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3화
만술의 가르침
“그러니까…….”
등장한 노인이 팔짱을 꼈다.
“네 녀석이 가진 스킬 중에 하나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데, 무얼 선택할지 고민된다는 말이더냐?”
‘예, 어르신.’
나는 내 스킬들을 낱낱이 노인에게 알려줬다.
또한 어떤 부분이 고민되는지도 숨김없이 공유했다.
‘흐으음. 어르신, 망자소생이나 망자포효를 SS급으로 올리는 건 어떨까요? 다른 건 S급인데 이건 A급이니까 한꺼번에 두 단계 건너뛰는 거잖아요. 그럼 개이득 아니에요?’
이런 식의 의견들.
“…….”
그렇지만 설명을 듣는 내내 노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뭐지?
뭐, 잘못된 건가?
‘아, 혹시 만술을 올려야 하는 건가요? 만술도 A급이니까? SS급 만술이라니……. 확실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한데.’
하지만.
아직도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
‘어르신?’
“…….”
‘어이, 어르신……?’
무언가에 삐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길래, 재차 물어볼 찰나.
“예끼!”
노인이 고함을 질렀다.
‘아고, 깜짝이야. 왜 그래요, 갑자기?’
내가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얼마나 세게 소리쳤는지, 두통이 올 정도였다.
“고오얀 노옴! 그런 걸 고민이라고 하고 있다니. 아이고, 제자 하나 키워본답시고 너무 기술만 가르친 내 잘못인 것 같구나.”
‘예……?’
“네놈 인성이 글러 먹었다는 뜻이다! 앙? 한마디로 버르장머리가 없어!”
‘……?’
내가 눈을 똘망똘망 뜨고 있자.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허어, 이놈아! 그런 걸 고민이라고 하느냐? 당연히 물어보기도 전에 ‘만술의 가르침’을 선택했어야지!”
‘만술의 가르침이요……?’
“그래! 이 배은망덕한 녀석아! 내가 여태 가르쳐 주고, 알려주고 한 게 얼만데, 어찌 다른 스킬에 눈을 돌릴 수 있단 말이더냐!”
그러니까…….
지금, 본인 불러내는 스킬 올린다고 안 해서 삐친 거지?
입술까지 삐쭉 튀어나와서?
“보거라! 고통 내성도, 태청심법도, 만독불침도, 만술(萬術)도! 전부 나로부터 파생되었을진대. 어느 스킬이 최강인지 눈에 뻔히 보이는 것 아니더냐? 역시 네놈은 육체만 천재가 되었지, 대가리는 아직 멀고도 먼 것 같구나. 아아, 멍청하도다. 멍청해! 아이고! 내 제자가 멍청해!’
‘아니, 어르신. 그건 말이 너무 심한…….’
“시끄럽다! 에잉!”
허어?
이제는 고개를 획 돌리기까지 하셨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애가 된다는 말이 있더니…….
아니, 이 정도면 애가 아니라 삐친 연인 수준 아니야?
‘젠장.’
“뭐어? 젠장? 지금 나한테 한 소리냐? 이놈이 하늘 같은 스승 앞에서 한다는 말이 제에에엔자아아앙?”
‘아, 알겠다고요! 알겠어.’
나는 두 손을 들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만술의 가르침 고르려고 했었다고요!’
“헹, 퍽이나. 이제 스승한테 거짓말까지 치는 게냐?”
역시.
쉽게 넘어가진 않는다.
‘아니, 생각해 보세요, 어르신.’
하지만, 이렇게 물러설 내가 아니지.
‘그러니까 혼자 선택 안 하고 굳이 어르신을 소환한 거죠. 제 맘대로 선택하려 했으면, 굳이 어르신을 불렀겠어요?’
“…….”
‘게다가 제가 얼마나 어르신을 의지하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힘든 순간마다 본능적으로 어르신을 불렀었죠. 그게 실제로 도움도 됐고요.’
거기에 한 마디 더.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인생 최고의 스킬은 만술의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막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진심이기도 했다.
노인이 없었다면, 랭커는커녕.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거다.
그 마음이 전달이 되었을까.
노인이 고개를 다시 이쪽으로 돌렸다.
“이놈, 진짜냐?”
‘아, 예! 그렇다니까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풀렸다.
삐친 거.
‘어르신! 바로 갑시다! 만술의 가르침! 저 지금 당장 올려요?’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속으로 제일 끌리는 건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이었다.
