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0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00화
마탑 입성을 위하여 (1)
마탑 자체를 재료로 들어온 던전이라 그런 걸까?
고오오오…….
주변을 휘감았던 빛이 사라지고.
눈을 뜬 내 시야에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마탑이 들어왔다.
‘여기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성은 옥스퍼드시와 비슷했다.
허공에 뜬 마탑을 중심으로 도시가 펼쳐져 있었고.
그 도시 주변을 높다란 성벽이 두르고 있었다.
[띠링!] [스테이지 : 마법 낙제생] [마탑에 입성하여 마법 낙제생을 찾으세요.]“…….”
어째, 임무가 점점 단순해지는 느낌이다.
힌트도 없이 그냥 무작정 마탑에 들어가 낙제생을 찾으라니.
과연, 이제부터 S급 난이도라는 건가?
“녀석아.”
노인이 허공이 뜬 채로 손을 들어 올렸다.
“느껴지느냐? 이곳의 기운이? 너희 세계의 기운보다 훨씬 풍부하다.”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지구보다 공기의 밀도가 더욱 진득했고.
숨을 쉴 때마다 산뜻한 기운이 코를 간질였다.
태청심법 역시 더 활발히 반응했다.
기운이 더 빠르게 순환하는 느낌이랄까?
“여기서는 체력 단련보다, 기운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훈련을 하면 좋을 듯싶구나.”
노인이 즐거운 듯 흥얼거렸다.
본인이 가진 만 가지의 술(術) 중, 적합한 걸 쇼핑하듯 고르는 느낌?
‘예, 겸사겸사 훈련도 해야지요.’
나 역시 좋은 기회를 마다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은 새로운 던전의 초입부이니.
우선은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
‘일단 움직여 볼까요?’
저벅, 저벅.
성벽 위로 삐죽삐죽 보이는 건축물들을 구경하며 걷기를 한참.
거대한 성문 앞에 도착했다.
투웅!
문지기들이 창대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웬 놈이냐!”
“신원을 밝혀라!”
허어.
그러고 보니, 이걸 어쩌지?
나는 이곳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
또한 신분증 따위 있을 리도 없다.
“으음.”
어쩔 수 없나?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신분증을 잃어버려서. 다음에 다시 올게요.”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문지기들이 뭐지? 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스슷!
그때는 이미 그림자를 밟고 있던 상태.
나는 ‘무음’(無音)을 사용해, 성문 측면으로 내달렸다.
문지기들은 한낮에 홍두깨를 경험한 기분이겠지.
“어쩔 셈이더냐.”
‘일단 불법으로라도 입장해야죠. 탑에 들어가는 게 1차 임무니까.’
“허어, 저 높이의 성벽을 타려고? 거의 절벽 수준인데?”
성벽의 높이는 대략 100m 정도.
평범한 능력자였다면 절대 탈 수 없는 높이였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치안이 약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에이, 제가 아란발론이나 거대마룡 몸도 타봤던 사람인데요. 고작 이 정도야.’
화르륵!
신살(神薩)급 무기가 짧은 단검 두 개로 분리됐다.
푸욱!
나는 그것들을 가로로 눕혀 성벽에 박았다.
단단해 보이는 성벽도 이 무기 앞에서는 쉽게 박힐 뿐.
푹, 푹, 푹!
그렇게 천천히.
성벽을 넘었다.
* * *
화창한 하늘.
스슷!
검은 두건을 쓴 남성이 그림자를 밟았다.
그의 이명은 대도(大盜).
주로 배부른 귀족들의 보물을 훔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오늘 밤엔 어떤 놈을 털까, 누구에게 악몽을 줄까. 킬킬.”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는 날마다 마탑 도시의 성벽 위를 거닌다.
이유는 단순했다.
보안이 취약한 집을 탐색하기 위해서.
스슷, 슷!
성벽 위 병사들이 있음에도, 그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극한의 그림자술을 통해, 바로 옆을 지나도 기척을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
“흐음. 오늘은 털 만한 곳이 딱히 안 보이는군?”
크게 한 바퀴를 돈 대도가 실망감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그냥 호구나 잡아야겠어.”
사실 그는 이곳 도시 지하에 조직을 하나 운영 중이었다.
