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a villain with nothing but a death flag RAW novel - Chapter 115
사망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에 빙의했다 115화
115
나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늘 느끼던 것이었다만, 나는… 게임이 아닌 실제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한해 조약돌이 하나 얹어졌다.
—필드, 비에자 숲 내에서 상태 이상 ‘혼란’에 대한 면역을 부여한다.
이게 얼마나 내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나는 침착했다.
“레민 발뒤르 폰 가쳰 오카스트로!! 전방의 몬스터 근처로 향해 화염을 날려라! 목표는 몬스터가 아니다! 숲에 불을 지르는 거다!”
“뭐… 뭐?”
“지금 당장!!”
원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필요한 건, 정확한 ‘지목’과 ‘명령’이다. 그러면 대게 얼을 타면서도, 어버버거리면서도 말을 듣게 된다.
여기까지가 이론적인 이야기.
그리고,
—위엄 A
본래에는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정도로만 써먹던 내 특기 하나가, 내 목소리에 실려 이 공간을 장악한다.
“헤르아 루사나 폰 가쉔 디글레아!”
“어, 어읏! 넵!”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몬스터들에게 덩굴로 속박을!”
예전 같았으면, 자기는 조교수고 나는 학생이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을 헤르아 역시,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녀는 곧장 내 명령에 따라, 전장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내 시선은 멀지 않은 저쪽. 지리멸렬하는 학생들에게로 향한다.
‘다들 패닉에 빠져 있다만, 확인되는 몬스터는 3마리뿐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어쨌거나 마법을 쓸 줄 아는 인간들이 십 수 명이나 있다.’
‘몬스터들의 마법 저항력이 높긴 하다만, 이 역시 파훼법이 존재하니까.’
이 세계에서 마법 저항력은, 마법에 관한 모든 것을 막아주는 만능의 스테이터스가 아니다. 직접적으로 닿는 마법이나, 저주에는 강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다르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상대에게, 화염구 따위를 만들어 던지면 효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내가 방금 레민에게 지시했듯 숲에 불을 질러버리면.
‘마법으로 말미암되, 그건 더 이상 마법의 영향으로 불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불 자체는 거의 모든 몬스터와 짐승에게 상극.’
염동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염동으로 직접 때리면 효과가 없지만, 염동으로 물질계의 바위를 집어 던지면… 그건 온전히 바위의 물리력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다만, 엘베드면 전천후다.
상대가 마법저항력이 있든 없든, 싸울 수 있는 존재. 당연 그들의 전투 방식을 모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화륵!
나무에서 번져가는 불에, 학생들에게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약간 방향을 틀었다. 옆으로 우회해서, 접근하려는 것이었다.
레민의 마법으로 벌어낸 아주 짧은 시간, 나는 다시금 소리친다.
“하베스트 가문의 장자, 롤랑 벨테인 폰 코드 하베스트여! 등을 보이지 마라! 맞서 싸우기 두렵다만, 흙벽을 세워서라도 저항해라!”
“베이커 가문의 3남, 자카레 벨테인 폰 타레 베이커여! 염동으로 바위를 던져라! 네 힘이면, 저깟 몬스터들은 단번에 짓이길 수 있다!”
“이렐리아여! 짓밟힐 때 더 찬란히 빛나는 그대 가문의 금언을 잊지 말라! 아이오니아의 명예와 긍지를 잊지 마라!”
이름이 불린 자들은 일단 멈춰 섰다. 그리고 그들을 호명한 내게로 시선을 던진다.
위엄 A가 있다고는 하나, 만일 내가 그저 가만히 서서 그들에게 명령만 내렸다면 곤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적은 고작해야 셋이다! 세계 최고의 명문, 샤프란의 학생이 30명이나 있는데 고작 몬스터 3마리에 도망친다니! 여기서 물러서면 그대들의 이름이 치욕으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약간의 과장을 섞고, 저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호빗 가문의 장남, 프로도여! 바람이다! 네 바람으로 저들의 눈에 흙을 뿌려라!”
