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마무리(2)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그림자 성채에 만드라고라의 괴성이 울려퍼진다.
만드라고라는 어지간한 마물은 즉사시킬 정도로 마법적인 성량을 자랑한다.
평범한 만드라고라도 그러할 진데, 황금의 만드라고라의 성량은 그 7배. 마법적 특성은 어떤 것으로도 막아낼 수 없다.
그림자 마수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고막이 터져나갔다.
아무리 마수라 해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에픽 등급 만드라고라의 괴성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 끔찍한 소음공해의 현장에서 오직 두 전사만이 침묵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주르륵
양자의 귓가에서 피가 흐른다.
황금의 만드라고라가 끼치는 영향은 두 전사에게도 끔찍한 영향을 주었다. 본인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닐 텐데도 웃고 있는 건 코린 로크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난 재생능력과 고통내성이란 능력이 있거든.”
“······.”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내성이 생기는 나와 달리 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도발이다.
저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자신에게 조바심을 일으키기 위한 행위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틀린 말조차 아니란 게 문제다. 그는 마리에 듀나레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교수 중 하나.
흡혈귀의 첫 흡혈을 버틸 정도라면 그 재생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도시에서 탈출해야 하는 처지이며 만드라고라의 괴성이 실시간으로 괴롭힌다. 심지어 상대는 재생능력까지 있다.
거짓이 아니라면 고통내성으로 만드라고라의 괴성에도 익숙해진다는 소리다.
어느 쪽이든 페르막 다만에게 단기결전을 강요하는 악랄한 설계였다.
“인정하지. 네놈은 모사꾼의 재능도 있다.”
“말했잖아. 넌 여기서 죽는다고.”
그 악의와 살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세계의 이면을 알고 있는 그라도 ‘전 회차’에서 벌인 자신의 악행 따윈 예상도 못 하겠지.
“사악한 왕의 부하는 여기서 죽는다.”
“시건방진 놈.”
페르막이 돌진한다. 룬을 이용한 압축가속. 그의 몸이 사라지자 곧장 대응하는 코린.
카캉! 내지른 주먹을 창대가 막아선다. 어지러운 투로의 변화를 자랑하는 회천이 쏘아진다.
풀백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모자라 더킹을 이용해 두 보 더 후퇴. 거리를 벌린 순간 치켜들어올 창에 대비.
페르막의 주변으로 어둠이 꾸물꾸물 형태를 갖춘다. 그림자가 만연한 이 성채가 곧 그의 창이며 방패다.
흉사오의(狡蛇奧義) 가진사
X 『 ᛊ 』 ─ 소윌로 공명발동
찔러지는 삼연격. 그림자 세계의 어둠 속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은창이 어둠을 갈랐다. 페르막의 동공이 부릅떠졌다.
페르막을 보호하던 그림자 세계의 어둠이 모조리 꿰뚫린다. 공간 그 자체를 제압하는 창의 삼연격이 손쉽게 방어를 뚫고 그의 뺨을 스쳤다.
창이 회수되는 순간을 노려 고개를 숙이고 순식간에 접근한다. 다음 순간, 요란하게 도약하며 페르막의 등 뒤로 도망친다.
멍청한 놈. 근접전에서 점프 따위 허점만 늘리는 행위라는 걸 모르나? 착지의 순간을 노린다.
무간회천(無間廻天) 난창(亂槍).
“······?!”
발판 없이 공중에서 난무하는 화려한 투로는 그의 시야마저 어지럽게 한다.
“큭···!”
도약과 착지의 순간까지 7번. 괴이할 정도의 연격에 건틀릿이 타격 당해 주먹이 흔들린다.
그 틈을 타 착지한 코린 로크. 그러나 착지의 경직은 크다. 무리해서라도 쫓아 타격을 입힐 생각으로 파고드는 페르막.
ᚱ──라이도
X 제트 스크류 컴비네이션
초고속의 접근. 무방비한 등 뒤를 향해 뻗어지는 제1격이 닿으려는 순간.
-텅!
회천이식(廻天二式)──
발에 걸린 창이 생각지 못한 변칙회전을 시작한다. 여전히 등 뒤를 보지 않은 채 회전하는 창이 발차기로 가속을 일으키고.