이게 SS급이 되면 내 최대 전력인 태양창과 엘드린이 떡상하기도 하고.
또 수하들의 고유 능력도 ‘스켈레톤 로드’에서 그 위 단계로 업그레이드할 게 뻔하기 때문.
‘으음.’
로드 위면 킹이려나?
만약 수하들이 ‘스켈레톤 킹’이 되면, 내 이명도 바뀌겠지?
킹들을 다스리는 나는 그럼 ‘스켈레톤 엠퍼러’라도 되려나?
‘사실.’
이런 생각도 한 적 있다.
내 현재 이명인 [스켈레톤 킹]보다 하위 단계인 [스켈레톤 로드]가 더 멋있다는 생각.
그래서 더 고픈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술의 가르침’(S급)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차피 고민되기도 했고.
그동안 고마웠던 어르신께서 그토록 원한다는데.
‘암, 당연히 해드려야지.’
받기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혹시 아는가?
그게 또 신의 한 수가 될지.
나는 허공에 반짝이며 떠 있는 [보유 스킬] 칸 중, [‘만술의 가르침’(S급)]을 선택했다.
[‘만술의 가르침’(S급)을 선택합니다.] [‘만술의 가르침’(S급)이 ‘만술의 가르침’(SS급)으로 상향 조정됩니다!]“크.”
SS급 만술의 가르침이라니.
내 인생 첫 SS급 스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스킬 : 만술의 가르침] [등급 : SS] [효과1 : 기력 20을 사용하여 이세계를 평정했던 절대자, ‘만술의 달인’을 12시간 동안 소환합니다.] [효과2 : 소환된 ‘만술의 달인’은 해당 세계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오직 제한된 시간 동안 그의 지식만을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효과3 : 해당 스킬의 쿨타임은 24시간입니다.] [효과4 : 오직 스킬 사용자만이 ‘만술의 달인’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바뀐 부분은 단순했다.
본래 하루에 1시간 부를 수 있었던 게, 하루에 12시간으로 증가한 것.
“…….”
노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입 밖으로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그 심정이 온전히 나에게 닿았다.
‘후, 그렇게 좋으세요……?’
분명 노인은 기뻐하고 있었다.
이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12배로 늘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흥.”
노인이 볼을 씰룩이며, 코웃음 쳤다.
“다 네놈을 위한 것이다. 만술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는 놈이 하루에 고작 1시간 배워서야 되겠느냐? 지금처럼 12시간 정도는 되어야지. 게다가 다른 스킬을 올려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 에잉! 근본부터가 틀려먹은 생각이니라.”
‘…….’
“당장에는 좋아 보이겠지만, 길게 보라는 말이다. 모름지기 강해지는 것은 온전히 네 노력으로 올라서야만 네 것이 되는 게야. 스킬 따위에 의지하지 말고, 훈련이나 경험을 통해 실력을 기를 생각을 하거라. 알겠느냐?”
‘그쵸, 그쵸. 어르신 말이 다 맞습니다.’
동감이다.
요즘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거 하랴, 저거 하랴.
만술에 소홀했던 거도 사실이다.
이제 시간도 늘었으니, 좀 더 다양한 기술들을 교육받을 수 있겠지.
그렇게 노인과 티키타카 떠들고 있을 찰나.
“저기, 훈?”
올레나를 필두로 일행들이 다가왔다.
“마음 정리는 좀 되셨어요? 이제 시간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아서요.”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으로 묘이 하나가 걸어왔다.
“몸 상태는 좀 어때요? 괜찮으세요?”
“음.”
나는 관절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그리고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감각으로 전신을 스캔했다.
일단, 아픈 곳이 없고 근육도 멀쩡하다.
마치 꿀잠 잤다 깨어난 것처럼 상쾌한 기분도 든다.
‘확실히 명의네.’
아무리 생각해도 묘이 하나는 역대급 명의였다.
“덕분에 컨디션 좋은데요? 여기 와서 의술이 더 느신 것 같아요.”
“당연하죠.”
묘이 하나가 피식 웃었다.
“S급 힐링 스킬을 SS급 힐링 스킬로 업그레이드했는걸요. 이제 완벽 치유에 컨디션 조절까지 해준답니다.”
“오, 진짜요?”
“예, 덕분이죠.”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의 힐러 역사는 묘이 하나가 다시 정립하게 될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귀한 힐러 직업에, 랭커까지 된다면?
‘크.’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주변에선 그녀와 인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지를 치켜세우겠지.
