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0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08화
유혹은 케이푸드지
“…….”
페일이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눈앞의 저 은여우 가면은 분명 자신의 가문을 알고 있었다.
‘우리 가문을 아는데도 저렇게 자신감이 넘친다는 건…….’
페일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만큼의 실력이 있다는 건가?’
살벌한 상대의 기세에.
점점 가슴이 콩알만 해지고 있을 찰나.
“대장, 근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학우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잘 봐봐. 저 새끼. 무기가 몽둥이잖아? 지팡이가 아니라고.”
“어라, 그러네?”
다른 학우 역시 긴장이 풀렸다는 듯, 후우- 호흡을 내뱉었다.
“제기랄, 뭐야? 속았잖아? 마법사가 아니었어?”
“그러게. 마법사도 아닌 게 뭔 똥폼을 그렇게 쳐 잡고 지랄이야?”
마도세계, 최고의 직업은 마법사다.
그 외 모든 직업은 이들에게 아류(亞流).
페일을 포함한 학우들이 깜짝 놀랐다는 듯, 다시 건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뭐지? 암살자? 검사? 몽둥이를 들면 뭐라 하지? 몽둥이사인가?”
학우 중 하나가 고개를 기울이며 은여우 가면, 주동훈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이 시뻘건 몽둥이에 향했다.
“야야야, 생각해 보니, 저 새끼. 마법을 쓰긴 쓰는데?”
“잉? 무슨 마법?”
“몽둥이 만드는 마법, 크하하하! 방금 손에서 화르륵! 불나면서 무기 생겨난 거지? 그게 다야?”
“푸하하, 진짜 쓸데없는 마법이잖아?”
긴장이 풀린 학우들이 배꼽을 잡으며 놀려댔다.
그들이 가진 상식으로는.
몽둥이로 절대 지팡이를 상대할 수 없었다.
요컨대, 지구였다면.
총을 겨누고 있는 자에게 칼을 들이민 꼴이랄까?
“하하하, 괜히 걱정했네요. 페일 님? 어찌할까요? 저 새끼. 불로 태워버릴까요? 아니면, 물로 숨통을 막아버릴까요?”
양아치 학우가 페일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그 제안을 들은 페일은 고심했다.
감히 가문을 능욕하며.
자신을 잠깐이나마 놀라게 한 괘씸한 자.
“죽이진 말고.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줘. 일단, 저 가면부터 벗겨보자. 감히 엘로이즈에 반기를 든 가문이 어딘지부터 알아보자고.”
“알겠습니다, 페일 님.”
“대신, 이놈 처리하면. 내일도 한턱내시는 겁니다?”
카악! 퉤.
침을 뱉은 학우 한 명이 주동훈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어이, 왜 가만히 있어? 생각해 보니 쫄기라도 한 거야?”
우우웅!
그의 지팡이에 기운이 한가득 담겼다.
그런데도 은여우 가면은 미동조차 없었다.
“클클, 완전히 굳었네, 굳었어. 그러게, 새끼야. 사람 봐가면서 건드렸어야지. 기다려, 그 팔부터 지져줄 테니까.”
“이 세상이나 저세상이나 양아치들은 다 똑같네.”
은여우 가면이 고개를 들며 중얼거린 것은 그때였다.
“뭐라고?”
학우가 미간을 찌푸리자.
“팔부터랬지? 오케이, 접수.”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달려들었다.
동시에.
퍼어어억!
껄렁거리던 학우는 갑자기 들리는 타음(打音)에 눈살을 찌푸렸다.
‘뭔 소리야?’
라는 생각을 품는 순간.
‘어?’
지팡이를 들고 있던 오른손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감각이 없는 것처럼 힘이 쭉 빠진 느낌과 함께.
갑자기 급속도로 밀려오는 고통.
“끄? 끄, 끄아아아악!”
뭐야.
도대체 언제 팔이 이렇게 된 거야?
설마 내달리자마자 팔을 맞춘 거야?
왜 이리 빨라?
학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대롱거리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골절(骨折).
이미 지팡이는 바닥에 떨어뜨린 지 오래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팔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일.
“끄악! 아파! 씨발! 아파아아!”
“…….”
나머지 학우들의 동공이 커졌다.
페일 역시 입을 떡 벌린 채 몸이 굳었다.
‘쟤가 어떤 애인데.’
