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
모름지기 화초보단 잡초지
“아하핫! 네크로맨서 양반, 잘 지냈나?”
“어라, 뭐야? 별 시간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미지가 좀 변한 것 같은데?”
“그러게, 근육도 좀 붙은 거 같고 얼굴도 잘생겨진 것 같구먼? 신수가 훤해졌어.”
D급 혹은 C급으로 이루어진 다섯 명의 생존자 무리.
그들이 나를 보고 반갑게 아는 척해왔다.
비록 이름도 모르고, 서로 잘 알진 못했지만.
때로 헌터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친근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함께 생사를 오가며 정을 나눴다는 거겠지.
그나저나.
‘잘생겨졌다고?’
나는 괜스레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힐끔 살폈다.
확실히 두꺼워졌다.
근육이 붙었고, 지방이 빠졌다.
어깨도 넓어진 게, 마치 골격 자체가 달라진 느낌.
어제, 노인이 시술한 대법의 효과임이 분명했다.
‘이게 고작 30분 마사지의 효과라고?’
내심 감탄했지만.
사실 이해는 갔다.
실제로 주먹을 통해 뼈를 깎고 근육을 다진 상황이었으니까.
거의 마취 안 한 상태로 대형 수술을 받는 느낌이랄까?
이따가 또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 오한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저들이 여기 온 이유가 뭘까?
일단, 그 당시 내가 보스방에 혼자 들어가는 걸 봤으니.
내가 클리어 대상자라는 걸 아는 사람들일 텐데.
기소율이 말했었다.
이번 던전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전부 비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괜히 알려지는 건 좋지 않은데.’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했던가?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완전히 강해지기 직전까지, 입소문을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승천하기 직전 이무기처럼, 조용히 훈련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나에 대해 세상에 밝히는 건, 온전히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때여도 늦지 않다.
굳이 등급 재심사를 받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물었다.
“여긴 어쩐 일로?”
“크흠, 인사가 늦었나?”
다섯 무리 중 한 명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초록색의 C급 명패를 단 사내의 인상은 매서웠다.
“반갑다, 정식으로 소개하지. 난 C급 헌터, 강재호라 한다. 그때 당시 자네의 행동과 태도가 인상 깊어서 눈 찍어 뒀지. 다음에 살아나간다면 꼭 한 파티를 꾸리겠다고 말이야.”
“……넵, 안녕하세요.”
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먼저 인사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
“전 그냥 다들 아시는 대로 E급 네크로맨서 용병이에요. 이름은 주동훈입니다.”
“글쎄, 절대 평범한 용병은 아니지.”
강재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당시에는 엄청난 용기였으니까. 뭐,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못할 것 같고.”
그가 의뢰팀장, 김준서를 힐끗 쳐다봤다.
아마, 비밀 유지 계약 때문이리라.
“본론을 꺼내자면, 사실 던전이 하나 나왔어.”
“던전이요?”
“응, 알려진 형태의 C급 던전인데 자네를 고용하고 싶어서. 듣자 하니, 자네…… 생활고에 시달려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받는다던데. 맞나?”
“…….”
찌릿.
내가 김준서를 흘겨봤다.
보아하니, 어떻게든 의뢰 따내려고 또 나를 팔아 술술 꼬신 것 같았다.
내가 쏘아보는데도 방실거리며 뒤로 빠지는 김준서.
‘후우, 저 화상.’
형이지만, 가끔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가 있는 분이다.
“뭐,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저번 보수가 들어왔다 해도.
입원비, 생활비, 월세, 보험료 등등.
돈 털리는 건 순식간이니까.
“역시 그렇지?”
강재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번 던전. C급치고는 난이도가 까다로운 유형이야.”
등급이 매겨진 던전의 유형은 대다수가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다.
등장하는 필드의 배경이나 몹만 봐도 난이도나 임무 등등, 대강 유추할 수 있기에 후발대가 참여하기도 편하다.
“그래도 도전은 할 만해. 운만 따라준다면 보상이 꽤 좋은 편이거든. 최근 어떤 파티가 얻은 게 아마 엘릭서랬나? 그럴걸?”
“엘릭서요?”
눈을 부릅떴다.
