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1
세반시아 듀크(1)
대도서관에서 만났던 세반시아 듀크는 라크의 몸에 빙의해서 형체가 갖춰지지 않은 영체였다.
게임에서도 흐물거리는 검은 형체 정도로만 봤지, 실물을 갖춘 세반시아 듀크는 처음이다.
“세반시아 듀크 공작. 맞아?”
“그러하다. 그대의 이름은?”
“코린 로크. 까마득한 후배지.”
“흠··· 허우대는 나쁘지 않다만. 범용한 자로군.”
“도서관에서보다는 평가가 좋네?”
그때는 너무 약하다고 뭐라 하더니만. 지금은 범용한 수준까진 왔네.
“그대는 나의 영혼을 보았나?”
“그렇지. 궁금한 건 오히려 이쪽이야. 혼과 육신을 분리했는데, 어떻게 멀쩡하게 말하는 거야?”
“질문은 내가 한다.”
점차 다가오는 세반시아 듀크. 일단 창은 쥐여 있지만··· 솔직히 이 남자를 상대로 적대하는 건 피하고 싶다.
전설적인 위인.
영웅 세반시아 듀크.
모르긴 몰라도 당대 최강이었으니 최솟값을 잡아도 준특급일 터. 녀석이 선한 영웅인 이상, 계율의 백업도 제1계율 말고는 못 받는다.
“이곳에 왔다는 건 나의 령은 만족하고 성불한 모양이군. 만족한다.”
“어어, 그쪽도 성불하려고? 그러면 안 돼!”
“······무슨 소리냐?”
“아니, 뭐 주려고 보낸 거 아니야?”
“이미 그리므와르를 받았을 텐데.”
“그, 그렇긴 한데······.”
어어? 이게 아닌데? 뭐 또 주는 거 아니었어?
“아니, 공작 양반. 여까지 사람 보내놓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러면 나 당황스러워?”
“뭐, 어쩌라는 거냐.”
이젠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세반시아.
“원하는 게 뭐냐. 메신저로 왔으니 작은 보답 정도는 해주지.”
“젠장! 그 양반, 나를 메신저로 쓴 거였냐!”
육신이 봉인된 이 성에 자신이 성불했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일단 궁금한 거 하나 질문 좀 합시다.”
“허하지.”
“육신과 령이 분리된 거 아니었어? 왜 멀쩡해 보이지?”
“간단하다. 이 저주받을 몸뚱어리에 1%의 영혼을 남긴 것이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 지금 네 앞에 존재하지 않느냐.”
“······피의 권역까지 쓰는 걸 보면 진퉁 세반시아 듀크가 맞긴 한데.”
피의 권역은 고위 흡혈귀에게만 허용되는 강력한 권능.
“호오, 이 권능까지 아나?”
“모를 건 또 뭐야.”
“이 권능을 본 자들은 대개 그 자리에서 죽기 마련이니··· 그렇군, 그 아해가······.”
“마리에?”
“흠, 재밌군. 어린 소녀가 이만한 소질을 지녔다니··· 심지어 피의 폭주조차 하지 않는다라······.”
“마리에 선배가 있는 공간은 아예 다른 공간인가?”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눈치챘나?”
권역이란 건 일종의 결계술에 가깝다.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고 내부의 도주를 막는다. 동시에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곳.
보스급 캐릭터들이 종종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허수공간 비슷한 거 같긴 한데.”
미묘하게 다르다. 조제핀 여사의 허수공간을 워낙 많이 봤으니까. 조제핀 여사의 그것은 새로운 공간 같은 게 아니라 다른 좌표와 연결되는 것에 가깝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 말하자면··· 이 나의 내장이라고 할 수 있겠군.”
“······웩.”
“반응이 좀 너무하군.”
세반시아는 내 반응을 보곤 혀를 찼다. 동시에······.
-쾅!
순간적으로 휘둘러지는 십자검. 반사적으로 창대로 막았지만, 막대한 힘에 몸이 붕 날아갔다.
“호, 가르침을 청할 기본 소양은 되는 모양이야.”
‘묵직하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휘두른 검이었다. 기술이라고도 할 수 없는 막무가내. 하지만 아직도 달달 울리고 있는 창대와 경직된 팔이 그의 경지를 증명했다.
“이곳이 나의 내장 안이라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800년 전부터 이 성 그 자체가 내가 되었으니. 이를테면··· 이 몸은 특급 마물인 셈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대는 흡혈귀의 내장 안에 있다는 소리다. 그 보잘것없는 육신으로는 5분이면 소화되겠군.”