엘로이즈 가문의 귀족인 자신은 실력 없는 자는 수하로도 두지 않는다.
저기 팔을 붙잡고 있는 애는.
A 클래스에서도 순위권에 있는 실력자.
‘어떻게…….’
마법도 아닌 몽둥이로.
마법사를 한 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지?
“뭐, 뭐 해!”
페일이 다급하게 외쳤다.
“더 움직이기 전에 막아! 막으라고!”
“어, 어어!”
하지만, 다른 학우들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퍼억! 퍼억, 퍼어억!
“일단 팔부터 다 부러뜨리고.”
여유롭게 중얼거리는 은여우 가면의 구타는 아름다웠다.
퍼억! 빠아악!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절도 있게 학우들의 급소만을 노렸다.
“후우, 설마 내 팔만 지지려고 하진 않았을 거 아냐? 그렇지? 다리도 지지려 했겠지?”
“자, 잠깐만요! 으, 으아아아!”
엎어져서 비명을 지르는 학우들의 허벅지와 발목을 사정없이 내려친다.
그 행동엔 일말의 자비가 없었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마법사들이 마법 하나 써보지 못했다.
“끄아악! 살려주세요!”
그저 지팡이를 내려놓은 채, 울부짖기만 할 뿐.
‘빠르다.’
페일이 생각했다.
이건.
도저히 주문을 외울 틈이 없었다.
혹여 외울 시간이 있어도?
저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자를 맞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건 적어도 가주님이나 장로급 교수님이 있어야 한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그랬다.
A 클래스 마법사가 한 방에 당할 정도면?
웬만한 학생의 실력으로는 절대 무리다.
‘그렇다면.’
일단 도망가서 가주님께 말씀드려야 하는데.
투욱, 투욱!
저 서슬 퍼런 살기를 뿜어대며 다가오는 남자를 피해 도망갈 자신이 없었다.
페일은 깨달았다.
야생의 먹잇감처럼.
등을 돌리는 순간,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될 거라는 걸.
“어, 어이. 잠깐.”
페일이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워, 원하는 게 뭐냐? 내가 잘못했으니. 일단 그, 그 자리에서 멈춰라!”
“내가 원하는 거?”
은여우 가면은 야속하게도 페일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걸은 후.
후웅!
다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끄아아악!”
페일이 자빠졌다.
이미 하체가 봉인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몽둥이를 다시 치켜드는 가면 사내를 지켜보는 것뿐.
“아까 뭐라 했었지?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주라 했었나?”
“그, 그건……!”
“받은 대로 돌려준다. 그게 내 신조거든.”
“자, 잠깐마느앍……!”
파바바밧!
사내의 몽둥이가 유려하게 움직였다.
온몸에 존재하는 혈도와 급소에 가볍게 두들기듯 틀어박히는 몽둥이.
“끄, 끄아아아악!”
페일이 찢어지라 비명을 내질렀다.
난생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피부가 퉁퉁 붓고, 피부와 뼈가 뭉개지는 느낌.
“맞으면서 잘 들어라.”
동시에.
페일의 귀로 사내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고작 이 정도 고통은 고통도 아니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세상에.
이게 고통이 아니라면.
세상에 또 어떤 고통이 있을까?
“혹여나, 이번 일에 대해 너희 가문이나 마탑에 말하면…….”
주륵, 주르륵!
페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퍽, 퍽퍽퍽!
아직도 몸에는 몽둥이가 틀어박히고 있었다.
“나는 다시 네 앞으로 찾아갈 거야. 그땐 진짜 고통이 뭔지 알게 되겠지.”
신기하게도.
이놈의 구타는 딱 기절하기 직전까지만 이어진다.
아니, 정확히는 기절하려 하면 더한 고통으로 깨운다는 말이 맞겠다.
“그리고 왜 맞았는지는 오늘 일을 한번 잘 복기해 봐.”
“……?”
맞는 이유?
시비는 저놈이 먼저 걸지 않았었나?
음침한 가면을 쓰고 가는 길을 막아선 건 네놈이었잖아!
“후우, 아무래도 제대로 된 이유조차 모르는 눈치인데. 만약 1년 후에도 못 알아채면…….”
후우우웅!
은가면 사내의 마지막 일격이 페일의 복부에 내리박혔다.
“커, 커허어억!”
“그때도 또 이렇게 두들겨 맞는 거야. 알겠지? 아, 그리고 또.”
