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
나즈레아, 죽은 자들의 도시(1)
메르카바 시내 마밀라 호텔 객실 스위트룸.
가디언 아카데미의 존재로 확립된 치안과 마물에 대한 안전성. 그로 인해 모인 시민들로 구성된 윤택한 자본의 혜택은 도시의 번영을 가져왔다.
그런 도시 중심부의 최고급 호텔. 도시 최고의 호텔로서 걸맞은 품격과 서비스를 갖춘 마밀라 호텔의 스위트룸은 억 소리가 나는 비용을 지불해야 비로소 일박을 머무를 수 있다.
최고급의 소가죽 소파 위에서 80년을 넘긴 고급 와인을 한껏 누리면서도 르노 리쥐냥 주교의 언성은 낮아질 기미가 없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쿵! 하고 내리친 사이드 테이블에 놓여있던 와인이 쏟아진다. 그것이 금화를 주어야 구매할 수 있는 최고급품인 건 주교가 신경 쓸 대상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플랫폼에서 마적단이 날뛸 줄은······.”
-카앙!
망설임 없이 던진 와인잔이 보고를 올린 남자의 이마에서 와장창 깨졌다.
주르륵 흐르는 와인의 선홍빛. 끈적한 무언가도 섞여 뚝뚝 떨어짐에도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놈. 신의 뜻을 따르는 영광스러운 십자돌격단의 단장이라는 놈이 이까짓 일도 해결 못 하다니.”
십자돌격단.
음지에서 구교의 적을 몰살하는 광신적인 암행부대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성전기사단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신분도, 이름도 없는 그들은 소모품으로 쓰기 편리했다.
“동방의 이교도 놈들이 맡긴 물건들이다. 어떻게든 찾아내. 안 되면 대체품이라도 구하란 말이다!”
르노는 당연한 지시를 하면서도 그것이 잘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했다.
“강륜 그 검은 머리들에게 전해! 놈들 아카데미가 오는 마차의 이동 경로와 일정을 말하라고.”
“······그 말뜻은?”
“멍청한 놈! 시간을 벌어야 할 것 아니냐! 마적단을 꾸며 보라매의 물자를 훔치면 일정을 변경해도 명분이 있지 않느냐!”
“아, 알겠습니다.”
단장이 사라지자 르노 주교는 테라스를 통해 보이는 도시의 화려한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금의 형세도, 신의 뜻을 저버린 이 도시의 번영도.
하지만 르노 리쥐냥은 알고 있다. 이 땅에 신들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들의 강림이 머지않았음을 말이다.
“모든 것은 낙원의 도래를 위하여.”
그는 신을 보았다.
* * * *
단체전 개최지가 발표되었다.
보라매 아카데미 갑, 을, 병, 정 팀 이상 16명.
메르카바 아카데미 A, B, C, D 팀 이상 16명.
이상 32명의 아카데미 학생들이 일제히 참가하는 단체전 개최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즈레아··· 시티요?”
단체전 시합예정 때문에 조금 과하게 일찍 일어난 건지, 아리샤는 하품을 하면서 의아한 눈을 했다.
“나즈레아 시티가 어디예요?”
엘 라스 왕국 중부에는 나즈레아라는 죽은 도시가 존재한다. 워낙 유명한 곳에 가디언들도 상주하는 곳.
도시의 이력을 아는지 마리에가 입을 열었다.
“와, 여기 언데드 시티로 유명한 곳이잖아.”
“어, 언데드 시티요?”
“응.”
마리에는 단체전 출발을 위해 준비한 외장 로브에서 책자 하나를 꺼냈다.
“나즈레아는 300년 전에 번영했던 대도시야. 하지만 지금은 멸망한 도시고.”
“어··· 비극이네요. 왜 멸망했데요?”
“드라콘이라는 흑마법사가 도시에 언데드를 불러일으켰어. 불사군단이라는 대규모 흑마법을 사용해서.”
“흐, 흑마법사요?”
불사군단(不死軍團). 쉽게 말해서 마법진을 중심으로 마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규모의 망자를 일으키는 대마법이다.
“그, 그거 참 불길한 일이네요.”
“문제는 그게 300년이 지나도 마법이 유지될 특수결계화 되었다는 거지.”
“응. 지금도 나즈레아는 언데드들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언데드가 돌아다니고 있어.”
“삼백 년이 지났는데도요? 그게 가능해요?”
“특수한 천체의 움직임과 기적에 가까운 타이밍이 일치한다면 가능해.”
마법사인 마리에는 나즈레아의 언데드화 현상을 잘 아는지 곧장 설명에 들어갔다.
“300년 하고도 3개월 24일 전에 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발생했어. 슈퍼 문, 블루 문, 블러드문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 엄청 희귀한 월식이야.”
