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13)
잡았다 술래
후우웅!
저 멀리서 강한 파동이 일었다.
얼마나 거친지, 그 기세만으로 머리칼이 휘날릴 정도.
‘흠.’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독은 잘 풀긴 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녀석은 노인과 내가 제조한 신경독과 환상독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터.
도망가기 전에 찾아내야만 한다.
난 좁게 뜬 눈을 이젠 아예 감아버렸다.
우웅!
동시에 발현된 태청심법.
내 몸으로부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기운들이, 마치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공간을 유영했다.
하나하나 생명이 깃든 것처럼, 플로아를 찾아다녔다.
아니, 정확히는 찾아다니려 했지만.
‘젠장. 정신없이 시끄럽네.’
보통 태청심법을 발현하면, 기운을 가진 상대의 위치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플로아의 기운은 일반 헌터들과 결을 달리했다.
‘지가 무슨 홍길동이야?’
동서남북, 사방에 존재하듯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뿜어냈다.
마치 누가 진짜 같냐고 놀리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르릉! 콰가가강!
그녀의 이명인 ‘뇌명’(雷鳴)은 ‘천둥소리’를 뜻하는 말.
그저 탐색만 할 뿐인데도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울음이 고막을 폭행했다.
만약, 그녀와 술래잡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전투였다면?
시끄러워서 온전한 컨디션으로 싸울 수도 없었겠지.
“나 몰래 독을 푼 건은 꽤 신박했어. 칭찬할게.”
플로아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온 것은 그때였다.
“하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날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콰강! 콰가가강!
사방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나를 제외한.
내 주변 모든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갈라졌다.
“이놈아. 쫄지 마라. 알잖느냐. 저 아이는 널 직접 타격할 수 없어.”
‘예, 알고 있죠. 알고는 있는데…….’
“시끄럽고. 네 방향으로 우측 45도다. 빨리 달리거라!”
‘예? 옙!’
내 힘으로는 녀석을 찾을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아직 나와 랭커의 격차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높디높다.
“내기 걸어놓고 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스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느니라. 무조건 이겨라. 이기고 와라.”
하지만, 사실 그따위 건 상관없다.
내 옆에는 노인이 든든하게 버티고 계시니까.
노인의 힘 또한 곧 나의 기연이요, 나의 전력이잖아?
‘예, 무조건 이겨야지요. 어르신이 다 알려주시는데.’
파앗!
나는 힘차게 땅을 박찼다.
갈라지는 바위 파편과 조각나는 나무들 사이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흐읍!”
몇 개는 둔탁하게 부딪히고, 또 어떤 것은 살갗을 파고들었지만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주어, 발을 디뎠다.
‘더 빠르게. 치료는 나중에 하면 돼.’
오랜만에 눈에 힘이 들어갔다.
독기가 가득 찼다.
그래.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상황보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때,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몸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돌았다.
“이 녀석아!”
타다닷!
“우측으로 튄다. 조금 더 우측으로 각도를 꺾어라! 그래! 조금 더! 더!”
생각할 필요 없었다.
그저 옆에서 노인이 시키는 대로 달리기만 하면 될 뿐.
“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는구나!”
나는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바라봤다.
장애물들을 피해내며 질주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푸확!
스치는 돌 조각에 뺨이 긁혀 피가 터졌다.
‘신기하네.’
이런 걸 몰입이라 하는 걸까?
비산하는 뾰족한 장애물들이 마치 테이프를 천천히 감기라도 하듯 천천히 움직였다.
몸은 또 어떨까.
마치 무중력의 우주를 부유하는 것처럼.
찰나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애들아, 이제 보물은 그만 찾고, 이리 와라.’
나는 손에 쥔 지팡이를 휘둘러 뼈다귀들을 소환했다.
‘이리 와서 좀 도와줘. 이 구역 일대를 포위해.’
“주군!”
“주인님!”
삐걱!
먼 지역에서 한창 일하던 녀석들이 내 옆으로 다가온다.
그 짧은 시간에.
내 감정을 모조리 읽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이, 이 새끼! 도대체 방향은 어떻게 잡는 거야? 무슨 맵핵이라도 켠 거야?”
