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9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90화
고담의 최후
콰가가!
쿠와아아……!
세상을 휘감은 녹색 빛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안개가 사라진 전쟁터였다.
– 크륵!
– 키이이이!
괴물.
아직도 절반쯤 살아남은 악독고(惡毒蠱)의 제물들이 우글우글 몰려들고 있었고.
“싸워라!”
“악을 몰아내고 우리의 가족을 지켜내자!”
“물러서지 마라! 우리가 왜 이(異)담인지! 마피아 새끼들한테 보여주는 거다!”
그 괴물을 막아서는 「이담」의 멤버들은 치열하면서도 절절했다.
힘이 들 때는 튼튼한 내 스켈레톤 병사들을 방패 삼아 싸웠고.
다친 자들은 곳곳에 배치된 다나의 수하를 이용해 힐링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크허어어억!”
가슴에 깊게 팬 상처를 부여잡은 채, 쉰 소리를 내는 안드레이가 보였다.
아마 저 충격 때문에 진법도 깨진 거겠지.
“……허어!”
내 전투 광경을 지켜본 노인이 감탄사를 내질렀다.
“도대체 어떻게 했느냐? 당휘평의 진법이면 그래도 우리 세계에서 천하제일을 앞다투었던 술(術)일진대……. 그걸 보지도 않고 느낌만으로 간파한 게냐?”
‘보여드린다 했잖아요.’
화륵!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좌로 늘어뜨렸다.
오른뺨에 충격이 있는 듯 얼얼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독섬(毒閃)이 녀석의 주먹을 이겼다.
이건 다 카푸의 공.
[인도자(引導者) : 좋았다, 훈.]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별말씀을요.]픽.
내가 웃자.
“이런…… 개, 개 같은……!”
일어난 안드레이가 다시 무언가를 하려 했지만.
퍼억!
가볍게 스텝을 밟은 내가 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끄악!”
그 벼락같은 후려갈김에.
녀석의 가슴팍이 움푹 함몰된 채 슈웅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안드레이.
그런 그의 위에 멀쩡히 서 있는 나.
“와아아아!”
“우오오오!”
그 모습을 보았는지, 최전방에 있던 병력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뭐야!”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스켈레톤 킹이 안드레이를 발로 찼는데, 안드레이가 윽! 하고 날아갔어! 게다가 안드레이, 상태도 심각해 보이는데?”
“그럼 스켈레톤 킹이…… 충왕을 잡은 거야? 랭킹 69위를……?”
발 없는 말은 순식간에 후방 병력에까지 닿았고.
“우와아아!”
“이겼다! 우리가 고담을 이겼어! 러시아의 악마 수장이 쓰러졌다!”
“스켈레톤 킹이 우리를 구원했다!”
이내 모두가 환호를 내질렀다.
쥐고 있는 무기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으며, 그 기세로 괴물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절대무쌍(絶對無雙) : 과연.]전장 한복판의 막시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의 주변에는 괴물들이 토막 난 채 쓰러져 있었다.
[절대무쌍(絶對無雙) : 곧 죽어도 우리 팀장이란 건가? 하긴, 이곳에 참여할 때부터 질 거란 생각은 안 했지. 말이 안 되잖아? 누군가한테 지는 팀장이라.] [물의 마녀(Water Witch) : 그래도 랭킹 69위를 1:1로 이겨 버릴 줄이야……. 훈은 진짜, 전설이에요.] [봄사도(春使徒) : 그래도 아직 방심하지 마요! 아직 남아 있는 상대 랭커들이 많아요!]싸우던 랭커들도 힘을 냈다.
괴물과 병력, 스켈레톤의 전력은 비등하다지만.
랭커의 전력은 확실히 「고담」에 비해 「이담」이 밀렸다.
“그럼.”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좀 더 바꿔볼까?”
주변에 시체가 낭자했다.
안타깝지만, 그중엔 「이담」의 병력도 있었고.
「고담」이 만들어낸 괴물들도 있었다.
화르륵!
나는 쥔 검을 지팡이로 변환시켰다.
‘비록.’
방금까지는 만술(萬術)의 힘으로만 싸웠다지만.
내 원래 고유 능력은 바로 스켈레톤 킹.
망자를 다스리는 네크로맨서다.
이제 저들에게 내 정체성을 보여줄 차례.
투욱!
다시 변한 지팡이를 땅에 내리박았다.
