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0
복사가 된다고! (3)
만드라고라를 섭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뿌리째로 씹어먹는 거다. 만드라고라는 기본적으로 산삼과 비슷한 종류의 식물.
씹어먹는 건 민간요법에 가까운 방법이고 최대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선 ‘한방약’으로 탕약을 끓여먹는 게 최고다.
갈대 뿌리와 개다래나무, 구기자 뿌리와 녹용 등 28가지 재료를 넣어 10시간 이상 끓인다. ······안다. 이거 완전 한약 아니냐고.
응 이거 K게임.
“됐다! 이대로 끓이면 되겠네. 코린 뭐해?”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까요.”
“으응?”
마리에는 내가 공터의 낙엽을 치우며 새긴 글자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룬 문자지?”
“네, 알아보겠어요?”
“뜻은 모르겠는데, 교양 시간에 본 적 있어.”
“여기 있는 건 ᚢ──울, 순수한 힘이란 뜻이에요.”
“그럼, 여기 있는 이건?”
“ᚹ──윈. 영광이라는 뜻이요. 그리고 옆에 있는 건 ᚨ──안스르. 위대한 전신을 뜻하는 단어고 이 ᚷ──규후는 전신이 총애하던 여전사의 상징이죠.”
“단순한 조합은 아닌 거 같아. 무슨 뜻이 있는 거야?”
“이 네 글자를 합하면 다음처럼 해석된다죠. 위대한 전신과 여전사가 지켜보니 전사여, 힘으로 영광을 쟁취하라.”
“와~ 재밌는 해석이네?”
“네, 따라서 고대부터 룬 술사들에게 이 룬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결투의 룬으로 내려져 오고 있죠.”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요즘은 룬 문자는 사어나 마찬가지잖아.”
“스승님이 가르쳐준 거예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 밑에서 룬과 창을 배웠다.
그녀가 남긴 무간(無間). 그리고 원초의 룬. 무간에 다다르는 방법은 익혔지만, 원초의 룬은 조금 다르다.
이건 단순히 글자를 안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원초의 룬은 ‘회수’되어 몸에 새기는 것으로 오직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
작중 최종보스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 원초의 룬을 회수해 차지하는 것이다.
스승님은 내게 원초의 룬을 물려주시려 했지만, 그 전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놈에 의해.
“코린의 스승님은 어떤 분이야? 룬에 대해 알고 계실 정도면 마탑 출신이라도 되시는 거야?”
“음··· 그냥.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
평범하게 선한 사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사람.
“······뭔가 애틋해 보여.”
“어··· 그래 보여요?”
“응. 그리고 슬퍼 보이구.”
마리에는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내 손을 잡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탕약 앞에 데려갔다.
“감자 먹을래?”
“음··· 밥을 안 먹긴 했는데.”
“내가 챙겨왔어! 덕구야!”
-짝짝!
그 소리에 어디선가 달려오는 무언가. 거칠고 난폭한 소리에 긴장했으나 곧 나타난 건 커다란 늑대인간 같은 핏빛 형태를 한 혈견이었다.
“권수를 완전히 사역하고 계시는군요.”
“코린 덕분이야. 코린이 매번 피를 나눠줬으니까··· 덕분에 정식으로 사역을 마쳤어.”
흡혈귀의 권수.
장로급 이상의 흡혈귀가 펼치는 권역 안에서는 흡혈귀 본인에 필적하는 전능함을 자랑하는 사역마다.
그 강함은 사역마 계열 중에선 최상위. 흡혈귀의 격은 이 권수의 강함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름이 덕구입니까?”
“나쁘지 않지?”
“뭐, 개니까······.”
덕구를 찬찬히 살펴보니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물리적’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전투에서 봤던 혈견이 단순히 핏물을 모아 만든 것 같은 찰흙 인형이었다면, 지금은 어엿한 생물에 가깝다.
역시 마리에의 흡혈귀로서의 재능은 천재 그 이상이다.
“그런데 이놈, 따지고 보면 제 자식인 거 아닙니까?”
“어, 엇?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렇잖아요. 피로 만들어지는 놈이면 이놈 몸의 절반은 제 피일 텐데. 제가 이놈 아빠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껄껄껄.”
“······!! 그, 그런 발상은 못 해봤어.”
지식을 선도하는 마법사로서 기사에게 밀렸기 때문일까. 마리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며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배시시 웃더니 내게 제안했다.
“그럼 덕구 아빠!”
“네?”
“덕구 아빠가 덕구하고 놀아주는 건 어때요?”
