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4화
아란발론 vs 거대마룡 (1)
아란발론 용아병의 수는 대략 300구.
거대마룡이 불러낸 약 1,000마리의 드레이크에 비하면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 질이 달랐다.
병사들의 칼은 날카로웠으며, 특히 연달아 쏘아지는 석궁이 매서웠다.
쐐애애액! 쐐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볼트에 드레이크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쿠웅! 쿠우웅!
피보라가 솟구침과 동시에 하나둘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건.’
맞아봐서 알지.
나한테 쏘아지던 그 끔찍한 볼트를 제삼자 시선으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운걸?
– 키아아아!
– 키에, 키에에에!
하지만 드레이크도 만만치 않았다.
두두두!
가만히 있지 않고 수십 마리씩 군집을 지어 몰려다니며, 붉은 콧김을 내뿜었다.
볼트 세례를 받아냄과 동시에, 이빨로 칼을 쳐내고 머리로 들이받는 녀석들의 모습은 과연 장관.
“후.”
막상막하의 광경에 나는 호흡을 뱉었다.
과연.
과거에 엘프마을에서 잡았던 그런 수준 낮은 드레이크가 아니란 건가?
하긴, 거대마룡의 본신이 직접 불러낸 정예 드레이크다.
평범할 리 없었다.
콰가가강!
두 군세가 격돌했다.
용아병과 드레이크는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되듯 마냥 부딪혔다.
서로를 찌르고, 물고, 뜯었다.
“휘유.”
블라디미르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뭐. 판타지 속 전쟁이 따로 없는데? 팀장, 그럼 우린 누굴 응원하면 되는 거야?”
사방에 피 냄새가 가득했다.
“아니, 그전에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어도 되는 건가?”
“잠시만요.”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시선을 블라디미르에게 향하지도 않았다.
내 시야는 오직 전방의 두 존재.
아란발론과 거대마룡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적의와 살의로 가득한 두 커다란 용이 서로를 경계하며 지켜본다.
그것만으로도 사방에 돌풍이 불었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일단 지켜보고, 누가 이길지 승산을 파악해 보죠.”
기세만 놓고 봤을 때.
아란발론의 우세를 살짝 점치고 싶지만.
본래 비슷한 실력끼리는 싸워보기 전에 모르는 일이다.
잠깐의 판단이.
아니면, 잠깐의 실수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
“물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답 없어요.”
나는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밸런스를 맞춰서, 최대한 서로가 힘을 빼게끔 만들어야 해요.”
하나가 압도적인 격차로 이겨 버리면, 어부지리의 계획은 깨진 유리알처럼 산산이 조각날 터.
내가 눈을 부릅뜨며, 상황을 주시할 찰나.
콰아아아앙!
마침내 두 존재가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먼저 머리를 들이박는 거대마룡의 기세에, 칼을 뽑아 든 용아병들이 움찔거렸다.
앞다투어 질주하던 드레이크들도 멈칫했다.
“으아아.”
올레나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고작 한 번 충돌했다고, 이건 뭐 세상이 찢어질 기센데요?”
쿠구구구!
이번엔 아란발론이 움직였다.
탐욕룡의 날카로운 앞발이 거대마룡의 몸통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촤아악!
사방에 피 분수가 흩뿌려졌다.
– 크하하하! 타오르거라! 침입자여!
허공 위.
사방 곳곳에 붉은 마법진이 새겨졌다.
화륵! 화르르륵!
그곳 각각에서 화끈한 열기의 광선이 쏘아져 폭발했다.
돌풍이 일었고,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크.’
저 사이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막을 엄두조차 없이, 먼지로 화하지 않았을까?
– …….
하지만, 거대마룡은 먼지로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커다란 몸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 흥. 고작, 그게 끝이더냐?
먼지 속, 어렴풋한 형상이 움직였다.
– 제법 강하긴 하다만. 그뿐.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주제넘은 탐욕을 부렸던 거냐?
거대마룡이 이빨을 드리웠다.
저걸 맞고 살아남은 걸 떠나, 여유까지 부린다고?
나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 흐음, 세외의 용이 제법이구나. 하지만.
아란발론이 키득 웃었다.
– 그 꼬라지를 하고서 할 소리는 아니지 않으냐?
탐욕룡의 노란 눈이 거대마룡의 몸통을 향했다.
덕지덕지 묻어 있는 피와 시뻘겋게 그을려 피부.
확실히 타격이 있어 보였다.
