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a villain with nothing but a death flag RAW novel - Chapter 73
사망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에 빙의했다 073화
073
프라레 구이스토.
로팅엘 구에서 가장 값비싼 것으로 유명한 고급 음식점. 높은 가격 때문에 평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나, 오늘은 달랐다.
1학년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난 만큼(다음 주에 대체 필기시험이 있긴 하지만), 이날을 축하하고자 수많은 이들이 모여든 것이었다.
“여기가 이렇게 복작복작한 거 처음 봐.”
“그러게요. 이래서야 음식이 제때 나오긴 할지 걱정….”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할 필요는 없었네요.”
말하기 무섭게 메이린들의 테이블 앞에 주문했던 요리들이 들어섰다.
실비아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고, 메이린은 기품 있게 스테이크를 썰었다.
한편 그녀들의 옆에는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
“커, 커다란 고깃덩어리…!”
요루아 로스월드.
얼마 전,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스토커처럼 생각했던 인간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실비아가 꿀꺽,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삼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류리크 씨는 왜 갑자기 쟤를 데리고 다니라는 거야?
“그러게요. 뭔가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겠지만… 갑작스럽긴 하네요.”
“나 참, 우리가 보모도 아닌데 말야. 그치?”
그 말에 괜히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스테이크를 입에 밀어 넣던 요루아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실비아 누나, 섭섭한 말 하지 마세요.”
“왁! 왁! 왁! 야, 너 진짜… 제발 부탁인데 누나라고 좀 하지 마. 예전부터 느끼긴 했는데 좀… 좀 많이 그렇거든?!”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실비아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3초 전까지 토마호크였던 뼈다귀를 툭 떨어뜨린다.
“그냥 떨어져주면 안 되겠니.”
“누님은 어떻습니까?”
“누님도 싫… 지만, 그나마 나을지도.”
그때 옆에 있던 메이린이 한술 뜨듯, 말을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 씨. 위르겐하이에 있을 적엔 누님이라고 불렸다면서요?”
“아, 아이참. 그 얘기는 하지 말라니까….”
“역시 누님! 원래부터 누님이셨던 거군요!”
“누, 누가 네 누님이라는 거야?! 그게 누나보단 낫다는 거지, 그렇게 부르도록 허락한 건 아니거든?!”
한편 요루아는 어딘가 맹신에 빠진 광신도처럼 눈을 빛내며 말한다.
“사실 저는, 교실에 망령이 풀렸을 때부터 깨달았습니다. 실비아 누님은 제 영원한 누님이라는 것을!”
“………….”
그것에 대해서는 실비아도 어렴풋이 짚이는 바가 있었다.
마법을 제대로 못 쓰며 쩔쩔매던 녀석이, ‘흑창’을 쓰자마자 교수도 어쩌지 못한 망령을 일격에 날려버렸으니까.
‘내가 흑창을 쓰면, 녀석의 마력이 강해진다든가, 무언가 봉인 같은 게 해제되는… 그런 거 같고. 그것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들러붙는 거 같은데….’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냅킨으로 입가를 닦던 메이린이 입을 연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요루아? 저한테는 계속 인간, 인간 하던데, 저는 실비아 씨의 친구니까 저한테도 누나라고….”
“시끄럽다. 인간.”
“뭐, 뭐라고요?!”
“건방지게 평범한 인간 따위가 흑염룡의 주인인 내게…!”
콩!
듣고 있던 실비아가 토마호크 뼈다귀로 요루아의 머리를 때렸다.
“너, 너무합니다! 누님!”
“아니, 글쎄. 나는 네 누님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메이린 씨한테는 제대로 누나라고 불러!”
순간적으로 요루아가 날카롭게 메이린을 흘기고, 메이린은 ‘거봐라!’ 하는 눈으로 맞받아친다.
“그러면 누님은 누님으로 부르겠습니다!”
“그건 싫거든?!”
“하지만 저 인간, 아니 메이린이 누나라면… 누나의 친구인 누님은… 누님인 거 아닙니까?”
어라.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실비아 씨,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둘 다 누님이라고 불리는 게….”