“놀아줘요? 아니, 진짜 개도 아니고 무슨······.”
“얘는 활동량이 많아서 정말 놀아줘야 하거든! 가끔 헌팅 그라운드에서 마물 물어다 줄 때마다 식겁한단 말이야.”
“진짜 개냐······.”
아니, 개보다는 호랑이나 사자에 가까운 거 아니야? 은혜 갚는 호랑이?
“덕구야! 아빠가 놀아준대!”
“컹!”
내게 다가와 헥헥 거리며 혓바닥을 늘어뜨리는 덕구. 음··· 이렇게 보니 또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탕약 쏟을 수 있으니까 저쪽에서 놀아!”
“네, 덕구 엄마.”
“부탁할게요~”
“하하, 덕구야! 아빠가 놀아줄게!”
덕구를 데리고 공터의 구석으로 향했다. 흠, 사람보다 1m는 큰 초대형견하고는 놀아본 적이 없는데.
“돌멩이로 캐치볼이라도 할까?”
“······.”
“덕구야?”
아까까지만 해도 들러붙어서 혓바닥으로 찱찱! 거리던 녀석의 태도가 돌변했다.
“크릉···!”
“어, 어엇?!”
-콰앙!
“······?!”
피의 권역이 펼쳐졌을 때, 수준은 아니었으나 녀석의 속도가 도저히 캐치볼 할 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부딪치면 그대로 골로 갈 것 같은 광속의 점프. 만약 부딪쳤으면······.
-꼴깍!
“크켈켈켈켈···!”
나는 보았다. 지금까지 얌전한 ‘척’하던 덕구가 사악하게 찢어진 미소를 짓는걸.
-쾅! 콰콰쾅!
-콰콰콰쾅!!
“다 끝나면 감자 먹자!”
마리에의 목소리는 공터를 파헤치는 굉음에 묻혔다.
“허억··· 허억! 마리에 선배님! 먹을 것 가져왔어요! 셋이서도 충분히 먹······ 으응?”
-푸콱! 콰콰콱!
지면을 아슬아슬하게 구르며 겨우 자세를 잡았다. 덕구 이놈, 나를 죽일 셈인가!
“코, 코린 씨!”
“아리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적의 습격인가요?”
“손 내밀어 봐!”
“네? 여, 여기요.”
-짝!
“응?”
“바톤터치. 덕구야! 여기 아리샤 누나가 놀아준단다!”
“······네?”
“난 개랑 놀아주기엔 너무 늙었어······.”
“크릉!”
“어? 어어? 꺄아아앗?!”
한 살짜리 흡혈귀 품종 강아지는 활동성이 너무 좋았다.
* * * *
만드라고라 탕약이 완성됐다.
각종 약재와 만드라고라를 푹 끓여 우린 탕약은 우주의 심연처럼 새까만 색을 띄며 보글보글 끓고 있다.
“잘 끓여졌네.”
마리에는 능숙하게 탕약을 그릇에 따랐다.
“만드라고라 탕약은 한 번에 쭉 들이켜는 게 좋아. 얼음 띄워줄게.”
마리에는 마법으로 큼직한 얼음을 만든 뒤 그것을 탕약 그릇에 담았다.
벌써부터 시원시원한 것이 한 번에 마셔도 뒤탈이 없을 것 같다. 마리에의 배려에 감사하며 그릇을 쭉 들이켰다.
‘쓰다.’
만드라고라 탕약은 매우 썼으나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라고 생각하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코린 씨, 여기 사탕이요.”
“오······.”
쓴맛이 강렬하게 남는지라 달달한 게 간절했는데, 아리샤가 타이밍 좋게 꿀폭탄 사탕을 내게 건넸다.
평소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아서 집중할 때나 먹던 사탕인데, 만드라고라 탕약의 쓴맛과 섞이니 견딜만했다.
“코린! 감자떡 먹을래?!”
“아뇨, 약 먹으면서 무슨 감자떡이에요. 조금 있다 먹을게요.”
“음···!”
마리에의 볼이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와는 별개로 시스템창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만드라고라 탕약을 섭취하셨습니다.]– 마력 회복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 최대 마력량이 1,300 증가합니다.
마법사에게는 엄청난 효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샤 사건까지 해결하며 지금까지 내가 축적한 마력은 하(2,870). 회복량은 하루에 1,500이 좀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제 내 마력량은 4,170. 게임대로라면 회복량이 1,000 넘게 늘었을 테니 하루 회복량이 2~3천 언저리일 것이다.
‘이제 나도 어엿한 네임드급 스펙이군.’
