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a villain with nothing but a death flag RAW novel - Chapter 84
사망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에 빙의했다 084화
084
이단? 내가?
어째서.
대체 왜.
의문에 대한 대답은 금방 나왔다.
“학생은 반즈의 인간과 어울리고 있지요. 아니,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반즈의 인간을 호위라는 명목으로 샤프란에 입학시켰습니다.”
시작은 거기서부터였다.
“거기에 학생은 샤르미넨 총장님의 비호 아래 흑마술을 연구하는, 오컬트 연구회에 가입했지요.”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업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들.
“학생이 황족이기에, 그리고 샤프란의 학생이고, 샤르미넨 총장님과 긴밀한 관계인 듯싶기에 특별히 감시가 붙진 않았지만… 대신전의 명부에는 틀림없이 학생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그 사실을 간과했는지까지, 오스트람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신전이 별다른 짓거리를 안 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샤르미넨의 눈치를 보느라 참는 것이었단 말인가.’
참으로 엿 같은 부분이었다.
동시에 이것은, 내가 왜 이 세계를 수백 회차나 반복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같은 세계에, 같은 NPC가, 같은 이야기를 펼쳐감에도. 플레이어가 고른 단 하나의 선택이, 단 하나의 행동이… 무한에 가까운 세계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결과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전은, 그리고 다른 형제들은 결코 학생에게 유령사냥꾼의 이름을 내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군….”
패착이다.
대신전의 명부에 올랐다면, 오스트람에게 유령사냥꾼의 직업을 받는 건 불가능할 터다.
그런데 오스트람의 얘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직전, 가울 성하를 뵈었습니다. 학생에 대한 얘기를 하시더군요.”
가울?
설마, 그 은퇴한 추기경 가울을 말하는 것인가.
내 잿빛수정을 진단하고, 혈석(血石)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었던 인물. 본편에서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배경 같은 NPC일 터인데.
“성하께서 말씀하시기에, 학생은 의심할 여지 없는… 아주 순수한 악인이라 하더군요.”
“…………!”
이건 또 무슨 전개인가. 설마 가울에게 선악의 천칭 같은 스킬이 있었단 말인가…!
‘죽을 수도 있다.’
본능적으로 그 생각이 들었다.
오스트람은 절대선의 NPC. 그의 앞에서 틀림없는 악인으로 규정된다면… 당장 나를 죽이려 든다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덜컥.
나는 몸을 빼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파마의 성흔을 준비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한 변명거리를 쥐어짜는데….
“잠깐. 오스트람, 나는…!”
“하지만 성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오스트람은 신성을 일으키지도, 지팡이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어딘가 자애로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할 뿐이었다.
“악인이라는 운명을 뒤집고, 세상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학생일 거라고.”
“………….”
이건 또 무슨 전개인가.
아주 간만에, 내 뇌가 정상적으로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오스트람은 말한다.
“말했지요. 나는 학생을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고.”
“………….”
“학생에게 유령사냥꾼의 이름을 내어주겠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짧은 순간, 내 뇌는 행복 회로에서 죽음까지 갔다가 갑자기 긍정 회로를 굴리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어딘가 멍한 기분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지껄인다.
“오스트람. 나를… 믿어준다는 말은… 고맙네. 분명 고맙네만… 자네 말대로라면… 나는 신전의 명단에 올라가 있을 터… 이지 않나?”
“그렇지요.”
“그런 본인에게 유령사냥꾼의 이름을 준다면… 필시 문제가 될 터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절대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류리크 아스트레이. 나는 선생(先生)입니다.”
“………….”
“학생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고, 학생이 잘못된 길로 향하면 옳게 이끌고, 때로는 위험에 빠진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선생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정론(正論)을.
너무나도 오랜만에. 아니, 살면서 처음으로 들은 것 같아서.
가슴 속에 묘한 감정이 뒤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스트람은 말한다.