즉──
“나를 쓰러뜨려 보아라. 그러지 못하면 5분 뒤가 네 삶의 방점이니.”
“하··· 솔직하지 못한 양반 같으니라고.”
창을 들었다. 상대는 800년 전 최강의 영웅. 거기에 타임 리미트도 빡빡하다.
육합창(六合槍),
여섯 번째 합(合) 수라(修羅)
처음부터 전력으로 때려 박는다.
* * * *
마리에는 숨을 헐떡이며 굽혀질 듯한 무릎을 겨우 지탱했다. 그런 그녀에게 가혹한 언어의 칼날이 난도질한다.
“너는 짐승 나부랭이다. 어찌 인간의 삶을 바라느냐.”
흡혈귀.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어코 사람을 죽이는 짐승.
“자신은 짐승이 아니라고 여기느냐? 자신이라면 의지로 이겨냈을 것이라 자신하느냐? 실로 오만하구나.”
“그런 게··· 아니야!”
수십 개의 혈창이 세반시아 듀크에게 퍼부어진다. 숫자의 파도가 개인을 향해 쏟아진다.
“진부하군.”
-카각!
“······?!”
마리에가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쏟아진 수십 개의 혈창이 세반시아의 말 한마디에 지워졌다.
“언령?”
구강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 그 자체가 마법이 되는 고강한 경지. 즉, 마리에가 연산한 마법은 세반시아의 언어보다도 못했던 것이다.
“이거라면···!”
흩어져 물기만을 남긴 수분을 재활용. 순식간에 연금하여 상급의 마법으로 재단한다.
수정기사창의 마력의 밀도는 혈창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이것마저 언령으로 파훼할 순 없을 터.
“같잖다···!”
-쿵!
지면을 내리박는 세반시아. 그의 진각이 대지를 흔들고 평평했던 땅의 밸런스를 붕괴시켰다.
“뭐···?!”
시소처럼 튀어 오르는 대지. 어마어마한 질량의 지면이 솥뚜껑처럼 중력을 거스르더니 수정기사창을 가로막는다.
“덕구야···!”
-컹!
그림자에서 솟아오르는 덕구. 마리에가 화력을 지원하고 덕구가 그 틈에 세반시아를 향해 돌격한다.
순식간에 붉은 포탄으로 화한 혈견이 기세 좋게 세반시아를 둘로 가르려는 순간──
“······?!”
세반시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수십의 쇠사슬.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멈춘 덕에 붙잡히지는 않았으나 사슬은 멈추지 않고 덕구를 포획하려 달려든다.
치솟는 마력의 방패. 그것이 벽이 되어 쫓아오는 피의 사슬들의 경로를 차단한다.
“지금이야!”
추적자가 멈춘 지금, 혈견이 지면을 박찬다.
그 육체는 생물이라면 응당 가지는 자기보호본능 따위를 무시한다.
제 속도에 온몸이 찢겨 지더라도, 처절한 육탄전으로 제 몸조차 박살 나더라도··· 그저 부딪힌다. 한계점을 정해두지 않고 상대와의 자폭마저 손쉽게 결정한다.
어차피 부서져도 되니까. 이 육신은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으니까.
무한의 생명을 가진 불사의 육체이기에 할 수 있는 파멸적인 전투법이 이 괴물에 한해서는 가능하다.
-꽝!
공기가 터지며 소닉붐이 일어났다. 인간을 넘어선 말도 안 되는 피지컬. 마력의 화신이 자아내는 극초음속 돌진.
0.7초 만에 도달한 적. 손톱을 휘두르려는 찰나, 놈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고 깨달았다.
놈에겐 자신을 웃도는 반사신경과 피지컬이 없다. 이 핏기 하나 없는 육신은 쇠약해져 있다고, 자신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고.
이윽고 혈견의 흉조가 세반시아의 코앞까지──
-팍!
“??!”
덕구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으득, 으드득···!
정면에서 붙잡혔다. 손톱이 내리치는 순간··· 0.01초의 말도 안 되는 찰나의 빈틈을 노려 손을 뻗었고, 깍지처럼 제 손을 봉쇄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피지컬이나 반사신경의 유무 따위 상관없는 예지라고?
데자뷰를 느낀다.
일찍이 숲에서의 결전. 창 한 자루만을 가지고 도전하는 그 남자에게서 느꼈던······.
“빠르군. 확실히 짐승은 짐승이다. 인간의 반사신경이나 피지컬 따윈 손쉽게 넘겼군. 전성기의 나 이상이야.”
