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4
태양 – 클라우 솔라스(2)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우스키아스의 집안으로 모였다.
나와 유엘, 그리고 아덴 자매.
스키아스 쪽은 로브를 쓴 우중충한 집단이 여럿이다. 스카이스가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이니 ‘그늘진 마을’과 관련된 괴물들이겠지.
유독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이 한 명. 미치겠군. 이놈까지 왔나.
“두 번째 과업을 발표하겠네.”
“두 번째? 첫 번째 과업이 있었던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하는 아리샤. 잠을 못 잔 건지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은 건가?
“첫 번째 과업은 이 도시에 들어올 때, 이미 치렀다네.”
“도시에 들어올 때라면··· 그 현혹의 진법 말인가?”
루니아의 짐작에 고개를 끄덕이는 우스키아스.
“그것은 뜻을 관철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가··· 자신의 정의에 흔들림 없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자격 시험이었지. 여러분들은 충분히 스스로의 자아를 증명하였소.”
과연, 요컨대 나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느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과업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렇다 쳐도 루니아나 아리샤까지 통과한 걸 보면 두 사람 모두 제 행동에 망설임이 없는 거겠지.
“저어··· 그,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쭈뼛쭈뼛 손을 들며 부정하는 아리샤.
“아리샤.”
“네, 넷? 형부··· 아니, 코린 씨!”
“음? 아무튼, 너무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없어. 자신을 가져. 넌 네 신념을 관철한 거니까.”
“어, 어으··· 그, 그게······.”
아리샤의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다. 역시 피곤한 건가. 자신 없어 보이는 그녀의 정수리를 두드리며 루니아도 거들었다.
“네 행동과 정의가 무엇이 됐든, 심지 굳게 관철해라. 인간의 힘은 본디 스스로의 심지에서 발산하는 법이니.”
“그,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눈이 팽팽 돌며 어지러워하는 아리샤. 쉬게 해야 하나.
“아리샤. 피곤하면 쉬어요.”
오죽 죽상이었으면 유엘까지 나서서 아리샤를 쉬게 하려 한다.
“괘, 괜찮아요. 저 같은 죄인이 무슨 자격으로······.”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뭐 때문에 저러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우스키아스는 과업을 공개하기에 앞서 전언을 덧붙였다.
“과업에는 각자 함께한 드루이드들이 도움을 줄 걸세. 코린 로크에게는 아벨로른의 드루이드 유엘이. 둔 스카이스에게는 에수스의 대리인 둠노릭스가 각기 조언을 줄 걸세.”
나는 스카이스 옆에 로브를 뒤집어쓴 노인을 향했다. 어찌 보면 스카이스 이상으로 위협적인 존재.
입법자 둠노릭스.
타테스 발타자르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은 현자급 드루이드에 중립성을 지키는 드루이드 중 완벽하게 타테스 발타자르의 찬탈을 지지하는 드루이드였다.
즉, 낙원도래를 원하는 자. 먼저 녀석의 손발을 묶어야만 한다.
“현자 우스키아스.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습니다.”
“무엇이오, 어린 영웅.”
“이번 일, 드루이드의 도움을 받는 건 그렇다 쳐도 전투에도 개입하는 건 미리 금지해두죠.”
“끄히히힑! 그렇다는데? 둠?”
“······.”
검은 로브의 노인, 둠노릭스가 이쪽을 향한다. 희멀게 백태가 낀 눈은 정확히 나를 꿰뚫는다.
“과업은 투쟁을 동반하지 않을 겁니다.”
“과업이 다 끝난 뒤에는요? 어차피 못 얻은 놈이 얻은 놈 뒤통수 딸려고 할 텐데, 드루이드가 중립을 안 지키고 우릴 공격하면 곤란하죠.”
“흠······.”
우스키아스는 자신이 드루이드들의 중립성과 그것을 강제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주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판단을 부정하지 않는다.
유엘이든 둠노릭스든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면 그것을 저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유엘은 일개 드루이드이고, 둠노릭스는 현자급 드루이드다. 아무래도 형평성 문제는 있겠지.
“기아스로 서약하지요. 양쪽 모두 과업의 결과에 납득하고 지금부터 60일간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 겁니다.”