“시말서라면 이미 쓰고 있는 중입니다. 엘베드의 칭호를 달고, 고위 신성 마법을 펼쳤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쓰는 김에 한 장 더 쓰면 될 일이죠.”
“………….”
빙긋, 웃는 오스트람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맥컬런 같은 괴짜만 있는 게 아니구나, 라고.
* * *
유령사냥꾼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세례를 받듯, 간단한 의식행위만 거치면 된다.
[ 직업, 유령사냥꾼을 획득하였습니다. ] [ 특성,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획득하였습니다. ] [ 특성, 고스트헌팅을 획득하였습니다. ]…
유령사냥꾼이 된 직후, 오스트람은 말했다.
—매주 한 번씩, 유령사냥꾼으로서의 교육을 할 겁니다.
—내게서 배운 것을, 꼭 북부에 잘 전달하도록 하세요.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이 투철해서일까, 오스트람은 꽤 적극적으로 나를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썩 괜찮은 얘기였다.
‘마법이야 이론으로 이해하고, 발현하면 그만이지만… 몸을 쓰는 건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영역이다.’
개인적으로는 폐인A와 검치A의 환장의 콜라보 덕분에 손도 못 대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오스트람이 일대일로 나를 지도해준다고 하니… 어쩌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획득한 특성을 확인한다.
———— 『 부러지지 않는 신념 』 ————
▶ 분류 : 특성
▶ 등급 : F
▶ 설명
: 때로는 흔들릴 수도, 잠시는 굽힐 수도 있으나, 결코 부러지지 않는 신념.
▶ 효과
: 착란, 현혹, 매혹 등의 정신계 상태 이상에 대한 약간의 저항력을 부여한다.
————
이런저런 소란이 있었지마는, 결국 별 탈 없이 특성을 얻었다. 이걸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리아가 방안의 향초를 갈며 말을 걸었다.
“오스트람을 만나신 것으로 아는데, 좋은 대화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 유령사냥꾼이 되었다.”
나는 숨김없이 투명하게 대답했다. 내심, 리아가 조금은 움찔거리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무덤덤했다.
“뜬금없지만, 네. 그러시군요.”
“너무 반응이 시큰둥한 것 아니더냐.”
“소인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글쎄.
약간의 당황과 귀여움?
“아무튼 유령사냥꾼이 되었고, 오스트람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로 했다. 그러니 이제 레베카의 마성에 흔들릴 일은 없어질 터다.”
“네, 그렇군요.”
“………….”
뭐지.
오늘따라 뭔가… 리아가 아주 무덤덤하다.
평소에도 리액션이 작고, 무표정 디폴트이긴 하다만 이건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나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리아, 무슨 일이 있는가.”
“특별히. 아무것도.”
“그 말인즉, 특별하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겠구나.”
“이제는 언어의 의미마저 멋대로 비틀어 해석하시는군요.”
“문맥과 어투에 따라 말을 해석하는 건,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다만.”
“………….”
얘가 정말로 뭐가 있긴 하구나.
이쯤 되니, 진지하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천하의 리아를 이 정도로 곤란하게 만들 일이 존재하다니.
아니, 물리적으로 그런 게 가능한 건가?
나는 농담기를 빼며, 진지한 어투로 말한다.
“리아, 말해라.”
“소인에게 답할 의무는 없습니다만.”
“말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너를 쫓아다니겠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볼 것이다. 그건 정말… 아~주 귀찮겠지.”
리아가 예쁜 이마를 찡그렸다.
“초등 아카데미에 다니고 계십니까?”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는 걸 어떡하나. 다른 누구도 아닌, ‘리아’에게 억지를 부리는 것인데.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그저 자네의 고민을 풀어놓으면 된다.”
“………….”
“허면 이리 말하지. 자네가 고민을 털어놓지 않으면,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아주 열과 성을 다해 조사, 파악하려 들 것이고. 그건 무척이나 심각한 시간 낭비가 될 터다. 그러면 이 영향은 자연스럽게 류미엘에게도….”
