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a villain with nothing but a death flag RAW novel - Chapter 157
사망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에 빙의했다 157화
157
몬스터 토벌이 시작되었다.
천여 명의 용병들은 제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다소 걱정되는 바는 있었다.
“용병들 사이에 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불화?”
류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소하게는 몬스터를 내가 먼저 발견했다든가, 왜 가로채냐…… 이런 식의 다툼이 벌어질 터다. 이건 몬스터 토벌이지만, 경쟁이지 않은가.”
“아, 으음…… 일리가 있네. 별거 아닌 걸로도 목에 핏대를 세우는 놈들이니까.”
“그때 너와 예르파드가 중재를 나서줘야 한다.”
제멋대로인 이 용병들이 그나마 존경하고, 따를 만한 인간이 너희뿐이니까.
다만 문제를 인식한 류아라의 표정이 그리 밝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중재한다고 쳐도, 사흘에 걸쳐 사냥하는 거잖아. 우리 애들 만으로 천여 명을 어떻게 할 순 없어.”
확실히. 예르파드가 감당하기에 천이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대책을 마련해뒀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 용병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것들은 준비해두었으니까.”
나는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메이린.”
“네.”
그러고 보니 이 둘은 초면이던가.
나는 가볍게 둘을 인사시켰다.
류아라는 내 누이이자 예르파드 용병단의 단장으로, 그리고 메이린은 내 상회를 담당하는 총괄로.
“……너한테 인복이라는 게 있는 줄은 몰랐는데.”
류아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메이린을 살핀다.
“너는 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류리크한테 붙잡혀 사는 거냐?”
“예, 예? 아, 아니. 저는…….”
“누이여. 헛소리는 그 정도로 하고. 여하간 용병들이 사냥한 몬스터들은 메이린이 현장에서 즉시 매입해줄 거다.”
용병들의 입장에서 몬스터를 많이 잡아도 그걸 도시까지 옮기지 못하면 돈이 되지 않는다.
또 감정사나 상인에 따라 그 값을 온전히 쳐줄지도 의문이라, 이 부분에서 꽤 많은 실랑이가 벌어지겠지.
‘그런 고민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나는 상회(商會)의 입장에서 이문을 남기는 셈이니까.’
일석이조의 득을 보는 셈이다.
류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괜찮네. 용병은 일단 수중에 돈 들어오면 조금 온순해지거든.”
무보수로 돈 떼이는 일이 워낙 많아야지, 그녀가 작게 투덜거렸다.
“그리고 사냥을 마친 용병에게는 저렴한 값에 술과 고기를 제공할 거다.”
“오?”
“수중에 돈을 쥐여줬으니, 그 정도 여유와 사치는 부릴 수 있을 터다.”
“괜찮네! 술과 고기만큼 사람 마음 달래주는 게 또 없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게 일상인 이들이다.
의뢰금 떼먹히거나, 배신당하거나…… 그런 복잡한 거 생각하지 않고, 돈 벌면서 술과 고기를 누릴 수 있다면 크게 불만이 생기진 않을 터다.
한편, 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냥꾼 무리를 확인하며 말한다.
“아, 참고로 용병들이 잡아 온 몬스터는 북부의 사냥꾼들이 확인하고, 또 값을 매길 걸세.”
“사냥꾼들이?”
“몬스터를 잡아 돈을 버는 이들이니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에 눈이 밝고, 그 몬스터가 북부에서 잡은 것인지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예르파드에 입단하고자 누군가 다른 지역에서 몬스터 사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 역시 미연에 방지하도록 한 것이다.
대강이나마 상황을 정리한 나는 류아라와 메이린을 돌아보며 말한다.
“현장을 잘 부탁하지.”
“뭐냐, 너 마치 어디 갈 것처럼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여기 있을 수 없다.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 * *
화이트밴 영주성, 집무실.
남작은 굉장히 불안해하는 기색이었다.
“많이 불안한가.”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화이트밴 베철러 폰 디젠 스타프로트스.
괜찮은 충의.
적당히 열린 귀와 유도리가 통하는 남자.
……이다만.
지금의 그는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듯 반복적으로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다.
“염려 말게. 용병들은 모두 영주성 밖의 군막에서 지낼 테니까.”
아스트레이의 물자창고에서 가져온 군막을 활용했다.
용병들에게야 좀 춥고 혹독하겠다만…… 아무렴, 화이트밴 영주성에 밀어 넣을 순 없으니까.
“그리고 또 류아라가 있지 않던가. 불안해할 거 없네.”
“그야 류아라 님을 믿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영지 근처에 있는 용병이 천 명도 넘습니다. 주민들에게 성 밖으로 나가지 말라 이르긴 했지만, 혹여 무슨 마찰이 생기기라도 하면…….”
남작의 불안은 사실 당연했다.
만약에라도 용병들과 문제가 불거지면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을 텐데.
상대방은 무려 천여 명이 넘는 인원이니까.
‘심지어 그들이 정규군이나 기사단이라면 그나마 신뢰가 있겠다만…….’
상대는 용병이다.
그들은 모험가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서 인식이 좋은 직종이 아니다.
둘 다 배고픔과 굶주림에 익숙한 직업이고, 배고픈 인간은 곧잘 도적으로 돌변하기 마련이니까.
나는 말로나마 남작을 위로했다.
“내 맹세컨대 민가를 약탈하거나 주민을 희롱하는 자는 죽음으로 그 값을 받아낼 걸세.”
“………….”
애써 그럴싸한 말을 기워 붙였으나, 남작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역시 잘 먹히지 않는 건가.’
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마음이 어지러운듯한데, 잠시 걷겠나.”
“아닙니다. 저는…….”