플로아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 되는데! 이거 안 되는데?! 뭐야, 이 뼈다귀들은? 왜 이리 끈질겨? 그리고 또 왜 이리 많아?”
지금껏 사방에서 울렸던 녀석의 목소리가 이제는 오직 전방에서 들려왔다.
이제 진짜 코앞.
이미 전황은 명명백백했다.
솔직히 여기까지 왔으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끌끌, 봤느냐?”
옆에서 노인이 흐뭇하게 웃었다.
“저게 다 독에 내성이 없어서 그렇다. 이거…… 전성기의 나조차도 엄청나게 고생했을 만큼 참신한 독이거든.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더 괴로워질 거다. 아마 네놈 모습이 열 개로 보일걸?”
그뿐이 아닐 거다.
사방에 스켈레톤이 깔렸으니까.
드미르를 제외한 모든 수하들이 자신의 수하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렇게 공간을 가득 채운 녀석들이 모두 엄청난 기세를 뿜어낸다.
개미 한 마리도 밖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듯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진형을 구축한다.
그 수가 대략 60마리가 넘으니.
아마 플로아의 눈엔 600마리가 넘어 보이지 않을까?
거기에.
스릇!
내 손에 잡힌 지팡이가 어느덧 창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신살(神殺)급 창이라 그런지.
그 예기 또한 범상치 않은 창이었다.
“플로아!”
네가 어디에 숨어 있든, 이제 빠져나갈 공간은 없다.
네가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날 죽이는 것.
근데 이제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거.
‘느껴지네.’
이 정도까지 붙으니, 플로아가 숨어 있는 위치가 느껴졌다.
환상독과 신경독에 점점 절어 들어가 제대로 된 기운조차 내지 못하는 녀석이.
“그만 빌빌거리고, 빨리 나와.”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말했다.
“해독해 줄 수 있으니까. 그걸 뭐한다고 생으로 버티냐?”
파즛!
그 순간, 허공에서 전류가 튀었다.
“이런 씨발!”
결국은 모습을 드러낸 플로아가 나를 노려봤다.
“이 새끼.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뭔 짓을 했길래 이딴 말도 안 되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미 온 피부가 푸르딩딩하게 변해 있는 녀석.
“그리고 이 독은 또 뭐고? 네가 독무 안에서 버텼던 게 이런 독이었냐? 크아악! 퉤에! 콜록, 콜록!”
플로아가 죽겠다는 듯 기침하며 각혈했다.
“그걸 말이라 하냐? 그딴 것보단 훨씬 심한 독이지. 이리 와라.”
난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동시에 기운을 운용해, 독무에게서 꿍쳐놨던 독을 풀어 넣었다.
“이, 이 새끼! 뭐 하는 짓이냐!”
“시끄러워, 해독하는 거니까.”
“크윽!”
고통스럽다는 듯, 입술을 깨무는 플로아.
‘대단하긴 하네.’
독무가 대단한 건지.
노인이 알려준 조합식이 대단한 건지.
솔직히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위권 랭커에게도 통하는 신경독이라니.
‘나 진짜 강해졌구나.’
이제는 확실히 체감됐다.
델라일라의 시련에서 주는 보상들을 제대로 흡수한 채, 세상에 나가기만 한다면.
‘랭커는 100%일 테고.’
정말 태산이라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비슷해지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우웅! 우우웅!
내가 풀어놓은 독의 효과는 직빵이었다.
푸르딩딩한 그녀의 피부가 점차 정상화되었으며.
이내 다시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푸하악, 하악! 하아아…… 이제야 살 거 같네.”
“괜찮냐?”
“괜찮긴, 죽다 살아날 뻔했는데. 하, 씨발. 진짜 이거 실화야? 이 내가. 천하의 플로아가. 참가자한테 졌다고?”
“보다시피 그런 것 같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기억하지? 노예빵?”
“……뭐, 그딴.”
플로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본데.
나는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은 딱히 원하는 거 없으니까.”
나중에.
써먹을 일 있을 때, 들이밀면 된다.
“근데 랭커씩이나 되는 사람이 잡아떼거나 하진 않겠지? 혹여 그럴 거면 지금 말해라.”
“……씨발. 내가 그러면 어쩔 건데?”