여전히 도망치려는 이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겁먹지 마라! 맞서 싸워라!”
도망치던 이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전장을 호령하는 목소리가 저들 손아귀에 힘을 불어넣는다.
그 선두엔 내가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앞으로 나아가 싸워라!”
모두가 도망칠 땐, 다 같이 도망치지만.
모두가 맞서 싸울 땐, 다 같이 맞서 싸운다.
“맞서 싸워라!”
“우, 우아아아아!”
“셋이잖아! 고작 셋뿐이잖아아아!”
중간부터는 이름을 부를 필요도 없었다. 흐름은 이미 바뀌었다.
학생들의 눈동자에 투지가 깃들었다. 두려워하면서도, 맞서 싸우려 드는 의지가 그들의 몸을 움직였다.
‘만일 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었다면 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이들은 벨테인의 마법사이고.
세계 최고 마법 대학의 학생들이다.
거기에 실전 경험은 없을지언정, 이론은 알고 있는 인간들.
“마법으로 직접 공격하지 마!”
“숲을 불태우거나, 염동으로 집어던져!”
“안 되는 녀석들은 몬스터들의 진로를 방해해!”
애초부터 전력상, 우위는 이쪽에 있었다.
마법 저항력이 높긴 하나, 저들은 그저 거대화한 곤충이고, 기괴하게 생겼을 뿐인 짐승이었다. 그리고 결국은 셋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쿵.
—쿠웅.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하아… 하아….”
“끝났다….”
학생들은 하나둘 털썩 쓰러졌다. 흔들리지 않고 집중해야 마법을 구현해 내는 벨테인들이, 꽤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지.’
나는 쓰러져 있는 몬스터 중 하나를 살핀다.
—끼이이이….
몸은 말이 돼, 사자의 머리를 하고, 한쪽에만 독수리의 날개가 달린 키메라형 몬스터.
나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선다.
“류리크… 씨?”
“그, 그거 아직 살아있는 거 아냐?!”
메이린, 실비아의 목소리에 쉬고 있던 학생들이 재차 긴장한다. 내가 바라던 방향이었고, 지금 꼭 필요한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여기엔 약간의 연출이 필요하니까.’
앞으로 내가 피 묻힐 일이 없을 테니, 더욱.
—푸욱.
나는 평소 갖고 다니던 단도로 몬스터의 목을 찔렀다.
얼굴에 피가 튀었으면 하여 일부러 자세를 낮추었고, 일부러 깊게 찔렀다.
“………….”
“………….”
시선들이 느껴졌다.
뒤에 눈이 달린 것은 아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학생들의 이목을 충분히 끈 뒤,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뒤를 돌며 말한다.
“지금부터 탈출 작전을 시작하겠다.”
* * *
모란 교수는 살면서 처음으로, 눈앞이 깜깜해진다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나무늘보처럼 느긋하게 말하던 에에, 라는 어두는 사라진 지 오래. 그녀의 표정은 그야말로 시체처럼, 거무죽죽하게 죽어있었다.
“가르데, 학교 쪽과의 연락은….”
“곧 있으면 연결될 거 같습니다.”
원래 베이스캠프는 나름 숲 외곽의 안전구역에 있었다만, 사일러스의 꽃가루가 운무 형태로 다가온 뒤부턴 달라졌다.
어찌저찌 바람 마법으로 꽃가루는 날렸지만, 이미 당했던 학생 몇이 있어 ‘기절’시킨 상황.
거기에 사일러스 꽃의 영향인지, 외부와의 통신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으윽,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역시 직접 나가서 찾아봐야….”
“모란 교수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움직였다간….”
“하지만… 이대로면 시말서로 끝날 문제가 아니잖아요?”
학생이 다치기만 해도, 샤프란이 발칵 뒤집힐 거다.
아무렴 이 학교의 학생 하나하나가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니까. 헌데 심지어 사망한다면.
‘내가 파면되어도 수습이 안 될 수 있어….’
공의 개념을 넘어, 사적으로 가문 대 가문의 일로 불거질 수 있다.
