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6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61화
델라일라의 기억
어린 델라일라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좋았다.
따듯한 별빛들을 볼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절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아름다운 보석이 모래알처럼 박혀 있는 하늘을 볼 때면.
‘아아.’
위로되었다.
저것들에 비하면.
인간의 존재가 너무나도 보잘것없이 하찮고 작아서.
모든 괴로움과 고난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호기심이 생겼다.
저건 왜 큰 걸까?
저건 왜 저리 많은 걸까?
질문은 지식이 되었고, 지식은 더 많은 질문을 낳았다.
질문은 점점 수준이 높아졌고, 결국은 하나로 뭉쳐 꿈이 되었다.
천문학자의 꿈.
델라일라는 밤이 되면 천체망원경을 들고 고지로 올랐으며.
[세계 문학 전집]보다는 [우주 과학 잡지]를 즐겨 읽었다.‘아아, 우주란 게 알면 알수록 더 커다랗구나.’
그녀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태양이 제일 큰 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태양은 별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했고, 그 태양과 같은 별들이 수십조 단위로 모여야 은하가 된단다.
‘그런 은하가 수십 개 이상 모여야 은하군이고, 은하 수백 수천 개가 은하단. 또 그 은하군과 은하단이 무수히 모여야 초은하단이라고? 그리고 그 은하단이 1,000만 개 이상 있는 게 우리 우주라고?’
놀라운 사실은.
그게 관측 가능한 우주일 뿐이라는 거다.
우리는 빛이 있어야 무언가를 볼 수 있으므로.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바깥 공간을 관측할 수가 없었다.
‘허어.’
그렇기에.
‘그저 추측성 가설을 세울 수밖에 없었지.’
무(無).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고.
유(有).
우리 우주를 거울로 비추듯, 이면 세상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다(多).
우리 같은 우주가, 저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을 수도 있다.
또한.
고(高).
평면상 2차원의 존재가 3D의 3차원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높은 차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 수도 있었다.
‘궁금하다, 궁금해.’
어린 델라일라는 잠이 들기 전이면, 눈을 감고 생각했다.
저세상 밖엔 뭐가 있을까?
세상에 신이란 게 있다면, 왜 우리는 그 끝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을까?
‘나도 가보고 싶어, 진실을 알고 싶어.’
그 염원(念願)이 하늘에 닿았을까?
세상이 변하고 성인이 되어, 고유 능력을 각성하는 날.
[축하합니다!] [고유 능력을 각성합니다.] [당신의 고유 능력은 ‘던전 메이커’.] [당신은 수많은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 수 있는 ‘던전 메이커’입니다.] [각 세계를 이을 수 있으며, 던전을 통해 그 통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그녀는 시스템의 선물을 받았다.
귀하고 값진 선물.
‘굉장하잖아?!’
20살의 그녀는 신이 났다.
저 능력이 얼마나 사기인지?
아니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큰 돈을 벌어줄 수 있는지?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동경하던 세계를 직접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심장이 뛰었다.
‘바로 가겠어!’
그 순간부터, 그녀는 세계 방방곡곡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월드 링크(World Link).
소통 가능한 존재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는 스킬.
“아아아!”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별들의 크기와 밝기가 전부 다르듯, 세상도 똑같구나. 말도 안 되게 강한 세상이 있는 반면, 또 내 손가락 하나에 멸망할 수 있는 세상도 존재해! 어떻게 이럴 수가?”
별의 수만큼.
세상은 다양했다.
“이렇게 생긴 걸 용족이라 하는구나? 용족은 무지하게 세네?”
“여기는 산소가 많아서 그런가? 생명체들이 큼지막한데? 징그러워.”
“육상세계보다 오히려 수중세계가 더 활발한데?”
그녀는 천천히 지식을 쌓았다.
문명의 탄생을 배우고, 다양한 생명체와 의사소통했다.
그녀의 스킬은 신비해서.
모든 존재와 언어 외의 것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이 되던 어느 날.
델라일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어어어?”
소름이 쫙 돋았다.
“저건, 세계 랭킹 게시판?”
지구가 변한 후, 미국 동부 지역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거대 보드판이.
세상에?
다른 세계에도 있었던 것이다!
무려 1,000명의 헌터를 순위별로 새겨놓은 신묘한 비석(碑石).
그곳에도 시스템이란 게 있었고.
그곳에도 서로가 서열을 매기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왜?
왜 이런 게 생기는 걸까?
그녀의 호기심은 천문을 넘어, 이러한 기현상에까지 미쳤다.
그래서 몇몇 곳을 더 돌아다녔다.
문명 에너지.
