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4화
불가능에 도전하라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존재 중 가장 은밀했던 이는 단연코 암제(暗帝)였다.
기소율.
세계 랭킹 379위의 암살자.
그녀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고, 움직임에는 기척이 없다.
– 크릉! 컹!
그런데 오늘 그 순위가 갱신될 것 같은 느낌이다.
– 크르르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셰퍼드가 이빨을 들이밀었다.
콰드득!
평범한 갯과의 이빨 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굉음이 들려왔다.
‘제길.’
나는 곧바로 허리를 튼 후, 창으로 바꾼 무기를 다급하게 내질렀다.
이전 테마에서 반응 속도를 어느 정도 길러놓았기에 망정이지.
예비 훈련이 없었다면 벌써 탈락했을 정도의 속도였다.
퍼억!
다행히 방어력은 약한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간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지.
이 정도 속도가 다였다면, 굳이 암제라는 이름을 꺼내지도 않았을 거다.
“다들 조심해요!”
내가 외쳤다.
“근처에 더 무시무시한 놈들이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지금 전선에서 싸우는 놈들이 다가 아니었다.
섀도우 셰퍼드의 수는 많다.
또한 종류도 다양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이……놈아!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저놈들 장난이 아니다.”
옆에서 노인이 종알종알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아마 저기 있는 중 몇몇은 네놈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의 은신 능력을 갖췄을 게야. 게다가 저들 중 한 놈은…… 나조차도 간신히 찾을 수 있을 정도의 놈이다.”
‘헐, 진짭니까?’
우주 저편에.
셰퍼드 세상의 절대자라도 나타난 걸까?
기소율을 한 손으로 가지고 놀던 만술 노인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긴장해야 한다.
“나도 한 암술 하는데. 저 시커먼 멍멍이들은 그냥 암술을 위해 진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저 바람 저항 없어 보이는 매끈한 피부를 보거라. 또한 발바닥에 쿠션이라도 달렸는지 소리도 잘 안 들리지 않느냐. 인간이 쓰는 암술이랑은 결이 달라.”
스슷!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또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미친.”
지금 돌아본 것도, 다 예민해진 반응 속도 때문이지.
절대 예측해서가 아니다.
얼마나 은밀한지, 태청심법에도 잘 잡히지 않았다.
이거, 얼마 못 버틸 수도 있겠는데?
나는 주위를 살폈다.
이미 검은 오라가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들 진형 유지해요. 후방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틈을 주지 마요!”
후웅! 퍼억!
나는 창을 휘둘러 급습해 왔던 녀석 하나를 걷어냈다.
– 컹! 끼잉!
딜이 제대로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곧바로.
후웅!
창을 지팡이로 바꾸어 땅을 내리찍었다.
우우웅!
사방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내 몸을 집어삼켰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의 발현.
스스슷!
“주군, 부르셨습니까?”
“이번에도 새로운 종족이군요, 주인님.”
이제는 평범한 뼈다귀가 아닌 로드가 되어버린 녀석들이 사방에 등장했다.
드미르를 제외한, 뼈일이부터 뼈팔이까지.
– 크르르!
돌진하던 셰퍼드들이 뒤로 물러나 경계했다.
동시에 바닥에 발을 툭툭! 내려찍으며 다시 질주할 준비를 했다.
“제길!”
블라디미르가 외쳤다.
“오냐! 이 개새끼들! 다 덤벼봐라!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스킬로 상대해 줄 테니까!”
“힐링 급하면 말하세요!”
“그래, 다들 쫄지 말게나! 어차피 당해봐야 탈락하기밖에 더하겠나!”
“어이, 막시 아재. 그게 무서운 거라고.”
팀원들이 각자 포지션을 유지했다.
후웅!
나 역시 창을 휘둘러 늘어뜨렸다.
‘이제부터 편법 따위는 없다.’
전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테마3 이후부터는 말 그대로 단련의 장.
말 그대로 정면 승부로 나를 단련시킨다.
‘어르신.’
“오냐.”
‘그동안 못 했던 교육 여기서 다 받을게요. 실전 밀착 교육으로다가.’
뼈다귀들은 태양이가 주도해서 통제하게끔 했다.
