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7)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
강재호가 멍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믿을 수 없었다.
막강했던 암영단의 두 형님들이 ‘기소율’이라는 말 한마디에 꽁무니를 빼다니.
“으으윽.”
복부가 아려왔다.
피부가 퉁퉁 부었다.
눈앞에 칼 든 스켈레톤.
뼈일이라 했나?
저 빌어먹을 뼈다귀에게 걷어차인 부위에 골절이 온 것 같았다.
“씨발.”
퉤.
욕설을 내뱉은 강재호가 검붉은 피를 뱉어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변수가 없는 계획이었다.
아무리 기상천외한 던전을 클리어했다지만, 녀석은 고작 E급 용병.
하지만, 이쪽은 A급 둘에 D급 이상 헌터가 다섯이었다.
한데.
‘말도 안 돼.’
녀석 혼자 우리 다섯을 상대했다.
맞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꼬였다.
“크크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주동훈이라는 헌터를 너무 얕봤고.
암영단이라는 범죄 조직을 너무 믿었다.
더군다나 그를 더욱 비참하게 하는 건.
형님들이 도망친 지 5분이나 지난 지금에도 기소율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제대로 당했어.’
그는 깔끔히 인정했다.
자신의 실수와 모자람을.
그렇기에 상황을 더욱 냉정하게 파악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니까.
‘일단, 저 녀석과 이대로 붙으면 질 게 뻔해.’
확실히 주동훈은 강했다.
정체 모를 ‘기연’의 힘을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흡수한 것 같았다.
‘대신 멍청한 정의감이 있지.’
그는 분명 F급 짐꾼들에게 반응했다.
자신이 짐꾼들을 겁박할 때, 말없이 앞으로 나섰다.
아직 이 썩어버린 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
눈을 번뜩인 강재호가 외쳤다.
“다들 뭣들하고 있어? 움직여! 저 빌어먹을 스켈레톤들을 무덤으로 돌려보내란 말이다!”
“하, 하지만! 스켈레톤들이 너무 막강합니다!”
누군가가 말대꾸했다.
강재호는 어이가 없었다.
“시끄럽다! 그럼 그냥 가만히 서 있다 뒈질 거냐? 살고 싶으면 움직여! 움직이라고! 안 그러면 내 손에 뒈질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어! 계속 싸우자!”
압도적인 전력 차에 심신이 피로해진 헌터들이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면 죽는다는 걸.
‘그리고 난 혼란을 틈타.’
강재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의 시야엔 엉성하게 서 있는 두 짐꾼 남매가 있었다.
‘저놈들을 인질로 잡는다.’
목숨을 저당 잡힌 테러범의 유일한 탈출 수단.
강재호는 인질극을 벌일 심산이었다.
* * *
“애쓴다, 애써.”
나는 스켈레톤을 컨트롤하며 전방을 바라봤다.
슈웅! 슝! 슝!
강재호 일행의 일격이 각각 다섯 구의 뼈다귀들을 향해 쏟아졌다.
놈들의 공격은 필사적이었다.
분명 온 힘을 다했고, 공격 하나하나엔 살의(殺意)가 가득했다.
살기 위해 발악하는 거겠지.
“…….”
씁쓸했다.
왜 같은 인간끼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헌터’가 등장하고.
인간이 더욱 원초적인 ‘힘’을 가지게 됨으로써,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이 시대에 대한 참상일까?
안타까웠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참 평화로웠던 것 같은데…….
아아, 아닌가?
원래 세상은 썩어 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그때도.
사람 목숨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니…….
어쨌든.
“뼈일아.”
뼈일이를 불렀다.
삐걱!
녀석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강재호의 시선이 어디에 향해 있는지.
어떤 꿍꿍이를 가졌는지.
참, 안타까웠다.
내 병력이 다섯인데 인질극 따위가 통할 것 같나?
“처리해.”
타다닷!
칼을 치켜든 뼈일이가 발을 놀려 강재호의 동선을 차단했다.
