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6화
섀도우 셰퍼드 킹 (2)
“……으음?”
델라일라의 홀로그램 방.
그곳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지금, 주동훈 혼자 어딜 가는 거죠? 팀이랑 완전히 거리가 벌어졌는데. 저러다가 탈락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지금까지 보고도 모르냐? 세상에 걱정할 필요 없는 존재가 둘 있어. 그게 뭔 줄 알아?”
누군가가 대꾸했다.
“바로 연예인 걱정이랑 주동훈 걱정이야. 우린 그냥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 돼.”
동시에 감탄했다.
“저기 저 셰퍼드들이나 좀 보라고. 너 때는 저런 거, 본 적 있냐? 좀 깊이 들어가니까 다 처음 보는 종들인데, 오우! 정신없는걸? 저거 엄청 빠른 거 맞지?”
“당연하죠. 우리야 지금은 발전해서 볼 수 있다지만, 우리가 참가자일 당시에는 보고 싶어도 못 봤을걸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주동훈이 대단한 거지. 크하하! 재밌어, 재밌어! 너무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홀로그램 방에서 일렬로 앉아 있는 아홉의 심사위원들.
그들이 두 눈에 힘을 바짝 준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확실히 이전과 달랐다.
본래 잠깐씩 사담도 나누면서 여유롭게 구경하던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주동훈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흥미롭게.
“크으! 이런 게 테마4였구나. 나 때는 그냥 무작정 버틴다는 마인드로 디펜스만 했었는데…….”
“이번 기수는 확실히 유리하겠죠? 팀원 수가 많으니까요.”
테마3는 팀원 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하나만 잘 버텨내면 그게 끝이었으니까.
오히려 팀원이 많을수록 불리했다.
비교적 좁은 공간이기에 서로 동선이 꼬일 수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테마4부터는 팀원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잡는 수만큼 점수가 올라가니, 하나라도 더 잡는 사람이 있는 게 이득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번 기수가 유리한 건, 팀원 수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요?”
“하나하나 뜯어보라고. 주동훈에 가려져서 그렇지, 나머지도 다른 기수에 있었다면 하나같이 두각을 드러냈을 그런 인물들이잖아.”
“하긴, 블라디미르나 장웨이가 세운 기록도 장난 없긴 했죠. 진짜 이번 기수는 미쳤네요.”
도란도란.
모든 대화의 주제는 주동훈과 이번 기수였다.
왼쪽 전광판에.
…….
이런 게 떠 있긴 했지만.
그 누구도 전광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젠 아무 의미 없지. 어차피 드래곤 슬레이어팀이 1등일 텐데.’
‘일단 1등은 무조건이고, 관심사는 얼마나 압도적으로 1등을 할 것인가야. 20만 점은 넘기겠지? 아니면 30만 점?’
기대감이라는 게 생겼다.
주동훈이 기존의 모든 기록을 무참히 박살 낼 것이라는 기대감.
따라서 내기의 양상도 달라졌다.
“자자, 또 해보자고. 30만 언오버로 책정했는데, 참가하쉴?”
“언오바? 흠, 30만이라. 딱 적정한 밸런스로군.”
등수가 아닌, 점수에 베팅했다.
파즈즉!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플로아의 몸에서도 전류가 튀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대박이잖아! 주동훈.’
무려 아홉의 심사위원이다.
그것도 그냥 심사위원이 아닌, 모두가 세계 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랭커들이다.
그런 이들이 전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주동훈이 역대급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사실, 당연한 거지.’
테마1부터 테마3까지.
주동훈은 시련의 틀을 전부 박살 내면서 올라왔다.
‘독무’(毒霧)를 잡았고.
탐욕룡 아란발론을 죽였으며.
최초로 5단계를 달성했다.
“후.”
플로아는 문득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가 이뤄놓은 것들이 그야말로 말이 안 됐기 때문.
이미 랭커가 된 이들이 다시 시련에 참여해도, 절대 저 성과는 달성할 수 없을 터.
‘특히 용은…….’
선을 씨게 넘었다.
여기 있는 심사위원 모두가 힘을 합쳐도 잡지 못할 게 용이었기 때문.
아무리 편법을 썼다 해도, 결과만 놓고 봤을 땐…….
‘신.’
플로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그는 신이야.’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외치고 있었다.
주동훈의 신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파즈즈즉!
몸에서 전류가 더욱 심하게 튀었다.
‘과연, 이 뇌명(雷鳴)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새끼라고!’
그와 했던 내기.
노예빵.
어느덧 주동훈에게 정신적으로 굴복하고 있는 플로아였다.
그리고 그녀는.
“여어, 나! 나는 30만 오바에 풀베팅한다!”
주인을 믿었다.
* * *
나는 창을 거두어들였다.
기동성이 강한 검으로 바꾼 후,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그래.’
지금 엄청난 괴물이 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지?
노인의 말을 빌리면,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잡는 괴물이?
타앗!
내가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좌측 30도 방향, 남은 거리 500m.’
노인이 알려준 지역을 머릿속에 새기며 뛰었다.
– 크르릉! 컹!
내 질주에 당황한 셰퍼드들이 앞을 막으려 했지만.
“주군, 여기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주인님이 원하는 바를 이루시길……!”
내 의지를 전달받은 태양이와 엘드린이 막아섰다.
“땡큐.”
덕분에 쉽게 벗어난 나는 계속 뛰었다.
허벅지가 팽팽해질 정도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 크르르르!
– 우오오!
주변에서 낮은 울음소리와 하울링 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셰퍼드인가?’
생각하거나 상대할 여유는 없다.
그저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탈락하든, 뭘 하든. 나를 지켜보는 놈의 면상을 꼭 확인하고 말 거다.