“알겠습니다. 그쯤 하시지요.”
후우, 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그래. 대체 무엇이 고민이던가.”
“류리크 님의 연애관이 참담합니다.”
“………….”
“어떻게든 그를 교정하지 않으면, 레베카 님과 함께 그야말로 역사에 다시없을 제국 최악의 별종 커플이라 소문이 날 게 분명합니다.”
“………….”
“다만, 그 교정의 방도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 깊습니다.”
나는 말을 잃었다.
그런 반면 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실비아 양을 붙여, 모의 데이트? 같은 것이라도 시킬까 잠시 생각했지만… 실비아 양은 실비아 양이라 결국 정상적인 데이트는 아니 될 것 같았고.”
“………….”
“메이린 양에게는 말했더니, 영문 모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더군요.”
“………….”
“결국은 소인이 그 역할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건 도저히 아니 되겠더군요. 류리크 님과 그런 대화를 하며 데이트라니… 아무리 소인이라도 그를 감당하긴 어려울 듯싶었습니다.”
리아가 마무리하듯 말한다.
“정말 곤란한 일입니다.”
* * *
당주 대리라는 건 역시 못 해 먹을 짓거리다, 류미엘은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달았다.
“광산의 인부들이 또 파업에 나섰습니다.”
집사인 카엘의 말에, 류미엘은 저도 모르게 서명하고 있던 서류를 와락, 구겼다.
“…빌어먹을. 그 소리를 몇 번째 듣는 건지,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는군그래.”
이전에 인수했던 광산, 거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광산을 인수하는 것부터 그렇게 머리가 아팠건만, 이제는 운용에서도 발목을 잡히고 있었다. 앞서 카엘이 말했듯, 광부들이 툭하면 파업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유로 파업을 하던가?”
“이번에도 근로환경 개선입니다.”
“웃기는 소리! 그놈의 근로환경이라면, 다른 곳들보다 안전하게 조성하였다!”
아스트레이의 주도 아래, 처음으로 광산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당연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전문가를 데려와 시설과 장비도 체크하고, 안전대책도 충분히 세워두었다.
많은 광산들이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무작정 인부들을 밀어 넣는 것을 고려했을 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치였다.
하지만 인부들은 툭하면 임금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 얘기로 파업을 시도했다.
“그 빌어먹을 놈들을 치우고, 다른 사람들을 채워 넣을 순 없나?”
“다른 사람을 운운하기엔, 마을 전체가 그러고 있는지라….”
자기들 말고 광산에서 일할 사람이 없는 걸 알아서인지, 광산촌의 인간들은 아예 배를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할카데르의 사람을 광산까지 데려다 일을 시키는 것도 무리고.”
“온 가족이 대도시인 할카데르를 버리고 조그마한 광산촌에 갈 만큼 매력적인 제안이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차라리 타 지역의 광부를 받을까?”
“이역만리의 타지까지 올 광부야, 찾으면 있겠습니다만… 광산촌의 인간들이 살갑게 맞이할 것 같진 않습니다.”
텃세.
아마 놈들이라면 타 지역의 인간을 어떻게든 쫓아내리라. 그래야 자신들의 ‘파업’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
거기까지 생각하니 류미엘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썩을 놈들. 다 죽여버릴까?”
“광산은 아스트레이의 소유입니다만, 광산촌의 인간들은 엄연히 화이트밴 남작령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감히 아스트레이를 모욕했으니, 죽여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귀족을 모욕했다고 보기는 애매하나, 사실 아스트레이가 민간인을 조금 죽인다고 세상이 뒤집히진 않는다. 오히려 광산촌 사람들의 파업에 관한 얘기만 잘 퍼뜨리면, ‘잘 죽었네!’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정도다.
화이트밴 남작 역시, 광산촌 하나로 아스트레이에 대적하려 들지 않을 터.
하지만,
“후우… 아무래도 머리에 피가 너무 몰린 모양이야. 아무리 그래도 광산이 멈췄다고 해서 마을 하나 몰살시키는 것은 아니지.”
