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layed the Role of the Adopted Daughter Too Well RAW novel - Chapter 85
086화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한 쌍의 남녀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루이바르텐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르폰 공자님의 손님이니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루이바르텐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르폰 공자님의 손님이니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생김새가 굉장히 닮아 있었다. 쌍둥이인 듯했다.
세르폰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안내를 좀 부탁할게요.”
그의 태도는 명가의 자제답게 여유롭고 기품이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상점의 사용인들은 세르폰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황당한 장면은 거기서 나왔다.
비올라는 저도 모르게 풉 웃고 말았다.
‘뭐야.”
너무 대놓고 티가 났다. 방금 허리를 숙인 여자 점원이 세르폰을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저는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그것을 열렬히 주장하는 듯한 눈빛과 태도로 세르폰을 보고 있었다. ‘저 정도로 티 나면 모르는 것도 이상하겠어.’
역시 세계관 최고의 바람둥이다웠다. 비올라는 세르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슬쩍 손을 스치고 지나갔잖아?’
마치 타짜의 손놀림 같았다. 아무도 모르게, 아주 살짝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 여성 사용인은 그것마저 기분이 좋은지 아주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잘들 논다.
세르폰에게 저런 여자가 열 명도 넘게 있다는 사실에 딸기 에이드를 걸겠어.
힐끗 보니 에르사도 그 장면을 놓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기야. 내가 본 걸 에르사가 못볼 리가 없겠지.’ 세르폰은 알까? 제가 아무리 빠르고 은밀한 손놀림을 가졌어도, 검귀의 눈썰미는 피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나저나 유명 명품 상점이라더니…… 어마어마하긴 하구나.’
상점 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려한 가방들이었다. 각양각색의 가방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숫자가 족히 100점은 넘었다.
반대편에는 또 보석으로 치장한 검들이 보였는데 실전용 검이라기보다는 과시용 혹은 의전용 검 같았다.
많다.
헤라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시된 물건들을 내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자 세르폰이 헤라를 쳐다보았다.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비록 대중에게 공개된 물건들이기는 하지만 루이바르텐가의 명인들이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낸 작품들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헤라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생산 단가를 많이 낮추었다고 들었는데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루이 바르텐가의 기술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제는 좋게 보고 있지만.”
“……”
“명품을 공산품화하였다는 일각의 비난도 피할 수는 없겠지요.”
예전에 모든 명품은 명인들이 모두 수제작 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명품들은 일련의 공정 과정을 거쳐 공산품처럼 찍어내기도 하였다. 덕분에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실제로 명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난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루이바르텐가의 명인 정신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에요. 진열된 것 외에 또 다른 것들을 좀 보고 싶은데요.”
“십일화 레이디께서는 원하는 것을 이미 생각해 놓으신 모양이군요?”
세르폰의 눈에는 경멸이 서렸다. 마치 변방의 벨라투 따위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라며 무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비올라와 헤라가 그 시선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헤라는 불쾌함을 내색하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보고 싶네요.”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요?”
늘 여유만만하던 세르폰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것이…….”
“공자의 권한으로 불가능한 요구인가요?”
세르폰이 하하 웃었다. 여유롭게 웃기는 했지만 손끝이 달달 떨렸다.
‘야만스러운데다가 상식까지 결여되어 있는 족속이구나!’
감히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의 이름을 언급할 줄이야. 가문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있는 디자이너였다.
‘그만한 안목도 없으면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원하는군.
명품은 명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자의 손에 있어야 명품이다.
세르폰은 그렇게 생각했다.
벨라투가는 명품에 어울리는 자들이 아니었다.
‘어떻게 좋게 돌려서 말을 해야, 스스로 포기할까?’
문전박대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야만스러운 일족이라고 해도 공작가는 공작가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할 수도 없었고, 반대로 제 권한으로는 어려운 부탁입니다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레이디 에르사가 실망할 텐데.”
세르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헤라가 속 편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애초에 카를로 수석 디자이 너의 개인 작품을 보려고 이곳에 왔거든요.”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전 예약이 필수인지라…….”
잠시 당황했던 세르폰은 어느새 여유를 되찾았다.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6개월 전 예약이 필수다.
마치 굉장히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여 예약이 되어 있을까요?”
그분은 아무나 예약을 받아주시지 않는다고. 까탈스럽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이시지.
“네.”