상당히 잡캐스러운 스탯이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네임드에 어울리는 스펙을 갖추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계율의 백업을 생각하면, 적어도 동급의 상대에게 질 수준은 아니다.
“마리에 선배하고 아리샤도 한 잔씩 들어요. 어차피 중복해서 마셔도 약효가 없으니까.”
만드라고라는 강력한 약초인 만큼, 효과가 적용되는 건 한 번뿐이다.
약효가 떨어질 때쯤에 한 번 또 먹어도 효과가 반감되긴 하지만, 그사이에 썩고 말 테니 남 주는 게 낫다.
“그래도 돼?”
“쫌 남겨주세요. 다른 녀석들도 돌려주게.”
순수 기사인 예거는 필요 없을 테고, 라크와 유엘은 아주 좋아죽겠군. 도론은 따로 팔 거다.
만드라고라 탕약의 효능을 생각하면 금화 10장도 흔쾌히 지불하겠지.
“맞다. 이거 한 번 우린 만드라고라는 따로 냉장보관해둬.”
“한 번 효과 봤으면 끝 아닌가요?”
“계속 우려서 차로 끓여먹으면 뼈도 단단해지고 좋아!”
다 우린 만드라고라에 그런 효능이? 역시 농가의 딸은 가진 지식이 다른 모양이다.
자, 이제 남은 건 백은의 만드라고라.
“이런 색깔의 만드라고라는 처음 봤어! 이건 뭐야?”
“신비한 인연이 있었죠. 이건 저 혼자 먹어야 해요.”
“코린 거니까 당연하지. 탕약 나눠준 것만 해도 충분한걸!”
“그런데 효과가 궁금하긴 해요.”
두 사람은 처음 보는 백은의 만드라고라가 신기한 듯 쳐다봤다.
“후······.”
백은의 만드라고라. 이 끔찍한 비주얼을 전부 생으로 씹어먹어야 한다는 것만 빼면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긴 하지.
-꿀꺽!
뿌리부터 차근차근 녀석을 씹어먹었다. 마리에의 마법으로 흙을 털어낸 덕분에 씹히는 감각은 나쁘지 않다.
예전에 수삼을 생으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딱 그런 아삭함이다. 맛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지.
[백은의 만드라고라를 섭취하셨습니다.]– 오러 코어가 생성되었습니다.
– 오러 등급이 { 중 }입니다. 최대 3,500의 오러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손에 얻었다. 내 전 회차 주력기, 오러 코어!
“흐흐흐······.”
“코린 씨?”
“이것만 있었어도 그 개고생은 안 했잖아.”
본래 예정대로라면 마리에 보스전 전에는 섭취했을 힘이었다.
아직 2급 네임드 수준일 내가 ‘육합’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편법이라고 할까.
“오러 코어가 생겼습니다.”
“헉··· 오러 코어요?!”
“진짜야 코린?”
오러 코어.
오러를 다루는 극의에 달하면 생기는 기사들의 오러 저장창고다.
오러 등급이 상급 이상이 되면 체내에 하나쯤 생기지만, 백은의 만드라고라 덕에 훨씬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다.
심지어 내가 오러 등급 상급이 되면 또 다른 코어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와! 코어가 떠블? 이라는 거지.
오러 코어가 생기면 평소 잉여 오러를 코어 내부에 축적할 수 있기에 중급과 상급의 오러를 가진 기사의 화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오러량이라고 칠 때, 중급이 4천의 오러를 가지고 싸운다면 상급은 최소 1만 이상의 오러를 가지고 싸우는 셈이니까.
최상위 기사들의 파워 밸런스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이유 중 하나지.
단순하게 봐도 이쪽의 탄약이 상대방의 2배 이상은 많아지는 셈이다.
그리고 태생적인 한계로 오러 등급도, 최대량도 형편없었던 내가 끔찍한 오러 소모량을 자랑하는 ‘육합’을 사용하려면 이런 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은색 만드라고라··· 엄청난 효과네요. 그럼 금색은······.”
“그건 아직. 나중에 뽑아먹을 거야.”
내 제지에 아리샤는 금색 만드라고라에 뻗던 손을 멈췄다.
“아~ 좋은 약도 한 번에 먹으면 몸에 안 좋긴 하죠.”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그렇게 납득 시켰다.
* * * *
많은 마법학부 교수들이 마탑이라는 마법사 집단을 포기하고 아카데미 교수로 남는 이유는 아주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메르카바 대도서관의 압도적인 장서량도 있지만, 그건 두 번째 이유에 그친다. 그럼 첫 번째란?
