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8
태양 – 클라우 솔라스(6)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그야말로 천경에 도달한 참나무를 목격할 수 있었다.
줄기 하나하나가 천년 고목들보다도 두껍고 기다란 참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으, 으아아아······.”
10m까지 성장한 참나무를 보며 거대하다며 감탄했던 아리샤였지만, 하늘에 닿아버린 참나무를 보며 질려버린 눈치다.
『 ᛊ 』 ─ 소윌로
바닥에 룬을 새긴다. 순식간 빛을 발하는 태양의 룬. 룬 마법은 가성비가 좋은 마법은 아니지만······.
-스르륵···!
땅에서부터 솟구치는 기운이 내 몸으로 흡수된다. 범위 마력회복 필드도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요?”
“이것이 고인물 컨텐츠의 진수다.”
“예에?”
자, 할 짓 없이 한 게임만 주구장창 파고 코드까지 뜯어서 해석하는 고인물들이 있다.
산신령 히든피스를 이용해 황금의 만드라고라와 백은의 만드라고라를 획득한 몇몇 고인물들은 여기서 또 숨겨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찾아봤다.
그런데 웬걸? 게임 코드를 뜯어보니 황금과 백은의 만드라고라와 관련된 아이템이 있는 게 아닌가?
그중 하나가 만드라고라 비료. 적당한 재료와 특수한 흙을 섞어 만든 이 비료는 ‘재배 컨텐츠’에서 절대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그래도 설마 이 정도로 절륜한 성능일 줄은 몰랐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몇 번 실험해보긴 했다. 황금 비료를 조금씩 써서 몇 가지 식물을 키워보기도 했고, 참나무와 겨우살이 기생목으로 실전 테스트도 마쳤지만.
남은 비료를 모조리 쏟아 키워낸 참나무 지팡이는 아득히 높은 곳. 그야말로 하늘에 닿으려 하고 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훌륭하게 키워내셨구려.”
우스키아스는 하늘까지 뻗은 참나무를 보며 감탄했다. 최고위 드루이드인 둠노릭스가 성장시키고 있는 참나무도 이제 겨우 300m 남짓.
그런데 우리의 참나무는 눈대중으로도 1km는 넘게 뻗어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하늘에 닿는 것이 머지않았다.
“흠. 이제 출발하실 거라면 핀디아스의 현자로서 마지막 조언을 드리겠소.”
“말씀하시죠.”
“일찍이 알렸던 대로, 곧 일식이 찾아오지. 그 순간이야말로 태양의 힘이 약해지고, 태양을 손에 쥘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네.”
즉, 태양 클라우 솔라스는 오직 일식 때만 손에 쥘 수 있다.
‘일단 한 번 손에 넣으면 그다음부터는 제약이 없나?’
전 회차에서는 왕의 수하 미왕(美王) 오하드 브레스가 클라우 솔라스를 휘둘렀다. 일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제부터는 오롯이 그대에게 달렸네, 어린 영웅이여.”
그 말을 끝으로 우스키아스는 돌아갔다. 이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처럼.
“코린 씨, 당장 출발하실 건가요?”
“그래,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거야. 식량과 옷을 챙기고 등정을 시작할 거야.”
“어, 언니한테 준비하자고 말할게요.”
아쉬운 점은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최강멤버들이 아직 모이지 않았다는 거다.
태양을 손에 넣는 방법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문제는 그걸 지킬 하늘거인. 그리고 내가 상정하지 못한 정보들이다.
화란과 마리에. 두 사람이 있었다면 든든했겠지만··· 두 사람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우리끼리라도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일주일 뒤에는 무조건 출발해야 해. 그때까지는 오겠지.”
* * * *
달이 떠오른 심야.
아리샤는 공터에서 검을 휘둘렀다.
마리에와 화란의 도착을 기다리며 낮에는 검제의 가르침을 받고 밤에는 낮의 복습을 반복한다.
코린이 출발하겠다고 말할 때까지는 반복할 생각이다.
“하아··· 하아···!”
검 깨기 이후 아리샤는 게으른 일상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단련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검에 대한 진지함이 아니다.
코린 로크를 따라 체단실을 오가고, 서로 대련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쪽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오직 검술의 상승을 목표로 내달린 적은 처음이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언니를 따라 검을 배우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그 시절을.
사람을 처음 벤 날 이후로, 이렇게까지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른 적이 있었나? 검을 휘두르는 자신에게 두려움마저 가지고 있던 아리샤는 이 감각이 생소하다.
