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94
302화.
백두산이 분화하고, 차원 이동자가 사라진 뒤로 몇 년이 흘렀다.
차원 이동자는 미래로 돌아갔고, 대군주는 마그마 속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몬스터들이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평화에 익숙해졌다.
사람들끼리 권력을 탐하고, 새로 시작된 마나 문명의 기득권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이용했다.
결국, 몬스터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지만,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소식을 막았고, 사람들은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몬스터에 의해 휴전선이 붕괴한 그 날도 서울은 다른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 날. 용산에 자리 잡은 연구소 건물 앞에 엄마와 아이가 서 있었다.
지나가는 차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주변을 시끄럽게 울렸다. 언제나처럼 서울은 북적이고, 시끄러웠다.
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는 커다란 문을 보고는 엄마를 향해 칭얼거렸다
“여긴 싫어…. 너무 힘들어요. 아파요.”
아직 젊어 보이는 엄마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몸이 괜찮은지 알아보기 위해서야. 조금만 참아줄래?”
엄마의 말에 아이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마를 위해 참을게.”
“그래, 우리 아들 참 착해.”
아들을 달랜 엄마는 뒤를 한번 돌아보고, 아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쯧.”
그녀가 돌아본 곳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전투 각성자도 아니고, 현업에서 나온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감은 웬만한 고등급 각성자보다 좋다니까.”
어차피 오늘은 들켜도 상관이 없었다.
그는 눌러썼던 모자를 벗고, 엄마와 아이가 들어간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안도 무척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건물 밖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로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얼굴과 창백한 표정을 한 사람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번 검진 때는 이렇지 않았었다. 달라진 분위기에 여성은 굳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시끄러운 로비를 지나 복도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복도를 가로막은 검문소는 전보다 경계가 삼엄해져 있었다.
“오셨습니까? 잠시 기다리시면 담당자가 나올 겁니다.”
검문소를 지키는 경비와 각성자는 사무적인 어조로 그녀를 맞이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검사 올 때마다 한 명씩 바뀌더니, 이제는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다.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달라진 분위기에 그녀가 물어보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검문소로 올라왔다.
그동안 아이를 검사해 왔던 연구원도 있었지만, 검사 때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연구소 책임자가 연구원들을 이끌고 있었다.
하 박사라고 불리는 각성자 연구의 권위자 이자, 이 연구소의 총 책임자였다.
그를 본 그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곳에서 일할 때도 거의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지금 올 이유가 없었다.
놀란 그녀에게 그동안 아이를 검사해 왔던 연구원이 말했다.
“보호자는 전처럼 대기실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실험이 길어질 것 같으니, 원하신다면 밖에서 시간을 보내셔도 됩니다.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무심히 말하는 연구원을 노려보았다. 애를 맡기고 밖에서 볼일을 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오늘은 정기 검사도 아니었다. 계획에 없던 검사였다.
갑자기 불러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엄마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갑자기 무슨 검사죠? 오늘은 제가 옆에서 봤으면 하는데요.”
걱정된 그녀가 말을 꺼내 보았지만, 언제나처럼 상대는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전에도 말했는데요? 각성자가 옆에 있으면 제대로 된 검사가 불가능합니다.”
각성자의 마나 때문에, 측정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연구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 박사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배려해 줬는데, 이러면 곤란하지. 약속을 지켜.”
하 박사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엄마…….”
“응, 괜찮아. 금방 끝날 거야. 엄마 기다리고 있을게.”
“응.”
아이는 불안한 눈을 한 채로 연구원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엄마는 그 자리에 서서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
지하 3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연구원들은 아이를 데리고, 맨 마지막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 문은 열려 있었다.
아이는 실험실 문 앞에서 주춤 발을 멈추었다.
그동안 검사를 받아왔던 실험실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 방안에는 무서워 보이는 물건이 무척이나 많았다.
“빨리 들어가.”
아이가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연구원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아이를 실험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의 엄마가 있을 때보다도 훨씬 차가운 모습이었다.
연구원들은 아이의 옷을 연구하기 편한 환자복으로 갈아입힌 뒤, 작은 의자에 앉혔다.
의자는 마치 죄인들을 고문하는데 쓰는 구속구처럼 보였다.
겁을 먹은 아이가 의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의자와 연결된 가죽 띠에 팔다리가 묶이고 말았다.
아이의 입도 재갈이 물려 졌다. 전과 다른 어른들의 행동에 아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연구원들은 아이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연구원 하나가 책임자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하실 생각입니까?”
“끝까지.”
하 박사가 단정적으로 대답했다.
“괜찮겠습니까? 이 실험체를 잃으면 대체할 실험체도 없습니다.”