“내 때마침 엘가도르를 만나러 가던 길이라네.”
“엘가도르라면…… 아이언포지의 조사관 말입니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지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변의 인프라 따위를 고려해서 새로운 아이언포지가 들어설 장소로 적합한지 가부를 판단하는…… 말 그대로의 조사관이다.
‘이전에는 물류의 문제로 난색을 표했지만, 이번에는 꽤 다를 터다.’
이만한 규모의 용병들을 동원해 몬스터를 소탕하는데, 여기에 대고 못 믿겠다고 말을 할 리는 없으니까.
“남작. 자네도 알겠지만. 바깥에 있는 용병들로 하여금, 영지 근처의 몬스터들을 모조리 소탕하기로 하지 않았나.”
“아, 예에…….”
“그로서 물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으니, 다시 부지 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라고 말하려 하던 참이네.”
남작은 묘하게 긴장한 어투로 말한다.
“그, 그런데 제가 그 자리에 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네. 아이언포지는 자네 영지에 유치될 것이니까.”
사실 아스트레이의 할데카르 근처였다면 더 좋았겠다만, 아무래도 그건 억지였다.
북부에서 생산해도, 그걸 제국 전역으로 퍼뜨려야 하기에…… 그나마 제국의 중앙에 가까운 곳을 골라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밴은 적당했지.’
최남단은 아니면서, 그의 영지는 끝에서 끝이 작게나마 아스트레이 공작령과 맞닿아 있으니까.
‘남작 본인도 적당히 괜찮은 인물이고.’
—괜찮은 충의.
—적당히 열린 귀와 유도리가 통하는 남자.
그리고,
‘남작이라는 계급 자체가 그리 높지는 않으니까…….’
백작이나 후작급 되었다면 나를 상대로 위축되지도 않고 도리어 ‘네가 아스트레이의 후계자로 적합한지 시험하겠다!’ 같은 태도로 나왔을 것이다.
허나 화이트밴은 절대 그럴 인사가 아니기에.
‘여러 가지 의미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말이지.’
나는 약간 어벙하게 서 있는 남작을 보며 말한다.
“어차피 영지는 자네의 병사들과 더불어 예르파드의 단원들이 지키고 있네. 잠시 다녀와도 괜찮을 걸세.”
* * *
아이언포지의 조사관 엘가도르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천여 명의 용병으로 지역 자체를 정리하고 있단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라네.”
“엄청난 돈이 들었겠군요.”
“뭐…… 운이 좋았다고 해두지.”
여기서 괜히 용병들을 돈 안 쓰고 부렸다고 입 놀렸다간 이상하게 소문이 와전될 수 있으니까.
나는 괜히 더 캐물을까,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허면 부지는 허가판정이 나겠나.”
“예. 몬스터 토벌에 대한 건, 조금 더 살펴봐야겠습니다만…… 이전에 인근에 광산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도 확인했고, 부지의 넓이나 입지도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엘가도르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화이트밴 남작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입을 연다.
“그, 그러면 내 영지에 아이언포지가 들어서는 것이오?”
“하하. 남작님. 그건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 얘기가 아닌 듯합니다.”
“으응?”
남작. 여기 오기 전에도 한 번 설명했을 텐데, 그새 까먹었는가.
“남작, 이전에 한번 얘기했다만 이것은 자네 영지의 부지가 아이언포지를 이전할 장소로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뿐이네.”
“아, 아…….”
“그리고 제국의 수많은 곳에서 아이언포지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처럼 제안을 보내고 있지.”
남작은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꾸벅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전에 말씀해주셨던 거 같은데…… 송구합니다.”
“아닐세.”
그는 앞으로 내가 여러 방면에서 ‘굴려야 할’ 사람이다.
나는 호감을 얻기 위해 말을 덧붙인다.
“어쨌거나 아이언포지가 북부에 들어선다면, 그건 반드시 자네의 영지일 걸세. 그리고 나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걸세.”
“가,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적당히 마무리되었다.
몬스터 토벌은 순조롭고.
화이트밴 남작도 적당히 달랬고.
가장 중요한 조사관에게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으니까.
‘이제는 입찰 때, 어떻게 승부수를 던지냐를 고민해야 하려나…….’
이후에도 많은 절차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몬스터 토벌이나 부지 확보가 오히려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 두 사안은 단지 내 의지만 있다고서 진행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실행 자체도 다른 인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사전에 준비는 철저하게 하긴 했지만.
막상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여 안심되었다.
이제 나머지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 남았으니까.
그때였다.
품 안의 통신 구슬이 반응했다.
“실례. 잠시 연락이 와서 말이지.”
“예, 어차피 얘기도 끝났으니 나가서 편히 받으시지요.”
나는 화이트밴 남작을 데리고 조사관실의 밖으로 나왔다.
남작에게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통신 구슬을 확인한다.
메이린이었다.
“무슨 일인가.”
—어, 어어…… 류리크 씨! 그게…….
뭐지.
왜 이렇게 당황해하는 거지?
—사, 사고가 났어요!
시작부터 정말 상큼하군.
“구체적으로 말해라. 어떤 사고이며, 혹시 사상자가 발생했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가 나타나 용병 수십 명이 피해를 입었어요.
좋지 않다.
그래도 여기까진 상정했던 범위 안의 일이다.
‘몬스터를 잡으면서 아무런 피해가 없을 걸 기대하진 않았으니까.’
다만, 메이린의 얘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제는 용병들이 그 지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뭐라고?”
—차라리 다른 지역의 몬스터를 잡지, 거기는 안 들어가겠다며 모두가 기피하고 있어요!
그건 좀…… 상당한 문제인데.
“지금 바로 그리로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