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a villain with nothing but a death flag RAW novel - Chapter 67
사망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에 빙의했다 067화
067
야심한 밤, 실비아는 샤프란 대학 근처인 로팅엘구의 어느 가게로 갔다.
「 프렐오드의 얼음가게 」
디저트를 파는 가게는 소저택 근처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얼음을 파는 가게는 제도 안에 몇 있지도 않았다.
늦은 밤,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찾은 것이 이 가게.
“얼음 구한다고, 이 늦은 밤에 정말 지랄맞게 고생하네. 내 인생 진짜…!”
에휴, 실비아는 한숨을 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보다 서늘함이 느껴지는 가게 안은 이렇다 할 게 없었다. 의자나 테이블은 물론, 흔한 장식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정면에 있는 기다란 카운터뿐.
그 카운터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무슨 깡패 두목처럼 생겼네.’
실비아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가자니, 중년 남자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흐아암. 여름철도 아니고, 샤프란의 중간고사가 얼음 장사 대목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야.”
“저기….”
“학생도 얼음으로 마법 연습하러 온 거지?”
잠꼬대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돌연 가게 주인이 실비아를 똑바로 바라본다.
실비아는 내심 놀랐지만, 그런 속내를 감추며 물었다.
“얼음으로… 마법 연습이요?”
“학생들 중간고사 시험 중 하나가 마법으로 얼음을 깎는 거잖아?”
생각해 보니 그녀도 언뜻 들은 바가 있었다.
—’마력 운용의 이해’ 과목.
‘마야 교수가 그랬었지. 다들 맥컬런 교수 수업에서 검은 돌을 깎는 과제 해봤을 테니, 그거랑 비슷하게 얼음 깎는 시험을 낼 거라고.’
어떤 마법을 쓰든 자유. 다만 얼마나 섬세하게 마력을 운용하는지, 그를 알아보겠다고 했었다. 아마 얼음 가게 주인이 말하는 것이 그것일 터.
“음. 샤프란의 학생이 아닌 건가?”
“아뇨, 맞아요.”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가게 주인은 만족했다는 미소를 지으며, 엄지로 뒤편을 가리킨다.
“얼음 가격표는 위에 적힌 대로고, 얼음을 부수든 깎는 건 저 뒤쪽에서.”
“그러면 특대로 하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험 연습으로 얼음을 쓰는 거면, 수련용으로 류리크 씨랑 메이린 씨 것도 사갈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정반대의 생각.
‘사실 류리크 씨는 이런 거 필요 없을 거 같고, 메이린 씨는 질색하면서 괜히 나를 싫어하게 될 거 같은데….’
잠시 망설이고 있자니 가게 주인이 말한다.
“아가씨, 하나면 되는 거지?”
“아뇨, 두 개 주세요. 둘 다 특대로.”
“오야. 조금만 기다리라고.”
실비아는 생각했다.
‘온 김에 하나는 내가 깎아 보고, 하나는 딱 빙수용으로 가져가야지.’
이전부터 류리크가 지적하던 바가 있었다.
—검은 돌은 섬세한 마력 운용이 필수이거늘.
—섬세한 마력의 컨트롤은 아직 미흡하나….
분명 그녀의 마력은 루나사에 필적할 수준을 갖추고 있을 터다. 하지만 마력의 컨트롤은 그를 받쳐주지 않는다.
물론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니, 당장은 괜찮겠지만.
‘…그게 나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니까.’
—이미 헤루인 등위인 녀석이 D 넘긴 걸로 만족할 거냐?
류리크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실비아는 각오를 다진다.
그즈음, 카운터 뒤편으로 갔던 가게 주인이 자신의 몸보다 훨씬 커다란 얼음을 양어깨에 걸치고 나왔다.
“웃챠. 학생 뒤쪽으로 옮겨줄까?”
“어, 네… 감사합니다.”
가게의 뒤편으로 가며, 주인이 지나가듯 말했다.
“무슨 마법을 쓰든 상관은 없는데, 우리 가게까지 부수면 손해 배상 청구할 거니까. 그거만 신경 쓰라고.”