“시끄럽다 인간! 누가 너 같은 걸 누님이라고 부를까 보냐!”
“요루아! 여기 식당 비싼 거 알지? 너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너 밥값은 안 내준다?!”
“…치, 치사하다! 인간!”
후우, 실비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평소에 류리크 씨가 두통 생긴다는 게 이런 기분인 건가….’
그저 밥을 먹으러 온 것뿐인데, 뭐 이렇게 시끌벅적한 것인가.
메이린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류리크 씨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 * *
—너는 ‘류리크’가 아니야.
샤르미넨의 추리는 지극히 타당하고 날카로웠다. 역시… 감히 이 세계의 괴물이자 흑막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다웠다.
그렇기에 그녀가 위의 결론에 이르는 건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고, 일부 내 의도이기도 했다.
다만,
‘다짜고짜 칼날부터 날릴 줄은 몰랐는데….’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아슬아슬하게 목소리를 토해낸다.
“류리크는 죽었다.”
칼날이 목에 닿았고. 잘린 살갗에서 흐른 피가, 쇄골을 따라 흐른다. 갈라진 상처에 바람이 스치며, 내가 진실로 죽음의 목전까지 갔음을 알려준다.
샤르미넨은,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
그리고 나는 ‘일단’ 살아남았다.
“흐음, 흐음, 흐으음… 류리크 아스트레이가 죽었으면, 너는 누구죠오?”
마력의 칼날은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허튼소리를 하면, 그대로 내 목을 잘라버릴 테지.
그러니 나는 신중하게, 정말로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 한다.
신중하게.
“아무 말도 안 할 건가요?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는데.”
신중하게.
“계속 침묵하면, 뭐… 죽인 다음 시체를 깨워서 물어봐도 되니….”
“7년 전.”
혀끝에 감도는 죽음의 향기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말을 막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내 안에서 고르고 골라낸, 최선의 답(答)을.
“7년 전, 내가 헤루인 등위를 얻었을 때 자네가 지팡이를 주었지. 떡갈나무로 만든, 최고급품이었지.”
“제 질문에나 대답을….”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군. 자네는 마치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나를 무릎에 앉힌 뒤, 마도서를 읽어주었지.”
당연, 내게 그런 ‘기억’은 없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류리크와 샤르미넨 사이에 있는 내러티브를 그럴싸하게 읊는 것이었다.
“류오넬이 나를 기사로 키울 것이라 소리치면, 자네는 내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장광설을 펼쳤지.”
“………….”
“성이 난 류오넬은 검을 뽑아 들고, 자네는 전이 마법으로 요리조리 피했지. 그렇지만 류오넬이 어디 평범한 무장이던가. 그야말로 파괴 전차처럼 자네를 좇아왔지.”
“………….”
“그때마다 저택의 집사였던 카엘은 뒷목을 잡은 채 쓰러지고, 결국에 내가 울면 그제야 싸움이 멈췄지.”
아마 그것은, 샤르미넨이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을 한때의 기억.
“그러고 보니 자네에게 노처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가 이마를 맞은 기억도 나는군.”
“………….”
“한 번은 류오넬이 나를 그렇게 애지중지할 거면, 결혼해서 자식에게 그리하라고 했었지.”
“………….”
“그때 자네는 이렇게 대답했네. 아이를 낳는다 해도 그를 사랑할 자신도, 지켜줄 자신도 없다고.”
샤르미넨은 임볼릭의 대마도사다.
에일레르, 벨테인, 헤루인, 루나사, 엘베드, 삼하인…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임볼릭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그녀의 시선에 류리크는 뛰어난 재능을 갖추었기에 관심도, 애정도 쏟을 수 있다. 마법을 가르칠 수 있고, 그 보람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자식에게 마법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샤프란 대학의 총장이자, 임볼릭인 샤르미넨의 아이가 태어나면 온 제국의 관심과 기대를 받을 터. 만일 아이가 그를 충족하지 못하면… 아이는 큰 상처를 받게 되겠지.’
당장에 고귀의 13가문만 해도, 엘베드에 오르지 못한 자식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명확하니까.