──회마창(回魔槍).
트릭키한 반전으로 등 뒤의 적을 급습하는 카운터 기습 초식이 펼쳐졌다.
-파악!
내지르던 주먹이 베인다. 예측 못 한 변칙 기습을 베이는 수준에서 끝낸 건 페르막의 초인적인 반사신경 덕분이다.
‘오른팔이 날아갈 뻔했군.’
핏물이 흐르는 팔을 스윽 내려다본다. 사용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투를 계속하다 보면 상처가 더욱 벌어질 것이다.
-퍽!
-파직!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격한 합을 주고받은 두 전사가 숨을 고르는 찰나, 코린의 왼쪽 귀에서, 페르막 다만의 오른쪽 귀에서 터지듯이 핏물이 쏟아진 것이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
전투의 고요에 진입해 애써 무시하던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기어코 두 사람의 고막 한쪽을 터뜨린 탓이다.
-주르륵
-주르륵
반고리관이 손상되고 두 사람이 균형감각을 잃어 휘청거린 순간, 마수들이 만드라고라의 괴성을 헤쳐나가며 두 사람에게 달려든다.
흉사(凶蛇)
부스트 어퍼
일격에 머리가, 심장이 박살 나는 그림자 마수들. 천한 짐승들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두 전사가 대치한다.
“후우···!”
숨을 그러모으며 마력을 끌어모으는 페르막.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 전개하는 대량의 분신 소환. 거대한 그림자의 세계이기에 가능한 짓이었으나 그마저도 코린 로크는 허용치 않는다.
-풀럭!
“······??”
갑작스레 웃통을 벗어 던지는 코린. 그 행위에 당황한 페르막이 경직했다.
저자의 맨몸에는 자신의 규율까지 적혀있을 터, 함부로 몸을 노출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데.
“······!?”
어떤 계율을 새기고 있을지 눈을 돌린 순간 코린의 상체 여기저기에 새겨진 룬을 보고 경악한다.
『 ᛊ 』 ─ 소윌로 공명발동.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ᛊ
온몸에 새겨진 태양의 룬.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며 주변의 그림자를 몰아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쉐도우 서번트는 놈에게 간섭할 수 없다.
처음 준비단계부터 모든 것이 페르막 다만이라는 전사 한 명만을 노리고 준비된 수들. 그 집요함에 질려버릴 정도다.
“능력이 밝혀지는 건 슬픈 일이야. 공략하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술사 자신에게도 자살행위다. 태양의 룬은 단순히 빛을 형성하는 룬이 아니다.
강렬한 열기와 태양의 신성을 밝히는 힘. 그것을 몸에 새긴다는 건 그 모든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룬을 해주할 때까지 온몸을 태우면서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
상대의 기술을 봉쇄하기 위해 자폭이나 마찬가지인 수단을 사용하다니···!
“미쳤군.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낙원을 도래한답시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네놈들만 할까.”
코린 로크는 오연히 선언했다.
“잔재주는 그만 부리자. 승부를 결정짓는 건 순수한 무(武). 어설프게 여력 남길 생각하지 말고 목숨을 걸어.”
“······.”
꿰뚫을 듯한 홍안에 페르막은 자세를 풀었다. 그러나 느긋한 행동과 달리 얼어붙은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없다.
기어코 이해하고 만 것이다. 눈앞에 이 전사는 자신의 모든 걸 걸어야만 하는 대적(大敵)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페르막에게 명경지수를 유지했다.
지극히 냉정하게.
서두르려던 초조함이나 노기를 억누르고.
“흠.”
대기가 희박한 성채에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페르막에게서 일어난 심경의 변화일 것이다.
준특급. 낙원의 왕의 수하를 자처할 수 있는 기사는 흘러넘치는 오러 만으로 성채에 상처를 새긴다.
육합(六合)──수라(修羅).
그 순간, 페르막의 기운이 변모한다.
육체에 내재된 오러가 바깥으로 방출되면서 생기는 아지랑이. 무형이었던 기운이 유형의 에너지가 되어 휩싸인다.
수라(修羅).
낙원의 대전사들이 공유하는 오러의 폭발적인 발산. 그 능력은 지극히 심플.