그러니까 항성 안에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 위주로만…….
이윽고, 깨달았다.
“와, 한둘이 아니었어? 게시판, 여기도 있었네?”
“어? 여기도……!”
세계 랭킹 게시판이 있는 세계 역시 무수히 많았다.
그녀가 느끼기에.
약한 세계는 게시판이 없었고, 강한 세계는 게시판이 있었다.
그녀는 직접 그 세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랭커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도 게시판이 나타난 지 좀 오래된 곳 위주로만…….
“너는 누구냐! 감히 나한테 말을 걸어? 그냥 뒈져라!”
물론,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인물은.
따악!
[‘월드 링크’(SSS급)를 사용합니다.]손가락을 튕겨 피해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델라일라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에게 호기심이 있는 자들을 찾아냈다.
“흠, 세상을 연결한다고……?”
남자는 그들 중 하나였다.
놀랍게도 이들 역시 인류와 거의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
뒤에 고양이 꼬리가 달린 것을 제외하고는.
“신비한 존재로군. 우리 세계에 나타나는 던전들도 그대의 소행인가?”
“그런 건 아니에요.”
델라일라는 이들을 묘인족이라 부르기로 했다.
“좋다. 그렇다면 서로 정보를 교류하지. 너도 너희 세계의 상황을 알려줘라. 나도 우리 세계의 상황을 알려주겠다. 어떠냐?”
“좋아요, 콜.”
이런 식이었다.
묘인족뿐만 아니라.
다른 신비한 종족들도 이런 식으로 만나 교류했다.
그렇게 얻어낸 결과를 정리해 보자면.
‘나름 경쟁력 있는 세계에만 게시판이 생겼구나?’
누가 봐도 강한 자들이 있는 곳에만 시스템이 간섭하고 있었다.
혹여.
정체불명의 존재가 시험이라도 하는 걸까?
‘근데 왜 하필 지구를…….’
사실, 따지고 보면.
지구도 만만치 않긴 했다.
비록 인류 그 자체는 약할지라도, 잠재력이 엄청났으니까.
악마와 힘을 합친 잭.
손가락으로 태산(太山)을 박살 내는 하세라.
벌써 마법을 이해하기 시작한 소피아.
좀비 아리아.
등등.
전부 다 각성한 지 3년도 채 안 돼서, 바뀐 세상에 적응한 자들이었다.
‘흠.’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아무리 물어봐도.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추측할 뿐.
“내 생각엔 어떤 존재가 있는 것 같다. 무시무시하게 강한 존재가. 우리에게 신비한 능력을 주고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러한 존재.”
“그런 생각이야 다른 세계 사람들도 다 했어요.”
“그러한가? 하지만, 이런 생각은 또 어떤가. 만약 그 초월적인 존재가 우릴 시험하기 위해 이런 능력을 준거라면?”
“그게 무슨?”
“여러 문명을 펼쳐 놓고, 우월한 놈들만 살리고 도태되는 문명은 지워 버리는 거지.”
“예?”
“말이 안 된다 생각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이 우주도. 시스템도. 우리의 탄생도. 지금까지 밝혀진 거 하나 없지 않은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또한, 그녀가 여행하면서 들었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요?”
델라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준비. 일단 네 덕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우리 세계의 랭커들은 모두 단합했다. 아니, 랭커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단합했다. 오직 강해지는 것만을 목표 삼기 시작했지.”
“흐음?”
일리는 있었다.
델라일라도 잠깐이나마 혹했으니까.
정확히는 두려웠다.
‘지구가 지워질 수도 있다고?’
아무리 우주 여행자라지만.
그녀의 고향은 지구였다.
오히려 다른 세상에 다닐수록.
지구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대비해야 하나?’
확실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고민되는 일이었다.
고작 능력 하나 생긴 여자애가 무슨 카리스마가 있다고 자존심 센 랭커들을 단합시킬까?
솔직히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믿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났을 때였나?
“망했다.”
그 존재는 말했다.
“세상이 망해 버렸어. 아아, 다 네 탓이다. 이계의 존재여.”
“제…… 탓이라고요?”
“그래, 네가 알려준 정보로 인해, 우리는 모두 공포에 빠져 버렸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생업을 버리고 강함만을 추구하기 시작했어.”
“그게 무슨……!”
“모두가 도구를 버리고 칼을 잡으니, 사회가 급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지. 경기는 침체하여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약한 자식을 죽이는 부모까지 생겨났으니……. 아아, 차라리 말하지 않았었다면!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뒀었다면……!”
그가 자신의 책망을 통탄했다.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
델라일라는 그러한 존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많은 것을 느꼈다.