후우웅!
동시에 놈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으어?”
강재호가 기겁하면서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무의식적인 방어.
푸확!
놈의 팔이 잘려버렸다.
모랫바닥에 대량의 피가 쏟아졌다.
“끄, 끄아아악!”
놈이 몸을 떨며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그 모습을 표정 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동정심?
그런 게 생길 리 없었다.
녀석은 분명 내 목숨을 노렸고.
그렇기에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내가 약했다면?
노인을 만나지 못했거나, 각성하지 못했다면?
저들이 날 살려뒀을까?
‘그럴 리 없지.’
이건 정당방위일 뿐.
이 험악한 세상에서 랭커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나머지 녀석들도 마찬가지야.’
나는 스켈레톤들을 향해 손짓했다.
[‘뼈다귀5’가 스킬, 파이어 볼(Lv.1)을 사용합니다.]화르륵!
뼈오가 다시 한번 불덩이를 소환했다.
아직까지 기력은 충분했다.
“피, 피해!”
“닿으면 안 돼! 최대한 멀어져!”
“파, 파티장님은?”
“지금 그딴 게 문제야? 알아서 살길 찾아!”
달려들던 놈들이 거리를 벌렸다.
‘참…….’
나는 문득 감회가 새로움을 느꼈다.
나름 잔뼈 굵은 헌터 다섯이 내 뼈다귀들 앞에 맥을 못 추는 날이 오다니.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강해진 것 같다.
“슬슬 마무리할까?”
파바바박!
나머지 스켈레톤들도 움직였다.
뼈이는 창을 찔렀고, 뼈삼이는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뼈사는 방패를 무기 삼아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끄아악!”
“크윽!”
각자 거리를 벌린 헌터들은 내 뼈다귀들의 집중포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뼈이의 창은 매서웠고, 뼈삼이의 활은 신중했다.
“아파! 아프다고!”
“젠장!”
하나하나 치명상을 입은 채, 상처 부위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전투의 끝.
스릉!
동시에 뼈일이가 칼을 떨치며, 헌터들을 향해 걸어갔다.
살벌한 뼈일이의 눈빛에 녀석들이 겁먹었다.
“오, 오지 마!”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다 강재호 저 작자가 시킨 거예요!”
“이, 이보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우리 같은 던전 생존자라는 정이 있지 않나!”
헌터들이 나를 향해 뭐라 뭐라 씨불였지만.
내 눈빛엔 변함이 없었다.
‘애초에 착한 놈들이었다면, 암영단에 들어가지도 않았겠지.’
후우웅!
뼈일이가 무덤덤하게 칼을 휘둘렀다.
푸확! 촤악!
목이 베인 헌터 둘이 픽 쓰러졌다.
그걸로 즉사.
“헉, 허억?”
나머지 헌터들이 피를 뚝뚝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뼈일이의 행보는 무자비했다.
푸욱!
“커, 커어억!”
칼날이 한 헌터의 가슴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심장이 꼬치처럼 꿰뚫렸다.
차가운 쇠붙이의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부르르 떠는 놈.
“아흑, 아아……. 아흐윽!”
그 표정이 굉장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촤아악!
뼈일이는 칼을 뽑아, 놈에게 죽음이라는 축복을 선사했다.
“이제 둘 남았나?”
내가 천천히 읊조렸다.
다섯이었는데 셋 죽였으니, 이제 남은 건 둘.
“이 개새끼야아아!”
그때, 강재호가 나머지 한쪽 팔로 검을 들고 일어섰다.
“내가 그냥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아아?”
그러고는 있는 힘껏 짐꾼들을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푸확!
뼈일이의 대검이 예상했다는 듯, 녀석의 다리를 쓸고 지나갔다.
“끄아아악!”
데구르르.
팔에 이어서 다리 두 짝까지 떨어져 나간 강재호가 중심을 잃고 굴렀다.
그러고는 사지를 부르르 떨며 괴로워했다.
