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아무튼 그렇게 됐어.”
수겸은 최하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서는 곧이어 박동현을 수련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르케 멤버들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그렇게 멀리 볼 것도 아니었네요.”
조태규가 곁눈질로 박동현을 살폈다.
“그러게요. 생각해 보니까 처음부터 동현 삼촌을 가르쳤으면 지금쯤은 뭐라도 익히지 않으셨을까요?”
이은호는 은근히 신나 보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최근까지도 누굴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지금이 할 수 있는 한 제일 빠른 타이밍인 것 같긴 해.”
“그렇지. 그리고 만약을 붙여서 생각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이번엔 민환이 말했다.
“결과적으로 하늘이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지금은 동현이 형을 가르치는 것이 첫 번째가 되었어.”
수겸이 장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박동현은 민망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해서 안달이었다.
“난 동현이 형이랑 한동안 붙어 있을 예정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제 우리 빌딩 오픈에 모두 붙어줘. 이제 막바지니까. 세무사님, 우리 계획이 어떻게 되죠?”
수겸은 모두에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 모두가 아는 사실을 다시 한번 물었다.
“한 달 내에 완전 오픈 예정입니다. 다들 지금까지도 참여를 잘해주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몰입해야 할 때입니다.”
“들었죠? 코앞이에요. 은호랑 영지는 건물에 생길 판매점 쪽을 맡아줘.”
“네, 말씀 안 하셔도 잘 알고 있다구요!”
“알겠습니다.”
“혹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이은호와 최영지의 뒤로 조태규가 뒤이어 수겸에게 물었다.
“진짜 쇼핑하는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시약을 만들어 낼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이거, 다음에는 저거. 이런 식으로 취향껏 골라보는 연금술 샵이 되었으면 해요.”
“재밌겠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만든 것들은 혹시나 오용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검증도 해야 할 것이고, 생산량도 많지 않겠지만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 좋을 것 같아요.”
최영지는 박수까지 쳐가며 수겸의 말에 호응했다.
“그리고 다음은 민환이는 생산 설비 쪽을 맡아 줘. 대한 제약 쪽이랑 다시 한번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확인하고.”
“알겠어. 걱정하지마. 원래도 챙기고 있으니까.”
민환은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며 답했다.
“동철 씨는 보안. 동현이 형은 저랑 같이 연습하면서 스마트팜 설비를 보죠.”
“예.”
“알겠어. 수겸아.”
둘은 수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수겸이 어디론가 바삐 걷고 있었다.
목적지는 한 빌딩.
빌딩 안에 들어서자 수겸을 기다렸다는 듯 정장 차림의 남자들 여럿이 수겸에게 인사를 건넸다.
“기다렸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수겸과 편안한 대화를 오고 간 남자는 대한 제약의 이찬수였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나와서 기다리세요, 팀장님. 아! 이제 팀장님이라 하면 안 되죠?”
“에이. 팀장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다른 호칭은 저도 아직 불편하더라고요.”
이찬수는 손사래를 치며 수겸을 만류했다.
처음 수겸을 만났을 때와 비교해 이찬수에게 생긴 변화.
그건 직장인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승진이었다.
제약의 핵심인 신사업 전략실 소속이라곤 하지만 그래봐야 그 안에 있는 팀의 팀장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아예 전략실을 먹어버려, 한때는 존경해 마지않던 최한영 실장을 밀어내고 신사업 전략실의 실장이 되었으니까.
“실장이 되신 소감부터 듣고 회의를 시작해야겠는데요?”
수겸은 항상 가던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찬수를 놀리기 바빴다.
“에이, 쑥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진짜로 모두가 다 수겸 씨를 만난 덕분이죠.”
아닌 게 아니라 이찬수의 인생은 수겸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수겸이 아니었다면 대한 제약 내에서 이렇게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까?
이찬수는 수겸의 옆에 서서 함께 걸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는 음료와 다과가 모두 세팅된 회의실에 들어와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서 다음 계획이 있으십니까?”
이찬수가 좀 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수겸에게 질문했다.
“저야 항상 계획이 있는데 이번엔 팀장님, 아니 실장님께서 향후 계획을 말씀해 보시죠. 이대로면 그냥 제가 혼자 하는 사업이랑 뭐가 다릅니까?”
수겸의 지적에 회의실은 일순 정적이 흘렀다.
“크흠. 그러면 저희 대한 제약에서 생각하는 향후 연금술 사업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준비한 순서가 있는데 이건 뒤에 나올 이야기였던 것 같았다.
이찬수의 말에 한쪽에서 대기하던 직원이 나와 자료 화면을 띄웠다.
이찬수는 자료 화면을 가르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저희 대한 제약에서 연금술 시약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었을 때 중점으로 두었던 점은 ‘연금술이 어떤 것인가?’였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 역시 연금술은 처음 접했기 때문이죠.”
“네.”
수겸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제 저희 판단으로는 대중에게 연금술은 이미 친숙한 것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스텝이 드디어 끝이 난 것이지요. 이제는 일반 대중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영역을 도전해보려 합니다.”