악력에 쥐어짜이는 손. 덕구는 자신의 발등을 고정하고 손을 죄이고 있는 사슬들을 발견했다.
“허나, 어설프게 강하구나. 힘만을 추구한 어리석은 짐승이여.”
시야가 반전한다. 맞잡은 손바닥에 약간의 추임새와 발놀림만으로 2m가 넘는 거구가 고꾸라진다.
-꽈득!
혈견을 위에서부터 관통해 지면에 못박는 거대한 십자검. 혈견이 버둥거렸지만, 공간 그 자체에 속박된 듯 꼼짝도 못 했다.
“덕구야, 돌아와!”
마리에는 황급히 덕구를 자신의 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다.
“······?!”
육신을 버리고 영체만을 불러들이려 했으나 여전히 덕구는 십자검에 꿰뚫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이 봉인검은 불사의 존재들을 봉인시키기 위한 공간주박의 검. 이 검 앞에서 너희 족속들의 불사성은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두 개의 십자검이 마리에를 향해 쏘아진다. 순간 방벽을 전개한 마리에였으나 그마저도 십자검은 간단히 꿰뚫어 마리에의 양옆 지면에 박혔다.
“윽···?!”
거대한 두 개의 십자검은 그것만으로 마리에를 박제한다. 두 개의 검에서 전해지는 중압감에 마리에는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주체 못 하고 무릎이 꿇려졌다.
‘이, 이렇게 간단히······.’
이 힘은··· 절대적으로 강력한 힘이 아니다. 아마 흡혈귀에 특화된 무언가.
눈앞의 세반시아 듀크 자체가 그렇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도, 육신의 강함도 결코 자신에 비하지 못한다.
상대는 자신과 같은 흡혈귀이나 수백 년 동안 피 한 방울 빨아들이지 않고 잠들어왔기 때문이다.
세반시아 듀크의 육신은 자신들이 찾아온 오늘날 이날까지 잠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 힘은 결코 전성기와 비견할 수준이 아닐 텐데······.
이길 수 없다.
혈견과 주인은 같은 감상을 공유했다.
스펙을 뒤집는 압도적인 배틀센스. 예지에 가까운 수읽기. 알기 쉬운 힘이 아닌 이질의 재능을 가진 자들. 그래, 이를테면──
영웅(英雄).
힘의 크기, 숫자, 전황 모든 불리를 이겨내고 승리하며 시대의 고매한 정신이 된 자들.
무언가 ‘다른’ 자들. 마리에는 그런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코린.”
기사로서의 무(武),
흡혈귀로서의 마(魔).
무엇 하나 규격 외. 눈앞의 흡혈귀는, 800년 전의 영웅은 그런 존재였다.
“짐승아. 망조의 짐승아. 정녕 네가 앞으로도 충동을 이겨낼 거라 자신하느냐? 그 남자가 언제까지고 너를 지탱해주리라 여기느냐?”
그 자신도 흡혈귀이기에, 고매한 정신을 가진 영웅이었기에 그는 마리에를 힐난했다.
“······.”
마리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줄곧 품어왔던 의문이다.
마인이라고 해서, 이지를 되찾았다고 해서··· 내가 정말로 인간인 것인가.
사람의 피를 빨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자신이 정말로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얼른 죽어버려라. 그 구차한 삶을 끝내라. 짐승은 결국 짐승이다.”
인류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조용히 혼자서 죽어버려라.
아프다.
스스로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돼서 더욱 아프다.
흡혈귀가 된 이후로 줄곧 그녀를 괴롭히던 명제였다.
언제 폭주해서 사람의 피를 탐할지 모르는 짐승. 그때는 코린이 막아주었지만, 다음번에는?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누가 자신을 막아주지?
혈관이 차갑게 식는다.
맥동하던 심장은 천천히 멈춰갔다.
「마리에 선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어요.」
“아······.”
무심코 떠올려버린 소년의 한 마디. 내 일부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던 그 따듯한 한마디가 다시 한번 심장을 맥동시켰다.
“아니야······.”
“뭐?”
꿇린 무릎을 억지로 일으킨다. 십자검의 구속이 더욱 강해졌으나 힘으로, 완력으로 지면을 짚고 일어난다.
“호오······.”
피를 탐하는 짐승임을 지적받고도, 그에 수긍하고 무릎을 꿇고서도 소년이 넌지시 건넨 한 마디만으로 다시 일어선다.
아아, 그렇구나.
내 안에서 코린 로크의 존재는 이다지도 크나큰 존재였구나.
“저는요··· 절대 안 죽어요.”
“······.”