어느새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개 같은 놈. 왜 하필! 왜 하필! 내 앞에 나타나서!”
저벅, 저벅.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남아 있는 팔 하나를 부여잡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앞에 나타난 건 당신이잖아?”
“끄흐으윽!”
단순한 답에 강재호는 신음만 내지를 뿐 대답을 못 했다.
할 말이 없겠지.
지가가 먼저 속셈을 드러냈다가 처맞은 거니까.
“제기랄 놈! 헛짓거리하지 말고. 그냥…… 죽여라!”
“죽이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데, 당신은 쉽게 못 죽어.”
“뭐?”
“갈 때 가더라도. 했던 행동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어?”
질질질.
난 녀석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이 새끼가?”
강재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의중을 파악한 것이다.
[고대 사막 전갈 왕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새겨진 두 개의 마법 진 위로 제물을 올리세요.] [제물은 F급 이상의 살아 있는 헌터여야 합니다.]그렇다.
나는 녀석을 던전의 제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들이 짐꾼들에게 하려 했던 것처럼.
“허허허, 일거양득의 묘미를 알 다니. 정신 교육은 따로 할 필요 없을 것 같구나.”
뒷짐 지고 구경 중이던 노인이 털털하게 웃었다.
내 판단에 굉장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확실히 해야지요, 어르신.’
“그럼, 그럼! 훌륭하도다!”
노인의 칭찬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끌고 갔다.
“이 미친 새끼야! 그냥 죽여라! 죽이라고!”
“시끄러. 누구 좋으라고.”
터억!
강재호를 올리자 제단에 새겨진 문양에 빛이 들어왔다.
“흐윽, 끄흐으윽.”
뼈일이가 나머지 한 놈도 제단 위로 올렸다.
[제물을 올렸습니다.] [조건을 판단합니다.]마음이 착잡했다.
원래 이런 류의 던전이 나오면, 클리어하지 않고 뒤로 빠졌을 거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보상을 얻는다는 게 달갑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랭커가 되기 위해서는 기준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세운 그 기준은 단순 명료했다.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은혜를 입었으면, 꼭 보답하고.
원한을 맺었으면, 꼭 복수한다.
누군가 내 목숨을 노렸다면?
나 또한 상대의 목숨을 앗아간다.
힘들 수도 있겠지만, 랭커가 되기 위해선 꼭 견뎌내야 할 무게.
[조건을 충족합니다.] [오랜 세월 묵어 있던 봉인이 해제됩니다!]번쩍!
두 제단에서 새하얀 빛기둥이 폭사했다.
그에 맞추어, 두 제물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잘 가라.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착하게 살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했던 범죄자의 최후였다.
나는 손에 묻은 녀석의 피를 탈탈 털었다.
‘그러고 보니.’
의문이 들었다.
기소율은 왜 안 오는 거지?
분명 암영단 녀석들이 ‘기소율 떴다!’라고 외치면서 튀었는데.
사실, 그녀에게 또 하나의 빚을 진 기분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A급 둘과 싸워야 했을 테고.
저 제단 위 제물이 놈들이 아닌 내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후우.”
머릿속이 복잡했다.
기연에 대해 설명해 주기로 했었는데, 어떻게 할지도 아직 안 정했고.
도주한 암영단이 어떻게 나올지도 골칫거리다.
보호가 필요하긴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은 또 싫다.
‘역시 힘이 생기니, 생각할 거리가 많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뻣뻣해진 목 근육을 풀고 있을 찰나.
쿠구궁!
땅이 흔들린 것은 그때였다.
“꺄악!”
“네, 네크로맨서님! 저기 앞에요!”
짐꾼 남매가 입을 떡 벌리며 외쳤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스테이지 : 고대 사막 전갈 왕] [고대 사막 전갈 왕이 봉인에서 풀려났습니다.] [오랜 기간 강제적으로 잠에 들어야 했던 전갈 왕의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대상을 처리하세요.]“아, 맞다……. 저놈이 있었지.”
생각은 나중에.
일단, 눈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