‘어차피.’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봐야 셰퍼드 두세 마리 더 잡다가 끝난다는 걸.
그럴 바에, 도전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쿠구궁!
앞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인 것은 그때였다.
진동과 함께, 엄청난 힘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흐읍!”
곧바로 방향을 꺾어 옆으로 회전했다.
콰아앙!
동시에 바닥의 잔해가 사방으로 튀었다.
어둑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놈아. 저 녀석들도 당황했나 보다. 뒤죽박죽으로 튀어나오고 있어.”
‘뒤죽박죽이요?’
“원래는 단계별로 두세 마리씩 상대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거 없다. 무시하고 다가오지 말라는 거겠지.”
쾅! 콰아앙!
“커헉!”
순간 누군가가 옆구리를 강렬하게 타격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옆으로 굴렀다.
보이지도 않을 속도였다.
“단계를 무시한 대가이니라.”
노인이 히죽 웃었다.
아무래도 내 탈락을 예견한 듯했다.
“…….”
나는 구르는 몸을 멈추지 않았다.
구르는 동시에 중심을 잡았고,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다시 달려 나갔다.
‘침착하자.’
이제부터는 내 한계 이상의 경지다.
보이지 않는 공격이 오는 게 당연하며, 주변에 그 누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끌끌, 징한 놈. 다시 우측, 이번엔 60도, 400m다.”
‘감사합니다.’
거리를 좁혔다.
좁아지는 거리만큼, 공기 또한 무거워졌다.
주변에 수많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게 다 셰퍼드들이겠죠?’
“오냐, 다 똥개들이지.”
누군가가 내가 달리던 바로 뒷바닥을 찍어눌렀다.
“크윽!”
갑작스러운 바닥의 진동에 발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당연히 몸이 휘청거렸다.
“욘석아. 이전 테마를 떠올리거라.”
‘이전 테마요?’
“그래, 뜨겁게 달궈진 용암 위. 그 어지럽게 움직이던 바닥 말이다.”
‘아.’
“그때에 비하면, 그래도 평범한 바닥 아니더냐?”
맞죠.
바닥은 평범하죠.
지금 공격하는 놈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문제지.
쿠구궁!
진동은 갈수록 거세졌다.
나는 그 진동을 무시한 채, 내달렸다.
거듭하고 또 거듭하여 다리를 뻗었다.
계속해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 균형감각과 반응속도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있었다.
본인의 한계를 초월하는 테마3의 4단계.
나는 그걸 통과한 사람이다.
고작 이 정도로 흔들림으로 날 저지시킬 수는 없었다.
때리면?
그냥 맞는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선다.
어차피 고통이야 나에겐 익숙하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이놈아,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거라. 이제 100m 남았다.”
“후아악! 후악!”
시야 앞에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부터.
스아아아!
기의 파도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바닥으로는 짙은 어둠이 깔렸다.
“사방이 온통 그림자다. 아주 범의 아가리로 기어들어 온 셈이지. 괜찮겠느냐?”
그 순간.
뚝!
공격이 멈췄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가지각색의 셰퍼드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으며.
땅의 흔들림도 멈추었다.
“끌끌. 마침내 오는가.”
쿠구구…….
그리고.
노인이 가리켰던 그 방향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아아!
사방에서 그림자가 요동침과 동시에.
5m?
아니, 10m는 되어 보일 만한 거대한 존재가 나타났다.
‘뭐야, 저렇게 큰놈이었어?’
모습은 분명 셰퍼드의 형상이다.
하지만, 저런 걸 셰퍼드라 부를 수 있을까?
보통 우리는 저런 걸 괴수. 즉, 몬스터라 한다.
스슷!
놈이 등장하자,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셰퍼드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왕을 영접하기라도 한 것일까.
[섀도우 셰퍼드 킹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심연의 그림자가 당신의 기동을 옭아맵니다.]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킹…….’
나는 씁쓸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나도 킹인데, 너도 킹이었냐?
그런 건 둘째 치고.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속도 관련 디버프라니.
‘죽으라는 거지.’
이건 뭐.
탈락하라는 거나 다름없었다.
‘뭐라도 해봐야 하나?’
눈앞에 등장한 거대한 존재와.
또 그 밑에 조아리고 있는 수많은 셰퍼드를 보니, 숨이 턱 막혔다.
저런 걸 상대할 방법이라곤.
정수를 부르는 거?
‘화(火)의 정수 님? 아니면, 수(水)의 정수 씨?’
입술을 씹은 내가, 속으로 정수들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대답조차 없었다.
‘수(水)의 정수 님? 대답 좀 해봐요. 대답이라도 해주면 다시 공정하게 대할게.’
[수(水)의 정수가 시끄럽다고 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아무리 화(火)의 정수 놈이 짜증 난다 해도, 저런 벌레…… 아니, 먼지 하나 처리 못 하는 놈과 대화하기 싫다고 합니다. 격 떨어진다고 합니다.]“…….”
수(水)의 정수.
넌 이제 수(水)의 정수가 아니라 싸가지의 정수다.
‘어쨌든.’
확실한 건, 정수들은 이 사건에 끼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그렇다면, 남은 뼈다귀들이라도 불러내야 하나? 고민할 찰나였다.
“아서라.”
노인이 중얼거렸다.
“뭘 하려고 할 필요 없다, 이놈아.”
“예?”
“말 그대로야. 굳이 싸우려 할 필요 없다고. 저 똥개 킹인가 뭔가가 네놈을 탈락시키려 했다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이미 끝냈겠지.”
“아.”
그런가?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또 그렇다.
엄청나게 강하다는 놈이.
그것도 암살의 끝판왕이라는 놈이 굳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혹시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한번 가보거라.”
노인이 미약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딱 봐도 네놈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