“하아······.”
온몸이 땀에 절어있다.
아리샤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애써 참마검을 놓지 않고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훔쳐냈다.
다시금 검을 휘두르려던 그때,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그쯤 해둬라. 몸 상한다.”
“······언니.”
루니아 아덴. 아리샤의 이복 언니는 물병을 슥, 던지며 다가왔다.
“단련은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고, 그 한계를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 이상은 단련이 아니라 고행이다.”
“······응.”
아리샤는 수긍하며 유엘이 가져다준 의자에 앉았다.
“식사는 했느냐.”
“······아직요.”
품속에서 팍! 하고 뭔가를 던지는 루니아. 아리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꿀폭탄사탕. 혀가 아릴 정도로 달달한, 아리샤가 좋아하는 사탕이다.
「항상 달고 사는군. 좋아하는 거냐?」
「응··· 언니. 좋아해요.」
「그러냐.」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루니아가 항상 품에 이 사탕을 넣고 다닌 것은.
그것이 자신을 간질이면서도 심란한 기분이 들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본가에 돌아온 뒤부터 언니를 보면 계속 그런 기분이 든다.
“언니, 코린 씨 좋아해요?”
어?
스스로 말하고도 놀랐다. 왜 그런 말을 했지?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뭐, 마음에 드는 사내다.”
“예?”
흔들거리는 동생의 시선. 그것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루니아는 드물게 미소를 띄웠다.
“그이는 객관적으로 우수한 사내다. 외견도, 재능도.”
고요한 드루이드의 비경. 루니아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닿는다.
무언가 한 마디 돌려주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몇 번이고 돌려줄 말을 짜냈을까?
결국 입밖으로 나온 건 어설픈 항의다.
“그, 그런 걸로 결혼을······.”
“물론 나 또한 한 사람의 여인. 그런 외적인 이유만으로 청혼하진 않지.”
“그, 그럼······.”
“심성이 고운 사내다. 그라면 부부생활도 원만하겠지. 그는 제 처를 행복하게 해줄 사내다.”
“그, 그렇지만······.”
뭔가 돌려줘야 한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뭔가 반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사람 ‘나이’차도 큰데······.”
나이, 라는 말에 무심코 힘을 주는 아리샤.
그 한순간, 루니아의 눈동자가 날카로움을 띠었다.
“확실히 관록의 차이가 있긴 하지. 허나, 그렇기에 어린 것들이 줄 수 없는 풍족함이 있지 않겠느냐.”
“과, 과연 그럴까요?”
그것을 마지막으로, 두 자매는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보통 루니아의 시선에 항상 눌려 살던 아리샤가 기이하게도 눈을 10초 이상 마주친다.
불꽃마저 튀는 기이한 현상을 누군가가 보았더라면 기함을 토할 광경이다.
동생의 드문 모습을 보며 루니아는 내심 비웃는다.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건 알겠다. 동생이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는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명료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려 했다면 진작 무언가 행동했을 것이다.
즉, 아리샤는 제 마음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약혼 이야기가 나오는 단계에 이르러서까지 이런 귀여운 반발 정도밖에 못할 리가 없지.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면 당장 손에 쥐어야 하는 법이다.
일생에서 처음으로 가진 감정을, 자각조차 못 하고 있다니.
고로, 루니아는 여전히 미숙한 여동생을 비웃고 내려보는 것이다.
그 나약함, 우유부단한 행동으로는 원하는 것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싸구려틱하지만 좀 더 도발할 필요가 있겠다.
승부는 정정당당히. 그것이 일생의 관념인 루니아에게는 적어도 제 이복동생을 출발선에 세워두고 싶은 것이다.
신호탄에 맞춰 동등하게 출발해 당당히 쟁취한다. 승리자의 시선으로 동생을 내려다본다.
너는 빼앗겼노라고.
그 승리의 우승컵에 담아 마시는 와인은 무엇보다 감미로울 것이 분명하다.
“그이는 이미 수락했다. 일이 끝나면 나와 약혼식을 치르겠지.”
그것이 거짓약혼, 계약약혼임을 루니아는 구태여 밝히지 않았다.
“그, 그런······.”
전후사정을 모르는 아리샤는 더할 나위 없는 패배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떠오른다.
비경에 입장할 때, 보았던 그 환영을.
「형부. 지금··· 언니 없는데.」
소리 지르며 부정했던 그 비열한 행위를.