달이 커져 보이는 대림 현상인 슈퍼 문,
윤달처럼 2~3년을 주기로 벌어지는 블루 문,
대기상태의 불안정에 의해 달이 다홍빛으로 비춰 보이는 블러드문이 같은 날에 겹친다는 희귀월식.
수백 년에 한 번꼴로 있을 법한 이 기적의 타이밍은 특수한 마법적 현상을 일으켰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시기에는 특수한 마력파동이 지상을 적시거든. 이 마력을 끌어들여 발동한 대마법은 영구적인 달의 가호를 받게 되는 거야.”
“어··· 그러니까?”
“나즈레아라는 도시 전체에 언데드가 무한히 부활하는 영구적 술식이 적용되어버렸다는 거지.”
“······.”
아리샤는 왜 그런 위험한 곳을 방치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나즈레아는 정화가 불가능해. 규모도 규모지만, 하룻밤··· 아니, 반나절 만에 도시를 정화하는 건 왕국이 총력을 다해도 불가능한 일이거든.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마리에 선배?”
“으응··· 도시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나두 작년에 한 번 와봤었거든!”
아무튼, 위험한 곳이라는 것만큼은 인지한 아리샤가 문득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왜 그런 데서 단체전 시합을 해요?”
“도시 중심부로 가지 않으면 그리 위험하지 않아. 아마 저급 언데드들이 있는 장소를 중점적으로 활동하지 않을까?”
하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성직자들의 연수 코스, 학생들의 단체전 장소 정도로 이용되는 도시지만, 나즈레아는 엄연한 마경(魔境).
이곳에는 사신(死神)이 존재한다.
* * * *
-키에에에에···!
스무스하게 비행하는 객석. 창문 바깥에는 희멀건 구름이 보인다.
흐레스벨그를 비롯한 여객수 네 마리가 학생들과 교수들을 객석에 태우고 창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후아암~”
아리샤는 나즈레아에 대한 책자를 읽으면서도 고개를 꾸벅거리고 마리에는 자리에 없는 걸 보면 부엌에 감자 찌러 간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아카데미에서는 개인전과 복식전이 치러지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마리에나 우리처럼 단체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미리 경기를 치르고 왔다.
나는 이번 단체전에 대해 고민했다.
‘예정대로라면 유사용종이 지키는 알을 훔치는 퀘스트였지.’
정사가 변했다.
본래 나즈레아는 메인 시나리오 도중에 방문하게 되는 외부 스테이지.
일단 메인 시나리오보단 서브 시나리오에 가까운 외전격 스토리지만, 적어도 페스티벌 주제로 사용되는 스테이지는 아니다.
「강륜 수석교수가 단체전 스테이지를 변경했습니다.」
조제핀 여사로부터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역대 페스티벌은 출장을 온 아카데미의 대표자가 단체전 내용을 조율한다. 홈그라운드를 활용하는 주최 측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 전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체전 내용 자체는 선발대로 왔을 때, 결정되어 조율되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다급하게 변경하지는 않는다.
분명 일주일 전, 구교의 마차를 털어버린 여파겠지.
‘시간 벌기군.’
단체전 최종 스테이지를 구성할 팔문둔갑 대라멸진의 중요 기물들이 도둑맞았으니 그것을 찾거나 대체할 것을 찾기 위해서다.
본래라면 세관의 검수를 피해 밀수됐을 터인 특수기물들을 도난당했으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
「보라매 측에서 가져오던 물자가 마적단에 도둑맞았다고 하던데, 당신 소행인가요?」
이것만큼은 내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내가 턴 건 어디까지나 기물을 밀수하던 구교 쪽이었지, 보라매 쪽이 아니었으니까.
즉, 르노 주교와 강륜은 시간벌기를 위해 자신들의 마차도 털어버리는 연기를 벌인 것이다.
단체전 내용을 바꾸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 돼지. 머리는 잘 돌아가거든.’
그놈도 내 살생부에 이름이 적힌 놈이다. 전형적인 종교인 악역이지만, 사회적 위치 덕분에 행동력과 영향력이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애초에 구교 상층부 전체가 ‘낙원의 도래’를 꿈꾸는 근본주의자들이니까.
에서 어느 루트로 가든 반드시 멸망시키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구교 제루엠 성지의 교단이다. 그만큼 놈들은 못 써먹을 놈들이란 거다.
‘문제는 나즈레아의 사신인데······.’
[나즈레아의 사신(死神)]메인 시나리오에서도 등장하는 강력한 존재. 마물이나 마령이라기보다는 정령에 가까운 존재다.
통칭 그림 리퍼.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플레이어는 이 죽음의 천사를 마주하게 된다.
300년 전, 나즈레아 불사군단 사태로 인해 상주하게 된 영혼의 길잡이.