엘릭서가 무엇이던가.
등급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던전에서만 나오는 희귀한 보상으로.
어떠한 저주나 병에도 차도를 보인다는 상급 포션 아니던가!
“그래, 그 엘릭서. 상위권 랭커들이나 부자들의 수요가 많아서 한몫 거하게 챙기기엔 딱이지.”
“으음.”
내가 턱을 쓸자, 강재호가 말을 이었다.
“어떤가, 나쁘지 않지? 이번엔 짐꾼이 아닌 멤버로 함께 참여하는 거야.”
“보수는요?”
“허허, 보수가 무슨 말인가? 짐꾼이 아닌데. 당연히 공정한 수익 배분이지.”
“정말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만약, 정말로 엘릭서가 나온다 치면.
가격 평균이 대략 5,000만 정도니.
여섯이 나누면 대략 833만 정도인가?
확실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왜냐.
나는 E급 헌터니까.
그것도 정체를 숨기고 싶은 E급 헌터.
그리고 E급 헌터의 보수는 지정제로 정해져 있다.
자신을 숨기면서 큰돈을 벌기엔 팍팍한 세상이라는 말이다.
“구미가 당기긴 하는데…….”
사실, 저들이 저렇게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C급 판정 던전을 99% 확률로 안전하게 클리어하려면 최소 C급 헌터 다섯은 필요하다.
하지만, 저 멤버 다섯엔 D급도 섞여 있다.
정확히는 C급 둘에 D급 셋.
불안할 수밖에 없는 스쿼드다.
안전하게 가려면 C급 셋을 더 구하거나 B급을 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비율을 나누는 것보다.
차라리 랭커도 깨기 힘든 던전을 단박에 클리어한 날 데려가고 싶은 취지겠지.
그게 더 저렴하게 먹히니까.
그리고 아직 순진한 티가 나니까.
‘하지만.’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분명 저들 또한 인지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저들은 겁 없이 등급 불명 던전에 들어갈 정도로 도전적인 팀.
그들은 그들 나름의 모험을 하는 거다.
‘그리고 모험 하면…… 또 나지.’
랭커가 되기 위해, 수없이 견뎌내야 할 길.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오른 산야의 잡초가 훨씬 더 멋있지 않은가!
“그래서.”
강재호가 슬쩍 내 얼굴을 살폈다.
“우리와 함께할 건가? 선택은 네 자유다.”
음.
저렇게 나오는데, 고민할 게 있나?
“좋아요. 사실 짐꾼도 질려갈 찰나였거든요.”
나는 쿨하게 제안을 받았다.
안 그래도 성장한 뼈다귀들의 위력을 직접 겪어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 * *
던전 탐험은 내일 오후.
김준서에게 약속했던 밥을 얻어먹은 난 다시 공터로 나왔다.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벌써 하루가 흐른 게냐?”
노인이 유령처럼 등장했다.
“네, 어르신. 내주신 숙제는 마쳤습니다. 다만…….”
“다만?”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노인에게 털어놓았다.
새로운 던전에 참여하게 될 것 같다는 사실을.
혹여 탐험하다 보면, 며칠 정도 훈련을 빼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절대 ‘마사지’가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님을 인지시켜야 했다.
“던전? 과거, 내가 존재했던 그런 공간인가 보군.”
“맞습니다. 원인은 모르지만, 이곳 헌터들은 그 던전을 통해 강해지곤 하죠.”
“흥.”
내 대답에 노인이 코웃음 쳤다.
“웃기는구나. 기초도 안 된 놈이 벌써 나돌아다니기는. 발걸음도 못 뗀 놈이 벌써 경주를 하려 드는 게냐?”
“이해해 주십쇼, 어르신. 저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나쁘진 않다.”
노인이 마른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나도 책상에서 탁상공론 펼치는 것보다 실전으로 부딪히는 걸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거든.”
“정말입니까?”
“단.”
노인의 표정이 단호해졌다.
“훈련을 빼먹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엑.”
“꾀를 부리는 게냐? 던전 내부에서도 날 소환할 수 있지 않더냐!”
“그, 그렇기야 하겠지요?”
스킬이니까.