‘가뜩이나 귀족들이 황태자 저하다, 2황자 저하다 파벌로 날 선 가운데… 폭탄이 될 수도….’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디글레아라는 유서 깊은 가문이,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이는 것만큼은 죽을 만큼 싫었다.
“교수님, 그러면 제가 숲 바깥으로 이동해서….”
“꽃가루가 언제, 어디서 영향을 끼칠지 모르고, 몬스터 역시 언제 나타날지 몰라요. 괜한 희생을 늘리는 건 절대… 사양인데요.”
퉷, 입에서 피 섞인 침을 뱉어낸 모란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한다.
“몰슨, 비켜요. 일단 자연에 한번 물어보고… 학생들을 찾으러 갈 겁니다.”
“하, 하지만 아직 몸 상태가….”
그때였다.
“모, 모란 교수님! 통신이 회복되었습니다!”
“…………!”
아주 짧은 순간, 모란은 생각했다.
—여기서 학교 측과 연락을 하면, 어떤 형태로든 징계는 피할 수 없다.
—만일 학생들을 모두 무사히 구조한다 쳐도, 일이 커졌으니…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터.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르데, 당장 학교에 교수님들과 경비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가문, 파벌, 징계 등 별의별 이유가 떠올랐지만,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
가르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 통신구슬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네! 그러면 지금 바로….”
그리고 그때.
“그대로 가만히 있게. 가르데.”
이 자리에 없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너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학교에 연락해서 무슨 사달을 만들 셈인가.”
모란 교수의 얼굴에 놀람과 경악이 서린다.
“류리크… 아스트레이…?”
그리고 그 남자.
류리크 아스트레이는 말한다.
“여기엔 아무 일도 없었다네.”
그의 뒤로는 학생들이 있었다. 면면들을 보아하니 모두 고생깨나 했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와 살아남았다는 희망이 교차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장 선두에 있던 류리크 아스트레이는,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조금 멀리 약초를 채집하러 갔던 것뿐일세.”
그나마 멀쩡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얼굴과 옷은 피범벅이고… 옷 역시 수많은 고난을 거친 듯 잔뜩 헤져 있다.
하지만,
“물론 그때 ‘약간’의 헤프닝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학외 실습이 끝난 게지.”
그 웃음은, 이상하리만치 비열한 악당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러한가? 모란 교수.”
* * *
류리크는 그리 말한 뒤, 쉬러 가겠다며 사라졌다.
한편, 베이스캠프는 살아남았던 학생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남은 거, 이거 다 류리크 덕분이야.”
“아까 얼마나 멋있었는데!”
“물러서지 마라! 맞서 싸워라! 그렇게 말하면서, 가장 앞에서 싸웠다니까?”
“나 진짜 전쟁영웅을 본 것 같았어!”
그건 정말 의아한 부분이었다.
—에에… 학년 수석이라는 것도 웃긴 게, 매 학기 학년별로 1명씩. 일 년이면 16명이란 말이죠? 아, 물론 일 년 내내 학년 수석이라면 다르겠지만….”
—에에… 그것도 그렇고, 애당초 최연소 헤루인이라는 것도, 지금 보면 별거 아니잖아요? 20살에 헤루인은 상당히 많으니까.
지금까지 그녀가 류리크를 바라보던 시각은 딱 이 정도였다.
실력이 있는 것은 맞지만, 너무 과대평가 되어 있다는 정도. 그런데 그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기적(奇蹟)을 이뤄냈다.
‘싸웠다는 말을 보니, 운 좋게 잘 도망친 게 아니라 몬스터랑 전투가 있었다는 건데….’
고작해야 헤루인인 류리크가 그렇게 활약을 했다고?
심지어 그 몬스터들은 루나사인 헤르아나, 레민도 잘 대처하지 못할 만큼 마법저항력이 높던 놈들인데?
‘일단 이쪽부터 확인해 봐야겠네요.’
거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란 교수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쉬고 있는 헤르아에게 다가선다.
“에에… 헤르아?”