[스킬, ‘망자소생’(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50을 사용합니다.]그러자.
콰드드드득!
죽어 있던 시체들의 살이 갈라졌다.
그 사이로 뼈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스킬, ‘망자포효’(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50을 사용합니다.]끼아아아아아아아!
스킬, 망자포효가 세상을 공포스러운 소리로 물들였다.
상황이 뒤집혔다.
고담의 광기 어린 괴물들이 주춤할 정도로.
스켈레톤들의 눈빛에 안광이 줄줄 흘러나왔다.
“미, 미친?”
「이담」의 병력이 경악했다.
열심히 죽였던 자들이 다시 일어나, 이번엔 아군이 되더니.
끔찍했던 괴물들을 부여잡고 싸우고 있다.
“스켈레톤이…… 스켈레톤이 늘어났어!”
“우와아아!”
헌터들이 흥분하여 함성을 토해냈다.
딱 봐도 눈에 보이는 승기(勝機)에, 모두의 가슴이 뜨거워진 탓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이유 없는 핍박과 괴롭힘에 얼마나 괴로웠던가!
그 참담했던 순간을 청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중앙에서 상황을 통제하던 블라디미르도 벌떡 일어섰다.
이제 통제할 필요가 없음을 직감했다.
또한.
그 역시 가족을 잃었던 슬픔을 갚아주고 싶었음일까?
지팡이를 들고, 전쟁터에 참가했다.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랭커들을 향해, 공간술의 까다로움을 선보였다.
“흐아아아아!”
「이담」의 리더로서.
애써 감춰둬야 했던 흥분과 슬픔을 토해내며.
미친 듯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 * *
“고담의 간부들아!”
안드레이가 마지막 악다구니를 썼다.
“이쪽으로 뭉쳐라! 뭉쳐야 산다! 내 어떻게든 다시 진법을 살려…….”
스슷!
그가 다 외치기도 전에, 나는 바닥을 박차고 내달렸다.
‘블라디미르에겐 미안하지만.’
안드레이의 목숨은 내 거다.
그에게 내줄 수 없다.
혹여나 랭킹 시스템이 이상하게 판단해, 내가 이룬 성과를 뺏어갈 수 있기 때문.
‘랭킹 1위까지는.’
내 위에 있는 랭커는 내가 독식할 생각이다.
그를 도운 대가로, 이 정도는 충분히 가져가도 된다고 판단했다.
“……!”
화르륵!
동시에 지팡이가 검으로 변했고.
안드레이와 거의 근접하는 순간.
뒤로 뺀 검을 신속하게 내질렀다.
“이, 이런!”
안드레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일어나 도주했다.
하지만.
먼저 달린 건 나다.
방금 출발한 주제에 붙어 있는 가속을 피할 수 있을까?
‘천만에.’
스걱!
신살(神殺).
신마저 죽이는 무기가 그의 다리를 아름답고 가볍게 베어냈다.
“끄아악!”
당연한 말이지만, 다리를 잃은 생물은 일어설 수 없다.
당황한 안드레이는 바닥을 뒹굴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다리를 쳐다봤다.
“으, 으아……. 으아아아!”
남은 두 손을 바닥으로 밀며 울부짖는 안드레이.
“왜, 왜!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랭커가 됐으면 니네 나라에서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 것이지! 왜 러시아까지 와서 지랄인 거냐고!”
그러고는 나에게 악을 쓴다.
왜 그러냐고.
참, 웃기는 일이다.
이 전쟁터에 보이는 수만의 희생자들과.
이유 없이 죽어 나가야 했던 선량한 시민들 앞에서, 그게 할 소리일까?
“항상 말하지만.”
노인이 중얼거렸다.
“굳이 벌레에게 무언갈 알려주려 할 필요 없다. 벌레는…….”
‘예.’
“그저 짓밟는 거다. 알겠느냐?”
‘명심할게요.’
푸욱!
그래서 그의 목을 찔렀다.
“끄억!”
놈이 한 짓에 비해서, 쉽게 죽는 것 같았지만.
굳이 고문하거나 괴롭힘으로써 그 대가를 치르게 하긴 싫었다.
‘벌레니까.’
그냥 신경 쓰지 않을 뿐.
푸확!
무심하게 칼을 뽑자, 피가 튀었다.
동시에.
움직임을 멈춘 그의 몸뚱어리가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고.