오러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그 모든 걸 ‘힘’과 ‘속도’로 전환한다.
모든 오러를 파괴에 집중한 전사는 실로 일기당천, 만부부당. 만인지적의 힘을 발휘하게 하는 육합의 오의.
그 무지막지한 소모량 때문에 오러 코어에 축적된 대량의 오러가 없으면 사용이 불가능 한 말 그대로 최종오의다.
-꽝!
내질러진 주먹에 폭음이 터진다. 성채의 일부가 무너졌다. 스친 충격만으로 괴성을 지르던 황금의 만드라고라가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괴성을 배경음처럼 쏟아내던 만드라고라가 사망하고 성채가 무너지는 굉음이 자리를 대신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 그 광오한 폭력에 아연실색할 법도 하건만······.
“휘유~”
콧바람을 부르며 감탄하는 코린. 딱 그 정도의 반응이다.
준특급의 스펙을 숨기고 있는 페르막과 달리 코린 로크의 오러등급은 상급에 도달하지 못했다.
상급과 그 이하의 오러등급을 가르는 차이는 오러코어의 유무.
이 결정적 차이가 페르막 다만과 코린 로크의 포텐셜 차이로 이어질 터. 그러나······.
육합창(六合槍)
여섯 번째 합(合) 수라(修羅).
같은 계통의 합기(合氣)가 코린 로크에게서도 발해진다.
‘오러 코어가 있었다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계율로 인해 급성장을 해도 그렇지 어떻게 두 달 전에 하위 등급이었던 오러 등급을 상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인가?
오러 코어를 생성해주는 백은의 만드라고라의 존재를 모르는 페르막은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없었다.
첫 번째 합(合) 흉사(凶蛇)
-콰직!
공기가 갈라진다. 몸을 풀기 위한 가벼운 일격. 그러나 증명된 위력은 페르막과 별반 다르지 않다.
“2차전이야.”
* * * *
그림자 세계의 마수들은 본디 마(魔)의 원본이 되는 이면세계의 존재들.
타고난 폭력성, 흉포함, 인간에의 살의. 그들이 어느 순간 차원의 틈새를 넘어 새로운 몸을 얻는 순간, 인간들은 그들을 마족(魔族)이라 칭한다.
즉,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마(魔)의 짐승들이라 할 수 있다.
마수들에게 폭력과 투쟁이란 삶의 일부분 같은 것. 인간으로 치면 밥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 같이 멈춰서 그저 숨만 삼키고 있었다.
인간과 인간.
작고, 나약한··· 가끔 길을 잃고 헤매듯 찾아와 찢어 발겨지는 불쌍한 존재들.
그런 인간들의 일대일 대결. 별것 없으리라. 두 놈 다 잡아 먹어버리자!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가.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열기는, 폭력의 규모는··· 마(魔)의 짐승들조차 경악하며 질려버리는 것이었다.
내지르는 오러의 양도, 격돌하는 열량도.
무엇이 됐든 상식이란 걸 아득히 벗어났다.
주먹질 한 방에 지면이 으깨지며 파공성을 일으킨다.
휘두른 창대가 애꿎은 마수들을 하늘로 올려보냈다.
진각 한 번에 지진이 일어나고, 발차기 한 번에 오버킬이 발생한다.
이 백병전이라는 이름의 격돌의 여파에서 생존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흉사오의 가진사
부스트 더블 젯
꽈꽈꽝! 세상이 뒤흔들렸다. 두 사람이 휘두른 연격이 격돌했다. 충격파가 그들을 덮친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힘의 충돌이 그들을 으스러뜨렸다.
코린이 울컥거리는 핏물을 삼키며 무릎이 흔들린다. 연이은 충격파의 발생으로 더 큰 대미지를 입는 건 내구성이 떨어지는 코린일 수밖에 없다.
-꾸륵! 구르륵!
그러나 기괴한 소리를 내며 꾸물거리는 살점들. 상처를 입은 즉석에서 재생을 시작하는 전사의 투지는 계율에 의해 200%의 효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재생이 완벽하게 되기도 전, 아프로 머리의 권투사가 달려들었다.
러쉬! 러쉬! 러쉬!!!