“아, 앗! 교수님!”
“에에… 그대로 앉아서 쉬어요. 그냥 간단하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니까.”
모란은 헤르아에게 축복과 회복 마법을 걸어주며, 질문을 시작했다.
“에에… 대충 들으니까, 전이된 곳에서도 몬스터들이 나타났던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숲의 몬스터들은 마법저항력이 매우 높았을 텐데요.”
“아, 그건….
“에에… 분명 루나사 등위인 헤르아도 고전하지 않았던가요. 그 정도면 벨테인인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법 한번 못 쓰고 있으나 마나 한 병풍이었을 텐데.”
“어음, 그건….”
“에에… 심지어 그 전이된 곳에서부터, 여기까지는 어떻게 몬스터들을 뚫고 온 거죠? 길도 잘 모르고, 학생들을 통솔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
모란 교수가 말한다.
“에에… 미안해요. 헤르아. 내가 조금, 흠. 놀라서요.”
“아, 아닙니다. 교수님. 그러면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 * *
사실 나는 방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공격 마법을 쓰지 않았다.
그저 목소리를 높이며 지휘했고, 싸우는 시늉을 열심히 하며 학생들에게 보조 마법만 간간이 걸었다.
당연 이건, 내게 ‘보험’이 있기에 한 행동이었다.
—필드, 비에자 숲의 몬스터가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진다.
바바야가의 조약돌의 효과 중 하나.
‘극도로’라는 형용사면, 사실상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몬스터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마지막 숨통을 끊은 것 역시, 여기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리스크 가득한, 도박을 감행할 리 없지.’
여하간 작전은 잘 먹혔고.
얼굴에 묻은 피 역시, 좋은 분장이 되었다.
“…하, 하긴… 여기서 나가긴 해야지.”
“맞아. 몬스터 잡는다고 끝이 아니었어.”
“가자! 얼른 여기서 나가고 싶어!”
승리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내가 내비치는 분위기.
이 둘에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대 역시 존재했다.
긴박감 넘치던 전투가 끝나자, 도로 겁을 집어먹는 부류들.
“모, 모란 교수님을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가다가 무방비로 습격을 당할 수도 있는 거잖아.”
“바리케이드 같은 거라도 치면서, 방어하는 게…”
시간이 부족했기에, 나는 곧장 그것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첫째, 현재 모란 교수나 베이스캠프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
“둘째, 비에자 숲은 밤이 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마굴로 변모한다.”
일부러 저들이 겁먹도록, 강렬한 수사를 사용했다만…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기도 했다.
나는 그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헤르아에게 시선을 던지며 고갯짓했다.
“맞아, 얘들아. 비에자 숲은… 밤이 되면, 정말 위험해져. 이곳에 익숙한 용병이나 모험가들도 밤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더라고.”
“그, 그럴 수가…!”
“그러면… 우린 어떡하지?”
공포와 혼란이 더 깊어지면 안 된다. 그들이 느껴야 할 공포는 ‘여기 남는 것이 위험하다’라는 정도까지니까.
나는 곧장 희망적인 이야기를 덧붙인다.
“셋째, 지도로 확인한 결과 베이스캠프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덧붙이자면, 지도가 있으니 길을 헤맬 일도 없지.”
“하지만 가다가 몬스터가….”
“넷째, 베이스캠프 근처는 모란 교수가 이미 몬스터들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이 근처만 벗어나면… 도리어 무척 안전하다는 것이지.”
논리로는 이미 여기 남을 이유 따윈 없다.
그럼에도 몇몇은 여전히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저놈들이 학생만 아니었으면 그냥 버리고 가겠다만….’
—학교를 배경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학생이나 교직원이 죽으면 곤란하다.
나는 그 점을 상기하며, 마지막 한 수를 던진다.
“마지막으로 하나.”
저들이 반박할 수 없는.
반박하면 오히려 나쁜 놈이 될.
한 수(一手)를.
“내가 가장 선두에 서겠다.”
“…………!”
다시 말하지만, 나에겐 바바야가의 조약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