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1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10화
파이어 볼
“후아암……!”
다시 한번 페일을 교육함으로써.
엘로이즈 패의 안전을 견고히 확보한 나는 연구실에 앉아 기지개를 켰다.
‘역시.’
페일 곁에 태양이를 심어둔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언젠가 일러바치러 갈 줄은 알았다만.
저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이놈아.”
흐뭇하게 웃고 있는 나를 노인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봤다.
“왜 부르십니까, 어르신?”
“어째, 이젠 다른 기술은 안 쓰고 몽둥이만 휘두르는 것 같구나……?”
“으음, 뭐. 어르신께 제일 직접적으로 배우는 게 이거잖아요.”
태청공재만성대법(太淸工材萬成大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온갖 혈도를 두들겨 맞으며 굳은 기혈을 풀고.
기골을 다져 강인하게 만드는 만술 노인의 술법.
물론, 이젠 나도 완전히 면역이 생겼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닌데.
매일 맞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달까?
“그나저나 이 대법은 언제 끝난답니까?”
내가 물었다.
“이제 제 기혈 정도면 부드럽게 풀리다 못해 살살 녹는 수준 아닙니까?”
“이놈아, 배움엔 끝이 없다는 걸 모르느냐? 아직 네놈은 만술의 5부 능선에도 도달하지 못했어.”
“언제는 300일 정도만 하면 된다면서…….”
“잘 기억해 보거라. 300일 정도 하면 나아진다고 했지, 300일 안에 끝낸다고는 하지 않았느니라.”
“…….”
뭐.
상관없긴 했다.
뭐가 되었든 그 대법 때문에 내가 무수히 발전했던 건 맞으니까.
그냥 투정 아닌 투정이었다.
“그나저나 이 대법 말입니다.”
내가 다시 노인에게 물었다.
“뼈오, 아니, 아린이에게도 통할까요?”
“예끼! 이놈아!”
노인이 버럭 소리친 것은 그때였다.
“예?”
“그 어린아이를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런 망측한 질문을 하는 게냐? 아이고, 이 스승이 제자의 실력만 중시하다가 결국 그르친 교육을 했던 모양이구나! 제자의 인성이 터지다 못해 바스러진 수준이라니!”
“……예에?”
아니, 어르신.
왜 저를 대할 때랑 뼈오를 대할 때가 다른 건데요?
이거, 갑자기 서운해지려고 그러네.
“녀석아.”
노인이 팔짱을 꼈다.
“그 아이는 원래 천재다. 네놈 같이 만들어진 천재가 아닌, 진짜 타고난 천재.”
“……그래요?”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더냐. 심리적인 요인이 성장을 막고 있을 뿐이라고. 그런 아이에게 대법이 필요하겠느냐? 게다가 그 몸뚱어리에 대법을 사용했다간 정신이 먼저 무너질 수도 있느니라. 천재라고 독종은 아닌 법이니까.”
“흐음.”
그렇다면.
그 심리적인 요인만 제거하면 된다는 건데…….
“그러니, 어서 가거라. 가서 함께 있어주거라. 실력만 되찾는다면 이 던전도 끝이 나지 않겠느냐?”
“글쎄요.”
그렇기엔.
이 던전의 난이도가 「측정 불가」급이라서 말이죠.
태양이 때는 태양창의 증오를 받아내야 했고.
드미르와 엘드린 때는 거대마룡(巨大魔龍) 드루건을 봉인해야 했으며.
카덴과 다나 때는 직접 한 세계의 마왕이 되어 희생자를 줄여야 했다.
그런데 고작 아린과 함께 있어주는 걸로.
그녀의 각성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을까?
“게다가요.”
내가 말을 이었다.
“원래 물리적인 상처보다 정신적인 상처가 더 깊고 아프게 곪거든요. 고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소용없을걸요?”
이 역시 감이다.
던전에 한정하여 100% 적중률을 보이는 내 감.
“일단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번부터 도대체 뭘 기다린다는 게냐?”
“아린이 직접 다가올 때까지요.”
마치 분양 온 고양이가 낯선 집사의 호의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뭐?”
“본인이 직접 찾아올 때까지. 저는 그저 멀리서 도움만 줄 생각입니다.”
치료를 하기 전에, 치료될 준비가 되었나부터 살피자는 뜻이었다.
* * *
우선 내가 익혀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파이어 볼」
「워터 밤」
「힐링」
「샌드 스톰」
3주 후, 학력평가에서 학생들이 선보여야 할 기초 마법이자.
내가 아린이에게 가르쳐야 할 마법.
여기서 ‘힐링’이야, 대충 다나가 하는 ‘기’의 운용을 따라 하면 되고.