“코린이 괜찮다고 했어. 그럼 괜찮은 거야.”
“무슨 헛소리를······.”
황금의 눈이 점점 붉어진다. 싱그러운 물빛머리는 점차 짙어지기 시작하고 맥동하는 마력은 강렬한 색을 띠기 시작했다.
“이 십자검이··· 흡혈귀를 봉하는 힘이라면···!”
주먹을 쥔다. 거기에 응축되는 순수한 마력. 한계까지 응축된 주먹이 휘둘러지고──
-쾅!
십자검을 때려 부쉈다.
“······.”
“순수한 물리력까지 막을 정도로 단단하진 않겠죠.”
“재미있군. 주먹을 휘두르는 마법사라.”
“저···! 농가의 자식이니까요!”
듀나레프 가문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전심으로 태클을 걸었을 법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시골소녀 특유의 터프함은 마리에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다.
“그래서? 고작 봉인검 두 자루를 떨쳐냈다고 해서 네게 승기가 있다 여기느냐?”
세반시아의 등 뒤로 수많은 십자검이 전개된다. 그 숫자와 기세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승률은 관계없어요. 이겨야 하니까.”
피와 마력을 짜내 궁극의 하나를 만들어내는 마리에. 일찍이 철산의 왕조차 죽였던 마리에 비장의 대마법이다.
“그러니까 비켜. 코린, 데리러 가야 해.”
마리에를 덮치는 수십의 십자검. 이 검의 파도를 향해 거대한 창이 돌진한다. 대흡혈귀 사양의 봉인검들이 궁극의 하나와 부딪치고 세상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
············
······
“흐음······.”
세반시아 듀크는 드물게도 감탄 섞인 탄식을 흘렸다.
“확실히 흡혈귀로서의 재능은 대단한군.”
수많은 십자검의 파도. 막을 수 없는 분류가 된 공간의 주박을 진홍의 창이 물길을 틀어버렸다.
공간주박조차 흩어 날려버리는 괴리의 창. 이는 그녀가 가진 재능의 증거다.
스스로 바라기만 해도 응해주는 마력은 마나의 축복을 아이. 그런 아이가 이질적인 피의 힘을 하나의 에너지로 집중시킬 수 있는 건 타고난 흡혈귀의 증거다.
“인정하지, 마리에 듀나레프. 네년에게는 재능이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 정도의 재능을 가진 흡혈귀가, 과연 고삐가 풀린 순간 어떤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
그렇기에 자신처럼 이 성에 박제해버리고자 했다. 설사 그 과정에서 이 육신이 소멸한다 해도.
재앙의 씨앗을 이 문드러진 육신 하나로 묻어버릴 수 있다면 값싼 대가라 여겼지.
“으으······.”
세반시아 듀크는 엉망진창으로 당해 쓰러진 마리에에게 다가갔다.
그만한 힘을 휘두르고서도 결국 승자는 세반시아 듀크였으니. 이 당대 최강의 영웅이 보여주는 힘의 편린이었다.
세반시아는 눈앞의 흡혈귀 소녀를 내려다봤다. 흡혈귀로선 고작 한 살밖에 되지 않는 유아기의 흡혈귀.
그럼에도 권수는 물론이고 권역까지 사용한다. 현시점에서 이미 엘더급··· 이대로 착실히 경험과 힘을 쌓으면 로드도 노려볼 만하다.
흡혈귀라는 최악의 마성을 집결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본래라면 이대로 봉인해버려야 하지만······.”
소녀의 붉은 눈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 여전히 싸울 생각이다.
그 행동의 경위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은 흥미롭다. 싸움 도중에 그녀보다 상위 흡혈귀로서 ‘들여다본’ 기억의 편린은 분명······.
‘최초의 흡혈 충동을 이겨내고 스스로 멈췄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
세반시아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였다. 결국··· 그 창술사 소년을 보아 유예를 가지기로 했다.
“굉장한 힘이다. 재능만큼은 초유의 영역. 허나, 힘에 낭비가 많아. 권수도 어설프고 파괴력에만 의존한 전형적인 케이스지.”
“······가르침이라도 주시려는 건가요?”
“아니, 그 애송이 창술사와 달리 넌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네게 필요한 건 시간. 결국, 알아서 완성되겠지.”
아무래도 세반시아 듀크는 자신을 봉인하려던 생각을 고쳐먹은 모양이다.
마리에는 갑작스러운 상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며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그럼 저를 코린이 있는 곳으로······.”
“그 남자의 심장은 이미 멈췄다.”
심장이 철렁거리는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