“네.”
가게의 뒤편에는 레이칼 호(胡) 배경으로 꽤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녹다 만 얼음들이 방치되어 있고, 바닥은 녹은 얼음물로 질척거렸다.
가게 주인은 흠뻑 젖은 땅에 마법을 써서 그를 말렸다.
“마법을 쓸 줄 아셨네요?”
“그럼. 호수의 얼음을 얼리는 것도 내 마법으로 하는 일이거든.”
―쿵. 쿵.
거대한 얼음을 내려놓은 뒤, 가게 주인은 손을 탁탁 털었다.
“자, 그러면 고생하라고. 마법사 아가씨.”
“잠깐만요.”
“응?”
실비아가 말한다.
“호수의 물을 얼려서 얼음을 만드는 거면… 여기서 큰 얼음도 만들 수 있나요?”
* * *
소년, 요루아는 생각한다.
—너는 이 세계에 군림하는 신(神)이 될 것이다.
그것은, 멀고 먼… 이제는 아득하게까지 느껴지는 유년의 기억.
숭배받는 것이 아니라 군림(君臨)하는 신이라니, 그건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에서는 그 향취(鄕臭)조차 떠올릴 수 없다. 다만 그다음의 일은,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었다.
로스월드 당주의 말이었다.
—네 안에는 흑염룡(黑炎龍)이 잠들어 있단다.
일설에 따르면 그것은 계약 소환수라 했다. 하지만 확실하진 않았다. 누군가는 정령일 수 있다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호령과 같은 영체일 수 있다 했다.
모두의 말은 달랐지만, 그 힘의 실재는 분명했다.
초등 아카데미 월반.
중등 아카데미 월반.
고등 아카데미 월반.
그리고 샤프란 마법 대학에 입학.
요루아의 나이, 14세에 이뤄낸 일이었다.
—세상에 천재는 많지만, 너만큼 영특한 이는 없을 것이다.
—아쉽구나. 1년만 빨랐더라면 류리크 아스트레이의 최연소 헤루인이라는 기록도 깰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비할 수가 없다. 이 정도 성취라면, 내년의 루나사 심사에도 능히 통과할 테니.
아마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특별해.’
모두가 그를 우러러보며, 감탄하고, 또 경탄한다. 그는 로스월드의 자랑스런 아이였고, 혹자는 그를 로스월드의 비밀병기라고까지 불렀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요루아였는데… 언제부턴가 무언가 틀어졌다.
—왜 그러지? 요루아 로스월드. 간단한 마법 시연이라 자네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
—컨디션이 안 좋은가?
—어, 그, 그런 거 같은데요. 교수님.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안 좋은 거 같다는… 알겠다. 일단 들어가 봐라.
—네에….
당시에는 어물쩍 넘겼지만, 요루아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흑염룡이… 반응하지 않아!’
샤프란에 들어온 후부터, 언제나 그의 부름에 답하던 흑염룡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흑염룡이 없는 요루아는… 에일레르 등위 정도뿐이 되지 않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쟤가 그 로스월드의 입양아?
—소문에는 무슨 비밀병기 어쩌고 하더만, 좀 허당인데?
—헤루인치고는 좀 어수룩한 거 같기도….
주변의 학생들이 조금씩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더 큰 의혹으로 커져간다.
—요루아, 쟤 정말로 마법 쓸 수 있는 거 맞아?
—시연해야 할 때마다, 몸이 안 좋다고 그러는데….
—설마, 마법 못 쓰게 된 거 아냐? 예전에 폐인이 됐다던 류리크처럼….
이대로는 안 된다.
고민 끝에 요루아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요루아, 갑자기 웬 붕대야? 이번에는 오른손이 다쳤어?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것이었다. 당연 학생들은 어디 다쳤냐며 관심을 가졌고, 요루아는 준비했던 대답을 꺼냈다.
—너희들 모두 내 오른손에 흑염룡이 깃들어 있다는 건 알 거다. 나만의 아주 특별한 재능이지!
—아, 뭐야. 자랑하는 거면 그냥 간다.
