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32
231화 적색 임무(1)
와삭. 와삭.
재현은 동료들이 사과를 먹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자신이 이들에게 건넨 사과는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사과가 아니었다.
‘황금 사과. 그것도 이둔의 시련에서 직접 키운 거지.’
세 번째 시련. 이둔의 정원에서 재현이 직접 키워낸 사과.
재현은 이를 동료들에게 건넨 것이다.
‘황금 사과에는 마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이를 잘만 이용한다면, 동료들의 경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어.’
물론 처음 이둔이 재현에게 직접 키운 사과를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을 때. 재현은 이를 자신이 직접 먹을 생각이었다.
허나, 이둔은 사과를 건네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금 사과는 먹었을 때, 하나까지만 효과가 발휘돼! 너는 이제 먹어도 별다른 마력의 상승을 노리기 힘들 거야!]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자신이 직접 키워낸 것을 먹을 수 없다니?
정확히는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말이었지만, 재현에게는 두 개가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활용할 수 없는 아이템은 그저 관상용일 뿐이다. 애석하게도 재현에게는 진귀한 물품을 집에 장식해 놓고 자랑하는 취향이 없었다.
하지만 고민하던 재현은 곧 황금 사과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냈다.
‘바로 동료들에게 먹이고, 녀석들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거지.’
예언의 두 번째 구절을 들었을 때, 이미 재현은 마음을 결정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을 구하고, 끝내 오딘을 죽이기로.
하지만 이 목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동료의 성장이 필연적이었다.
최소한 A급. 나아가 S급의 경지에 오르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거기서부터는 재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을 구할 수 없겠지. 24시간 그들 옆에서 지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오딘이 이를 두고 볼 리도 없으니까.
오딘과 에시르 신들은 추악한 존재다. 동료들을 약점으로 잡아 자신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게 옳겠지.
재현은 당연하게도 동료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둘 생각이 없었다.
황금 사과를 먹게 하고, 이들을 성장시킬 계획을 세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더불어 이는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바로 《이둔의 온정》.
새롭게 얻은 EX급 스킬을 활용한다면 말이다.
‘이둔의 온정은 파티를 맺은 동료들의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미분배 스탯을 획득할 수 있는 스킬.
잘만 활용한다면, 내 스탯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좀 더 빠르게 신격해방의 다음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재현이 황금 사과를 동료들에게 나눠준 것에는 더욱 큰 그림이 있는 셈이었다.
물론 그들의 성장 역시 그 자체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테지만. 어쨌든 재현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번 일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좋은 기회였고.
재현은 검은 속내를 감추며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권소율이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뭐 이상한 거 들어간 건 아니지?”
“이상한 건 아닌데 뭐가 들어간 건 맞죠. 아마 다음 임무 때 깜짝 놀랄걸요. 다들?”
재현은 자신 있는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 됐다.
다음 임무에서 동료들이 열심히 레벨을 올릴 때마다, 재현의 스탯 또한 미친 듯이 올라갈 것이다.
‘이거 완전 날로 먹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스탯은 자신이 먹고.
이것이야말로 천국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 * *
[임무 랭크: 적색내용: 포항에 새롭게 열린 B급 게이트의 타락한 정령을 처치하고, 그 정수를 모아오는 것
보상: 1인당 아카데미 포인트 150만, 소량의 아크메탈]
최종적으로 재현 일행이 고른 임무는 다음과 같았다.
랭크는 생각했던 대로 적색에, 포인트를 많이 주는 임무.
무려 B급 게이트를 공략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지만, 재현 일행에게는 그리 큰 위험이 되지 못했다.
애초에 야외 합숙 당시에도, 이들의 수준은 이미 다른 생도와는 궤를 달리할 정도까지 올라와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보상으로 준다는 아크메탈이 매력적이란 말이야.”
접수 신청을 마친 재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건 그래. 아크 메탈은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거니까.”
“마, 맞아! 경매에서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무, 물건이지! 나나, 나도 몇 번이나 경매에 기웃거렸지만…… 당장 사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만 전달받아서…….”
이재상이 잔뜩 흥분하며 말을 받았다. 그는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아크 메탈. 사실 재현이 이 임무를 고른 이유가 바로 이재상 때문이었다.
‘아크 메탈이 있다면 새로운 연금술 도구를 만들 수 있으니까.’
최근 재현은 이재상에게 자신이 안개 정원에서 키우는 약재와 각종 식물에 관해 알려주었다.
하나같이 이제까지 없거나, 있어도 매우 귀한 것들.
그냥 재료 자체를 활용한다고 해도 수준이 매우 뛰어나겠지만, 근본적으로 약재는 조제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이재상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마 그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겠지.
실제로 이재상 역시 다루기 힘든 약재들을 다룰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 재현을 돕기로 했다.
다만 그는 말했다.
[새새새, 새로운 약재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좀 더 견고하고 복원력이 뛰어난 무, 장비들이 필요해!]그리고 그 장비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물질이 바로 아크메탈.
최고의 경도 및 복원력을 가진 소재였다.