아카데미 부지 서쪽의 거대 실험동. 이곳에는 마법사들이 꿈꾸는 최고의 재료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죽일 수 없어 봉인해둔 ‘특급’ 마물이라던가.
“자자, 포박마법 준비하고, 마법반은 압력진과 봉인의 쇠사슬을 재점검하세요.”
데이나 교수는 이번 실험을 위해 준비된 실험체를 보며 씰룩거리는 입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교육기관인 만큼, 비윤리적이거나 비인도적인 실험은 금지되지만, 이만한 거물을 실험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메르카바 아카데미만이 가진 특혜다.
“철산의 왕. 고명하신 대마물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데이나 교수의 눈앞에 있는 건 거대한 멧돼지였다.
길이는 6m에 달하며 체중은 족히 50톤. 살벌하게 치솟은 엄니는 뼈라기보단 매끄러운 금속에 가깝다.
작은 건물 하나는 통째로 덮을 것 같은 가죽은 빳빳한 동물의 털보다는 강철로 만들어진 갑옷에 가까울 정도.
지금은 봉인되어 잠들어 있는 이 ‘룬 멧돼지’는 85년 전, 북부의 딩글 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서야 겨우 봉인된 전설의 마수다.
철산의 왕.
용사 살해자.
딩글 반도의 마저(魔猪).
전전대 이사장 비렌과 공간의 마녀 조제핀··· 당대 최강의 기사로 드높았던 타테스 발타자르에 의해 봉인된 대마수.
당대 최강, 준특급이 두 명에 특급 기사 타테스 발타자르까지 포함된 토벌대가 나섰음에도 철산의 왕을 죽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룬 멧돼지가 가진 ‘원초의 룬’ 덕분이기도 했다. 단순한 힘이 아닌 개념 그 자체로 작동하는 고대의 힘 말이다.
-짝짝짝!
“와우~ 아주 어썸한 멧돼지로군요.”
실험동 구석. 최고레벨의 구속구와 봉인마법에 억제된 멧돼지 앞에 완갑을 장착한 아프로 머리 기사가 다가갔다.
“페르막 교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알고 있슴다, 데이나 교수. 이검까? 이번 실험에 제가 ‘룬’을 새겨야 하는 마물이.”
“네, 페르막 교수도 교과서에서 본 적 있죠? 철광산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광산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던 원초를 잡아먹은 멧돼지요.”
“그럼요. 저도 딩글 반도 출신임다. 고향의 동화책에서 자주 나옵니다. 이거.”
데이나 교수가 시대를 풍미했던 대마수도 이제는 동화책 속 악역이라니 아이러니하다며 덧붙이자 페르막 교수도 맞장구쳤다.
“하~ 다행이에요. 페르막 교수가 있어서. 요즘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룬 술사가 멸종된 상태거든요.”
마저의 이지를 봉인한 것이 타테스 발타자르의 룬 마법이었다.
즉, 마저를 봉인한 수많은 봉인식 중 첫 단계를 밟으려면 이 룬 마법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룬 마법으로 말이다.
한때는 실험을 위해 직접 룬 마법을 익힐까 싶었다.
하지만 언어 하나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현대에 와서는 애매한 뜻풀이 때문에 영 익히기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게 페르막 교수다. 그는 기사지만, 룬을 다루는 룬 술사이기도 했고.
“사어라는 게 그렇지 말임다. 저 같은 마력이 좀 넉넉한 기사들이나 쓰지, 실전에서 쓰긴 힘듬다.”
“아직 북부에는 룬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나요?”
“간간이 남아있슴다. 베르쿠트 아카데미에서는 교양 수업으로도 배움다.”
“아~ 확실히 전에 룬 전문가가 필요한 실험에서 베르쿠트 아카데미 교수님이 초빙된 적이 있었네요.”
룬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건 북부 대륙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북부에서는 시대를 풍미한 대마수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실험 주제가 뭐였슴까?”
“특급 개체의 알파 특성에 대해서였죠. 특급의 마족이 하위 개체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특유의 알파 에너지에 대한 논문을 쓸 생각이에요.”
“특급이라······.”
페르막 교수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당장 아카데미에 특급 마족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비천야차라면 신교와 동방의 황제국이 얽혀있는 복잡한 사정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마리에라면······.
“자자, 마저에 새겨진 봉인의 룬을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할까요?”
사소한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눈앞의 마저에 집중했다.
포획된 지 80년. 봉인된 마저에게서 흘러나오는 흉포한 기세는 8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