사실, 녀석들은 말하지 않아도 척척 움직여 준다.
“암, 그래야지. 그래, 뭐부터 잡아 볼 테냐. 칼? 활? 창? 아니면 새로운 무기?”
‘실전이니만큼 새로운 무기는 좀 그렇고. 저는 창이 가장 편하네요.’
스슷!
나는 발을 내디뎠다.
진형을 유지하고 있는 동료들 앞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귀를 닫아버렸다.
팀원들의 외치는 소리, 뼈다귀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 등등.
암살견을 상대하는 데에 방해만 될 뿐.
나는 오직 노인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녀석아. 공격을 맞받아칠 생각 하지 말거라. 암습은 흘려내고 공격의 우선권을 가져와라. 어떤 무기를 들든 전투에 끌려다니지 말고, 오히려 장악하는 것. 그게 우선이 되어야 하느니라.”
‘예전, 어르신이 기소율을 상대했을 때처럼 말이죠?’
“기소율? 그게 누구냐? 기억도 안 난다, 이놈아.”
노인다운 발언.
저벅.
나는 걸었다.
동시에 가슴속에 태청심법을 끌어올렸다.
“그렇지. 태청심법을 이용해라. 태청은 이 스승이 선택한 고금제일의 심법이니라. 저 똥개들이 제아무리 수십, 수백 갈래로 나뉘어 공격해 온다 한들, 기의 흐름만 파악한다면 어느 공격이 무르고, 어느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할지 자연스레 알 수 있는 게다.”
‘약점을 찾고, 그곳으로 피한다. 말은 쉬운데……. 한번 해볼게요.’
나는 눈을 감았다.
사방에 도사리는 기의 흐름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그중 가장 약한 건 왼쪽.’
저벅.
그쪽으로 걸음과 동시에, 창을 거칠게 휘둘렀다.
내 마음 가는 대로 휘두르는, 내지를 수 있는 가장 편한 창로(槍路)였다.
“그렇지, 그게 정석적인 움직임이다.”
스슷!
내가 있었던 자리로 세 마리의 셰퍼드가 지나갔고.
퍼억!
내가 향했던 자리에 있었던 한 마리의 비명이 코앞에서 들려왔다.
확실히 손맛이 있었다.
또한,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 주니, 재미도 있었다.
‘든든하네요. 어르신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끌끌, 네 녀석도 잘하고 있다. 이제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를 아는 경지까지 올라왔구나.”
‘음? 그건…… 당연한 경지 아닌가요?’
“쯧, 그런 당연한 걸 못 하던 놈이 네놈이지 않았느냐.”
‘어르신, 뼈가 아프다 못해 시립니다.’
스스슷!
섀도우 셰퍼드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내가 제법 반항하자, 더 빠른 놈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한 것이다.
– 크르르! 컹컹!
방금 전 상대했던 놈이 초급이라면, 이번엔 중급 정도 되는 놈일까?
울음소리부터가 달랐다.
그냥 짖는 게 아니라, 마치 심연 무저갱 밑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
본능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소리였다.
스슷!
또한 이동하는 소리도 더욱 줄었다.
마치, 귀마개를 쓰고 싸우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구나, 이놈아.”
노인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시련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셰퍼드들이 순차적으로 오고 있다는 게 다행이야. 아직 진짜는 움직이지도 않았어.”
‘어르신이 아까부터 그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히 대단한 놈이 있나 보군요? 설마 어르신보다 대단합니까?’
“뭐라?”
노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고얀 놈. 그런 걸 말이라고 하느냐? 당연히 나보다는 아니지.”
자존심이 강한 것처럼 보여도 노인의 말은 상당히 객관적이다.
자신보다 아니라고 말한다면, 정말 노인 아래인 거다.
‘그럼.’
다행이다.
적어도 아란발론이나 거대마룡급의 절대자는 아니란 거니까.
하긴, 저 두 용을 굳이 단계로 매기자면 절대자급이 아니라 그 위 재앙(災殃)급일 거다.
“후우.”
나는 호흡과 함께, 노인이 말한 대로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럼 적어도 지금까지 겪었던 거에 비하면 할 만한 순간이라는 거네요?’
