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9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99화
마탑 (5)
밀실이 존재하던 책장 위.
써니가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마치 깨진 유리알 조각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 꼬여버린 그녀.
‘그러니까, 그 흑여우 가면이…….’
멍하니 앉은 써니가 조금 전 상황을 복기했다.
가면을 벗으며 인사하는 잘생긴 한국인과 그 인사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주는 하늘 같은 마탑주의 모습.
‘교수의 손님이 아니라…… 마탑 주님의 손님이었다는 거지……?’
잠깐 스치듯 봤던 외모.
그가 소환했던 특별한 스켈레톤.
그리고 국적까지 따져보면, 결과는 하나로 귀결된다.
‘스켈레톤 킹, 주동훈.’
세계 랭킹 69위이자.
말도 안 되는 초고속 하이 랭커로 헌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남자.
또한 최근 러시아 마피아와의 대전쟁을 치르며, 일각에선 살아 있는 대천사라까지 불리는 위인이자 영웅.
‘미쳤네, 미쳤어.’
헤벌레-
써니가 턱이 빠지라 입을 벌렸다.
그 사이로 침이 주륵 흘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랑 모험 비스름한 걸 한 거잖아……?’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대화도 나누고, 티격태격하며.
함께 마탑의 비밀을 탐구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연예인이었다니.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핫한 연예인.
써니는 문득 아쉬웠다.
‘사인이라도 받아 둘걸.’
하지만 반대로.
걱정되는 마음도 물밀 듯 몰려왔다.
그녀는 마탑의 규율을 어겼으니까.
어긴 정도가 아니었다.
관리 대상이라 적힌 곳까지 가서 이것저것 뒤적거렸으며, 마탑주께 걸리기까지 했다.
‘제길.’
써니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됐으려나?’
그녀가 이곳에 나온 지 벌써 10분이 지났다.
밀실이 있는 아래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기의 파동이나 기운의 움직임 따위도 없었다.
‘……궁금한데.’
마탑의 비밀을 두고.
마탑주와 스켈레톤 킹이 나누는 이야기는 어떤 걸까.
스윽.
써니가 자세를 살짝 낮추었다.
은근슬쩍 누워.
혹여 밀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있을까, 책장 위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천성이 마법사답게 본능적으로 궁금한 것을 못 참는 그녀였다.
“…….”
그러던 순간.
문득, 이상하게 주변이 조용해서, 등골이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고 느낄 찰나.
펄럭!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이야, 지금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니?”
“끼악!”
괴성을 지르며 돌아선 써니의 시선에는.
“…….”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마탑주가 보였다.
“히끅.”
써니가 공포영화라도 본 것처럼 딸꾹질했다.
* * *
“아이야.”
마탑주가 눈웃음을 지었다.
써니는 그 웃음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마탑주는 언제나 친절하다.
언제나 친절하면서도 엄격하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예, 옙!”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있니?”
“그, 그게……. 탑의 비밀을 캐고 다니지 않는다는 마탑의 규율을 어겼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도 알고 있고?”
마탑주, 소피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비수처럼 가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랄까?
‘스켈레톤 킹은…….’
써니가 눈알을 굴려 주변을 스캔했다.
어떻게 된 건지 주변에 없다.
마치 적진에 홀로 남겨진 기분.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이 오직 자신뿐이란 걸 그녀는 깨달았다.
“……예, 마탑주님.”
결국, 써니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체념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규율 없는 집단이 쉽게 붕괴한다는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마탑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앞으로 두 달간 마탑에서 방출이야. 그동안 자숙하면서, 밖에 ‘자원봉사’ 좀 하다 오렴.”
“……?”
눈이 휘둥그레진 써니가 고개를 들었다.
‘자원봉사’는 마탑의 경징계 중 하나였다.
마탑은 좁게는 옥스퍼드시, 넓게는 영국 전체의 치안을 담당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에.
가끔 작은 과실이 있는 학생들을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지원 보내고는 했다.
쉽게 말하면, 던전 브레이크 등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저, 정말이에요?”
써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최소 유급이나 완전히 방출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벌이 가벼운 탓이었다.
“그래. 잘못한 건 맞지만, 귀한 손님을 모셨으니까.”
“귀한 손님…….”
“어쩌면 정체된 마탑의 부흥을 이끌어다 줄 귀인을 말이지.”
조용히 읊조리는 소피아의 목소리에는 일종의 기대감과 흥분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경고란 걸 명심해. 다음에 또 규율을 어겼다간 완전히 퇴출이니까. 그리고 조금 전에 봤던 것들 말이야. 관리 대상이니, 역대 최악의 마탑주니 하는 것들.”
“예…….”
“다 잊어버리렴. 혹시 잊히지 않는다고 해도, 잊은 것처럼 살렴. 무슨 말인지 알겠니?”
“히끅, 며, 명심할게요.”
무슨 뜻인지 왜 모르랴.
저렇게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면서 말씀하시는데.
이해력 달리는 바보천치를 데려다 놔도 순식간에 이해할 거다.
하지만.
써니는 또 궁금해졌다.
“그으…… 마탑주님.”
아아.
정말 마법사란.
호기심 없이 못 사는 종족일까?
“응?”
“혹시, 아까 그분은 어디에 계신 거예요……? 안 보여서요.”
분명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짜릿한 모험을 하며, 정이 들었는데.
인사 하나 없이 사라진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물었다.
“그?”
소피아가 싱긋 웃었다.
“그는 이미 떠났지.”
“…….”
“왜, 아쉽니?”
“……쪼금요?”
“아, 맞다 참.”