“흐히히?”
순간 스카이스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너에 한정해서는 엄청나게 매력적이지?
“어때, 둠? ‘나’는 괜찮은 거 같은데?”
“······동의하지.”
우리는 과업을 개시하기 전, 우스키아스의 중재 하에 기어스를 서약했다.
내용은 내가 말했던 대로.
나를 포함해 루니아, 아리샤, 유엘은 둔 스카이스 무리를 공격하지 않으며, 그들 또한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심플하지만, 그렇기에 강력하게 우리를 제약하는 서약이다. 이 서약을 어기는 순간, 목숨을 앗아가는.
“이만하면 됐겠지. 그럼 두 번째, 과업을 발표하겠소. 그것은 신과 교류한 나무를 찾아 지팡이를 만드는 것이라네.”
“지팡이···는 알겠는데, 신과 교류했다는 건 도대체?”
“그건 드루이드의 조언을 들으시게. 그들에게는 지식이 있으니. 기한은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일세.”
흠, 애초에 이 비경은 드루이드들의 도움이 없으면 들어올 수도 없다. 첫 번째, 과업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과업까지 드루이드들의 조력이 필요하다.
다행이라면 내가 페르막을 죽였을 때, 받은 계율의 보상으로 이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핀디아스의 존재를 깨닫고 ‘일식’과의 관련성을 눈치챈 게 보상으로 얻은 지식이었으니.
‘즉, 이건 하늘에, 태양에 도달하기 위한 거대한 과업의 과정. 문제는 세부과정까지는 모른다는 건데.’
“이 과업은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닐세. 그저 찾으시게. 이 정당한 과정에서 그대들은 태양에 도달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니.”
우스키아스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우리는 서로 모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아리샤다.
“유엘 씨! 신과 교류한 나무를 찾으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숲의 현자가 된 드루이드들은 특별한 나무로 된 지팡이를 만들어요.”
나는 유엘의 지팡이를 향했다. 오래된 떡갈나무로 지어진 그녀의 지팡이는 상당한 수제품이다.
하지만, 에서 유엘의 최종장비는 . 그것도······.
“파나케아··· 겨우살이가 기생한 참나무를 찾아야 하는 거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오검문자 관련된 책을 보면서 겸사겸사 같이 봤어.”
실은 게임에서 너 최종장비 맞추려고 퀘스트 깨다가 얻었다고 할 순 없으니까. 유엘은 적당히 납득했다.
“드루이드 신앙에서 겨우살이와 참나무는 죽음과 부활, 신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특수한 재료였나?”
“네, 그래서 겨우살이가 기생한 참나무는 신과 교류한 흔적이라고 해석해요. 실제로 강력한 마법적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요.”
과업의 내용은 이해했다. 이제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찾느냐다. 루니아는 난색을 표했다.
“쉽지 않겠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언니? 겨우살이는 집 근처에서도 꽤 봤던 거 같은데요.”
“겨우살이가 기생한 ‘참나무’가 중요한 부분이다.”
“파나케아··· 겨우살이는 보통 너도밤나무나 팽나무에 기생하거든요. 참나무에 기생한 겨우살이는 흔치 않아요.”
벼락 맞은 대추나무보다야 확률이 높겠지만, 이 드넓은 수해에서 겨우살이가 기생한 참나무를 찾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제가 정령들에게 부탁하면 찾을 확률은 대폭 증가할 거예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드루이드가 있었다. 숲의 사랑을 받는 자연의 대리인. 나무와 정령들이 스스로 집과 도시를 만들어줄 정도로 친화적인 존재가 있다.
“좋아, 일단 숲으로 향하지.”
우리는 곧바로 난제에 부딪혔다.
정령들이 유엘의 부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 * * *
“크, 큰일이에요.”
유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령들이 응하지 않아?”
“그렇다기보단··· 대다수가······.”
“스카이스 쪽으로 흘러갔군.”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숲의 현자다. 그에 비해 유엘은 몇 가지 비술을 익혔을 뿐인 애송이 드루이드.
정령들에게는 보다 오랜 시간 자연을 위해 공헌해온 숲의 현자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속도전은 아니지만··· 이래서야 내일 아침까지 겨우살이 참나무를 찾을 수 있겠나?”
