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2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23화
별천지 복귀 (2)
“일단, 길드 내부 모든 랭커들은 현재 원정에 나가 있는 상태입니다…….”
“드미르 기성품은 가격을 3,000만 원대로 올렸어요. 이게 2,000만 원대에 파니까…… 오히려 프리미엄 장사 하는 애들이 이윤을 남기더라고요? 그건 절대 못 참죠.”
후-
김진아의 입술에서 옅은 입김이 나왔다.
한 달의 부재 동안 있었던 대략적인 상황을 브리핑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사무적이면서도 딱딱했다.
“길드원은 랭커들 포함 총 100명으로 늘렸어요. 잡무 수행하는 직원들 말고 헌터들 숫자예요.”
“무릉도원 도시도 이제 좀 태가 드러나고요.”
“아, 그리고 헌터들은 S급 이상으로만 받기로 했어요.”
예는 갖추되.
서운함이 가득 담긴.
상사와 부하의 경계가 살짝 모호한 어투.
“흐음, 그래요?”
내가 호응하자.
“예.”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 비용을 최소화하고 알아서 척척 잘하는 검증된 베테랑들로만…… 소수 정예를 지향하는 거죠.”
“흠, S급들은 자존심이 세서 컨트롤하기 힘드실 텐데…… 그렇게 해서 성장한 길드가 없지 않나요?”
소위 말하는 TOP 3.
마왕군, 마탑, 천마신교.
그 셋도 소수 정예는 아니었다.
오히려 잠재력 높은 저등급 헌터들을 까다롭게 선별해 교육하고, 길드 입맛에 맞게 키우는 식이었다.
상위 길드 셋이 다 그런 방식을 차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그건 대다수 길드장이 진득하니 내부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김진아가 슬쩍 눈을 흘긴 것은 그때였다.
“……예?”
“어떤 길드장님은 맨날 언제 온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서,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전자에는 길드‘장’이라 했고.
후자에는 길드장‘님’이라 했다.
이 정도면 그냥 대놓고 삐친 상황.
목소리 역시 돌연히 뾰족했다.
“아하하하.”
이걸 어째야 하나.
사실 이해는 한다.
아무리 미리 말했다 해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기다리는 자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거니까.
“어쨌든, 자존심이 센 것은 대우로 해결해 주면 돼요.”
무릉도원의 정자 위.
나를 응시하던 그녀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정확히는 아직도 뚝딱뚝딱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를 바라봤다.
“요컨대 다른 길드보다 우리 길드가 훨씬 좋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면 되는 거죠. 그중 하나가 저거.”
“…….”
“드미르가 만들고 있는 도시죠.”
크.
확실히 멋있었다.
지구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을 법한 걸작.
저 큰 도시를.
소수의 인원만 써야 한다니.
‘아닌가?’
생각해 보니, 헌터를 제외한 직원들도 많을 테고.
또 저기에 입주할 주민.
입점할 상가, 매장, 직장 등등을 생각하면…….
‘어후.’
복잡해진다.
도시의 국적 하며.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등등.
아예 새로운 국가를 만든 느낌이 되는 건가?
이런 건 김진아가 알아서 잘하겠지.
내가 서운해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김진아 씨.”
“예, 길드 마스터님.”
“혹시 길드 자금 필요하세요?”
마탑으로부터 받은 계약서.
그것밖에 없었다.
* * *
돈.
대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대다수가 ‘돈’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진아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지, 진짜예요? 이 계약서?”
“그럼요.”
“그러니까 마탑에서 월 40억씩 돈을 지급해 주고, 길드 마스터님이 무언가를 해주는 만큼 추가로 20억씩 더 지급한다는 말이죠?”
“예, 뭐. 사실상 말이 20억이지 원하는 만큼 땅겨올 수 있을 겁니다.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요.”
아린이야 워낙 독서를 좋아하기에.
한 달 내내 해석만 시켜도 불만 없을 거다.
게다가 아린 말고.
그녀의 수하들도 있지 않던가.
“게다가 추가로 마탑은 별천지와 영원한 동맹……. 허어어, 말도 안 돼!”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탄했다.
“그거 아세요? 마탑은 지금껏 누군가와 동맹을 선언한 적이 없었어요.”
“음, 그건 또 몰랐는데요?”
“원래 영국 애들이 좀 도도하잖아요. 애초에 마법 관련된 것들 아니면 관심도 없는 애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으신 건지.”
그래.
내가 그런 애들을 잘 구워삶았다.