‘파이어 볼’이야, 뼈오의 스킬이기도 했어서 익숙했지만.
나머지 것들은 생소했다.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내가 스킬도 없이 이런 걸 쓸 수 있을 리 만무하지.
그래서.
사실 약 3일 동안 누군가를 은근슬쩍 포섭해 놨다.
현시점에서 가장 도움받기 적합한 인물.
바로 실비아였다.
후르릅, 후르르릅!
지금 내가 끓여준 라면을 귀신 들린 듯 맛깔나게 면치기 하는 그녀.
“와 진짜! 너무 맛있잖아요.”
감동한 실비아의 눈망울이 흔들렸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 맛……! 어떻게 이런 음식이? 그래, 이건 혁명이에요!”
후릅! 후르르릅!
CF를 찍듯, 대사를 뱉어내며 손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정말.
어지간히 맛있나 보다.
그럴 수밖에.
단칸방 출신인 내가 다른 요리는 못해도 라면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끓이거든.
“천천히 드세요. 시간은 많으니까.”
“예, 옙! 감사해요.”
식욕(食慾)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다.
위대한 심리학자 매슬로(Maslow)가 가장 기초적 단계로 뽑을 정도로 꼭 필요한 밑바닥 욕구.
후루룩!
그 욕구를 충당시키듯, 실비아가 국물까지 깔끔히 비워냈다.
뚝배기 한 그릇.
올 클리어.
내가 싱긋 웃었다.
“맛있었어요?”
“예, 예. 정말요. 어쩜 매번 주시는 음식마다 이렇게 다채로운지. 어떻게 국수 면이 이처럼 꼬들꼬들할 수가 있는 거죠?”
“하하, 비슷해 보여도 미묘하게 다 다르죠.”
당연하다.
날마다 각각 다른 회사의 상품들을 선보였으니까.
“내일도 드릴까요? 이번엔 진짜 색다른데. 짜파X티라는 건데…… 취향에 맞으면, 진짜 맛있을 겁니다.”
“정말요?”
실비아가 눈을 반짝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요?”
내 말에 그녀가 흠칫 경계의 눈빛을 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에 F 클래스 학력평가 마법 있잖아요. 그것 좀 제 앞에서 보여주세요.”
“엥?”
실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왜요? 마탑의 교수로 지원하신 분이 그런 기초 마법도 못 하실 리는 없으실 테고…….”
“…….”
음.
그거 맞는데요?
“그냥, 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나는 짓고 있는 미소 그대로 입을 열었다.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어쩔 수 없는 거죠. 뭐, 아쉽지만 짜파X티는 다음에…….”
“자, 잠깐만요!”
실비아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뭐,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보여드리죠. 어디로 갈까요? 훈련장으로?”
이게 바로.
위대한 라면의 힘이었다.
* * *
마탑 23층, 훈련장.
덜컹!
실비아가 다가가니 돔형 캡슐의 문이 간단하게 열렸다.
어두컴컴해서 보이지 않는 내부.
그녀가 먼저 성큼성큼 들어섰다.
“뭐 하세요? 얼른 따라 들어오세요.”
“예.”
내부로 입장하자.
덜컹!
다시 문이 닫혔다.
[훈련방이 가동됩니다.] [현재 입장 인원수는 2인입니다.]위이잉!
소리와 함께 드러나는 광경은…….
‘오오.’
엄청나게 드넓은 백색의 공간이었다.
캡슐 안에서 어떻게 훈련하나 했더니, 이런 공간 마법 처리가 되어 있던 거구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시골 촌뜨기 같아 보였을까.
실비아가 미소 지었다.
“아, 교수님은 마탑이 처음이실 테니까. 이 훈련방도 처음 보실 수도 있겠네요.”
“예, 사실 뭐, 그렇죠……?”
“음, 여기가 편한 게. 사실 마법이란 게 점점 고위 마법으로 갈수록 그 파괴력이 엄청나잖아요? 예를 들어, 어스퀘이크나 블리자드 같은 경우는 도시 하나가 파괴되기도 하니까요.”
어스퀘이크?
블리자드?
말만 들어도 세 보이는 마법이다.
“근데 여기서는 아주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죠. 아예 공간을 분리해 놓아서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바깥에 타격이 안 가거든요.”
“오오, 그렇군요.”
예전 ‘고대 마법’(SSS급)을 만났을 때.
그 존재가 두 용 앞에서 사용하던 공간 분리 마법이랑 비슷한 건가?
“자, 약속했으니 바로 보여드릴게요.”
스으윽.
실비아가 왼손의 지팡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우우웅!