– 그에 비해, 네가 보여준 수가 무엇이냐. 고작 드레이크를 소환하는 거? 아니면, 대책 없이 머리를 들이미는 거? 행동과 말이 맞지 않으니, 참 어불성설이로다.
– 그럴 리가 있나. 강한 공격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기다림이 필요한 법.
우우웅!
이번에는 검은 마법 진이 허공에 새겨졌다.
아란발론이 새겼던 것보다 훨씬 큰 크기였다.
– 내가 주로 사용하는 능력은 바로 중력(重力). 탐욕스러운 버러지여! 어디 급이 다른 무게를 느껴보아라!
펄럭!
거대마룡의 육중한 무게가 하늘을 날았다.
동시에 뻗어 나가는 앞발에는 기존과 다른 기세가 담겼다.
거대마룡을 상징하는 무게였다.
– 흐응?
아란발론이 미간을 좁혔다.
– 과연,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구나.
그의 이빨 역시 살벌하게 벌어졌다.
– 하지만, 고작 무게로 날 어찌하려 하다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모름지기 중력이란 큰 차이가 있을 때 그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는 법. 나에겐 통하지 않을 거다.
탐욕룡은 피하지 않았다.
눈을 빛내며 그대로 응수했다.
동시에.
콰아아앙!
고막을 울리는 엄청난 폭음이 또다시 하늘을 찢었다.
또한, 이번에는.
그 충격만으로 근처에 존재하는 드레이크가 짓이겨지고, 용아병이 갈라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힘!
“크윽!”
“젠장, 엎드려! 고개 숙이고 버텨!”
“시, 실드 보충할게요!”
제법 거리가 있는 우리도 멀쩡하지 못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부딪힐 때마다 몰려오는 파동이, 내부 장기를 다 뒤흔들어 놓는 느낌이 들었다.
‘미친.’
나는 감탄했다.
용에 감탄한 게 아니라, 엘드린과 드미르에게 감탄했다.
녀석들.
저런 존재를 봉인했던 거였냐?
아무리 종족의 화합이 어려운 숙제였다 해도, 어떻게 저딴 걸 봉인해?
쾅! 콰아앙!
둘의 싸움은 계속됐다.
– 화(火) 속성에 이어, 수(水) 속성이라. 이건 염룡도 아니고 수룡도 아니고 애매하게 탐욕만 부릴 줄 아는 용인가?
땅이 뒤흔들렸다.
– 시끄럽군. 몸뚱이만 무겁고 입은 한없이 가볍구나. 그러는 너는 그냥 애매하게 무겁기만 한 용이냐?
바닥이 뒤집혔다.
– 그 무게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은데. 그래, 어디 숨은 쉴 수 있고?
– 글쎄, 그것보다는 네 과다출혈이 걱정되는구나. 무게가 좋은 만큼 힘이 좋은 건 인정한다만, 너무 느리잖아?
서로를 디스하면서도.
하나, 하나의 공격이 신중하면서도 날카로웠다.
“…….”
나는 그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집중하며, 둘의 전력을 탐색했다.
내 머릿속의 둘을 그려 넣어, 수백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리고 내린 결론.
‘역시, 아란발론이 살짝 우세해.’
거대마룡의 공격력은 강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에 비해 아란발론의 공격력은 다소 약하지만, 그 정확도가 정밀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가 곪고, 피로는 누적될 거다.
원래도 느렸던 거대마룡의 속도가 더욱 느려지겠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거대마룡 편에 서는 게 맞다.
“다들 준비하세요.”
나는 등 뒤의 팀원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용아병을 잡을 겁니다.”
“결정이 내려진 거야?”
“예, 우선 저 가까이 갔다가는 개죽음만 당할 터이니,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하죠.”
나는 왼쪽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드레이크와 용아병이 한데 어울려 싸우고 있다.
기존에 있던 드레이크들은 반수 이상이 사체가 되어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용아병 역시 절반뿐이 남지 않았다.
그야말로 황금 밸런스.
‘하지만.’
지금부터 그 밸런스를 우리가 깨주는 거다.
“태양아.”
“예, 주군!”
후웅!
태양이가 창을 꺼내며 다가왔다.
“엘드린.”
“말씀하세요, 주인님.”
“저것들. 둘이 알아서 잘 통솔해서 잡아봐. 평소 연습했던 대로.”
“명 받들겠습니다.”
“알겠어요.”
스켈레톤들은 둘에게 맡겼다.
“그럼 우리도 시작해 보자고요!”
“그래,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더 낫겠어. 심적으로.”
“먼저 달려가지.”
팀원들도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꾸욱!