예약이 되어 있을 리가……… 응? 세르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셨습니까?”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는 콧대가 높기로 유명했다. 심지어는 루이바르텐가 가주의 명령에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벨라투는 야만인이라더니!’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줄이야. ‘벨라투의 이름으로 예약된 건은 하나도 없었어.
인상을 찌푸렸다.
‘어린 영애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구나.’
아주 앙큼하기 짝이 없었다. 거짓말을 해도 하필이면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를 걸고넘어지다니..
가문 내에서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디자이너.
어린 시절 세르폰의 스승이기도 했으며, 그는 여전히 카를로를 두려워했다.
그런데 헤라가 계속 말했다. “네. 겨울성의 군주 헤론 벨라투의 직인으로 보증되었으며.”
품속에서 초대장 하나를 꺼내 들었다. “테라 상단주 케로스의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실례지만……… 테라 상단주인 케로 스 경과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세르폰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테라 상단은 최근 대륙 내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대 상단이었다.
이미 대륙 북부 유통 사업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세를 급격히 확장하여 유통계의 신성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운용하는 자산 규모로만 보면 루이 바르텐가를 훨씬 앞서기도 하였으나, 상단주의 정체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제 직속 사용인입니다.”
“……01]?”
세르폰은 귀를 의심했다. 직속 사용인이 상단주다?
그럼 고용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인데?
“제가 케로스 경을 고용하였습니다. 테라 상단주의 자리를 주었죠.”
“…….”
비올라는 든든함을 느꼈다. 역시 헤라와 친해지길 잘했다.
‘역시 부자 언니!’
헤라와 다니면서 절감하고 있다. 부자 언니는 좋은 언니였다.
“그럼 테라 상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헤라 공녀님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세르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초대장과 헤라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봤다.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그 신성 테라 상단이 결국 벨라투가의 소유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때, 벽면에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3층짜리였다. 그러나 이곳에는 또 다른 공간이 존재했다. 마법으로 가려진 은밀한 공간이었으며, VVIP들을 위한 비밀 공간이었다. 루이바르텐가의 사람들은 이 공간을 일컬어 ‘4층’이라고 표현하였다.
방금 벽면에 만들어진 마법진은 4층과 연결되는 마법진이었다.
우당탕탕!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 내려왔다.
반쯤 벗겨진 머리.
가슴까지 길게 자란 하얀 수염을 가진 남자였다.
“헤라 공녀님!”
루이바르텐가의 원로,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였다.
“어, 어찌 기별도 없이 이렇게 오셨단 말입니까? 연락이라도 미리 주셨다면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갔을 것을! 아이고.”
“괜찮아요. 세르폰 공자가 제 안내를 잘 해주셨거든요.”
“오! 공자님께서 말입니까?”
평소 사고만 치던 차남이? 이렇게나 기특할 때가! 저 망나니가 웬일로 이렇게 기특한 짓을 했단 말인가!
카를로의 눈에 안도의 빛이 서렸다.
헤라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 십일화 레이디라고 저를 아껴주셨지요.”
“시, 십일화 레이디요?”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는 자신의 귀를 잠시 의심했다. 십일화라니.
십 일 동안 피었다가 바스러지는 그 꽃?
황당한 표정으로 세르폰 공자를 잠시 쳐다보았다.
“아, 아하핫!”
일단 그래도 수습은 해야 했다. “아무래도 저희 공자님께서 동대륙의 아름다운 꽃인 시밀화와 헷갈린 모양이군요.”
헤라가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 조금 안도한 카를로가 말을 이었다. “오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셨는지요?”
“네. 세르폰 공자님 덕분에요.”
“세르폰 공자님께서 좋은 일을 하셨군요.”
“하나.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헤라가 아공간에서 휠체어를 꺼냈다. 그제야 카를로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헤라가 휠체어가 아닌 집사에게 업혀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카를로 수석 디자이너님께서 선물해 주신 이 휠체어는 골드 로드를 지나치지 못해서 슬펐답니다.
카를로의 이마와 벗겨진 머리(두피)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귀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카를로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했고, 세르폰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헤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벨라투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한 번 목덜미를 물었으면 숨통을 끊어놓아야 한다.
헤라는 그렇게 배워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수석 디자이너님께서 보시기에도 제 아름다움은 10일짜리인가요?”
헤라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못 봤지만 비올라의 얼굴도 흙빛으로 변했다.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