“어이, 팀장. 미안하지만 그렇게 떠들 시간이 없어.”
“아, 그런가요?”
블라디미르의 말에 혹여 시스템 창이라도 떴나 주변을 살폈다.
“그런 거 없어. 팀장, 네가 일어나기 전 뤼카가 다녀갔고, 30분 후에 바로 테마4가 시작된다고 했으니…….”
“허.”
일어나자마자 바로?
난 도대체 언제 쉬어?
물론, 몸 상태는 일주일 이상 쉬기라도 한 것처럼 개운해서 상관없긴 하다.
“이제 한 1분 정도 남았으려나? 아니면, 이미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어.”
팀원들은 벌써 각자 무기를 꺼내 든 상태였다.
묘이 하나와 올레나, 카푸가 중앙에 있고.
심판창, 막시, 블라디미르가 외곽에 있는 배치.
기본적인 형태의 전투 배치였다.
“테마4는 뭐라는데요?”
“우리도 몰라.”
블라디미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알잖아, 심사위원 놈들. 초반에 불친절하게 아무것도 설명 안 해주는 거.”
“그건 맞죠.”
나 역시 정신을 차렸다.
몸을 풀고 무기를 정비했다.
투욱!
첫 세팅은 역시 지팡이.
즉각적으로 뼈다귀를 소환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좋구나.”
옆에서 노인이 웃었다.
“깨어나자마자 또 훈련이라니. 강자가 되기 위해 딱 좋은 환경 아니더냐!”
‘이번 테마는 어르신이 좀 많이 도와주십시오.’
“오냐.”
히죽.
노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 배운 보법이랑 그간 밀렸던 무기술. 12시간 동안 아주 집중적으로 임해보자꾸나.”
예, 물론.
만술을 쓸 수 있는 시련 환경이 나오면 말이죠.
스읏!
‘음?’
그때였다.
갑자기 내 감각에 어떠한 움직임이 잡혔다.
‘뭐지?’
주변을 둘러보니, 팀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사방도 무언가 을씨년스럽게 조용하다.
‘다들 못 느낀 건가?’
스읏, 슷!
또다.
분명히 이 공간에 누군가 있다.
“다들 집중하세요!”
내가 외쳤다.
“응?”
“훈? 왜요?”
“음?”
그때, 블라디미르와 심판창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도 나처럼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무언가 있군.”
“그러네. 씨벌, 잘 안 보이는 거 보니 암살 계열인가?”
하나, 둘.
집중하는 팀원들.
“끌끌끌.”
노인이 웃었다.
‘왜요, 어르신. 뭔가 보이십니까?’
“보아하니, 이전 테마는 이놈들을 상대하기 위한 연습단계였구먼?”
‘이놈들요?’
“보거라. 네놈이 먼저 발견하고, 그다음 저 창잡이랑 공간술 쓰는 아이가 기척을 느꼈지? 딱 저번 테마 통과 순위 아니더냐.”
‘그렇긴…… 하네요?’
– 크릉!
순간, 옆에서 개 하울링 소리 같은 것과 함께 무언가 튀어나온 것은 그때였다.
“흡!”
나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검으로 바꿈과 동시에.
까앙!
무언가가 휘두르는 발톱을 튕겨냈다.
“끄윽!”
온몸에 둔중한 충격이 느껴졌다.
손목이 얼얼하니 아팠다.
“흐읏! 뭐야! 갑자기!”
“개?”
다른 인원들도 각자 본능적으로 몸을 휘두르며, 막아 냈다.
– 크릉, 컹! 컹컹!
저 멀리.
검은 연기와 함께 등장한 시커먼 개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살벌하게 생긴 셰퍼드의 모습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게, 굉장히 현실감이 넘쳤다.
송곳니와 광기 어린 시뻘건 눈.
그리고 우둘투둘한 돌기까지.
드디어.
[띠링!] [임무가 도착합니다.] [스테이지 : 섀도우 셰퍼드 처리.] [지금부터 ‘드래곤 슬레이어’ 팀은 서로 협동하여, 섀도우 셰퍼드를 처리해야 합니다.] [처리한 마릿수만큼 팀 기여도가 산정됩니다.] [셰퍼드의 종류에 따라 기여도가 다르게 산정됩니다.] [각 팀원은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 탈락합니다.] [팀원 전부가 탈락할 때까지 테마를 진행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획득합니다.]본격적인 테마4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