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8화
드래곤 슬레이어 (1)
쿠구구! 꾸르륵!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내부 장기가 꿀렁이는 것일 수도 있고, 외부 충돌의 여파일지도 몰랐다.
뭐,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지.
하여튼.
용의 내부는 예상과 다를 게 없었다.
“크읍!”
숨이 막혔으며.
답답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는.
올레나의 물을 통해 미약하지만, 산소가 조금씩 보충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카푸가 말했던 공간으로 정확히 침투했다는 점.
“이놈아. 어서 서두르거라.”
물론, 가장 다행인 건.
이런 위태로운 순간에도, 곁에 어르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곳에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거 없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 몸에 무언가가 침입하면,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하게 마련이거든.”
“백혈구 같은 거요?”
“백혈구? 그건 또 뭐냐.”
아.
어르신은 현대과학 같은 거 모르시겠구나.
“그런 게 있어요. 면역 체계 같은 거.”
“흠, 그러냐?”
“예.”
후웅!
나는 신살(神殺) 창을 휘둘러, 고쳐잡았다.
동시에 짧게 숨을 내뱉었다.
노인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시간을 끌기보다, 최대한 빠르게 원하는 바를 이뤄야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어차피 거대마룡의 중심부는 엄청난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기에.
태청심법으로 느낄 수만 있으면 충분했다.
‘이쪽이겠구나.’
쿠구구구…….
엄청난 기력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
나는 그곳을 향해 고개를 꺾었다.
“그렇지. 거기다, 이 녀석아.”
노인이 나직하게 말했다.
“네 녀석이 지닌 그 사기성 짙은 무기로 베면서 지나가거라. 어차피 이곳엔 길 같은 거 없다. 네가 가는 방향이 곧 길인 게지.”
오.
그거 멋있는데?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라니.
마치 위대한 탐험가가 된 기분이잖아?
나는 창을 짧은 단검으로 변형시켰다.
동시에 날을 수평으로 세운 후 파고들었다.
서걱! 스걱! 푹! 푸욱!
원래 같았으면 절대 뚫지 못했을 용의 뼈와 피부를 신살(神殺)급 무기는 손쉽게 뚫어냈다.
푸확!
피가 터지고.
물컹!
살갗에 이물질이 닿았다.
기분 나쁜 촉감이었지만, 괜찮았다.
올레나의 보호막이 아직도 잘 살아 있거든.
그녀의 마법은 확실히 편리했다.
흐르는 물이 계속해서 내 몸을 돌며.
이리저리 닦아내고 씻겨줬다.
“…….”
나는 말 없이 계속 질주했다.
다리에 힘을 주어 계속 나아갔고.
왼쪽 손으로 뼈나 근육을 잡아, 몸을 계속해서 욱여넣었다.
“좋구나. 계속해서 움직여라.”
움직였다.
“네가 움직이는 만큼, 저 용가리에겐 크나큰 고통이 될 터이니. 자, 신나게 쑤시고 베어라! 독도 마음껏 푸는 거다!”
“맞네요, 독.”
노인의 주절거림을 들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집중했다.
아까 넣었던 독무를 이어서 풀었다.
구쿵! 구웅!
멀리서 북 치듯 울리는 소리와.
그어어어어…….
녀석의 울음으로 보이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리는 게.
아무래도 제대로 먹히는 듯했다.
“자, 이제 곧이니라.”
블라디미르가 제대로 이동시켰는지.
용의 중심부까지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노인의 응원과 함께 계속해서 전진했다.
물론,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끄룩! 끄룩!
주변 근육이 움찔거리며, 나를 공격했고.
심지어 날카로운 돌기가 되어 베는 것들도 있었다.
“이런 것 보면 참. 생물의 신체가 신비하지 않더냐?”
아팠다.
따가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아픈 만큼.
거대마룡, 네놈도 아플 테니까.
기다려라.
더 아프게 해줄게.
“태양아, 엘드린.”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1’이 등장합니다.]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태양창’이 등장합니다.]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엘드린’이 등장합니다.]…….