이동 마법진을 그리려던 마탑주가 손에 쥔 지팡이를 써니에게 넘겼다.
“그가 이거, 전해주라더구나.”
심플하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의 지팡이였다.
“이건……?”
써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걸 누가 모를까.
마탑에서도 한창 인기 많은 B급 드미르 보급 세트 아니던가!
[아이템 : 드미르의 보급형 지팡이] [등급 : B] [종류 : 지팡이] [설명 : 대장장이 ‘드미르’가 신속하게 만든 무기입니다. 등급치고 준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모든 스탯 10 증가.] [효과2 : 기력 20 증가.] [효과3 : 스킬 위력 30% 증가.]기성품이지만 워낙 적게 생산하는 데다가.
요즘은 매물이 풀리지도 않고 있어.
2,000만 원이라는 기준 가격 위에,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팔리는 게 바로 이 드미르 보급 세트였다.
또한, 마탑 학생들이 우선하여 장만하고 싶은 무기 1위를 차지하는 무기기도 했다.
“후후, 초면에 안내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더라. 직접 전해주려 했었다는데, 나름 급한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예? 급한 상황이요?”
“그런 게 있단다. 어쨌든, 준 거니까 잘 쓰렴. 내 역할은 여기까지.”
“…….”
써니는 소피아가 무심히 건네는 지팡이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 * *
“후.”
소피아를 떠나보낸 내가 꺼내둔 매개체를 바라보았다.
S급 매개체.
마법 낙제생의 일기.
[‘고대 마법의 파편’(SS급)의 주인이 사용을 허가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해당 아이템이 활성화됩니다.]살짝 소름이 돋았다.
매개체 던전을 여는 데 마탑주의 허가가 필요했다니.
우연과 우연이 겹치지 않았다면, 역대 최고 난이도가 될 뻔하지 않았던가.
우우웅!
꺼내둔 일기장에서는 빛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던전에 들어가기 이른 감이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탑주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매개체가 반응하는 바람에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근데 이놈아.”
노인이 입을 열었다.
‘예?’
“그 고대 마법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는 게냐?”
‘아.’
고대 마법(SSS급).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에 나오는, 요술 램프 속 지니 같은 존재.그 덕에 용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지.
‘말해줄까 고민도 했는데, 일단은 저도 잘 모르는 존재니까요.’
마탑주는 고대 마법을 추종하는 자다.
그런 그녀에게 고대 마법이 사실 지성체라는 걸 설명하려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말해야 할까.
‘게다가 원래 정보는 아낄수록 힘이 되는 거 아닙니까?’
마탑주도 본인의 비밀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정보는 없었다.
진짜 도움은 오직 ‘고대 마법의 파편’(SS급)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를 내가 먼저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조심하거라.”
노인이 조용히 웅얼거렸다.
“그 여자, 보통 능구렁이가 아냐.”
‘그래요?’
“어.”
노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냥, 지금은 네놈을 믿는 걸 수도 있겠지. 델라일라라는 처자가 말해서이든, 네 잠재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든. 그냥 일단은 당해주는 걸 수도 있는 것이니라. 절대 이유 없이 퍼줄 관상이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도 세계 랭킹 4위의 헌터인데.
대가 없이 호의를 베푸는 호구는 아니겠지.
그녀에게도 내가 도움이 되니까 호의를 베푸는 것일 터.
‘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성격 아시잖아요.’
“받은 만큼 베푸는 거 말이더냐?”
‘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염치없이 받아만 먹진 않을 겁니다.’
이건 서로 윈윈이었다.
나는 뼈오 각성에 도전할 수 있고.
마탑주는 그로 얻는 부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우선은.’
우우웅!
낡은 일기장에 기운을 넣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원래 하던 것처럼.
‘기회를 잡았으니까, 던전에 집중해 보자고요.’
[‘마법 낙제생의 일기’가 활성화됩니다.] [곧 던전, ‘마법 낙제생’이 개방됩니다.] [주의!] [해당 던전은 1인 던전입니다.]노인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신다.
“끌끌, 바쁘게도 사는구나. 전쟁을 치른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던전이더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굉장히 기대하시는 얼굴인데요?’
“얼른 들어가기나 하거라, 이놈아.”
‘예.’
나는 촤르르륵! 펼쳐지는 일기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모든 랭커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 또 하나의 ‘기연’, 매개체.
여기서 펼쳐지는 시련은 나에게 또 무엇을 가져다줄까?
‘이번엔.’
진짜 조심해야 한다.
지금껏 펼쳤던 매개체 던전은 최대 A급.
하지만 지금은 S급이다.
최초의 도전.
안 그래도 일반 던전보다 훨씬 높은 난도를 자랑하는 매개체 던전이기에.
나는 짜릿하게 올라오는 긴장감을 느꼈다.
몸에 따스한 열기가 돌았다.
‘그럼 가볼까?’
저벅.
점점 더 강해지는 빛을 향해 걸으려 할 찰나.
‘아.’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
‘김진아!’
혹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이번에도 말 안 해주고 가면 진짜 삐치겠지?
‘매개체 던전에서도 메시지가 통하면 좋으련만.’
느낌이 싸한 게.
안 될 확률이 높았다.
델라일라의 시련이나, 기존 뼈다귀들처럼 이번에도 아예 다른 세계로 가는 거라면.
카푸의 사정거리에 닿지 않을 테니까.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저.]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급하게 어디 좀 다녀올게요.]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이번에도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이 정도면 됐겠지?
입가에 미소를 지은 내가 점점 더 강해지는 빛을 느꼈다.
그러던 순간.
번쩍!
눈 부신 빛이 시야를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