나 역시 무기를 창으로 변형시켜 잡았다.
동시에, 질주했다.
드레이크들의 거대한 몸집이 용아병의 석궁을 막아주기에, 접근하는 건 한결 쉬웠다.
– 크릉!
드레이크 한 마리가 콧김을 내뿜으며 나에게 이빨을 들이밀었지만.
그 궤적 밑으로 몸을 굴려 피해냈다.
‘미안하지만, 너넨 나중에.’
우선은 용아병을 처리한다.
“후우, 후우!”
나는 호흡을 내뱉으며 계속 달렸다.
그동안의 훈련 덕분인지.
아니면, 무기의 효과인지.
몸이 가벼웠다.
거의 날아다니는 느낌?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눈앞에 석궁을 쏘고 있는 용아병이 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급히 검을 꺼내려 했지만.
나는 그 가속 그대로 창을 찔렀다.
푸욱!
창날이 녀석의 턱 아랫목을 뚫고 올라가 머리를 박살 냈다.
과연 신을 죽인다는 신살의 위력 덕일까?
그 딱딱하다던 용의 이빨이 깨져버린 거다.
‘나쁘지 않은데?’
손에 감기는 감각이 좋았다.
네크로맨서라 근접전은 별로 해본 적 없었는데.
이것도 나름 매력 있구나?
그만큼 실력이 올라왔다는 거겠지.
나는 계속해서 창을 휘둘렀다.
창뿐이랴?
너무 근접으로 붙었을 때는 창을 검으로 바꾸기도 했고.
둘 이상이 치고 들어올 때는 방패로 바꾸어 튕겨내기도 했다.
“허어, 친우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판창이 혀를 내둘렀다.
“어찌 그대는 싸우는 모습조차 남다른가. 무기를 바꿔가면서 싸우는 전사라니.”
“만술이라 부르는 겁니다.”
“만술이라. 모든 것에 능통하다는 의미인가?”
“뭐, 대충 뜻은 비슷하네요. 일단 집중하시죠!”
까앙!
방패로 용아병의 검을 쳐낸 내가 허리를 돌렸다.
후웅!
허리를 돌림과 동시에 뒤바뀐 창이 용아병의 심장을 향해 쇄도한다.
파각!
거칠게 뚫는 창날.
하지만 심장이 뚫렸음에도, 용아병의 공격은 지속됐다.
녀석은 마치 스켈레톤과도 같다.
겁이 없었으며, 고통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에게 박혀 있는 창을 그대로 다시 변형시킨다.
화르륵!
봉인된 화(火)의 정수가 손쉽게 빠져나와 다시 방패를 이뤄냈다.
까앙!
녀석의 거력이 방패를 쳐냄과 동시에, 또다시 변형.
이번엔 칼로 변경된 무기가 녀석의 목을 뚫었다.
“뒤져, 새끼야.”
동시에 발로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이미 심장에 한 번, 목에 한 번 치명타를 입은 녀석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후우, 하아.”
“괜찮으신가요?”
옆에 묘이 하나의 손길이 느껴졌다.
따스한 빛이 상처와 멍울을 없애고, 통증을 완화시켰다.
[‘뼈다귀7’이 스킬, ‘중급 힐링’(Lv.2)을 사용합니다.]뼈칠이의 힐링도 한몫했다.
뼈칠이와 묘이 하나.
둘은 아예 한팀이 되어,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웃긴 건.
그 옆을 뼈사가 지키고 있다는 것.
‘과연.’
태양이가 센스 있게 명한 것 같았다.
“예, 저는 괜찮으니, 이제 다른 사람에게 가보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그녀를 보내며,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드레이크와 용아병의 전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의 참여로 완전히 뒤바뀐 양상.
용아병은 거의 다 쓸려 나갔고, 몇 마리 안 남은 녀석들도 수많은 드레이크에게 둘러싸여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었다.
‘거대마룡, 눈치 빠르네.’
신기하게도.
어느 시점 이후로는 드레이크가 우릴 공격하지 않았다.
아는 거다.
자신을 돕고자 하는 것임을.
‘적의 적은 아군.’
두두두두!
용아병을 다 둘러싸고도 남은 드레이크들은.
우릴 공격하지 않고, 그대로 아란발론에게 돌진했다.
‘아는 거지.’
내가 아무리 미워도.
찢어 죽이고 싶어도.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 거다.
‘자, 그럼.’
나는 뻐근한 팔을 털었다.
‘이제는 아란발론 편에 서볼까?’
저울이 기울였으니.
다시 균형을 맞춰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다시 발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