상상하고 만다.
영원한 비밀로 묵혀뒀을 망상을.
과연, 그때가 오면 자신은 똑같이 행동할 것인가?
어째선지 그러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건 또 왜일까?
* * * *
마리에는 곧장 동부의 아덴 본가를 거쳐 국경 너머로 향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코린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흐레스벨그를 타고 덕구의 감각에 의존하며 마물산맥의 상공을 비행한다.
“덕구야, 아빠 냄새가 어디로 향하고 있어?”
“컹! 컹컹···!”
덕구가 길쭉한 손을 뻗어 방향을 가리키자 능숙하게 흐레스벨그의 고삐를 다뤄 방향을 전환하는 마리에.
한창 비행하고 있을 때, 산맥을 울리는 굉음이 그녀가 있는 상공까지 뛰쳐 올랐다.
-꽈앙! 꽝! 꽈아아아앙···!
“뭐, 뭐지?”
끔찍한 자연파괴의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마리에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했다.
-꽝! 꽈꽝! 꽈아아앙···!
무언가가 숲을 주파하고 있다. 일직선상으로 쭉.
숲의 길은 난해하다. 도로는 개발되지 않았고, 수해쯤 되면 길을 헤쳐나가는 것만으로 고역이다.
그러나 숲을 주파하고 있는 것은 마치 드넓은 벌판을 달리듯 일직선으로 통과하고 있다. 눈앞의 모든 것들을 파괴하면서.
“화, 화란?!”
맨몸으로 백 년 묵은 고목을 쪼개버리며 통과하며 주파하는 수녀복 소녀. 저런 게 가능한 건 그녀가 알기로 한 명밖에 없다.
“뭐, 뭐하는···?!”
그 순간이었다. 숲을 일직선으로 주파하던 화란이 마리에와 마주쳤다. 서로가 시선을 교차한 건 아주 찰나의 순간뿐.
“어? 사라졌···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화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을 신경 쓸 틈도 없는 마리에.
그녀의 시야에 하늘에 닿을 기세로 거대한 나무가 자라있다.
“저, 저건가?”
덕구가 가리키는 방향과 화란이 사라진 곳과도 맞물린다. 저토록 거대한 나무이니 일단 화란부터 찾자는 생각으로 공터에 착륙하는 마리에.
“음··· 아빠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컹!”
덕구의 증언. 여기서부터는 덕구의 감각을 믿으면 될 터. 마리에는 흐레스벨그에게 감자 포대를 먹이며 말했다.
“일단,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따라와. 무슨 일 있으면 부를 테니까.”
“크르륵···!”
거대한 독수리 흐레스벨그는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다시 상공으로 날개짓한다.
“화란이 사라진 곳이······.”
랜드마크처럼 솟아오른 거대 참나무를 지표 삼아 숲을 수색하는 마리에.
그리고 몇 발자국을 걸었을까? 화란이 사라진 장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
“어?”
주변이 어둡다. 아니, 착각이었나? 마리에는 예배당의 의자 위에 있었다.
“신랑신부가 아카데미 졸업생이라죠? 듣기로는 재학 중에 일을 치렀다던데?”
“어머어머, 속도위반인가봐요. 둘 다 얼굴값을 하네요! 오호호!!”
“으응?”
오르간의 연주 소리가 겹겹이 울려 퍼지는 예배당. 평화로운 곡이 계속되어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수수하고 담담한 연주와 달리 예배당의 장식은 화려하다.
본디 검소, 조화, 베풂을 노래하는 예배당이 이렇게 화려하게 꾸며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온 대성당 같은 성지에서의 연출 정도라면 모를까.
덕분에 자신이 누군가의 결혼식에 온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신부 입장하십니다.”
사제의 푸근한 소리가 성당에 울리며 큼직한 정문으로부터 신부가 입장한다.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새하얀 백색 바탕에 호사스러운 금실과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마리에가 꿈에도 그리던 웨딩드레스. 언젠가 이런 드레스를 입고 식장의 붉은 융단을 거니는 상상을 했더랬다. 구체적으론 특정 소년과.
“으··· 누구 결혼식이더라?”
혼란한 기억 속. 신부를 본 마리에는 숨이 턱 막혔다.
“화란?!”
수줍은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등장하는 신부. 화란은 조제핀의 손에 이끌려 붉은 융단을 밟았다.
“와, 예쁘다.”
“참하네요.”