폭음을 일으키는 연타. 고통과 부상을 감수하고 맹렬한 러쉬를 감행한다.
횡소호풍.
그러나 최근접전에서도 창의 무시무시함은 여전하다. 긴 장대를 이용해 휘둘러지는 천군(千軍)을 휩쓰는 창.
베이거나 늑골이 으스러지거나··· 아니면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하거나.
페르막에게 선택지는 없다. 충격을 감수하고 가드한다.
-꿍!
진동하는 성채.
날아드는 운석을 받아내면 바로 이러할까. 합기를 터뜨리는 호풍에 페르막의 육신이 허공을 비행했다.
-쾅! 콰직! 콰드득!
아찔한 소리를 내며 박살 나는 성채 망루. 무너져 내리는 망루가 일으킨 먼지 속 남자가 도약한다.
그의 양손에 들린 건 성채의 망루다. 양팔의 악력으로 우겨 쥔 망루가 기세를 몰아 던져진다.
“후우···!”
팔괘창(八掛槍) 벽격팔식 태극진.
낙하하는 성채를 받아내듯 크게 휘둘러지는 창. 넘치는 오러를 실은 창이 던져진 성채를 반 토막 냈다.
반으로 갈라진 성채 속 페르막이 그림자 성채의 어둠을 두른 채 등장한다.
부서진 성채조차 답보의 지지대가 되어 『 ᚱ 』──라이도의 가속을 준비했다.
이에 맞서는 코린 로크. 두 발을 뿌리처럼 지면에 박고 휘두른 창을 회수, 굉속의 찌르기를 준비한다.
『 ᛊ 』 ─소윌로의 열기에 타오르는 몸은 마치 황금을 두른 것처럼 반짝였다.
그림자의 새까만 어둠과 태양의 타오르는 열기를 두른 두 사람. 필연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려 든다.
『 ᚱ 』 라이도──
승천사(昇天蛇)──
오는가.
압축가속에 가까운 굉격타와 무간(無間)의 최속창.
──메테오 스트라이크···!!
──독룡출두(毒龍出頭)···!!
성채의 잔해를 박차고 수직으로 내리 꽃히는 유성과 이를 받아내는 독룡.
격돌하는 두 힘. 서로의 힘이 길항하는 순간, 폭주하는 굴삭기가 날뛰는 것처럼 사방팔방이 으스러지고 부서졌다.
“큭···!”
신음을 흘린 다름 아닌 코린 로크. 숨 막히는 굉속의 일격조차 그가 바란 완벽이 아니었다.
이만한 예열을 거치고서도, 영역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아니, 조금 다르다.
실시간으로 제 몸을 지져버리고 있는 태양의 룬.
그리고 계율과 수라로 십수 배나 급증한 피지컬이 오히려 고도의 집중을 방해한 것이다.
기껏해야 2급 기사 정도의 피지컬을 가졌을 코린 로크에겐 익숙지 않은 힘과 고통이 영역진입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빈틈···!”
-척!
격돌의 순간, 끝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접근을 허용하고 만다. 붙잡힌 창대에 손가락으로 룬을 새기는 페르막.
『 ᚱ 』 ── 라이도
“이런···!”
창에 새겨진 가속. 코린의 은창이 가속해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고 하늘로 솟구쳐 버렸다.
-쿵!
순식간에 그림자 세계의 천장에 박혀버리고 이 순간, 창술사의 손은 적수공권이 된다.
“오라···!”
반응하지 않는다. 단단히 박힌 은창은 코린의 부름에 응하지 못했다.
-팍!
파고드는 주먹이 코린의 안면을 후려친다. 이빨이 부러지고 핏물이 튀었다.
“창을 잃은 창술사 따위.”
이대로 밀어붙인다. 이 나이에 창술 하나는 대단한 경지를 이루었지만, 그래 봤자 애송이.
창술사가 이 최근접전에서 자신을 이겨낼 리가 없다.
“창이 돌아오기 전에 끝내주지.”
찰나의 순간, 건틀릿에 새겨져 있던 『 ᚱ 』 ──라이도가 빛을 냈다. 그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기고 있던 압축 가속 콤비네이션.