나는 내가 뚫고 지나온 뒤쪽에.
뼈다귀들까지 재소환 시켰다.
“주군, 여기는……?”
“주인님. 여기가 거대마룡의 내부인가요?”
태양이와 엘드린이 언제나처럼 충직하게 말을 꺼냈다.
특히 엘드린의 목소리에서는 묘한 흥분도 섞여 있었다.
‘하긴.’
거대마룡은 엘드린과 하늘을 같이 이지 못할 원수니까.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 공격해라.”
나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수하들을 불러도 좋고, 스킬을 퍼부어도 좋다. 조금이라도 딜을 넣어.”
“예, 주군. 명 받들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주인님.”
수하들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용의 피부가 갈라질 때마다, 움찔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또한 커졌다.
– 크라아아아아!
거친 포효와 함께, 몸의 중력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끝까지 집중해라!”
노인이 외쳤다.
“미친 듯이 흔들고 있는 거다! 자신이 위험하다는 걸 본격적으로 느끼는 거겠지! 이제 진짜 코 앞이다! 헤쳐나가라! 헤쳐나가서 기운 덩어리에 무기를 꽂아 넣어!”
그렇게 했다.
사방에 피가 튀었고.
계속에서 몸을 밀고 들어가.
마침내.
“크흑!”
비명이 절로 나올 만큼 강한 기운을 눈앞에 마주했다.
원래 같았으면 가까이 가는 즉시, 온몸이 녹아내렸을 법한 거대한 기운.
브레스를 쏘았기 때문에,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공격!
푹!
나는 온 기운을 무기에 쏟아 넣었다.
태청심법을 운용해 모든 기력을 쥐어짜 냈다.
푸확!
피가 튀고 진동이 거세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푹! 푹! 푸욱! 푸욱!
오히려 더욱더 반복해서 미친 듯이 꽂아 넣었다.
“죽어……라.”
사람의 손으로 용을 잡는다.
절대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초월적인 존재를 잡는다.
과연, 지구에 이러한 일을 한 헌터가 있을까?
“죽어……! 죽어……!”
난 할 수 있다.
해낼 거고, 내가 하겠다 했던 건 모두 이뤄왔다.
이제는 호흡마저 멈춰 버렸다.
어차피 남아 있지 않은 산소.
“이런 씨발!”
그냥 숨을 멈춘 채, 팔을 미친 듯이 기계처럼 휘둘렀다.
무기를 녀석의 심장에 때려 박았다.
* * *
– 크아아아아아아!
갑자기 고통에 울부짖는 거대마룡을 보고.
– 음?
아란발론은 의문을 표했다.
분명 자신이 밀리고 있었다.
브레스를 통한 힘겨루기가 끝난 후, 완벽하게 힘에서 밀렸다.
중력을 담은 일격 하나하나에 장기가 울부짖었고,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근데 갑자기?’
녀석이 몸부림친다.
그것도 아주 사납게.
‘설마.’
아란발론은 용답게,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 인간들의 짓인가?’
자신의 용아병을 한차례 휩쓰는 바람에 애를 먹게 했던 자들.
그런 자들이 이제 거대마룡까지 애를 먹게 만드는 건가?
– 으음.
확실히 의외였다.
한낱 벌레 같은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 신경이 쓰였다.
‘뭐, 어쨌든.’
지금은 아란발론이 기회를 잡았다.
이전에 거대마룡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역시 놓칠 생각이 없었다.
픽, 가볍게 웃은 아란발론이 발톱을 휘둘렀다.
후웅!
동시에 용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 이제 진짜 죽거라! 침입자여!
천천히 힘을 아끼며 쌓아두고 있었던 기운을 한 번에 터뜨린 것이다.
쩌저저저적!
엄청난 기운이 공간을 가르며 거대마룡의 복부로 쏟아졌다.
– 크아아아아! 이 비겁한! 하필 지금!
