그러거나 말거나 화란은 주머니에서 쪽지도 하나 꺼내 총총총 걸어왔다.
“멈춰! 접근하면 베겠다!”
그 말을 무시하고 다가오는 화란. 메이는 위협용으로 묵직한 대검을 휘둘러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꽝!
칼등이라곤 하나 아찔하기 짝이 없는 충격. 어지간한 기사도 뇌진탕을 일으킬 충격이다.
“엇?”
그러나 화란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만한 충격을 정면에서 맞고도 화란은 모기가 문 것보다도 부족한 리액션을 보였다.
“······치워.”
화란은 무표정으로 손가락을 말아 쥐더니 대검의 측면을 퉁! 하고 튕겼다.
-콰직!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에 대검이 기우뚱거리며 지면에 박힌다. 메이는 바닥에 박혀버린 제 대검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내가··· 힘에서 밀렸다?’
루니아 가문의 괴력검을 자랑하는 자신이? 일개 학생에게?
화란은 메이가 현실을 인지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이거.”
“뭐야, 이게······.”
“도전장.”
“뭐?”
“나, 아리샤 도장 과도류 사범? 그런 거래.”
그 말에 메이는 화란이 쥐고 있는 단검을 보았다.
과도다.
사과를 깎을 때나 사용할 법한 무딘 칼. 고작 그따위 것을 검이랍시고 들고 와 도전하겠다고?
“이 자식, 얕보는 거냐!!”
지면에 박힌 검이 뽑히며 붕 휘둘러진다. 화란은 제 목덜미 1cm까지 접근한 검을 보고서도 무료한 표정을 지었다.
“너 잡으면 스시 사준대.”
··················
··················
··················
같은 시각.
-채앵!
“큭···!”
쌍검 시린은 튕겨 나간 제 검을 보며 습격자를 노려봤다.
‘도장 깨기’라는 명목으로 갑작스레 도전을 표명한 검사. 하지만 그녀가 알기로 상대는 어떤 도장에도 속해 있지 않은 학생이다.
심지어 마법사였다.
“뭐 하는 짓이냐, 마리에 듀나레프!”
“그··· 도장 깨기? 후학으로서 도전? 이라는 거 같아요.”
“잘도! 너는 검사도 아닌 마법사잖아!”
통한의 지적에 마법사 소녀는 그제야 허둥지둥 허리춤의 가검을 뽑았다. 척 봐도 초심자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자세로.
“아리샤 도장 간달프류··· 사범 겸 장로예요.”
“미, 미쳤나?!”
“······.”
대답은 없었다. 소녀는 부끄러움을 감추듯 모자를 푹 눌러쓰며 스태프를 겨눴다. 한 유파를 자처하긴 했으나, 이 소녀는 간달프류가 뭔지도 모른다.
··················
··················
··················
“아리샤 도장 언월도류 사범 코린 로크! 고명하신 파동검 리나 사범께 한 수 배움을 청하옵니다!”
“언월도도 아니잖아!”
“아, 월도가 지금 고장 나서 무기한 수리 중입니다. 뭐, 창끝에다가 날 하나 붙여놓으면 그게 언월’도’지 뭐.”
“대체 무슨 짓이냐!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리나의 외침에 은창을 어깨에 멘 코린은 씨익 웃었다.
“우리 같은 신생 도장이 확장하려면 명성을 드높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 중이거든요.”
신생 아리샤 도장.
과도류 사범 화란,
언월도류 사범 코린 로크,
간달프류 사범 마리에 듀나레프,
어검류 일일사범 도론 워스카이───
신생 아리샤 도장 총사범 아리샤 아덴.
아덴류 제1검각 휘하 오검 격파 완료.
「특보! 신생 아덴류 도장! 아덴의 제1검각을 무너뜨리다!!」
-익명의 제보로 드러난 사진을 통해 매우 확실한 팩트라고 여겨지는·········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