가속된 이 주먹은 성조차 무너뜨린다.
일격으로 상대를 절명시키는 최강권투. 제아무리 재생능력을 가진 놈이라도 심장이 으깨지면 즉사하겠지.
“······?!”
미끄러지듯이 유수처럼 흘러가는 신묘한 보법. 적의 비장의 한 수를, 변칙적인 보법으로 회피하여 등 뒤에서 선다.
비장의 일격은 피했으나 페르막의 대응이 빨랐다. 그가 후려친 바디 블로우가 정확히 코린의 오른쪽 몸통··· 간장을 후려쳤으니까.
“쿨럭···!”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장이 엉망이 됐을 터. 아무리 수라를 유지하고 있는 코린이라도 이 일격만큼은 치명적이다. 즉, 이겼다.
“권법은 창술만큼은 아니군. 방어가 어설퍼.”
승리를 만끽하는 전사. 그는 알지 못한다. 시스템이 인정한 코린 로크의 MAX 수치의 팔괘를.
-스윽
너무나 자연스럽게,
적의 의식의 흐름과 호흡을 일치시켜,
눈치채기도 전에 명치에 닿아있다.
“일부러 맞아준 거야.”
팔괘 앙장(仰掌)──
명치를 강타하는 장타.
──부장(俯掌), 수장(豎掌)
눈과 코를 연타하는 장법.
완성되는 팔괘 삼천장(三穿掌).
“큭···!”
호흡의 간극을 노린 기습에 흔들리는 페르막. 찔린 눈에서 흐르는 피가 시야를 방해했으나 직감적으로 찌른 주먹이 코린의 명치를 강타했다.
-꽈직!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흩날리는 피보라. 장법과 권타의 근본적인 파괴력 차이. 간장과 명치를 정통으로 맞았으니 아무리 그래도 더는 버티지 못할······.
-쿵!
그의 눈앞에 새하얗게 빛나는 은빛의 창이 도달했다.
‘쥐게 해선 안 된다!’
적의 권법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묘리를 담고 있었다. 이는 뼈아픈 정보 미스. 그러나 결국 놈의 본질은 창술사.
창을 놓쳤다는 이 승기를 놓쳐선 안 된다.
다행히 창과의 거리는 그가 더 빠르다. 창을 쥘 시간도 주지 않고 끝장낸다.
내질러지는 주먹. 코린 로크가 창을 쥐려 손을 뻗는 순간, 이 주먹은 심장을 꿰뚫는다. 그래, 코린이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면.
“······?!”
페르막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비틀리는 허리축, 들린 다리 한쪽이 횡으로 회전하는 궤도를 그린다.
‘발차기?’
창을 잡지 못할 것 같으니 급해진 건가?
그러나 상대의 발차기는 머리를 노리는 하이킥. 약간 고개를 숙이기만 해도 가볍게 회피해 안쪽으로 파고들을 수 있는 하이 리크스를 내포했다.
허리를 아래로 굽혀 가볍게 피하는 페르막. 이제 큰 기술로 경직한 코린을 끝장내는 일만 남았는데······.
-텅!
남은 한쪽 고막으로 묘한 통울림이 들렸다. 동시에 바닥에 박혀있던 창이 뽑혀졌다.
“뭣?”
창대의 끝을 발로 찬 충격의 반동. 그것이 창을 고속으로 뽑아 아래서부터 회전하듯 튕겨 오른다.
팔이 아닌 발을 이용한 변칙기술. 창술이라고도 부르기 모호한 임기응변이 페르막의 왼팔을 잘라냈다.
-팍!
허공에 흩날리는 왼팔. 그 일순간의 경직 사이 창술사의 손에는 창이 쥐여 있다.
무간회천(無間廻天)──
회전하는 창이 양 무릎을 벤다. 무심코 몸을 보호하려던 오른팔의 힘줄마저 끊어졌다.
──난창(亂槍).
세 번째 회전에서는 남은 오른팔마저 잘라냈다. 회수되는 창이 다시 찌르기로 전환되려는 순간.
“훌륭하다···!”
페르막은 사심 없는 솔직한 찬사를 적에게 보냈다.
-콱!
흩날리는 유혈이 생사결의 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