“게다가 고작 한 시간이다. 아무리 급해도 그 정도 시간도 못 뺀다는 건 말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소환하거라. 만약 어길 시 저번에 가볍게 어루만진 것보다 열 배는 더 험하게 전개할 터이니. 알겠느냐?”
“히익?”
딸꾹.
노인의 윽박에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저번에 받았던 거보다 열 배가 아프면 도저히 어떤 고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소환을 안 할 순 없다.
힘겹게 얻어낸 기연인데, 아프단 이유로 포기할 순 없으니까.
“자, 그럼 시간 없으니, 빨리 마사지부터 받자꾸나.”
“네? 아, 아니……. 벌써요?”
“무슨 벌써냐, 이놈아! 잊었느냐? 60분밖에 시간 없다!”
퍼억!
준비 시간도 없이 노인의 찜질이 시작됐다.
쾅쾅쾅!
마치 내부에 폭탄이 터지듯,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역시, 아프다.
힘차게 달리는 기차에 몸을 계속 들이밀면 이런 기분일까?
쇠 건틀릿을 낀 타이슨이 마치 내 몸을 샌드백처럼 두들기면 이런 고통이 날까?
‘어?’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저번보다는 견딜 만하다는 것.
‘아!’
그러자 문득 스킬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스킬 : 고통 내성] [등급 : C] [효과1 : 고통에 저항합니다.] [효과2 : 고통이 더해질수록 감각이 둔해집니다.]저번에 공짜로 얻었던 신규 스킬.
‘사실 대단한 거지.’
‘만술의 가르침’이라는 스킬 하나가, 또 다른 스킬 하나를 파생시킨 거니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었다.
남들은 스킬 하나 얻으려면 천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나는 그냥 스킬을 복사한다.
게다가 그냥 스킬인가?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분명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스킬이었다.
“허어, 이제는 좀 참는구나.”
마사지를 빙자한 구타의 시간이 흐르자, 노인이 만족한 듯 손을 털었다.
지옥이 끝난 순간.
난 진심으로 안도했다.
“흐으읏, 다 어르신 덕이지요. 후우, 후윽.”
고통 속에 심호흡하면서도 말을 꺼냈다.
“대견하도다. 내일부터는 좀 더 강도를 올려도 되겠어.”
“네? 잘못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답에 땀을 삐질 흘렸지만…….
어쨌든.
다음은 체력 단련 시간이다.
나는 노인의 신호에 맞춰, 귀여운 뼈다귀들을 소환했다.
삐걱!
녀석들이 이젠 시간이 됐다는 듯, 자연스럽게 몸을 푼다.
그나저나, 스트레칭할 근육도 없는 놈들이 몸은 왜 푸는 거야?
생자(生子)였을 때의 기억인가?
“자, 저번처럼 모두 기마 자세를 펼치거라.”
노인이 일갈했다.
“단, 이제부터 체력 단련하는 동안 매일 한 놈씩 기술을 가르칠 거다. 어떤 놈부터 하겠느냐?”
“기술이요?”
아아, 드디어 본격적인 과외가 시작되는 것인가?
하긴, 아무리 노인이 초월자라 한들.
한 명의 인격체인데 다른 직군 전부를 동시에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다.
당연히 하나씩 가르치겠지.
나쁘지 않다.
천천히 배워보자고.
“그래, 누구부터 하겠느냐. 저기 칼 든 놈이냐?”
노인이 뼈일이를 가리켰다.
나머지는 노인이 알려준 자세를 취하는 중.
“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처음은 내 맏소환수인 뼈일이지.
“클래스는 소드맨, 할 줄 아는 건 베는 것밖에 없는 놈입니다.”
“괜찮다. 지금부터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니. 어디 한번 휘둘러 보거라.”
삐걱?
살짝 경계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난 웃음을 지었다.
[이름 : 뼈다귀1] [기력 : 100/100] [고유 능력 : 각성한 스켈레톤] [클래스 : 소드맨] [등급 : D] [힘 : 23] [민첩 : 19] [체력 : 20] [마력 : 10] [기술 : 21] [보유 스킬]-‘하급 베기’(Lv.2)
“괜찮아, 뼈일아. 널 위대한 뼈 전사로 만들어주실 분이야.”
본격적인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