—자, 잠깐! 얼마 전부터 이 오른손의 흑염룡이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마법을 쓰려 하면, 폭주하려고 들더군.
—포, 폭주?
—마력의 폭주는 마법사에게 치명상… 너희들도 잘 알 거다!
학생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무렴, 마력의 폭주는 모든 마법사들이 두려워하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니까.
—아무튼, 그 오른손의 흑염룡이 점점 더 거칠어지면서… 이제는 이렇게 봉인하지 않으면 곤란한 수준까지 왔다.
—그런데 요루아, 평범한 붕대 하나로 봉인이….
—크, 크윽! 모두 내게서 떨어져! 오른손의 흑염룡이 날뛰기 시작했다!
요루아가 그럴싸하게 연기를 곁들이자, 학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마력이 폭주한 마법사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야, 당분간은 쟤 근처에 가지 말자.
—응. 뭔지 몰라도 좀… 불안해.
—생각해보니 폭주 위험이 있으면 마법을 못 쓸 법도 하네.
그렇게 의심하던 학생들은 어떻게 잘 속여 넘겼다.
하지만,
문제는 샤프란의 교수들이었다.
—오른손의 봉인 때문에 마법을 못 쓴다고요? 그건 학생 사정이죠.
—가문의 도움을 받든지 해서 해결하세요. 그런 이유로 시험을 면제해줄 순 없습니다.
—참고로 다른 과목에서도 이런 식으로 하다 F를 받으면, 제적 처리될지도 몰라요?
제적.
제적이라니!
‘아, 안 돼! 흑염룡의 주인이자, 로스월드의 비밀병기인 내가 제적이라니!’
결국, 요루아는 이론 시험이라도 잘 보고자 공부했지만, 턱도 없었다. 그가 마법에 재능이 있긴 하지만,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꽝이었기 때문이다.
‘우, 우이쒸! 머리만 아픈 이론에 시간 낭비할 바에야, 흑염룡 없이 마법을 수련하는 게 낫겠다!’
의자에 앉은 지 30분 만에 이론 공부를 포기한 요루아는 굳은 각오(?)를 다지며 늦은 밤길을 나섰다.
그리고 어느 가게 앞에 서게 되었다.
「 프렐오드의 얼음가게 」
* * *
“학생도 얼음으로 마법 연습하러 온 건가?”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가게 주인이, 요루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가게 주인의 험상궂은 얼굴에 놀란 요루아는 몸을 움찔거리며 말했다.
“네, 네에….”
근데 오른손에 붕대는 뭐야?
가게 주인은 아주 잠깐 그런 눈으로 요루아를 바라본 뒤, 엄지로 뒤편을 가리킨다.
“얼음 가격표는 위에 적힌 대로고, 얼음을 부수든 깎는 건 저 뒤쪽에서.”
“특대로 하나 주세… 요.”
“왜 이렇게 겁먹었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거 같아?”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가게 주인이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그래. 특대 하나.”
그 뒤로 가게 주인은 얼음을 가게 뒤편으로 옮겨주었다. 그때 요루아는 무언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저기… 누가 있는 거 같은데….”
“아, 저 친구도 샤프란의 학생이라더군. 밤에도 고생이 많아.”
“이런, 돌아가야 겠….”
“나중 갈수록 사람이 많아져서, 내일만 되어도 샤프란 학생들이 넘칠 텐데… 지금이 훈련하기에는 딱 좋지!”
“………….”
지금 아니면, 나중엔 여기에 발을 들일 수조차 없을지 모른다.
어쩔 수 없네, 요루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 흑염룡이 힘을 못 쓰는 걸 들키면 곤란하지만… 한 명뿐이니까 로브로 잘 가리고 수련하면 되겠지.’
가게 주인은 뒤로 돌아 사라졌고, 남겨진 요루아는 멀리 있는 누군가를 살핀다.
“………….”
저쪽은 요루아 쪽을 보지도 않고, 제 할 일에 열중이다. 요루아는 살짝 안심하며, 눈앞의 얼음을 바라보았다.
꿀꺽, 절로 침을 삼켜지는 거대한 크기. 물론 요류아는 조금이나마 자신이 있었다.