거대마룡의 얼굴이 더욱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아란발론에게서 수십 갈래로 쏟아져 나온 기운들이 그의 전신을 파고든 탓이다.
– 비겁은 무슨. 주제넘은 탐욕이라 하더니, 꼴이 우습구나.
아란발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 네놈의 목을 뜯어주마.
정신없는 거대마룡의 시선을 틈타, 신속하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원래 같았으면 굉장히 위험했을 행동이지만, 지금은 성공할 확신이 있었다.
그다음.
콰득!
날카로운 이빨로 거대마룡의 목을 물어뜯었다.
– ……!
거대마룡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란발론이 연달아 움직였다.
푸욱! 푸우욱!
양 발톱이 복부를 거칠게 뚫었고.
육중한 몸을 이용해 그 위로 올라타 짓눌렀다.
밟아 뭉개 버렸다.
부욱! 부우욱!
동시에 커다란 발로 복부를 긁어, 가죽을 찢어버리기까지 하는 아란발론.
– 끄, 끄헉?
거대마룡은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했다.
아란발론의 이빨이 이미 식도까지 뚫고 들어갔기에.
– 크르륵! 꼴 좋다. 침입자여. 그만 죽음을 받아들여라.
승리를 직감한 그가 으르렁거리며 전투의 종식을 선언했다.
– 네놈의 사체는 내 탐욕을 채우는 데 소중히 쓰일 터이니, 걱정하지 말도록.
– 이……런, 빌어…… 크헉, 커허어억……!
완벽히 제압당한 거대마룡의 노란 동공이 확장됐다.
– 이럴 수는…….
믿을 수 없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금제를 당했어도.
아무리 인간 따위에게 봉인을 당한 전적이 있어도.
자신은 한 세계를 풍미했던, 그 누구도 적수가 없었던 용이었다.
– 이럴 수는 없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복수도 하지 못한 채.
어딘지도 모르는 타지에서, 낯선 용에게 물어뜯겨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그 사실을 거대마룡도 알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그 빌어먹을 인간.
자신의 금제를 풀기 위해 불러냈던 세외(世外)의 존재.
맞다.
그 존재가 모든 걸 망쳤다.
‘과연, 욕심 때문이었나?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었단 말인가?’
– 크크큭…….
거대마룡이 웃었다.
– 크크크큭……!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웃는 거대마룡의 눈은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눈빛.
그 눈빛은 마지막으로 아란발론의 육체를 응시했다.
– 네놈. 지금은 웃고 있겠지만…… 이겼다고 신나 있겠지만.
거대마룡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 곧 그 탐욕의 대가를 그대로 치를 것이야.
용의 마지막 유언.
툭! 쿠아아앙!
이윽고 용의 머리가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 흥, 패자 주제에 말이 많군.
스륵!
아란발론이 물었던 목을 놓았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거대마룡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전에.
– 너희들.
저 멀리 허공에 떠 있는 존재들을 응시했다.
들어올 땐 일곱이었지만, 여섯밖에 없는 인간들.
그 인간들은 수압을 이용한 발판 위에 떠 있었다.
– 흠.
아란발론이 부드럽게 목을 저었다.
욱씬!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며, 머리가 팽팽 돌았다.
몸 상태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상처에 상처가 덧나 아물지도 않고 있었으며.
피는 계속 흐르고 있었다.
– 네놈들을 어찌해야 할까?
적 같기도 하지만.
저들 덕에 거대마룡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보내줘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 아니지.
애초에 용아병을 건들지만 않았어도, 승리는 자신의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탐욕룡.
한 번 가진 것은 절대 돌려보내거나 빼앗기지 않는다.
– 그래.
아란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 친히 자비를 베풀어. 고통스럽지 않게 죽이는 거로 타협하자. 그거면 서로 만족하겠지.
우우웅!
용이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들일 때였다.
“어이, 잠깐!”
벌레 같은 인간 중 하나가 외쳤다.
“서로 만족은 개뿔. 왜 네 멋대로 만족을 정하냐, 용가리!”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내, 블라디미르 로디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