그녀의 성격상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순 없었다.
류미엘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이럴 줄 알면 섣불리 광산을 사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필요하던 것 아니었습니까. 병구류를 언제나 중앙에 맡길 순 없으니까요.”
머지않아 벌어질 황위를 건 내전.
류미엘도 당연 거기까지 시야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태가 벌어지면 당연 서로 치받느라 무기의 반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될 터.
지금처럼 북부로 병구류가 지원되리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북부는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이곳에는 고래부터 영원한 전쟁을 이어가는, 영원(永遠)의 벽이 있기에.
제국 전체를 위해서라도 북부는 독자적인 군수품 공급처를 얻을 필요가 있던 것이다.
“그냥 화이트밴 남작을 믿고, 광석만 사들이며 공방을 운영해야 했을까?”
“내전이 벌어지면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북부의 누군가 중앙정계 진출을 노리고, 황태자 전하나 2황자 전하의 손을 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
“화이트밴 남작은 믿을 만한 사람이나, 막상 전쟁이 벌어져 누군가 볼모로 잡히거나 정략에 휘말리면 광산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부는 아스트레이라는 깃발 아래 뭉쳐 있으나, 이것이 절대적이고 영원한 동맹은 아니다.
언제 누가 배신할지 모르고, 황위계승전이라는 혼란의 정국 앞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아스트레이만의 독자적인 광산과 공방을 보유하고 싶었는데.’
류미엘이 구겨진 서류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
“젠장. 제국은 왜 노예 제도를 없애 버려 가지고.”
“물론 노예가 불법이긴 합니다만, 암암리에 곧잘 쓰긴 하죠. 한번 알아볼까요?”
“됐네. 이 사람아.”
류미엘이 가볍게 타박하자 카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최후의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최후의 방법? 우리에게 그런 게 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류미엘을 보며, 카엘은 가볍게 턱을 쓸었다.
“이전처럼 류오넬 각하께서 만인지적(萬人之敵)의 위용을 보여주신다면야, 무기 없이도 트리스탄 님과 함께 두 분이서 영원의 벽을 어떻게든 지켜내시지 않겠습니까.”
예전에도 한번 그렇게 위기를 넘겼으니까요, 카엘은 꽤나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듣고 있던 류미엘은 다시 한번 다른 서류를 구겼다.
“…내 친히 아버님께 그대로 전해드리지. 은퇴한다며 당주의 직무도 내팽개치셨다만 모처럼의 일거리니, 몸도 풀고 좋을 듯해.”
“아, 아앗. 아가씨, 그건 곤란합니다!”
“이미 늦었네. 어차피 뾰족한 수도 떠오르지 않는데, 이렇게 안 굴러가는 머리 싸매며 고통받을 바에야 그냥 이대… 로… 오?”
류미엘이 돌연 말끝을 흐리며 어딘가 삐걱거리는 인형처럼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본 카엘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나는 바보였는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류미엘은 마치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선인처럼 말했다.
“홀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 아니던가.”
“아가씨,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런 이유로 류오넬 각하를 부르신다면 소인의 목이 달아납니다요.”
“아니, 아버지를 말하는 게 아냐.”
그보다 편리하게 부를 수 있는 녀석이 있지, 류미엘이 덧붙인다.
―지혜가 필요할 때는 지혜를 내어줄 것이고, 힘이 필요할 때는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하겠다.
저 스스로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부르라고 했던 인간.
그리고,
—300만이라니… 300만이라니… 대체 본녀가 모르는 사이에 왜 빚이 더 늘어난 거 같지?
—착각하지 마라. 300만 리브라는 여전히 네 채무다. 다만 채권자가 나로 바뀌었을 뿐.
—감히 본녀의 장신구까지 팔게 만들었으니… 이자까지 톡톡히 받아낼 거다.
그녀에게 300만의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
“류리크, 내 빌어먹을 오라비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