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93
301화.
“위험해요!”
놀란 진샤웨이가 소리를 질렀지만, 셰인은 솟구친 촉수들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잘못하면 놓치겠는걸….]대신 그는 낚싯대를 붙잡고 있던 한쪽 팔을 내려, 옆에 세워 둔 기관총을 집어 들었다.
투다다다다다!
마나석이 박힌 기관총이 불을 뿜자, 물 밖으로 솟구친 촉수들이 터져나갔다.
푸아아악!
촉수들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치다가 물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낚싯대가 마구 요동치고, 결국, 낚싯줄이 끊어졌다.
“아, 놓쳤네요.”
진샤웨이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로봇의 낚시는 그녀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낚싯대는 달아나지 못하게 막는 것일 뿐이었고, 그가 잡는 물고기도 평범한 바닷물고기가 아니었다.
하기야, 괴물이 득실거리는 바다에서 평범한 낚시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더구나, 아직 낚시가 끝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다행히 안 놓쳤습니다.]셰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푸아아아악!
바닷물이 물 위로 치솟았다.
잘려나간 촉수들이 다시 튀어나왔고, 이어 문어를 닮은 괴물의 몸이 물 밖으로 밀려 나왔다.
물 밖으로 밀려 나온 괴물의 몸은 거대한 손에 잡혀 있었다.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 바로 거대 로봇의 손이었다.
해체한 거대 로봇은 셰인의 전뇌를 들어내고 조립되었다. 망가진 곳은 수리되었고, 낡은 부품은 새로운 부품으로 바꿔 넣었다.
하지만, 전뇌가 비어 있어, 다른 사람은 조종할 수 없었다. 오직, 거대 로봇의 전뇌를 가지고 있는 셰인 만이 조종할 수 있었다.
콰직!
물 밖에 나온 주먹이 괴물을 움켜쥐자, 괴물은 검은 물을 뿜으며 터져나갔다.
그리고, 로봇의 손에 잡힌 채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요리감은 아닌 것 같네요.]셰인의 말에 진샤웨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건 강아지건 로봇이건 평범하지 않은 동료밖에 없었다.
“물속에 있었어요?”
[언제 타야 할지 모르니까요. 근처에 가지고 있어야죠. 밖에다 꺼내놓으면 골렘이나 사람들 이동하기도 불편해하고. 겸사겸사 낚시도 돕고, 일거양득이죠.]이브가 셰인과 거대 로봇에 원격 송수신기를 달아서 밖에서도 움직이게 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움직이려면 역시 로봇에 탑승해서 유선으로 연결하는 편이 좋았다.
“하여간…….”
진샤웨이는 고개를 저으며 방파제에 주저앉았다.
슬슬 발사 시간이 다 되었다.
그리고, 방파제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로잘리아와 바실리가 상처투성이 각성자들과 함께 방파제를 올랐고, 베일리가 이사벨을 태운 채로 방파제에 내려섰다.
은빛 늑대가 베일리를 보고, 머리를 처박자 로잘리아는 한숨을 내쉬었고, 각성자들과 바실리는 로봇 주변에 모여 그동안의 일들을 떠들어댔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방파제에 모여들었다.
콜롬비아에서 온 포션 제작자 할아버지도, 콩고에서 온 마을 사람들도.
제임스처럼 저쪽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버진 아일랜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오마르가 헐레벌떡 달려왔고, 이어 시간이 되었다.
[발사 5분 전입니다]방파제와 공항 전체에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사구 개방합니다!]섬 중앙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기상 상태 양호. 비행 코스 시스템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근데 왜 내가 이걸 하는 거죠?]방송 도중에 뜬금없는 말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진샤웨이는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전 지원 부서 소속이에요! 지금 인천 공항 쪽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아무나 시켜도 저보다 잘할 거에요!]은혜의 황당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모두를 웃게 했다.
지원 부서 소속이라는 말은 너무 자신을 비하한 것이었다.
지금 은혜는 EV를 대표해서 세계 각국과 거래하는 EV의 무역 대표이자, 세계 경제를 뒤에서 주무르는 흑막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거 끝나면 절대 쉬고 만다. 내가 정말 줄을 잘못 섰어. 어. 마이크 켜져 있는 거예요? 딸깍!]푸하하하하!
모두의 웃음이 바다를 메웠고, 잠시 뒤, 새침해진 은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사 1분 전, 발사준비 완료. 외부 교란 장치의 출력을 최대로 올립니다.]이제는 착실히 방송할 모양이었다.
[발사 20초 전, 일렉트론볼트 엔진 가동.]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발사 시퀀스를 전해 주었다.
[발사 10초 전, 9, 8….]그리고, 최종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오! 사! 삼! 이! 일!”
모두가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콰과과과광!
초읽기가 영이 되는 순간, 섬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화염을 뚫고, 로켓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발사체 초음속 돌입. 통신 위성 알파. 발사 성공했습니다!]와아아아아!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멸망한 이 지구에 다시 통신 위성을 쏘아 올린 것이었다.
아직 살아있는 위성들도 있었지만, 많은 위성. 특히 통신 위성들은 멈춘 지 오래되었다.
멸망한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위성은 통신 위성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쏘아 올린 위성은 이들의 의지이자, 등대였다. 인간들의 세상을 다시 만들겠다는 EV의 다짐이었다.
“그런데. 경훈은 어디 있죠? 이런 광경을 보지도 않고.”
점점 작아지는 로켓을 보며 진샤웨이가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보겠다고 했어. 시작한 곳에서 보고 싶다나.]“시작한 곳이라…….”
셰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동쪽을 바라보았다.
폐허가 된 인천 너머에 있는 버려진 도시 수도 서울을.