연구원의 걱정에 하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이번에 실패하면 끝이야. 몬스터들이 지금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어. 며칠 안에 연구소도 서울도 사라질 거야.”
실험을 준비하던 연구원들이 움찔 놀랐다.
“그 정도입니까? 상황이 나쁘다고는 들었지만….”
“나쁜 정도가 아냐. 이번 실험만 하고 바로 부산으로 가야 해.
하 박사의 말에 연구원들의 손길이 빨라졌다.
장비에 불이 들어오고, 아이의 몸에 감지기가 매달렸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팔에 문양이 그려지고, 선이 연결되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하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그럼, 강제 각성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장비 앞에 선 연구원이 스위치를 올렸다.
우우우웅.
장비가 묵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계기판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아이의 팔에 그려진 문양이 은은하게 빛을 뿌렸다.
아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1단계 반응 없습니다. 단계를 올립니다.”
웅웅웅.
소리가 점점 커지고, 문양이 점점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아이는 괴로운 얼굴로 몸을 비틀었다.
컥! 컥! 컥!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비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마나 주입 3단계입니다. 아직, 각성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실험체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혈압도 뇌파도 위험수치입니다.”
아이 몸을 체크하던 연구원이 주의를 주었지만, 하 박사는 같은 지시만 내릴 뿐이었다.
“더 올려.”
파지지직!
결국, 아이 몸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아이 몸이 튀어 오르고, 재갈이 끊어져 나갔다.
“아아아아악!”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무서운 광경이었지만, 연구원들과 하 박사의 표정은 전보다 밝아졌다.
“실험체가 마나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계속해!”
주입되는 마나의 양이 늘어났고, 아이의 비명이 점점 켜졌다.
*
엄마는 실험실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대기실의 눈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문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그녀를 보고 혀를 찼다.
“노려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편하게 있어.”
그녀는 문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는 그룹 소속의 각성자이자, 그녀와 아이를 감시하는 감시원이었다.
다른 각성자 감시원들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전투 각성자는 그밖에 없었다.
전투 각성자를 그녀와 아이의 감시원으로 붙여두다니.
어이없게 느껴졌지만, 아이의 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감시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그녀와 아이 앞에 나선 적이 없었다.
몰래 지켜볼 때도 그녀에게 계속 들켜왔지만, 이렇게 그녀의 앞에 선 적은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은 모든 일이 전과 달랐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남자에게 질문했다.
“계속 숨어 있었잖아. 왜 오늘은 직접 나선 거지?”
그녀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왜, 이상한가? 뭐, 그럴만한 일이 있으니까.”
“그 일이 뭔데.”
그녀는 남자를 노려보았고, 남자는 피식 웃고 말았다. 남자는 그녀를 비웃었다.
“흠,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해줄까? 말까?”
남자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는 날이 서 있는 단검을 손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뭐, 마지막 임무니까. 그동안의 정을 봐서 알려주지.”
남자의 표정은 말과 전혀 달랐다. 그는 악의에 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임무도 오늘로 끝이고, 실험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지금 북쪽에서 몬스터들이 밀려오고 있거든.”
뜻밖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연구소도 회사도 끝장을 볼 모양이야. 오늘은 평범한 검사가 아니라, 각성 실험인 거지.”
그는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리아, 당신은 오늘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어.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일이 발생하던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새가 쥐어짜는 듯한 소리.
아이의 비명이었다.
마리아의 몸이 덜컹 멈추었다.
남자가 단검으로 문 뒤를 가리켰다.
“지금처럼 비명이 들려와도 당신은 여기 있어야 해. 그게 내가 받은 마지막 임무야.”
그가 쥔 단검이 흐리게 빛났다.
남자는 마리아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빌지, 아니면 되지도 않게 달려들지.
어느 쪽이든 몇 년이나 계속된 지겨운 임무의 마지막 여흥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점점 일그러지던 마리아의 얼굴이 어느 순간 무표정하게 변했다.
“우릴 속였어? 내 아이를 실험재료로 쓰고 있어?”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남자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싸움 쪽인가? 그것도 좋지.”
그는 마나가 깃든 단검을 치켜들었다.
마리아가 치켜든 단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싸움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남자는 마리아의 등급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무모함을 예상치 못했다.
“헉, 헉.”
마리아가 철문에 기댄 채로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기대자 철문에 핏물이 묻어나왔다.
어지러웠다. 맨몸으로 마나가 실린 칼을 막아섰으니, 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지하 삼층. 제일 안쪽 실험실.
막아서는 경비원들을 쓰러뜨리고, 결국 그녀는 아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철문 안에서는 더 이상 아이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성공이야!”
대신 연구원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이는 어떻게 된 거지?’
쾅!
그녀는 닫힌 철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