동시에 끌어올리는 마력.
“…….”
나 역시 태청심법을 발현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그녀가 기초 마법을 사용할 때 기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고 암기하는 것.
쿠구구구…….
실비아가 오른 손바닥을 폈다.
그 위로.
화르륵!
불줄기가 타오르며, 뭉치기 시작했다.
“먼저 파이어 볼부터 갈게요.”
뭉치고 뭉쳐서 압축된 불이.
후웅!
그녀의 손짓과 함께 허공을 부드럽게 유영했다.
목표는 전방 30m 정도 앞.
화륵, 화르륵!
불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이내.
콰가가강!
굉음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아아.
이게 ‘파이어 볼’이란 것이구나.
뼈오가 사용하는 것보다는 살짝 왜소한데?
‘그래도.’
그녀가 쓰는 기운의 흐름을 계속 느끼려 노력했다.
파괴력보다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니까.
“후.”
실비아가 가볍게 호흡을 내뱉었다.
“어때요, 됐나요?”
“예, 괜찮은데요?”
“다음은 워터 밤이에요.”
과연, 곧 죽어도 교수라는 걸까?
그녀는 파이어 볼부터 샌드 스톰까지.
네 가지 속성을 차례차례 보여줬다.
파이어 볼과 비슷하게 물 공을 만들어 수압으로 타격하는 워터 밤.
그리고 생명의 힘을 사용한 힐링.
마지막으로 모래 폭풍으로 상대의 시야를 막음과 동시에 지속 타격까지 하는 샌드 스톰까지.
“이게 마탑의 학생들이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마법들이에요. 보통 속성을 정해서 이것 중 하나를 배우죠. 이것조차 못하는 애들이 결국 F 클래스로 낙제하는 거예요.”
“…….”
“물론, 저번에 말했다시피 앤드루 그 학생은 좀 특이한 사례지만요.”
“…….”
“음? 훈 교수님?”
내가 대답 없이 상념에 빠져 있자, 그녀가 물어왔다.
내가 오른 손바닥을 폈다.
“잠시만요, 실비아.”
화르륵!
동시에 불을 지폈다.
“파이어 볼. 그거 다시 한번 보여줘 봐요.”
노인은 12시간을 채우고 들어간 상태다.
지금은 나 혼자 모든 것을 깨우쳐야 할 때.
“파이어 볼이요……?”
실비아가 다시금 지팡이를 들어 마법을 준비했다.
좋아.
기운을 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거란 말이지?
섀도우 셰퍼드도 그렇고.
예전부터 기운을 느끼는 훈련을 해왔던지라, 마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나름 쉬웠다.
나는 그것을 주술로 치환했다.
화륵, 화르륵!
실비아와 마찬가지로 불줄기가 손바닥 위에 마구 모여 뭉치긴 하는데.
화르르르르륵!
처음이라 어색해서 그런 걸까?
뭔가 모이는 힘이 통제가 안 된다.
“어, 어어?”
손바닥 위에서 점점 커지는 불덩이를 바라보며, 실비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흐익? 무, 무슨 파이어 볼이 저렇게 크지?”
놀란 그녀가 본인의 마법을 취소시켰다.
그러든 말든.
나는 계속해서 불줄기를 모아댔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4/7)’이 가동됩니다.] [화(火)의 정수, 효과를 얻습니다.] [불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와그작, 와그작!
무슨 불줄기들이.
좁은 공간에 어떻게든 뭉치려고, 압축되려고.
꾸덕꾸덕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주변이 뜨거워졌으며, 실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 지금 뭐 하시는……?!”
이제.
이걸 던지면 되나?
살짝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트득, 트드득!
안 된다.
여기서 더 버티다간, 손바닥 위에서 터질 것만 같다.
손에 땀이 축축이 젖었다.
마치 안전핀 뽑은 수류탄을 들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어, 어어어……. 이, 일단 빨리 던져요!”
실비아가 급하게 외칠 찰나.
“예, 잠시만요.”
후웅!
거대한 불공이 둔중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았고.
이내.
두콰가가가가!
거대한 폭발이 휘몰아쳤다.
끊임없이 압축되던 불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분출되는 광경!
“…….”
“…….”
실비아가 눈을 꾹 감았다.
휘이이잉!
폭발의 여파가 머리칼을 거세게 흔들었다.
그리고 점차 멎어 드는 진동.
“이게…….”
훈련방이었기에 망정이지.
바깥이었다면 분명.
바닥에 큼지막한 크레이터 하나는 낼법한 폭발력이었다.
“파이어 볼이라고요……?”
경악한 실비아의 물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