***
그 시간, 경훈은 건물 입구에 몸을 기댄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빈 양주병과 반쯤 채워진 잔이 들려있었지만, 얼굴에는 술 취한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진샤웨이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하나도 안 취하네.”
-취하면 안 돼요. 아직 서울에 있는 몬스터도 다 정리하지 않았어요.
“역시, 그런가.”
서울에 있는 군주급 괴물들은 모두 정리했지만, 아직도 남은 괴물이 많았다.
경훈이라도 술 취해 잠들면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신 건가요?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보면 좋을 텐데….
“그냥 궁금해서.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고.”
-그래서 알아내셨나요?
경훈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이제, 경훈의 눈에도 로켓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남은 술을 마시고, 아공간에 술병과 잔을 던져 넣었다.
손을 비운 뒤,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바닥에 큰 구멍이 뚫려있는 로비가 그를 맞이했다.
경훈은 커다란 구멍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무너져 내린 파편들이 지하에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먼지가 쌓인 파편들 위로 핏자국이 보였다.
“쥐 괴물은 없군.”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이브의 말에 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구멍은 처음 그가 이 세상에 넘어왔을 때 만든 구멍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배낭 가득 사제 폭탄을 만들어 어미 쥐 괴물들과 함께 터트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엘리트급이나 되었으려나……. 그런 괴물을 상대로 정말 고생했네.”
-그때는 주인님도 F급이셨습니다.
이브의 대답에 경훈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정말, 먹이사슬 최하위에서 바득바득 기어 올라와 이 자리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경훈은 구멍 안으로 뛰어내렸다.
건물 지하는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괴물들의 시체는 사라졌지만, 지하 2층에 있는 괴물들의 둥지는 전처럼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경훈은 높이 쌓인 잡동사니를 뒤적였다.
한참을 뒤적이던 그는 찾는 것이 보이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는 없나 보네요.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긴 하네.”
이곳에서 만난 여성의 흔적이 남았을지도 몰라 찾아보았지만, 다행히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경훈은 괴물의 둥지에서 나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연구소 지하 삼층.
“처음 왔을 때는 몰랐는데, 많이 달라져 있었군.”
과거로 갔을 때 본 연구소의 모습과 눈 앞에 펼쳐진 파괴된 시설의 모습은 꽤나 차이가 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쇠 차단막과 창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 부서져 있었지만, 잘 살펴보니 괴물들을 막기 위해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훈은 복도를 걸어갔다.
휴대폰을 구했던 실험실도 지나갔고, 날카로운 발톱에 찢겨나간 복도도 지나쳤다.
그리고, 그는 맨 안쪽 실험실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철문을 열었다.
작지 않은 실내. 낡아 보이는 벽. 망가져 방치된 기계와 전자 장비들.
이 세계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보았던 모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실험실인가요? 이 세상에 처음으로 넘어온 곳이?
“맞아.”
경훈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세계에서 처음 눈을 뜬 곳도 이곳이었고, 과거로 돌아가 처음 도착한 곳도 이곳이었어.”
-그게 의문이었나요?
“그래. 과거로 돌아갔을 때는 전에 차원 문을 만들었던 곳이어서 다시 여기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시간상으로 맞지 않더라고.”
과거로 돌아갔을 때가 더 먼저라면, 그때, 차원문이 만들어졌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차원문을 보았었다. 어두운 공간에 홀로 빛나던 빛을.
그때, 이브가 입을 열었다.
-원인과 결과가 계속 꼬리를 문다는 말이군요.
“맞아.”
경훈의 대답에 이브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원인과 결과가 꼬리를 무는 게 그거 하나뿐인가요?
“응?”
-주인님이 과거에 가셔서 한 일을 전부 알려드릴까요?
-마나 공학을 키운 것도 주인님이고, 사인검을 만든 것도 주인님이고, 이 세상의 멸망을 늦춘 것도 주인님이잖아요. 셰인이 만들어지고, 살아남은 것도 주인님 때문이고, 베일리가 멀쩡하게 한 것도 있었네요?
이브의 말에 경훈이 애매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저를 만든 것도 주인님이잖아요. 그럼, 이것들은 원인과 결과가 어느 거죠?
“그런가?”
-뭐, 이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지만, 평행차원도 아니고 시간 이동이잖아요. 전 예전에 연산을 포기했어요.
듣고 보니, 이브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너무 생각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연결되었나?”
경훈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 된다! 언제 오실 거에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베일리도 일어났어요!
휴대폰에서 이사벨의 음성이 들려왔다.
위성이 벌써 궤도에 진입한 모양이었다.
-좋은 고기를 잡아놨어!
-술, 아니 포션도 준비했어요! 확실히 취할수 있을 거예요!
이사벨의 음성 뒤로 셰인과 진샤웨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경훈은 미소를 지었다.
괜한 고민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들과 함께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었다.
“바로 갈게.”
경훈은 휴대폰을 넣고, 바닥에 손을 펼쳤다.
은빛 연기가 모여들어 구멍이 되었다.
구멍에 들어가기 전에 문득 경훈이 입을 열었다.
”이브 너도 셰인처럼 몸을 가지고 싶지 않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브가 잠시 대답을 못 했다.
-…글쎄요. 몸 하나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전 오히려 지금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꺼낸 대답은 경훈의 예상과 달랐다.
이브가 말을 이었다.
-뭐, 다른 사람에게 목소리 말고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요.
그녀의 말에 경훈이 생각에 잠겼다. 그거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나중에 피라미드에 한번더 다녀오자고.“
경훈이 마지막으로 실험실을 둘러보고,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다.
경훈이 사라지자, 은빛 구멍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실험실은 오래전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어둠에 잠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