“나는 그때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네.”
그리고 이야기는 이어진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
사랑할 수 없는 이유.
그다음에 존재하는… 지켜줄 수 없다는 이유로.
“4년 전의 그 날. 내가 죽으면서 말일세.”
“…………!”
과거, 불후의 천재로 손꼽히던 천재가 몰락하게 된 사건.
“샤르미넨, 그 날을 기억하나.”
“………….”
“아스트레이의 류리크가 사고의 기억을 잃고, 검과 마법을 잃었던 날을. 마스체니의 장자가 영원한 잠에 빠지고,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폐인이 되었던 그 날을.”
그 사건의 진범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존재하기에.
마스체니의 당주, 샤이먼 엘베드는 류리크 아스트레이를 원망하고, 증오했다. 아마 류리크의 사망 플래그 중 상당수가, 거기서 비롯되었을 터다.
여기서 문제는, 결국 진범(眞犯)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샤르미넨. 그 날로부터 4년이 지났다. 하지만… 무엇 하나 밝혀진 것이 없어.”
“………….”
“황족을 포함해 명문의 귀족들이 죽거나 폐인이 된 대사건임에도. 당시의 치안국과 정보국을 비롯해 온 제국의 역량이 투입되었음에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계를 수백 회나 반복한 나조차도 이 사건의 내막을 모른다.
“샤르미넨. 놀랍지 않나. 이것이 불과 4년 전의 일일세.”
“………….”
“샤르미넨.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자네의 품을 기억하네. 들려주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온기를 기억하네. 하지만….”
나는 말한다.
“지금의 나는 자네가 기억하는 그 류리크가 아닐세.”
그녀가 가장 듣고 싶지 않아 할, 가장 잔인한 말을.
“자네가 사랑하던 그 소년은… 4년 전, 그 사건에서 죽어버렸으니 말이야.”
샤르미넨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괴물 중의 괴물이자, 이 세계의 흑막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샤르미넨이… 그런 반응을 내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야 했다.
“샤르미넨. 나는 죽은 뒤,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니,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이 밝혀내지 못한 흉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나는 그 사고에서 살아남았으니까.”
“………….”
“지난 4년의 세월 동안, 할카데르에서 그리고 위르겐하이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짓을 했는지 설명은 않겠네.”
“………….”
“다만… 나는 알아야만 했네.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왜 당시의 기억이 없는지, 그리고… 진범은 누구인지.”
류리크가 망나니였던 시절.
그리고 나도 모르는 ‘그 사고’에 대한 일.
이 두 가지를 엮어내, 아주 그럴싸한 거짓말의 그물을 짜 올린다. 꽤 예전부터 준비하던, 계획이었다.
“샤르미넨. 나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했다네. 정말로 많은 것을.”
차라리 상대가 리아였다면 이럴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아무리 유능하다 한들, 나와 함께한 지 3년 차뿐이 되질 않으니까.
그녀는 과거의 류리크를 잘 모르니 ‘너는 류리크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없다.
하지만 샤르미넨은 다르다.
‘내가 아무리 연기를 한다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를 간파할 날이 온다.’
결국, 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과거에 내가 샤르미넨 앞에서 ‘금단의 숲’과 ‘어둠 마법’에 대한 얘기를 운운했었으니 더욱.
“단지 그뿐인 얘기다.”
이건 언젠가 겪었어야만 하는 작은 해프닝.
언젠가 설명해야 했던 내 ‘앎’에 대한 이야기.
“내 얘기는 여기까지라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 *
—10분. 아니, 5분만 나가서 기다릴래요오?
샤르미넨의 첫 마디였다. 내가 기나긴 설명을 할 동안, 한마디 말도 없다, 마침내 한 말이 저거였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총장실 앞의 복도는 한산했다.
주변에 다른 방이 없어, 오로지 총장실에 용건이 있는 인물만 오가니까. 덕분에 나는 짧은 시간,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급작스러웠지만 그럭저럭 잘 대처했다.’
‘어찌 되었건 해야 할 말은 모두 했으니… 샤르미넨은 아마 납득하겠지.’
