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
이번 생은 망했다
“고, 고블린들이 밀려오고 있어요!”
“뭣들 하고 있어! 당장 막아! 탱커 앞으로 가고! 진형 유지하고!”
“아, 예옙! 파티장님, 알겠습니다!”
“어이? 넌 거기 아니잖아!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몬스터 밥 되기 전에 나한테 뒈지고 싶어?”
“으, 으아? 아닙니다!”
거친 고함과 몬스터들의 괴성이 귓가를 울렸다.
앞에서는 딱 봐도 구린 복장을 한 헌터들이 어영부영 움직이고 있었다.
초라한 던전, 그리고 수준 낮은 헌터들의 전형적인 모습.
“후우.”
그 모습을 보는 내 입 밖으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고 있었다.
지루하다고, 정말 지루해서 미칠 것 같다고.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저기, 네크로맨서님?”
“아, 네?”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부터 고래고래 고함치던 파티장이라는 작자였다.
“약속대로 힘을 조금 보태주셔야겠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용병으로 온 건데요.”
어려울 것 없었다.
저 앞에서 버둥대는 초짜들에겐 공포스러운 던전일지 몰라도.
이곳은 고작해야 E급 던전.
귀족 of 귀족이라 불리는 킹 갓 제너럴 네크로맨서님 앞에선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요, 수사자 앞의 양 떼 무리일 뿐이다.
‘물론 내가 진짜배기 네크로맨서라 할 수는 없지만…….’
그 얘기는 후술하기로 하고.
나는 일단 만지작거리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돈 받은 만큼은 일해야지.’
알싸한 느낌과 함께 기운이 빠져나갔다.
[스킬, ‘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1’이 등장합니다.] [스킬, ‘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2’가 등장합니다.] [스킬, ‘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3’이 등장합니다.]삐그덕, 덜그럭!
검은 안개와 함께 드리우는 끔찍한 관절 소리.
병장기를 들고 있는 공포의 뼈다귀 세 마리가 던전에 등장했다.
그 흉포한 기세에 달려오던 고블린들도, 덜덜 떨던 헌터들도 멈칫했다.
그러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 오오?”
“우와, 네크로맨서다!”
“요새 최고의 권능으로 평가받고 있는 네크로맨서 맞지? 각성하기만 하면 랭커는 떼놓은 당상이고 상위 길드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열한다는……!”
“이야, 역시 파티장님. 어쩐지 여유롭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 언제 저런 귀한 인재를 구해오셨대?”
헌터들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게 바로 고유 권능 – 「네크로맨서」가 갖는 위상이다.
이 망할 시대를 멋들어지게 살아갈 수 있는 다이아몬드 수저와 같은 직업.
79억 인구 중 고작 1,000명도 채 안 되는 그런 희소한 직업.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저 기형 네크로맨서일 뿐이라고.’
케륵, 케르륵!
눈앞에, 초록 피부의 몬스터 10개체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주 무기는 단검.
난쟁이를 연상시키는 자그마한 키.
그래, 우선 저것들부터 처리해 보자.
“죽여라, 내 사랑스러운 뼈다귀들아.”
덜그럭!
내 단순한 명령에 든든한 스켈레톤 세 구가 질주했다.
언데드(Undead).
죽지 않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자들.
그렇기에 달려가 무기를 휘두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초록 고블린’을 처리합니다.] [‘초록 고블린’을 처리합니다.] [‘초록 고블린’을 처리합니다.]…….
스걱! 서걱!
무자비한 스켈레톤의 공격에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도륙당했다.
푸확!
시뻘건 피와 녹색 피부가 조화를 이루어 바닥을 뒹굴었다.
헌터들이 감탄했다.
“캬, 부럽다.”
“저게 네크로맨서 기초 중 기초 소환수라는 스켈레톤이지? 근데 왜 스켈레톤만 부르지?”
“크으, 왜겠냐? E급 던전 정도는 스켈레톤만으로도 충분하단 거겠지.”
“그렇겠지? 와……. 근데 진짜 부럽다……. 역겨워서 토 나올 정도로 부럽다. 부러워 돌아가실 것 같다. 저 사람은 그냥 언데드만 뚝딱 소환하면 다 알아서 전투 끝내주는 거 아냐.”
참고로.
저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유 권능이란 게 노력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닌,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
대략 10여 년 전부터.
인간은 모두 스무 살, 성인이 되면 고유 권능을 부여받게 되었다.
고유 권능의 내용은 무작위.
블랙스미스나 재봉 관련 권능을 받는 자들도 있었고.
탐험이나 힐러, 버퍼 등의 보조 권능을 받는 자들도 있었다.
더하여.
불쌍해서 눈물 없이는 못 봐줄 만큼 쓰레기 권능을 얻은 자도 있었다.
지금껏 봤던 역대급 쓰레기 권능이 뭐였더라?
‘쉿 이터(Shit Eater)였나?’
대충 똥을 퍼먹을 때마다 강해지는 그런 능력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 돋으니, 여기까지만 말하자.
어쨌든.
자신의 능력이 운빨로 정해진다니, 상대적 박탈감이 들 법도 하다.
‘어떤 개 같은 존재가 이런 짓을 벌이는진 몰라도.’
그 초월적인 존재 덕에 인류는 흉악한 몬스터들의 침공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도 생존하는 중이었고.
아니면 그 몬스터마저도 초월적인 존재의 장난일 수도 있겠지.
키륵!
이윽고 10구의 고블린이 한 줌의 고깃덩이로 화했다.
“이야.”
“존나 쩐다……. 2분도 채 안 돼서 정리됐잖아?”