불법 도박장, 마약 유통, 유흥, 사채업 등등.
서민들과 귀족들을 털어먹는 질 나쁜 조직.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어둡다 했던가?
그는 제3대 마탑주, 구스펠하임의 통치로 호황을 맞고 있는 마도세계(魔道世界)의 어두운 이면 중 하나였다.
“후.”
호흡을 내뱉은 대도가 다시 그림자를 밟았다.
성벽 아래, 도시로 복귀하기 위해서.
그의 그림자 술은 매끄러우면서도 은밀했다.
또한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마치, 이 세계에 나보다 더 은밀한 자가 없다는 듯, 시원시원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꿈에도 몰랐다.
그의 뒤를 밟고 있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 * *
“끌끌, 저놈 움직이는 거 보거라. 아주 애송이 티가 팍팍 나는구나.”
‘귀엽긴 하네요.’
내가 픽 웃었다.
성벽을 오른 나는 그림자를 밟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쭉, 미행을 시작했다.
“얼씨구? 보았느냐? 저놈 걸음걸이에 허세 가득한 거. 마치, 애송이 시절, 네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에이,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스슷!
내 발이 유령처럼 움직였다.
내가 익힌 ‘무음’(無音)은 그림자술 중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암살자의 제왕이라 불리는 기소율을 능가하는 섀도우 셰퍼드 킹의 비기.
거기에 노인의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까지 섞였으니…….
‘쟤는 그냥 주름 잡고 싶어 하는 매끈한 지렁이일 뿐입니다. 전 이미 주름 가득한 번데기고요.’
“끌끌, 어째 비유가 좀 참신하다?”
노인이 낄낄거렸다.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게 재밌으신가 보다.
낯선 풍경도.
이런 우스운 상황도.
“근데 저놈은 계속 따라가서 뭐하려 하느냐?”
동시에 물어왔다.
“설마 네가 더 은밀한 걸 자랑하고 싶기라도 한 게냐?”
‘에이, 그럴 리가요.’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저렇게 은밀하게 움직이는 애들이 뒤가 구리거든요.’
새로운 세상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신분.
이미 옥스퍼드에서 마탑에 들어가 봤기에.
신분 없이 마탑 속으로 들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거 아시죠?’
투욱!
어느덧 성벽 밑을 내려와 도시 안으로 들어온 내가 중얼거렸다.
‘뒤가 구린 애들이 불법적인 일을 잘하는 건 국룰인 거.’
나는 1차 목적 달성을 위해.
저놈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 * *
이곳 세상도.
우리가 사는 동네랑 비슷했다.
생필품점이 있고, 숙박 시설이 있으며, 주점이 있었다.
루룰루~
광장에는 엽전을 받으며 악기를 다루는 재주꾼이 있고.
컹, 컹컹컹!
길가에 돌아다니는 들개가 짖어댔다.
그리고 어둑하고 으슥한 골목.
유독 빛나는 화려한 간판 옆에 숨어 자세를 낮췄다.
조금 전.
뒤를 밟았던 놈이 들어간 곳이 여기였다.
‘음.’
눈을 감은 내가 건물 내부와 지표면 아래를 탐색했다.
제법 기운을 가진 존재들도 간간이 보이긴 했지만, 딱히 위험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숨어서 잠깐 기다리자.
“클클클, 오늘도 제대로 놀아보자고!”
“놀긴 개뿔, 탈탈 털리지나 마시게.”
“무슨 소리! 내 보여줄게! 여기서 번 돈으로 마탑 근처 건물 사는 거! 기다려라, 도시 뷰!”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라네.”
하나둘.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들이 금전을 두둑이 들고 들어섰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100% 도박장이었다.
으슥한 곳에 설치해 놓은 것 보니 불법인 것도 확실하고.
“끌끌, 저기가 그 허세 놈의 본거지겠구나.”
‘그런 것 같네요.’
“도박이라……. 하여간 세상 사는 것 다 똑같구나. 돈놀이에 시간 낭비할 시간에 수련을 더 할 것이지. 쯧쯧. 그나저나 이제 어쩔 셈이냐. 저기 쳐들어가서 깽판이라도 칠 셈이냐?”
‘음.’
깽판 치긴 할 건데.