녀석은 높은 확률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펄럭! 펄럭!
날갯짓 소리가 바뀌었다. 여객수가 하강을 준비하며 속력을 줄기 시작한 것이다.
“으··· 이제 감자 다 삶았는데!”
마리에가 안타까운 목소리를 흘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리샤를 깨웠다. 나는 객석 끝에 있는 라크와 예거를 깨웠고.
-구우웅!
곧 객석이 차분하게 지상으로 착륙했고 열여섯 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짐을 들고 내린다. 우리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환영합니다. 메르카바 아카데미 학생 여러분. 나즈레아 탐험 가이드를 맡은 플라멜 사제라고 합니다. 준비된 마차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여객수가 착륙한 착륙장에는 큼직한 다른 여객수가 먹이를 집어 먹고 있다. 보라매 쪽은 이미 도착해서 나즈레아 초입으로 향한 모양이다.
아리샤는 말이 이끄는 마차에 탑승하려다 문득 모두가 타기에는 작고 비좁다는 걸 깨달았다.
“마차가 좀 작은데요?”
“공교롭게도 갑작스러운 방문이라서요. 충분한 마차를 준비하지 못해 남은 분들은 말을 타고 가주셨으면 합니다만··· 학생 여러분 중에 말을 탈 수 있는 분이 계십니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이쪽 사제들도 대응이 늦은 모양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는 탈 줄 압니다.”
“아, 저도 탈 줄 알아요!”
나와 마리에는 말을 탈 줄 알았다.
마리에야 따로 전용 목장이 있을 정도니 당연하고, 나는 전 회차에서 싸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혔다.
“마리에, 뒤에 타도 될까?”
“응, 내 허리 꼭 잡아, 이자벨!”
능숙하게 말에 탑승한 마리에 뒤에 이자벨이 앉았고, 나도 말 한 마리를 골라잡아 그 위에 탑승했다.
마차에 타지 않은 학생들은······.
“예거, 어쩔래?”
“남정네 뒤에 타라고? 어우~ 그러지 마. 징그럽게. 너도 알면서 왜 그래.”
“······역시 나의 친우.”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예거의 의견에 십분 동의했다.
“아리샤. 너 말 탈 줄 아냐?”
“어어··· 모, 못 타는데요?”
“······너 무가의 후계자 후보 아니었냐?”
내가 알기로 아덴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건 거의 생활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뒷발로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생물을 타라고요? 어떻게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
“······.”
애가 뭐라는 거야? 너 지금 인류 역사 대부분을 함께한 전통적인 이동수단을 부정했어.
“탈 줄 모르면 내 뒤에 타.”
“어, 어엇··· 사, 사양할게요. 저는 마차에······.”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녀석에게 말을 몰고 가자 히에엑 하고 기겁하는 아리샤.
“팔 아프다. 빨리 잡아.”
“으으······.”
얘 아니면 남정네를 태워야 한다. 그럴 수야 없지. 뭐가 아쉬워서 땀내 나는 남정네가 내 허리를 잡게 한단 말인가.
내 등 뒤에 탄 아리샤는 바들바들 떨며 당장이라도 내려가고 싶은 티를 냈다.
“마리에? 왜 그래?”
“못 탄다고 할걸······.”
아리샤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말을 몰자.
“달려라, 적토마!”
“코린 씨? 으갸아아앗?!
-다그닥! 다그닥!
쾌속으로 질주하는 적토마. 초심자에게는 다소 가혹한 질주에 아리샤는 떨어질듯이 흔들거리다 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코, 코린 씨! 잠깐만! 잠깐만요!”
“흐하하하! 인중코린 마중적토란 이를 말함이다!”
“히에에에엑···!”
오랜만에 말을 타서 고양된 기분으로 달리니 금방 도착했다. 와이번은 무리라도··· 말 한 마리 정도는 사도 되지 않을까?
돈이 낭낭하게 벌리니 벌써부터 지름신이 강림한다.
“흐에엑··· 코, 코린 씨! 어, 어지러워요. 눈이 팽팽 돌아요.”
“야··· 네가 진심으로 달리면 말보다 빠르거든?”
“모, 못 걷겠어요.”
“에휴··· 업혀라.”
결국 아리샤를 등에 업고 나즈레아의 전진기지로 향했다.
도시 초입에 들어서자 착륙장에서 봤던 성직자와는 다른 문양의 십자가를 새긴 수녀가 우릴 반겼다. 화란과 같은 신교 소속이다.
“어서 오십시오. 메르카바에서는 여러분이 첫 도착이군요.”
전속력으로 질주한 탓인지 캠프에 도착한 메르카바 학생들은 우리뿐이다. 마리에는 느긋하게 말을 모는 타입이라 마차와 비슷하게 도착할 것이다.
“바로 브리핑을 받습니까?”