“햐, 나도 마법사나 소환사 같은 원거리 권능이었으면 지금 이 개고생 하고 있진 않았을 텐데.”
“그치, 저들은 알까? 몬스터와 직접 눈앞에서 호흡을 나누는 그 끔찍한 기분을?”
나는 픽, 헛웃음을 지었다.
‘아서라. 너무 부러워 마라.’
지금 저들에겐 배부른 소리 같겠지만.
내 사정을 알면 저들도 분명 동정의 눈빛으로 날 바라볼 테지.
도대체 아까부터 왜 그러냐고?
‘상태창.’
파앗!
속으로 상태창을 외치자, 눈앞에 홀로그램 형상이 생겨났다.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신체에 관한 정보.
[헌터 : 주동훈] [이명 : X] [기력 : 70/10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등급 : E]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
‘이런 수박씨 발라먹을.’
아무리 봐도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본래 네크로맨서라 하면.
리치나, 듀라한, 데스나이트 등등.
큼직하면서도 든든한 녀석들을 떠올리게 마련 아니겠는가?
하지만.
–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부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스켈레톤뿐이었다.
E급 던전에서나 여포지.
D급 던전 이상으로 올라가면 바닥에 널브러진 개뼈다귀 취급도 못 받는 그 스켈레톤 말이다.
“…….”
어찌 보면 지금 눈앞에 있는 초짜들보다 못한 인생이었다.
저들은 추후 발전 가능성이라도 있지.
나는 권능을 부여받은 지 벌써 3년이 흘렀는데도.
고작 E급 던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이 권능을 부여받았던 동기들이 D급, C급으로 치고 올라갈 때까지 말이다.
“…….”
즉.
이 엿 같은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무래도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는 말씀이시다.
* * *
“팀장님. 저, 오늘치 일 끝이요. 퇴근해 보겠습니다.”
내가 속한 작은 용병 길드.
던전 의뢰팀장, 김준서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후우웅!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후…….”
한숨이 담배 연기처럼 씁쓸하게 뿜어져 나왔다.
오늘 처리했던 일당들은 수수료와 세금을 뗀 후에, 매달 말 입금 된다.
한계가 명확한 권능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E급 던전 의뢰에 나서는 일.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 씨……. 세상아.”
아무리 생각해도 현타가 온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초월적인 존재는 나에게 저주를 걸었을까?
“부처님, 예수님, 하나님……. 아니, 정체를 모를 신님아. 주려면 아예 기대도 못 하게 쓰레기 같은 능력을 주든가요. 이게 뭡니까? 이게.”
젠장, 애매하게 희망 고문시켜서는.
“그래, 차라리 생산직이었으면 말을 안 하지.”
애매한 전투 권능보다는 생활직 등의 특수능력들이 오히려 낫다.
헌터들을 서포트하며, 돈이라도 모을 수 있지 않던가.
참고로, 오늘 던전 뛰고 받은 일당은…….
뗄 거 다 떼면, 고작 4만 원이 끝이다.
그럼에도 난 이 헌터밥을 놓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이거밖에 없으니까.’
헌터.
던전 속에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자들.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현실에 부딪혀도.
이 일을 포기하기 싫었다.
모름지기 한 번뿐인 삶,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희소식입니다!
-어떤 소식인가요?
-지난번, ‘달의 협곡’ 공략에 성공했던 다크 로드(Dark Load)가 고작 3년 만에 랭커에 입성했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랭커가 공식적으로 37명이 되었는데요.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에 달하는 성적입니다! 대단하죠?
집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길.
빌딩 위에 달린 전광판에서는.
헌터 관련 채널이 송출되고 있었다.
-와, 랭커라 하면. 미국에 있는 세계 랭킹 게시판에 1,000위 안으로 기재된 헌터들을 말하는 거죠? 매월 자동으로 갱신되는?
-네, 그렇습니다. 다크 로드의 경우는 이번 달로 950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다크 로드의 랭커 입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가 있는데요.
-오, 어떤 의미인가요?
-바로 여태껏 3년 만에 랭커에 오른 헌터는 다크 로드가 유일하다는 겁니다! 물론, 최초의 헌터들을 제외한 결과이지만요!
-와우! 최단기간 랭커 달성이군요?
-네, 그만큼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이 말도 안 되는 권능이라는 거죠!
-이야! 그렇군요! 네크로맨서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
저거다.
저것 때문에 짜증이 증폭되고, 현타가 더 오는 거다.
다크 로드.
저놈도 나랑 같은 네크로맨서인데!
더군다나 권능을 부여받은 날짜도 같은데!
누구는 벌써 랭커고.
누구는 아직도 E급이다.
저놈은 벌써 ‘다크 로드’란 근사한 이명(異名)이 있는데.
내 상태창에는 그저 내 이름 석 자, 주동훈이 적혀 있을 뿐이다.
단지, 저주받았다는 이유로.
누군가 물을 수 있다.
네가 뭘 아냐고.
저 다크 로드라는 헌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면서 함부로 나불대지 말라고.
불평불만만 할 시간에 다른 건설적인 일을 찾아서 하라고.
맞다.
솔직히 말하면 시기와 질투로 점철된 마음이다.
능력에 ‘운’이라는 요소를 첨가한 초월자에 대한 억하심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오직 ‘랭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내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거다.
“…….”
나는 떠들어대는 전광판을 뒤로하고.
근처 판자촌 달동네 꼭대기 인적이 드문 숲길로 이동했다.
[헌터 : 주동훈] [기력 : 100/100]“좋아.”
낮에 썼던 기력은 이미 충분히 차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여태껏.
어떤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 해왔는지.
보여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