옆자리의 아주머니들이 누군가를 칭찬한다. 아이들이 예쁘다며 호들갑이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반응 따위는 마리에의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아, 아하하··· 화란, 결혼하는구나? 왜, 왜 몰랐지? 아하하하······.”
불길함이 엄습해온다.
화란이 누군가? 언제나 무료한 표정과 느릿한 반응으로 세상 대부분을 흘려넘기는 바위 같은 소녀가 아닌가.
그런 소녀가 누군가와 결혼한다? 수줍은 얼굴로 붉은 융단을 밟는다고?
그 대상이 한 명밖에 없지 않은가.
“아, 아니··· 아닐 거야. 설마······.”
“신랑, 입장하십니다···!”
그러나 소녀의 순정을 무참히 짓밟는 사제의 목소리.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부 클래식 스타일의 정장과 흑요석 버튼. 고풍스러운 클래식 시계를 찬 소년이 긴장한 기색으로 성당을 걷는다.
곧이어 도착한 신랑은 신부의 보호자에게 신부의 손을 건네받고 두 사람은 예식을 주관하는 사제의 앞에 섰다.
“────”
성당의 천장. 스테인드글라스의 창들에서 쬐어오는 빛이 신랑신부를 축복하는 모습을··· 마리에는 넋 빠진 표정으로 지켜만 봤다.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두 사람. 그러나 지켜보는 란은 그렇지 못했다.
“······오빠.”
공연히 미소를 짓는 소년과 발그레해진 양 볼을 숨기지 않으며 활짝 미소 짓는 물빛머리 소녀.
두 사람은 서로를 갈망하는 눈길을 교차하며 바보 같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명백히 서로를 은애하는 두 사람의 시선.
서로를 아끼고 은애하며 연인처럼 맞잡는 그 모습을 보며 란은 입술을 곱씹었다.
“······졌구나.”
빼앗겼다.
빼앗긴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도 억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한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사하다고 생각해 버린다.
다 가졌으면서.
행복한 가족도, 재산도, 지위도 모두 가졌으면서.
내게는 오빠뿐인데.
내가 가지고 싶은 건 저 사람 한 명뿐인데. 다 가졌으면 저 사람 정도는 내게 줘도 되잖아.
그런 어린애 같은 투정과 욕심을 숨기지 못한다. 피어오르는 부의 감정을 안으로만 쌓아두기에는 아직 어린아이인 것이다.
그리고 질투와 미움의 감정은 은애하는 이에게도 뻗어나간다.
“처음이었는데······.”
마음을 준 것도, 외간남자의 손을 만진 것도.
“전부 처음이었는데······.”
그럼··· 나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
나는 내 모든 걸 주고, 줄 수 있는데··· 왜 오빠는 나를 버린 거예요?
배신당한 것처럼 분하고, 서럽고, 억울하고 막막하다.
저 이상적인 행복이 자신에게는 불행이었다.
* * * *
핀디아스의 수호자 우스키아스는 도시 구석 마을회관에 데려다 둔 소녀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며칠째’ 저러고 있는 건가?”
“네, 현자님.”
비경을 방문한 또 다른 외지인. 그들은 비경 전체를 두르는 현혹의 안개에 휘말려 의식을 잃었다.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현혹을 이겨내지 못한 자는 그대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소녀들을 감히 돌려보낼 수 없었다.
·····················!!!
두 소녀를 중심으로 피어오르는 강맹한 기운.
감정의 격화로 인해 조절되지 않는 외력의 발산이 주변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처음 데려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대체 환영 속에서 무얼 보고 있기에.”
비경의 드루이드들은 그녀들의 경악스러운 마력과 오러량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자들은 감정의 발로만으로 도시의 결계를 깨부술 기세다.
“하아··· 이대로 가다간 비경의 결계가 흔들리겠군. 내 직접 이들의 환영으로 들어가 바깥으로 인도하겠네.”
“저희가 도울까요?”
“아닐세. 내 자아를 둘로 나눠 두 소녀를 모두 끌어내지.”
타인의 정신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스키아스는 드루이드의 비술을 이용해 자신의 자아를 둘로 나눴고 두 소녀가 빠져든 환상에 진입했다.
『············아니.』
두 소녀··· 마리에 듀나레프와 화란의 환영으로 진입한 우스키아스는 충격에 빠졌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 어린 소녀들이 이런 극단적인······.』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소녀는 우스키아스가 인도할 필요도 없이 곧 깨어날 거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