“운이··· 나쁘면요.”
완벽한 로또다. 이 넓은 수해에서 참나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겨우살이까지 기생하고 있는 참나무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드루이드의 도움을 받아 무수히 많은 정령들의 도움이라도 받지 않는 이상 말이다.
“코린 씨이이~!”
그때였다. 제 키보다 큰 나뭇가지를 뒤뚱거리며 가져오는 아리샤.
“겨우살이! 겨우살이 찾았어요!”
우리가 고민하는 사이에 직접 몸으로 뛰어온 모양이다.
“그건 팽나무다, 아리샤.”
“엑? 겨우살이··· 예쁘게 잘랐는데.”
아리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겨우살이가 기생한 팽나무를 땅에 꽂았다. 못내 아쉬운지 제가 가져온 팽나무와 유엘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친다.
“음,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말해봐라, 아리샤.”
“예를 들면 겨우살이를 참나무에 박아 넣는다든지······.”
“그럼 주술적인 의미가 없어져요.”
“음······.”
“드루이드의 비술에는 식물을 급속성장시키는 비술이 있다 들었다. 겨우살이의 종자와 오크 종자를 함께 성장시킬 수는 없나?”
“급속성장한 식물은 영양분 없이 마력으로만 팽창시킨 거라 금방 원상태로 돌아가요. 내일까지 버티지도 못할 거예요.”
급속성장이라······ 음?
“유엘. 참나무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어?”
“그거라면··· 어렵진 않지만요.”
“그거면 됐어.”
나는 동부로 출발하기 전에 챙겨온 유리병을 흔들었다. 찬란한 황금빛이 번쩍이는, 하늘에 오르기 위해 준비해둔 히든카드.
그 편린을 시험해볼 생각이다.
* * * *
다음 날 아침, 둔 스카이스는 제 손에 쥐여진 묵직한 참나무 지팡이를 보며 낄낄 거렸다.
“이뿌다~ 그치?”
“예, 그렇습니다. 스카이스님.”
맞장구 치는 부하들. 비록 핀디아스에 입성할 때, 대부분이 첫 번째 과업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데다, 별 도움도 되지 않았다.
일은 입법자 둠노릭스가 다 했지. 그래도······.
“지팡이 만든 칭구 누구야?”
스카이스는 키득거리며 지팡이를 만든 녀석을 칭찬했다.
“우리 칭구! 칭구칭구! 스카이스가 칭찬해줄게!”
“아, 아아······.”
칭찬받고 있음에도 로브를 뒤집어 쓴 부하는 새파래진 안색이었다. 그는 목걸이에 걸친 은색 로사리오를 붙잡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스카이스가 친구라고 부르던 동료 사제를 어떻게 ‘잡아먹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스카이스의 칭찬에 안색이 새파래진 것이다.
“사, 살려주십시오.”
“으응? 왜 그래, 우리 칭구?”
“주, 죽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어──!!”
쩌렁쩌렁 울리는 스카이스의 목소리. 그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들고 코트 자락에서 슬금슬금 무언가가 꾸물거린다.
“우리 칭구. 승천하고 싶지 않나? 우리가 승천하게 도와줄게······ 세상은 잔인하고 커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었단다?”
사르륵, 구렁이의 혓바닥이 남자를 핥는다. 더스터 코트가 꾸물거리며 기괴한 형상으로 변해갈 때쯤.
“스카이스. 현자 우스키아스가 보고 있다.”
“······.”
물러나는 스카이스. 곧 저편에서 코린과 그 일행들도 찾아왔다.
“안녕, 코린 꼬마. 네 지팡이도 나처럼 굵고 단단하니?”
“남들 들으면 오해하겠다 야.”
“흐히히힑···!”
스카이스는 저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저 예쁜 모가지를 쟁반 위에 올려두고 여신에게 가져가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80년 전 이후로 왕에게 봉인 당해 딱딱한 가짜 몸 따위로 세상을 유영해야 하는 불쌍한 여왕.
그 마지막 제자마저 비참한 몰골로 돌아간다면?
“그래, 너도 지팡이는 잘 만들었어? 그쪽은 정령들이 많이 안 보이던데.”