‘비밀을 통제해야 하는구나.’
진실은 소중한 것이지만.
때로는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처럼.
‘하지만 역시 대비도 해야 해.’
다시 1년이란 시간 동안 수많은 세상들을 지켜본 결과.
델라일라는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발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세계들이 멸망한다는 것.
그게 자연재해로든.
소행성 충돌이든.
어쨌든 멸망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똑같았다.
더는 그 세계 역사가 발전이 없을 때, 아니면 다른 세계에 비해 경쟁력이 너무 떨어질 때.
그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그 묘인족 남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어.’
그녀는 천천히 셈해봤다.
순수 경쟁력으로 따졌을 때?
지구는 아직 한참 아래다.
고유 능력이라는 걸 받은 지 아직 10년도 채 안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기도 했다.
‘키워볼까?’
델라일라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고 싶었다.
‘랭커를 만들어 보는 거야. 아니, 정확히는 잠재력 높은 랭커 후보들을 찾는 거지.’
스킬, ‘던전 메이킹’(S급).
그것으로 만든 던전 속에 누군가를 넣기 위해서는 그 존재력이 자신보다 약해야 한다.
현존하는 랭커.
그것도 탑급들은 그 존재력이 너무도 막강하여.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 이들을 위해 시련을 만들었다가는.
우주를 여행하며 쌓았던 기력들이 단박에 소멸될 수도 있을 터.
‘비랭커 위주로 키우는 거야.’
각성한 지 4년 차.
그 당시 세계 랭킹 159위였던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시련을 계획했다.
본인의 욕심이 아닌.
오로지 지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이었다.
* * *
[띠링!] [델라일라의 ‘비밀’ 일부를 들었습니다.] [테마6을 종료합니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순간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정확히는 델라일라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왔다.
[주의! 주의! 주의!] [‘비밀’을 들음에 따라 금제가 부여됩니다.] [해당 ‘비밀’을 ‘외부’에 발설 시, 해당 시련에서 얻었던 모든 보상 및 개연성이 소멸됩니다.] [여기서 ‘외부’란 비밀을 듣지 않은 자를 말합니다.]“……?”
금제라.
델라일라가 말했던 페널티인가?
그나저나, 시련에서 얻었던 개연성이라면……?
[대상 목록] [독무(毒霧), ‘만독불침’(S급) 상향분, ‘베히모스의 뼈 방패’(S급), ‘만술의 가르침’(SS) 상향 부분,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4/7)…… 등등.]주르륵.
그간 시련에서 얻었던 스킬과 아이템 목록들이 나열되었다.
“허어.”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독무에 정수까지 소멸한다고?
‘페널티’가 빡세긴 했다.
어차피 말 안 할 거라 상관없긴 하지만.
[축하합니다.] [델라일라의 시련 전부를 통과하셨습니다.] [당신에게 매 기수 후보 추천 권한(1/5)이 주어집니다.]메시지와 함께 다시 우주 한복판에.
웃고 있는 델라일라가 보였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미스터 주.”
짝짝짝!
그녀가 손뼉을 쳤다.
“당신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흥미란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보람도 느꼈고요. 또한, 앞으로도 당신께 기대하는 바가 크답니다.”
“…….”
사실,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동안 던전, 시련 등등 너무 많은 것을 겪어왔던 나이기에.
물론.
그녀를 통해 본 다른 세계들이 신기하긴 했다.
우리 지구와 비슷하게 랭커 시스템이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도 신박했고.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랭커였고, 이제는 랭킹 1위다.
델라일라가 가진 호기심은 내 목표와 하등 상관이 없었다.
물론, 그녀의 행동을 응원하고 존중한다.
또한 그녀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으니.
“그래서 드리려 해요.”
문득,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예? 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걸 바라봤다.
신비한 생김새의 조각품이었다.
“최근 출시한 던전 아티팩트예요. 영광인 줄 아세요. 이건…… 제가 진심으로 인정하는 헌터에게만 주는 선물이니까요.”
“던전 아티팩트……?”
어, 이거.
기소율한테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자신만의 아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했었나?
“후후, 여태 나온 것 중엔 가장 최상품(最上品)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그럼…… 이만,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보내 드려야지요. 이제 진짜 기력이 얼마 없어서. 미스터 주도 이제 집에 가셔서 치킨도 먹고 맥주로 축배도 한잔하셔야겠지요? 고생했으니까요.”
빙긋.
델라일라가 웃었다.
동시에 따악!
손가락을 튕기자.
[축하합니다!]허공에 메시지가 아로새겨졌다.
[앞으로 랭커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쭉 정진하시길……!] [찡긋 :)]진정한 시련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