바로 마법으로.
쟤들이 마법을 상대로는 도도하지 못하거든.
“어쨌든! 이런 거 가져왔다고 완전히 화가 풀린 건 아니에요!”
“암요.”
내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엔 어느 정도 사라질지, 대충 예상해서라도 말해주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물론이죠. 어휴, 우리 부길마가 고생이 많네요.”
“알아주니 고맙네요. 아, 그리고.”
“예?”
“복귀하신 김에, 드미르 작업하는 곳 좀 가보세요. 근사한 선물이 마련되어 있을 거예요.”
“……?”
근사한 선물?
갑자기?
“가보시면 알 거예요.”
기분이 좀 풀렸는지.
김진아가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 *
깡! 까앙! 깡!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망치 내려치는 소리.
오랜만에 듣는 맑고 청량한 소리에 나는 새삼스레 설렘을 느꼈다.
그래.
그동안 바빠서 망치를 못 만졌었지.
힘차게 까앙, 까앙 내려칠 때의 그 끝내주는 손맛과.
온 신경을 집중해 몰입한 후, 마무리 지을 때의 그 성취감은…….
‘크, 중독과도 같지.’
그러고 보니, 슬슬 드미르 한정판도 제작해야 한다.
1호가 암살자를 위한 단검.
2호가 거병신(巨兵神)의 주먹.
각각 기소율과 장대웅에게로 갔는데.
또 3호를 만들어줘야 길드 운영비를 충당하지 않겠는가?
아마 그동안 입소문도 돌아서.
한정판만 나오길 각 잡고 대기하는 랭커들도 있을 터였다.
저벅, 저벅.
나는 수많은 단신 스켈레톤들의 작업 현장을 거닐었다.
이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나를 알아보고 묵례하는 자들도 있었고.
장인 정신으로 그저 몰입만 하는 자들도 있었다.
거의 구 드워프 도시, 타이탄을 보는 듯한 느낌.
외형은 스켈레톤이었지만, 이들은 이미 드워프 그 자체였다.
각자가 하나의 인격체였으며, 서로가 감정을 공유했다.
적어도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인!”
망치를 늘어뜨린 드미르가 쪼르르 달려왔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꼭 웰시코기가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김진아와 인사는 끝난 건가? 하하, 많이 삐친 걸로 보이던데!”
“뭐, 나름. 잘 얘기했지.”
“크하하, 그것 말고 또 무슨 얘기 안 하던가?”
“아, 뭐……. 근사한 선물이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던데.”
“어허! 그건 잠깐 기다리고. 우선 이것부터 한번 보게나!”
드미르가 뭐가 그렇게 신난 건지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쿠웅!
바닥을 발로 한번 굴렀다.
“여어, 바위 일족이여!”
드미르의 웅건한 외침에.
까앙거리던 망치질이 일제히 멈추었다.
안전 장비도 없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던 드워프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을 향했다.
“다들 하던 일 잠시 멈춰두고 작업부터 시작해 보세!”
삐걱! 삐그덕!
드미르의 명에 모든 스켈레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A급 스켈레톤 10구.
B급 스켈레톤 100구.
C급 스켈레톤 1,000구.
쿠구구구구!
도합 1,111구의 스켈레톤이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어허허! 오늘은 작업이 좀 빠른데?!”
“주인이 온 김에 보여주려나 보군. 우리의 멋진 모습을!”
“하하하, 그럼 어디 한번 망치질 좀 해 볼 까아?”
여기서 A급 스켈레톤들은 드미르처럼 말도 했다.
원래 「드미르 공방」에서 직접 판매를 맡았던 이들다웠다.
“주인.”
“응?”
드미르의 부름에 내가 답했다.
“이리로 한번 와보시게!”
드미르는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미완성 도시 내부.
어느 커다란 건물 내부였는데.
“헐.”
그 모습을 들여다본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멋지지 않나? 도시 중앙에 대형 공방을 만들었다네. 무려 1,000명이 넘는 드워프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야.”
“이런 걸 언제…….”
수많은 노와 간이용 모루, 급수용 수도 등등.
블랙스미싱에 필요한 모든 고급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심지어 사이사이에는 그 구하기 힘들다는 연금 대까지 놓여 있었고.
“저건 김진아, 그 처자가 제공해 줬다네. 나름 비싸다고 들었는데 거하게 투자했더군.”
그뿐만 아니라.