루니아의 타고난 기감 탓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그쪽의 유엘이 다루는 정령이 불과 열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알아냈다.
반면 이쪽은 도움을 받은 정령만 천(千). 참나무를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유엘, 함 보여줘라.”
“네.”
로브자락에서 커다란 지팡이를 꺼내는 유엘. 겨우살이가 기생한, 커다란 참나무 지팡이였다.
“쟤들 지팡이가 더 크고 딱딱하네?”
홱! 하고 지팡이를 만든 부하에게 시선을 돌리는 스카이스. 부하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어떻게 한 거야? 찾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남의 패를 깔려면, 뭘 좀 걸어야 하지 않나?”
“흐히히힑···! 그러네? 얼마면 깔래?”
“빛의 창이나 운명석 중 하나 건네주면 알려줄게.”
“그거 집에 있어.”
“그럼 결렬이네.”
약간의 신경전. 그리고 표범의 형상을 한 우스키아스가 걸어왔다.
“다들 두 번째 과업을 훌륭히 해냈구려. 모두 다 합격이오.”
우스키아스는 더 지체하지 않았다. 곧장 세 번째 과업을 발표한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북쪽 숲에 붉은 열매를 맺는 마법의 마가목이 있소. 그 열매를 가져오면 되오.”
우리들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 * *
이곳은 마물산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물들이 많은 수해지만, 마물들이 피하는 영역은 확실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핀디아스. 도시 전체가 마법적인 경계가 펼쳐져 접근을 막고 되돌려 보낸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강한 개체의 영역에는 다른 마물들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법이다.
“이쪽이에요.”
비경의 바깥. 유엘과 둠노릭스가 선두에 서고 나와 둔 스카이스가 나란히 길을 걷는다는 어색한 상황.
“꼬마야, 꼬마야. 혹시 두꺼비 좋아하니?”
“황소 개구리는 좋아해. 닭고기 맛이 나거든.”
“으히히···! 나 니가 싫어지네!”
나라고 니가 좋겠니. 녀석에게서 떨어지려던 그때였다.
“나 부르지 말랬지!!”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는 스카이스. 녀석은 내 멱살을 잡으려다──
“흐히, 아니지. 아니지. 서약을 어기면 안 되지. 흐히힑···!”
“억?!”
스키아스의 팔이 제 뒤에 있던 로브인을 향해 뻗었다. 순식간에 멱살을 잡힌 로브인이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내가! 부르지! 말랬지···!”
미친듯이 광소하며 로브인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스키아스. 놈의 괴력에 의해 로브인이 곤죽이 돼버리기까진 3초도 안 걸렸다.
왜 성가시게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나 했더니 저렇게 발작할 때마다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서인가.
시한폭탄은 타이머라도 있지, 저놈은 이미 밟아버린 불발탄 같은 거다. 언제 터질지 모르거든.
“이제 슬슬 도착이다.”
둠노릭스의 말에 우리들의 시선이 수해의 저편을 향했다.
곧 드러난 텅 빈 공터. 우리는 곧바로 붉은 열매가 열린 마가목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뒤에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거지?
저 너머에서는 절벽인줄 알았던 것.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인식’되던 것.
-끄지지지직!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움직이면서 생겨나는 불협화음.
그것을 양분 삼아 자라난 나무, 열매, 쌓인 먼지가 산이 되기까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을까?
“······.”
“······.”
모두가 아연실색하여 정지한 가운데, ‘그것’이 눈을 떴다.
“······거인(Giant).”
아리샤의 말에 나는 무심코 헛웃음을 새었다. 저건 거인 같은 게 아니다. 거인조차도 신장 70m의 놈에 비하면 갓난아기나 마찬가지.
스승님··· 에린 다누아의 일족이 세상을 다스리기도 전. 설정으로만 존재하다 간혹 그 흔적을 흘리는 최초의 시대의 신들.
하늘거인(Sky Titan).
핀디아스의 태양을 수호하는 스카이 타이탄과 같은 종족이자 의 네임드.
──나의 이름은 샤르반. 열매를 탐하러 온 자. 자격을 증명하라.
웅대한 목소리가 세상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