그게 무력으로는 아니다.
‘우선, 도박장이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죠.’
내가 씩 웃으며 생각했다.
‘이곳의 화폐 단위도 좀 알 겸, 돈이나 좀 벌어볼까요? 원래 어느 세상이든 돈이 곧 권력이잖아요.’
“네놈이? 여기서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게임은 모르지만, 치트키가 있긴 하죠.’
“치트키? 그게 뭔데.”
“뭐긴요, 당연히 어르신이죠.”
바로.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노인이라는 치트키.
* * *
킁킁.
진득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뿌연 담배 연기와 독한 알코올의 향.
그리고 그 밀실 특유의 불쾌한 냄새.
“후.”
그림자 술을 통해 잠입한 나는 입으로 숨을 쉬었다.
도저히 코로 숨 쉴 용기가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골이 아파져 왔으니까.
“자자, 학교 가자고!”
“뭣하고 있어! 빨리 패 안 돌려? 돈 벌어야지!”
“아, 씨……. 땄으면 좀 내줄 수도 있잖아?”
“내주긴 뭘 내줘? 돈이 땅 파면 나오냐? 꼬우면 다른 데로 가시든가.”
챡챡챡!
찰지게 감기는 셔플 소리와.
짤그랑!
책상 한가운데로 던져지는 칩 소리.
밀실에는 약 20개의 책상이 있었고, 그곳에 앉은 사람들끼리 카드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 세계랑 비슷한 게임인가 보네요.’
문양과 숫자를 맞춰, 높은 패를 지닌 자가 이기는 게임.
“…….”
몸을 숨긴 나는 데스크에서 칩 뭉치 몇 개를 빼 들었다.
옆에서 마담으로 보이는 여자가 금전을 세고 있었지만, 기척을 감추니 알아보지 못한다.
“끌끌, 무음을 도적질하는 데나 쓰고 있으니, 그 시커먼 그림자 똥개가 알면 통탄을 금치 못하겠구나.”
시커먼 그림자 똥개라면.
섀도우 셰퍼드 킹을 말하는 것이리라.
낄낄거리며 놀리는 노인을 무시한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
팔짱을 낀 채, 게임 방식을 구경하고 있자.
“이봐.”
낯선 남자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낚싯밥에 걸려든 거다.
“뭐 하고 있어? 왔으면 즐겨야지. 보아하니 칩도 두둑이 있는 거 같은데, 한 게임 할까?”
“그럴까요?”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게임의 규칙이야.
하면서 배우면 될 일.
게임은 금방 세팅됐다.
꽤나 굴러먹던 남자인지.
마담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금세 사람을 모아 자리에 앉힌 것이다.
“여, 갈드! 오늘도 밤새 달리는 거야?”
“어라? 초면인 얼굴도 있네? 신삥이야?”
“클클, 신삥이면 조심하라고. 여기 수업료가 좀 비싼 편이거든.”
도박꾼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친근하게 인사해 왔다.
누군가는 자리에 앉자마자 양주를 시켰고.
또 누군가는 연초를 물었다.
“…….”
나는 말 없이 칩을 세팅했다.
주변 분위기를 보아하니.
하얀 칩이 금화 1개, 검은 칩이 은화 1개다.
또한 검은 칩 10개가 하얀 칩 하나에 해당한다.
촤르르륵!
나는 칩 담긴 주머니를 테이블에 쏟아부었다.
꽤나 상당한 양의 하얀 칩이 나왔다.
“오오오!”
“돈이 많잖아?!”
“생각보다 더 거물이었군?”
그러자, 꾼들의 눈빛이 변했다.
번들거리는 눈동자에 탐욕이 가득 꼈다.
‘아서라.’
너희들이 가져갈 칩은 없을 거다.
왜냐?
“호오, 저 뾰족한 문양이 나오면 좋은 패인가 보구나.”
“재밌도다. 만들 수 있는 족보가 다양해.”
내 뒤로.
노인이 돌아다니면서 룰을 숙지 중이거든.
CCTV도 없는 공간.
뒤에서 패를 확인할 수 있는 노인이라는 치트키가 있는 이상, 내가 질 일은 없을 거다.
“그럼.”
내가 씩 웃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