내부 디자인부터 조각상까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허허, 사실상 우리 집단을 상징하는 게 공방이라는 처자의 조언으로 신경 써서 지었다네. 자, 보겠는가? 우리가 기성품을 만드는 장면을.”
스윽.
드미르가 망치를 위로 치켜올렸다.
“바위의 일족들이여! 시작하게!”
삐걱!
까아앙!
까앙! 까아앙!
드미르의 외침에 맞춰, 뼈다귀들이 일제히 망치를 내려찍기 시작했다.
‘와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그래.
공장이 있다고 하면, 이런 게 공장이겠지.
“C급 아이들도 이제 B급 기성품 정도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네. 덕분에 매주 한 번씩 이렇게 작업하고 나머지는 다 도시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아아.
드미르.
이 녀석이 왜 이리 빛나 보이는 걸까?
도시를 구성하면서도 어떻게 끊임없이 기성품을 내다 팔 수 있다 했더니.
이런 식으로 몰아서 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리고 말일세, 주인.”
“응.”
“주인이 밖에서 성장하는 덕에, 나도 점점 옛 감각이 돌아오고 있어. 그 말은…… 하하, 이제 주인 도움 없어도 근사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지.”
“호오? 이제 혼자서 S급 무기를 만든다는 말이야?”
“저번에 만들었던 무기 정도의 성능이라면 문제없을걸세.”
“오오.”
내가 감탄했다.
희소식이었다.
굳이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S급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정말 진정한 공장화가 되었다는 뜻이니까.
“끌끌, 나는 행복하다네, 주인.”
까앙! 까앙!
드미르가 다 같이 합을 맞추어 망치질하는 스켈레톤들을 둘러보았다.
“거대마룡이라는 존재 때문에, 맞지도 않는 전쟁만을 일삼았던 저들에게…… 주인은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었어. 진정한 대장장이로 살 수 있게 해주었지.”
무언가.
명을 받들어 무기를 만들고 있음에도.
표정 하나 없는 망치질임에도.
행복.
그 감정이 느껴졌다.
창작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느껴졌다.
과연, 드워프는 죽어도 드워프라는 것일까?
“고맙네, 주인.”
까앙! 까앙!
시끄러운 망치질 속에서, 드미르가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어서.”
* * *
한껏 망치질하는 공방을 나와.
드미르와 단둘이 이동한 곳은 바로 도시에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가건물이었다.
“기억하는가? 주인이 말했었지.”
옥상에 올라선 드미르가 건너편 정경을 가리켰다.
“여긴…….”
“각 뼈다귀,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훈련장을 만들고 싶다고. 저기를 보게.”
보였다.
커다란 도시 뒤편.
바둑판 모양으로.
총 9칸으로 정확히 나뉜 구역이.
하나의 구역이 적어도 1,000평 이상 되어 보였고, 또 구역마다 여러 건물이 올라 있었다.
즉, 시야가 안 보이는 곳에.
내 스켈레톤을 위한 훈련장만 도시급 이상으로 건설되고 있었던 것이다.
“뼈일부터 뼈십까지. 그리고 우리 바위 일족을 제외한 훈련장일세. 우리야 뭐, 방금 본 공방이 훈련장이니 그쪽에 있으면 되는 거니까.”
“……이건 대단한데?”
솔직히 좀 놀라웠다.
훈련장 내부에 지어진 건물이 어떤 용도이고 어떤 컨셉일지는 이따가 더 자세히 봐야겠지만.
지금 보이는 정경만으로도 나는 감동이었다.
왜냐.
나는 훈련에 진심이니까.
또한 그걸 떠나서 지어진 건물 자체가 멋있었으니까.
뼈일이의 구역으로 보이는 곳에는 커다란 스켈레톤이 검을 들고 웅장하게 서 있는 대형 동상이 있었다.
또한, 다나의 구역엔 뼈다귀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런 식으로.
컨셉별로 모든 구역 중앙에 서 있는 동상들은.
‘멋있잖아.’
내 심장을 마구마구 나대게 했다.
“흐흐, 이게 바로 주인을 위한 근사한 선물일세. 마음에 드는가?”
“마음에 들다마다.”
어쩜.
내 맘을 이렇게 잘 아는 걸까?
“주인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만큼, 우리도 주인에게 해주고 싶은 걸 해줬을 뿐이네.”
“직접 가서 봐도 돼?”
“물론이지! 어서 가보게! 그리고 부족한 거나 추가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이 망치 하나면 금방 뚝딱이니.”
과연.
오랜만에 만난 드미르는.
아주 믿음직스러운 듬직한 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