사내가 페일의 품에서 엘로이즈의 패를 꺼내 챙겼다.
“이건 당분간 압수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가문에 오늘 사실을 말하는 순간…… 그땐 지옥을 볼 거다.”
사내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페일은 의식의 끈을 그만 놓아버렸다.
* * *
다음 날.
22층 서고 밀실에서.
쩝쩝.
소중한 건빵 하나를 입에 천천히 굴려 가며, 책을 읽던 아린은.
투욱!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를 캐치했다.
‘뭐지?’
아린이 흠칫 몸을 떨었다.
이곳은 서고에서도 아주 외진 곳이다.
서고, 깊은 곳.
거대 책장 한구석을 뚫어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보금자리.
‘설마…….’
마탑주님께 들키기라도 한 걸까?
스윽.
조용히 책을 내려놓은 아린이 몸을 일으켰다.
온종일 먹은 게 건빵 세 개다 보니, 머리가 핑 돌았다.
빈혈(貧血).
배고픈 걸 떠나서.
몸에 열량과 영양분이 없었다.
‘어떡하지?’
하지만 아린은 그것보다도 밖에서 난 소리가 더욱 신경 쓰였다.
혹시 22층이 허락된 학우 중 하나가 자신을 미행하기라도 한 거라면.
아니면, 교수 중 하나에게 들킨 거라면.
이곳은 더 이상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아린은 그것이 두려웠다.
‘그래도.’
밖에서 난 소리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니.
그녀는 슬금슬금 움직여 드륵! 밀실의 문을 옆으로 열었다.
‘음?’
그리고 이내.
눈이 동그랗게 떴다.
앞에 놓여 있는 무언가가 자신이 꼭 필요했던 소규모 마법 더미와…….
‘이게 뭐지?’
이상하게 생긴 음식인데.
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
꼬르르륵!
절로 배가 아우성치는 냄새.
그리고.
그 앞, 종이에 쓰여 있는 문자.
[의심하지 말고 먹어라.] [사기든 뭐든,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냐?] [먹어야 공부도 되는 거다.] [-후원자-]‘이게…… 뭐야?’
아린은 혼란스러웠다.
* * *
건너편 책장 위.
엘로이즈의 패를 든 나는 걸터앉은 채로, 고민하는 아린을 지켜봤다.
참고로 저 종이 문자는.
길가는 학생 하나를 시켜 적게끔 했다.
의사소통은 되지만, 문자를 쓸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근데 말이다.”
옆에서 노인이 중얼거렸다.
“저 재료는 왜 그렇게 조금만 주는 게냐?”
“저거요?”
내가 웃었다.
“원래 길냥이들은요, 처음부터 과하게 베풀면 안 돼요. 더 경계하거든요.”
지금도.
머뭇거리며 다가가지 못하는 아린.
“저 봐요. 저렇게 조금 주는데도 고민하잖아요.”
“이놈아.”
“예?”
“양이 문제가 아니라…… 저 밀실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계하는 것 아니더냐.”
“그건 어쩔 수 없죠.”
별명이 서고의 지박령인데.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언제 한을 풀어주고, 언제 던전을 깬단 말인가.
“그래서 준비한 게 저거예요.”
“네놈 세계에서 라면이라 불리는 거, 말이더냐?”
“예.”
내가 준비한 음식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 라면이었다.
가방 속 비상 냄비에.
주술로 부글부글 끓여서 만든 라면.
물론, 가장 맵지 않고 덜 자극적인 거로 준비했다.
스릅.
아, 침 고인다.
“경계고 뭐고 한번 보자고요. 며칠을 굶주렸을 텐데, 어디 저 향을 참을 수 있나……. 참으면 그때는 인정입니다.”
“허어, 궁금하구나. 저게 그렇게 맛있단 말이냐?”
노인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아린을 바라봤다.
그래.
언젠가는.
어르신께도 저 라면을 대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구경하죠.”
내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린이 먹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천천히.
길냥이 대하듯.
꾸준하게 가져다줄 거다.
그녀가 마음을 열 때까지.
“벌써 말이냐? 먹는 거 구경 안 하고?”
“주술 연습도 해야죠. 앤드루 그 자식 때문에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요. 후, 귀찮은데.”
이제.
더 이상 땡땡이칠 수 없는 몸.
스슷!
나는 뚫어놓은 비밀 통로를 향해, 그림자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