“아크 메탈이 그 연화의 길드 훈련장에서도 사용됐던 그거 맞죠?”
“응 맞아.”
김유정의 말에 권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아크 메탈은 연화의 비밀 대련장에서 사용된 소재다. 그 가격은 쉬이 입 밖으로 꺼낼 수조차 없는 수준.
“하지만 걱정이야. 아무리 재현이 네가 있어도 그렇지…… 무려 적색 임무에 아크 메탈이 걸려 있잖아. 엄청 힘들 것 같은데.”
“또 나는 오래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려고요?”
재현이 웃으며 말하자 권소율이 미간을 푹 찌그러뜨렸다.
“됐다. 어차피 신청한 거 어떡하겠어. 계획이나 제대로 세워 두고 출발하자. 혹시 다쳐서 돌아오면 곤란하니까.”
“걱정 마세요. 위험할 일은 전혀 없을 테니까.”
재현이 자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로서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자신이었다.
적색 임무.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이는 사실.
‘B급 던전 정도는 이제 파피 혼자서도 깰 수 있는 수준이거든.’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 * *
출발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아 모두 끝났다.
그들은 목적지인 포항으로 향하는 포털 앞에 섰다. 국제 포털 센터는 붐벼서 지금 이용할 수 없으므로, 아카데미의 전송석을 사용하기로 했다.
재현과 서클 나인은 최대한 빨리 자율 임무를 수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기간은 한 달이나 주어졌지만, 어쨌든 빠르게 일을 끝내고 쉬는 편이 좋았다. 그쪽이 훨씬 마음도 편하고 여유가 있으니까.
‘다음 임무는 길드와 함께 치러야 하는 만큼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제약도 많아. 준비 기간이 더 오래 걸릴 테니, 자율 임무라도 빠르게 끝내 두는 게 좋다.’
“짐은 다 챙겼어?”
안호연이 개인 짐을 챙기던 김유정과 재현을 보며 물었다.
김유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충. 뭐 그래도 이번에는 거기서 웬만한 것들을 다 지급해 주니까.”
“그건 그래. 괜히 짐을 늘리면 나중에 인벤토리 정리하기도 귀찮고.”
김유정의 말대로, 이번 던전 공략에서는 필요 아이템을 지자체 측에서 모두 지급해주기로 되어 있었다.
따로 일행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아카데미 측에서 그들을 돕는 처지니, 이런 사소한 것까지 생도에게 신경 쓰게 하는 건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다.
국가에서 밀레스 측에 전달하는 지원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도움을 받는 쪽은 명확하다.
‘지자체와 아카데미의 관계가 대등할 수 없는 이유지.’
기본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다면, 이미 거기서 둘 간의 형평성은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럼 출발할까.”
일행은 포털의 앞에 선 뒤 가볍게 숨을 골랐다.
이윽고 가장 앞에 있던 재현이 한 걸음 내디딤과 동시에, 사위가 갑작스레 어두워진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들은 금세 포항에 도착했다.
“짠 내가 나는데. 역시 바닷가인가.”
권소율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푸른 바다가 펼쳐진 가운데, 일행이 타고 온 포털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푸른빛을 머금은 전송석으로부터 느껴지는 마력.
동시에 이들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너희들인가? 밀레스 아카데미에서 파견됐다는 생도들이?”
목소리는 척 듣기에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재현은 고개를 돌려 말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인상이 나빠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당신은 뭐지?”
재현이 묻자, 남자가 잠시 표정을 구긴 채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 이었다.
“나는 너희들을 안내하기로 돼 있는 레이더 관리 본부 소속 레이더 정찬이다.”
정찬. 재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등급이 그리 높진 않은 레이더인 듯했다. 과거 재현은 A급 이상의 레이더 명단을 줄줄 외울 정도로 관련 지식에 능통했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없다면, 그는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안내하시죠.”
재현은 그를 마주 보며 힘주어 말했다.
정찬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을 대하는 재현의 태도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애송이 새끼가. 밀레스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리기는…….’
척 보기에도 밥맛인 녀석이었다. 인상부터 기생오라비같이 생겨서. 정찬은 괜스레 깊은 곳으로부터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정찬 역시 재현과 서클 나인이 이번 의뢰를 맡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개 생도로는 감히 쌓을 수 없는 업적을 이뤘다는 것도.
하지만 그는 들려오는 이야기를 다 믿지 않았다.
아무리 그들이 강하더라도, 아직 성인이 채 되지 못한 애송이가 아닌가?
이런 애들에게 포항시의 B급 던전을 맡길 생각을 하다니…… 정말 수뇌부가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는 그가 재현의 강함을, 아니 최소한 서클 나인의 강함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기에 생긴 불신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생각을 정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와라. 게이트는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뭐, 그 전에 시장님부터 뵈어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가 불량한 자세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말했다.
그 순간, 뒤편에서 김유정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찬인가 하는 아저씨…… 너무 띠꺼운데?”
정찬이 다시 한번 표정을 구겼다.
속삭이는 소리치고, 그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