고통도 내성이 있는 것처럼, 시련도 다 경험이다.
극복해 본 놈이 또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거다.
‘그렇다면.’
씨익.
경직되어 있던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던 그 무서운 놈, 제가 한번 잡아봐도 되겠습니까?’
스슷! 쾅!
나는 또다시 다가오는 셰퍼드를 창으로 두들겨 팼다.
녀석이 질주하는 그 힘을 이용해, 정확히 카운터를 먹였다.
공간을 장악했기에, 경로를 예측하기는 쉬웠다.
퍼억! 콰아앙!
약이 바짝 오른 셰퍼드들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어딜.’
내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녀석의 피부가 갈라지고 뼈가 부서졌다.
녀석의 이빨과 발톱은 내 몸에 닿지 못했다.
“끌끌, 그게 쉬울 것 같으냐? 이놈아. 착각하지 말거라.”
그 모습을 보던 노인이 혀를 찼다.
“네 녀석이 아란발론을 잡을 수 있었던 건, 거대마룡이 온전히 힘을 다 빼놨기 때문이요, 네 무기에 담긴 끔찍한 존재가 힘을 빌려주었기 때문이지, 네놈의 온전한 힘으로 잡은 게 아니다.”
‘알죠, 알죠.’
나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소소한 취미일 뿐입니다, 어르신.’
“취미?”
노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
내가 웃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에 도전하는 취미요.’
* * *
‘으음.’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델라일라가 오른쪽 검지를 깨물었다.
그녀의 시야엔 열심히 창을 휘두르는 주동훈의 모습이 보였다.
‘과연. 이번에는 또 어떤 기록을 보여주려나?’
델라일라는 긴장했다.
테마4는 테마2와 비슷하게, 한 세계의 절대자와 계약을 맺은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섀도우 셰퍼드 킹.’
용족과 비슷하게 ‘던전화’를 방해하는 자들 중 하나.
비록 용족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은밀함으로는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그림자 일족 중 하나다.
델라일라는 과거 ‘섀도우 셰퍼드 킹’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 신기한 존재로군.
– 저 우주 어딘가에 있는 외계 종족인가? 여기엔 어떻게 닿았지?
던전을 연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만나게 된 존재.
그는 의사만 전달할 수 있을 뿐.
소리가 없었다.
완전한 무음(無音).
걷는 소리, 짖는 소리, 움직이는 소리 자체가 완전무결하게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암살의 끝판왕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였다.
– 다른 세계와 다른 세계를 연결시킬 수 있는 존재라? 흥미롭군.
– 그렇다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겠나? 이곳은 척박하고 어두운 세상이다.
그곳 세상은 어두웠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다지만.
그림자가 너무 많아서 빛을 가리는 세상.
–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더욱 빛나는 법. 우리도 양지(陽地)에 나가고 싶다.
묵빛의 개가 원하는 바는 단순했다.
침침한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
하지만, 그녀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녀가 행하는 모든 ‘던전화’에는 그만큼의 개연성이 충당되어야 하는 법.
자신은 이곳저곳 오갈 수 있지만, 다른 이는 안 된다.
그러고 싶으면?
그만큼의 업적을 달성해야 한다.
덕분에 계약이 성사되었다.
– 좋다.
– 네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네가 보내는 종족들을 상대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거겠지?
– 우리가 상대하는 자들의 수준만큼 점수를 얻고, 그 점수가 쌓이면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다라…….
– 나쁠 거 없지. 해볼 만하군.
셰퍼드에겐 손해 볼 게 없었다.
심지어 가상의 공간에선 죽을 만큼의 피해를 보았을 때, 본 세계로 돌아간다고 하니.
종족의 아이들을 잃을 필요도 없지 않던가.
그렇게 테마4가 만들어졌다.
“…….”
잠깐, 과거를 회상하던 델라일라가 눈을 떴다.
‘섀도우 셰퍼드 킹이여.’
동시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오늘이 그 기회일지도 모르겠네요.
종족을 양지로 보낼 기회.
개연성을 충분히 쌓을 기회.
그녀가 주먹을 꽉 쥐었다.
‘누가 이길까?’
예전 같았으면 절대 하지 못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제는 자연스레 하는 델라일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