[당신의 랭킹이 69위로 갱신됩니다.]안드레이를 잡음으로써.
78위에서 69위로.
총 9단계를 단박에 뛰어넘었다.
* * *
안드레이의 죽음은 상황을 더욱 호전시켰다.
먼저.
– 크에엑?
– 끄르르?
괴물들의 뇌에 박혀 있던 악독고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숙주를 갉아 먹던 기생충이 사라지니.
후둑, 투두둑!
광기를 내뿜던 괴물들이 하나둘 힘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고담」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괴물들이 없어지니, 당연히 남은 것은 랭커들뿐.
“제, 제길?”
“어쩌다 이렇게……!”
도망가고 싶어도 공간이 없다.
이미 이 일대를 내 스켈레톤 군단이 장악하고 있으니까.
“후.”
저들은 굳이 내가 건드리지 않는다.
수년간 쌓여왔던 「이담」의 분노도 풀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저들은…… 저들만큼은.”
후웅!
마침 눈앞에 지팡이를 떨친 블라디미르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뒤로는 「이담」의 랭커들과 최정예 전투 요원들이 자리했다.
“저들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찢어 죽이겠어.”
블라디미르의 중얼거림과 함께.
“가자! 죽은 시민들의 한을 갚아주러!”
“쓰레기 같은 놈들! 매 순간 이날만을 꿈꿔왔다!”
“으아아아아!”
두두두두…….
전 병력이 함께 내달렸다.
중앙에 모인 「고담」의 랭커들을 향해 온 힘을 다한 필살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이내 중앙에 폭발이 일었다.
붉은색부터.
주황색, 황색, 녹색, 청색…… 등등.
가지 각종의 스킬들이 찬란하게 휘몰아쳤다.
아무리 높은 랭커라 하더라도, 수천 스켈레톤과 함께하는 무자비한 폭격을 견딜 수 없을 터.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
“아아.”
하늘에 무수히 떠오르는 상태창을 올려다봤다.
전쟁의 끝.
아마 죽은 랭커들만큼 세계 랭킹이 변동되겠지.
또 그만큼 새로 편입되는 랭커도 있을 거다.
그리고.
“여어, 주인!”
파즈즉!
플로아가 이마에 흘린 땀을 닦으며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이놈은 어떻게 처리할까?”
“이놈?”
아.
봉재영이 있었지?
플로아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자.
– 끄륵, 끄르륵!
입에 녹색 피를 머금은 채 거품을 내뿜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허어.”
노인이 감탄했다.
“대단하구나, 대단해. 설마 머릿속 악독고가 사망했는데도 살아남은 게냐, 저 녀석?”
악독고는 끔찍하다.
본인이 죽으면서, 숙주의 생명력을 완전히 앗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괴물 중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 크르륵!
봉재영만큼은 달랐다.
그렇게 많은 힘을 소모했음에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붙들고 있었다.
“과연, 오래 살아야 이런 기이한 광경도 보는 게로구나……. 보아하니 뇌가 쇠로 이루어져서 산 것 같은데……. 허어. 아무리 봐도 신기하도다.”
돌머리이기에.
살아남다니.
“어떡할까? 죽여 버릴까?”
플로아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파직, 파직!
손마디에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게, 말만 하면 바로 으깨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죽인다는 말을 저런 표정으로 하니까 좀 무섭긴 한데.
“굳이.”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봉재영에게 내리는 판단은 단순했다.
‘살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애꿎이 죽일 필요도 없다.’
딱 그 정도의 관계.
“아.”
봉재영에게 시선을 거둔 내가 플로아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우리 공방에 들어왔다고 했었지?”
그동안 정신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
“응, 막시 아재랑 같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마무리되면, 한국으로 오는 건가?”
“말해 뭐해. 이제 나도 네 길드 소속 랭커이니, 같이 가야지! 잘 대우해 주라고, 짜샤.”
으음.
대우야 뭐.
김진아에게 일임했으니까.
어쨌든.
“……너 같은 거물이 왜 우리 공방에 굳이 찾아왔는진 모르겠지만.”
오늘 보니.
꽤나 도움은 될 것 같다.
“일단은 환영한다.”
나는 플로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굳이 소원권 없이 먼저 다가와 도움을 준 그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
잠깐 고개를 갸웃하던 플로아가 이내 내 손을 맞잡았다.
“그래, 이 주인 짜식아.”
환하게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