“뭐, 나야 별수 없지.”
실상이 그렇다.
내기는 플로아와 나의 쌍방 약속이었을 뿐.
법적 효력이나 강제성을 띤 게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그녀가 난 모르는 일이니까 꺼지라 하면 별수 없는 일이다.
“단, 앞으로 내가 랭커가 돼서도 독일의 ‘플로아’를 떠올릴 때마다, 약속을 우습게 아는 저질 양아치가 떠오르지 않을까? 적어도 긍정적으로 보진 않겠지.”
“……뭐?”
이는 내 나름의 패기다.
나 크게 될 놈인데.
굳이 지금 나와 척질 생각이면,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
그리고 의외로.
그게 먹히는 것 같았다.
“…….”
그녀의 표정이 지금까지와 달리 진지해져 있었으니까.
플로아는 분명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조, 좋다.”
“뭐?”
“좋다고! 나중에 네 부탁이든 뭐든, 하나 들어주면 될까 아니야!”
부탁이라.
뭐, 지금은 그 정도면 개이득이지.
무려 랭킹 84위의 랭커에게 입김을 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있었다.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시련에서 살아남은 다음 그때 이야기하고! 특전이나 받아 가라, 이 빌어먹을 놈아. 후, 너 때문에 또 페널티 받을 거 생각하면.”
꿍시렁꿍시렁.
플로아가 투덜거리며 손을 휘적거렸다.
[띠링!] [심사위원 ‘플로아’가 ‘상점’을 개방합니다.] [해당 상점의 화폐 단위는 ‘시련 포인트’입니다.] [모든 상품은 인당 1개씩. 구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주의!] [마지막 상점이니 모든 포인트를 사용해 주세요.]동시에 테마1 때 봤었던 특전.
상점이 개방됐다.
[목록 – 10/10] [1. B급 축지 주문서 – 1,000포인트] [2. A급 축지 주문서 – 3,000포인트] [3. S급 축지 주문서 – 5,000포인트] [4. B급 연지 주문서 – 1,000포인트] [5. A급 연지 주문서 – 3,000포인트] [6. S급 연지 주문서 – 5,000포인트] [7. 엘릭서 – 10,000포인트] [8. S급 랜덤 박스 – 30,000포인트] [9. 세계수의 뿌리 – 50,000포인트] [10.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 100,000포인트]“음?”
내 눈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번에도 똑같이 10개의 구성품이긴 한데.
“축지? 연지?”
이건 또 뭐야?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후.”
플로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특전을 얻어내다니. 이거 뭐, 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네.”
“저게 뭔데?”
“축지는 말 그대로 땅을 단축하는 주문서야. 거대성까지 남은 거리를 퍼센트로 줄여줘. 원래 보물 찾으면서 비밀을 풀어야 얻을 수 있는 주문서인데. 뭐, 사실 심사위원을 강제로 찾아낼 만큼의 깡패면 더는 시련이 의미 없지 않겠어?”
음.
그런 거였나?
생으로 걷는 게 아니라.
보물을 찾는 게 답이었던 거야?
그 안에서 힌트를 얻어내 축지 주문서를 사용하게끔 하는 게 바로 이번 시련의 해결책?
“그럼 연지 주문서는 뭔데?”
“연지는 말 그대로 땅을 늘리는 주문서지. 물론, 네 팀이 아닌 다른 팀의 거리를 늘려 버려. 저건 상점에서만 파는 거야.”
“허.”
“잘 생각해서 구매해.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상점은 딱 테마2까지만이야. 그 이후엔 없어. 지금처럼 시련 포인트 쌓아놔 봤자 의미 없다는 말이야.”
“……그래?”
나는 남은 시련 포인트를 흘깃했다.
[보유하신 시련 포인트입니다.] [시련 포인트 : 1,314,500]걸어오는 동안.
스켈레톤들이 얼마나 많은 유물을 뒤적인 건지.
기존 포인트에 더해져, 무려 1,314,500포인트나 쌓여 있었다.
즉, 저번처럼 다 사도 된다는 뜻.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럼, 일단 있는 거 다 줘봐.”
“참, 그래. 그럴 줄 알았다. 하여간, 대단한 놈.”
플로아가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