“아니요. 비행으로 노곤하실 텐데, 일단 여관에서 쉬시지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러죠.”
초입에는 안내자 역할을 맡은 듯 성직자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 리나라는 수녀를 따라갔다.
“어어?”
도시에 들어서자 아리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나즈레아. 언데드 시티. 망자들이 넘쳐나는 도시라기에는 도시의 풍경이 너무나 ‘정상’인 탓이다.
“펴, 평범하네요?”
도시로 향하는 입구의 낡은 성문부터 과일가게, 빵을 굽는 빵 가게, 뛰노는 어린이들··· 모두가 조금 낡았지만, 정상적인 도시의 풍경이다.
“어서옵쇼! 지금 막 구운 빵 한 번 드실라우?”
죽음의 도시라기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호객행위를 하는 빵 장사에 아리샤가 혹했다.
“킁··· 맛있는 냄새네요. 코린 씨, 하나 사 먹을까요?”
“안 됩니다.”
동전 주머니를 꺼내던 아리샤를 만류한 건 리나 수녀다.
“어··· 네. 그··· 바쁘실 텐데, 죄송해요.”
“그게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음식도 드셔선 안 됩니다. 오시면서 주의사항을 확인하지 않으셨나요?”
“어, 어으? 죄, 죄송해요.”
“수녀님 말 따라. 일단 여관으로 간다.”
그 이유를 아는 나는 아리샤를 고쳐 잡은 채 여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방문한 여관은 도시 입구로부터 멀지 않은 3층짜리 대형여관 ‘칸나’였다.
“어서 옵쇼! 오늘은 손님이 아주 많구먼!”
우리를 반기는 여관주인. 안에는 성직자와 교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2층으로 올라가시지요. 저녁 6시 40분까지는 내려오셔야 합니다.”
그들은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우리를 3층 여관방으로 이동시켰다. 낡은, 요즘에는 사용도 하지 않은 나무 열쇠에 우리가 묵을 방의 번호가 적혀 있다.
“침묵하십시오. 잠이라도 들고 있으시면 좋습니다.”
아직 대낮인데요? 하는 아리샤의 질문에 수녀는 쉬잇, 하고 입가에 손가락을 댈 뿐이다.
“으··· 도대체 뭐가 뭔지.”
“조용. 설명은 나중에 한다. 지금부터 잠이라도 자둬.”
“네?”
“아직은 눈에 띌 때가 아니야. 이곳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 걸 감안해야지.”
“······.”
아리샤는 여기서 더 물어봐도 내가 대답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는지 얌전히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 * * *
6시 40분. 20분 전부터 깨어 있었던 우리는 시간에 맞춰 여관 칸나의 로비로 향했다.
같은 타이밍에 여관방에서 나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보라매 학생회장 강유화도 있다.
“후아아암~”
다들 좀이 쑤셨는지, 우르르 여관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간 로비, 하먼 교수가 우리에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와서 앉아라.”
“네.”
하먼 교수의 테이블에 앉는는 나와 아리샤. 주변에는 여관의 손님들이 왁자지껄하게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다.
“저··· 코린 씨. 제가 상상했던 거랑은 많이 다른데요?”
“책자 읽다가 졸아서 그래.”
“으······.”
곧 속속 도착하는 메르카바 학생들. 마리에와 이자벨, 예거와 라크 등 선발전 열여섯 명이 도착했다.
이번 단체전의 발안자인 강륜 수석교수가 도착한 우리를 둘러본다.
“다 도착했군.”
단체전 참가자 서른두 명. 그리고 교수 여덟 명과 성직자 스무 명.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인원이 로비에 모였음에도 이곳에는 우리 외에 다른 손님들로 북적였다.
“58분.”
강륜 교수의 말에 대부분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리샤나 예거처럼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누구도 질문을 ‘금지’당했기에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59분.”
여관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술과 고기를 마시는 손님들과 바쁘게 음식을 서빙하는 종업원들. 술을 골라오는 여관주인.
“59분 30초.”
어디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일상들. 오히려 너무 평화로워서 심취해버릴 것 같은.
“59분 50초.”
스윽, 누군가가 메이스를 끄집어냈다. 성직자들이다.
“5··· 4··· 3··· 2···.”
“지금 이게 무슨 상······.”
“······1. 시작해라.”
그 말이 채 끝나자마자 나도 학생들도, 성직자들도 무기를 뽑았다.
“보이는 족족 다 죽여!”
가장 먼저 내 은창이 옆자리에서 고기를 뜯던 손님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마리에가 쏘아낸 작은 얼음창이 여관주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어, 어어?”
“다, 다들 뭐하시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버버 하는 사이 오십 명이 넘는 무장세력이 여관의 모든 이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칸나 여관에서 벌어진 대학살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