‘흑염룡… 흑염룡의 힘만 제대로 끌어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 직후, 요루아는 마력을 끌어모아 얼음을 때렸다.
―카직.
얼음에 손톱만 한 상처가 났다. 요루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흑염룡! 왜 내 부름에 답하지 않는 거야! 너 진짜로 이럴래?!”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버렸다.
요루아는 당황하면서 저 멀리 있는 학생을 바라본다. 다행히도 저쪽은 자신의 ‘얼음 깎기’에 열중이라, 이쪽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요루아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으며 말했다.
“크윽. 흑염룡…! 제발! 제발 좀 나와 달라고…!”
그 뒤로도 요루아는 수도 없이 얼음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카직.
―카즛.
―카직.
얼음은 작은 생채기만 날 뿐, 제대로 깎여 나가질 않는다.
“젠장.”
역시.
흑염룡은 반응하지 않는다.
요루아는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저 여자….’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눈치채지 못한 건지. 여자는 자신 앞에 놓인 얼음덩어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대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거야?’
괜히 호기심이 생겨 흘긋 보았다. 분명 흑염룡을 갖고 있는 자신과는 비할 정도가 아니겠지만. 되도 않는 실력으로 얼마나 매달리는지 궁금해서.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이렇게 다가오는데도 못 알아차리는 건가?’
그 순간, 요루아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요동치는 마력의 밀도가… 상당… 하잖아?’
자신이 흑염룡의 힘을 끌어냈을 정도의, 어쩌면 그 이상에 달할 수준의 마력. 요루아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눈에 보였다.
저 소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은 하나의 세계였다.
처음에는 어두운 밤에 가려 알아보지 못했다. 소녀가 다루는 것은, 앞에 있는 얼음덩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거대한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이었다.
“…………!”
목도하는 순간 그것이 세계(世界)라는 심상을 불러일으키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할까.
그를 수식하기 위한 언어가 부족하고.
그를 설명하기 위한 이해가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어렴풋한 기억이 요루아의 머리를 간질인다.
‘…어디서.’
‘분명.’
‘본 것 같은… 데….’
그리고 떠올랐다.
—세계의 종말(終末).
수년 전, 그가 로스월드에 입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황실의 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요루아는, 세계를 보았었다.
작은 세계인지.
거대한 세계인지.
실존하는 세계의 축약한 건지.
과거 세계의 일면을 담아낸 것인지.
그도 아니면 언젠가 다가올 미래 세계의 모습인지.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듯한 그 조각은… 그야말로 신의 지상에 남기고 간 유작(遺作)처럼 느껴졌다.
—놀랍지 않느냐.
로스월드의 당주가 말했다.
—이건 아스트레이의 신동, 류리크라는 아이가 만든 조각이다.
— ………….
—작품의 이름은… 세계의 종말이라더군.
“…………!”
털썩.
요루아는 주저앉았다. 저도 모르게 다리의 힘이 풀려, 쓰러진 것이었다.
다만 그 앞의 소녀는 여전히 요루아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다.
“히야, 개운해졌네!”
이크, 들키겠다.
저도 모르게 요루아는 소녀의 지척까지 다가온 뒤였다. 이 거리면, 소녀가 뒤를 도는 순간 들킬 것이 분명했기에.
요루아는 잽싸게 모른 척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런데,
“흑창(黑槍).”
—콰드득!
어둠에서 날아든 거대한 창이, 세계의 천원(天元)을 관통한다. 이내 그것은 다시 마력으로 환원되어 사라졌지만, 그로부터 일어난 균열은 남아 있다.
—쩌적.
균열은 사라지지 않는다.
—쩌저저적.
실존에서 빚어진 그것은, 현상으로 이어진다.
—쩌적, 쩌저저저적!
한계까지 커진 균열은 마침내 붕괴로 이어져, 세계를 무너뜨린다.
—쿠콰콰콰콰콰콰콰…!!
무너지는 빙벽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심연처럼 깊은 레이칼 호수로 떨어진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일까. 경이로운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요루아는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