동시에 화면에 나타난 것은 여러 난치성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었다.
온몸이 굳어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호흡마저 힘겹게 되어가는 환자의 모습들이 주르륵 이어져 나왔다.
“아직까지 완전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약만 개발된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십니다.”
“타겟이 그러한 질병들입니까?”
수겸의 눈에서 빛이 났다.
“예. 맞습니다. 완화하는 효과는 있다고 판명난 약들을 연구하고 이것을 지금까지 나온 연금술 시약과 합성해보려 합니다.”
수겸이 최근에 익힌 시약 합성과 일맥상통한 개념이었다.
‘내가 혼자 하지 못하는 분야라서 더 좋다.’
수겸이 아무리 연금술에 대한 모든 지식이 있다고 한들 현대인의 질병까지 모두 알 수는 없었다.
알지 못하니 그에 대한 답안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찬수가 세운 계획은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현대 기술과 연금술의 조화! 이건 이미 사례가 있죠. 그래서 우리는 더욱 고무적입니다.”
동시에 나온 건 마나 스트림의 모습이었다.
“맞아요. 제가 생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연금술 말고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 역시 훌륭하기에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수겸이 맞장구를 쳤다.
“만약 여기에서 어떤 진전이 있다고 하면 아직 완화법마저 나오지 않은 질병들 역시 도전할 계획입니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겠지만요.”
수겸은 대한 제약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마음에 드는 계획이고, 지금 설명으로 앞으로도 계속 대한 제약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찬수가 가장 원하던 답이었다.
그건 수겸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는 것.
미래의 먹거리는 바로 수겸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수겸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입지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찬수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이제 제 차례네요.”
수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찬수의 눈을 한 번 응시하고 함께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이들 역시 살피며 말했다.
“사실은 이찬수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결은 비슷합니다. 다만 저는 연금술에 관하여만 생각했지요.”
“그것만으로 충분하십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시약들은 그대로 생산하되 저도 개량을 한 번 해볼까 해요.”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힐링 포션과 디톡시를 섞어서 새로운 시약을 만들기도 하고, 또 어웨이큰과 스토니를 섞어서 아직은 알지 못하는 상승작용을 노려보기도 하는 방식입니다.”
“합성을 이용한 것이네요. 합성… 그리고 재창조. 그렇죠?”
“네, 맞습니다. 이걸 확대해서 생각한 것이 실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이죠. 제가 먼저 설명을 좀 해달라고 한 것치고는 쑥스럽긴 하네요. 하하.”
“아닙니다. 혹시 새로운 제품 계획도 있으십니까? 물론 지금 말씀하신 것도 참 좋은 생각입니다만, 궁금하긴 하네요.”
이찬수가 기대에 찬 눈빛을 하며 물었다.
“그것도 하나 생각한 건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오!”
만약 상용화할 수 있는 시약이라면 대한 제약에서 또 생산과 유통을 책임질 테니 이찬수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찬수는 속으로 두구두구! 를 외치며 수겸의 입만을 주시했다.
무게감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 내에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속마음이었다.
“요새 학생들이며, 직장인들 중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없죠.”
수겸은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런칭쇼를 하듯 서론을 시작했다.
“밤새도록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번 시약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피로회복제입니다! 물론 이름은 나중에 붙여야겠지만요.”
서론에 비하면 소박한 결론.
“하핫.”
수겸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왠지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들이었다.
“왜 그러시죠?”
회사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수겸이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면 이제 더욱 퇴근을 안 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어?”
수겸이 생각하지 못한 답이었다.
수겸은 고개를 세차게 저은 다음 정신을 바짝 차려서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항변을 시작했다.
“전 피할 수 없는 야근이라면 바짝 힘내서 후다닥 끝내는 편이 좋고, 퇴근을 해서 놀 시간이 있다면 피로회복제를 통해서 체력 회복을 하고 더 신나게 놀면 좋지 않을까요?”
“그건 맞죠. 근데 실장님께서 퇴근을 시켜 주셔야…….”
수겸이 돌연 이찬수를 찌릿 째려봤다.
“하하. 할 일만 끝나면 퇴근들 해. 누가 가지 말라고 했냐? 일이 끝나면 당연히 일찍 가야지. 안 그래?”
“아, 아니…….”
“흠흠. 저는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요? 학생들한테도 반응이 좋을 것 같구요. 당연히 부작용 같은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이찬수는 또다시 무언가 말을 하려는 부하 직원의 말을 싹둑 자르고 수겸에게 물었다.
“당연하죠. 부작용 없는 약. 이게 연금술의 최대 장점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여기에 어웨이큰 효과를 살짝 첨가만 하면 금상첨화! 어때요?”
수겸은 순간 신이 나서 말했다.
“좋습니다. 일단 만들어만 주시면 저희가 임상 실험하고 바로 제품화하시죠.”
“알겠습니다!”
수겸과 이찬수는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미래를 그렸다.
수겸이 꿈꾸던 미래, 이찬수가 상상하는 미래는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