‘그러면 다시 요루아의 얘기를 하는 것인가.’
으음.
방금까지 류리크의 과거에 대한 감정적인 얘기를 하다가, 요루아의 화제를 꺼내려니 묘하게 거리꼈다.
본래에는 샤르미넨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얘기를 하려 했는데… 왠지 모르게 ‘고모님~’하면서 부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들어와요오~.”
어딘가 떠 있는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한 가운데, 샤르미넨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시 한번 총장실 안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 그래서 아까 하던 말이 뭐였죠오?”
샤르미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전의 동요나 혼란 따윈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평소대로의 모습이었다.
그걸 보니 어딘가 께름칙하던 마음이 가셨다.
‘공과 사는 구분한다… 한 수 배워야 할 자세군.’
나는 지루한 설명을 다시 하는 대신, 곧장 결론부터 꺼내 들었다.
“내가 직접 요루아 로스월드를 관리, 감독하겠네.”
“제가 혼란스럽긴 하지마안, 당신이 그 대가로 돈을 요구할 건 알 거 같은데요오?”
“물론이지.”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거절이예요오~.”
역시 쏠랑쏠랑 넘어가진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설득할 재료를 꺼내야 한다는 건데,
‘내가 요루아에 대해 아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안에 거대한 힘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올해 안에, 죽음 교단에 납치당한다는 것.’
다만 여기서 납치 얘기는 꺼낼 수 없다.
이 시점의 샤르미넨은 물론 로스월드의 인간들은 ‘설마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샤프란에서 납치를 당하겠어?’라는 상식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남는 것은,
—성장.
“샤르미넨. 자네는 분명 마법사로서 마법사(魔法史)에 길이 남을 족적을 새긴 위대한 대마도사라네.”
“갑자기 칭찬한다고 제가 쏠랑쏠랑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면….”
“하지만 교육자로서는 꽝이지.”
와작, 샤르미넨의 얼굴이 구겨졌다.
“오스트람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요오?”
“틀린 말이 아니지 않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오? 저는 세계 최고의 마법 대학인 샤프란 마법 대학의 총장….”
“카네라 벨테인 폰 마하 아벤테일.”
어렵사리 말을 이어가던 샤르미넨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아픈 구석을, 세심히 후벼 파기 시작했다.
“자네가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그 제자는… 지금 뭘 하고 있지?”
“………….”
“온갖 기대를 끌어모으며, 발푸르기스의 밤에서도 주목하던 소녀가… 으음. 반쪽짜리 동아리에서 홀로 분투하고 있군그래.”
“………….”
“심지어 동아리 고문이 대학의 총장이자, 임볼릭의 대마도사인데 말이지.”
“………….”
“교육자로서 해준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어 기껏 한다는 것이 실비아와 나를 동아리에 집어넣어 머릿수 채워주는 정도라니. 흐음.”
괜히 샤르미넨이 카네라의 부탁에 안절부절못하는 게 아니다. 스승으로서 해준 것이 없으니 죄책감이 있어 그러는 거다.
“그, 그 아이는 천재라 딱히 교육할 것이….”
“솔직해지게, 샤르미넨. 자네는 교육자로서 녹스론 마법 대학의 시간 강사 밑이라네.”
와그작, 이미 한 번 구겨져 있던 샤르미넨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심지어 이번에는 분노가 실린 마력이 그녀의 등허리에 넘실거린다.
“…류리크 아스트레이, 그 이상 시건방진 입을 놀리면 염동으로….”
“허면 방금의 제안은 없던 걸로 하지.”
“어, 어… 에?”
사실. 요루아는 내게도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가만히 두면 강대한 적이 되어서 나타날 미래의 위협.
—곁에 두자니, 역사의 흐름을 ‘심각하게’ 뒤틀어버리는 변수.
그런 이유에서 어느 쪽이 되어도 내겐 탐탁잖은 결과가 된다.
다만, 구태여 전자 후자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고를 것이다.
왜냐면,
—요루아 로스월드는 후반부 메인스토리 ‘신들의 몰락’의 최종 보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