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4)
고대 사막 (4)
어느 사막에 폭풍이 불었다.
괴물…… 아니, 같은 인간이기를 거부당한 존재는 마침내 깨달았다.
살기 위해서,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후웅!
창을 휘둘렀다.
끊임없이 휘둘렀다.
시끄럽게 조잘대는 입에는 날붙이를 박아넣었고, 주제를 모르는 혀는 잡아 찢었다.
피가 튀었고, 장기가 쏟아졌다.
폭력을 휘두를수록.
살육을 행할수록.
조잘거림이 사라져 갔다.
조용해져 갔다.
‘아아.’
아이는 만족했다.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다 생각했다.
이 사막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죽이면,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악의(惡意)도 사라지는 것이다.
‘너희들이 먼저 괴롭힌 거야.’
‘너희들이 날 배척한 거니, 거칠어도 원망하지 마.’
푸드득!
등 뒤에 달린 시커먼 날개가 흥분한 듯 움찔거렸다.
그렇게 아이는 점점 살육에 취해갔다.
자연스럽게 인간들을 사냥하면서, 전투 기술 역시 발전해 갔다.
동네에서 도시, 도시에서 왕국, 왕국에서 제국까지.
사냥 범위를 넓힐수록, 창은 더욱 유려하고 날카롭게 움직였다.
창에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고-
인간들은 그것을 창기(槍氣)라 불렀다.
무기에 서린 기운은 자신이 염원했던 무언가를 품는 것.
아이는 날붙이에 자신이 처음 태어날 당시 목격했던 광경을 담았다. 풍경을 담았다.
시야를 잃던 날.
하늘에 쨍쨍하게 떠 있던 해를.
해를 품은 창!
태양이 서린 창은 인간을 징벌했다.
상대를 태우고 찌르고 꿰뚫었다.
‘참, 웃긴단 말이야.’
아이는 웃겼다.
왜냐?
상대를 죽이면 죽일수록, 자신을 향한 원망과 악의가 커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상식적이지 못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괴상해서,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져갔다.
오히려 동경과 흠모로 바뀌었다.
공포와 경외로 바뀌었다.
마치 더 괴롭혀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멍청한 것들.’
포악한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을 숭배하며, 같은 동족을 학살하는 자들도 생겼다.
“…….”
태양창.
어느 순간부터 아이에게 붙여진 이명.
“태양창이시여!”
“사막 제국이 낳은 위대한 영웅이자 전사시여! 그대를 따르겠습니다!”
“가여운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구원해 주소서!”
아이는 그러한 인간들을 받아들였다.
저들을 이끌려고? 구원하려고?
천만의 말씀!
아이는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란 본성이 흉악해서, 폭력이 아니면 구제할 수 없다.
모래사막의 생태계를 되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죽음.’
아이는 사막 제국을 통치해, 모든 인간을 멸종시키고자 했다.
인간이 모두 죽으면.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태어나자마자 삶을 부정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창을 들어라!’
태양창의 교도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저주에 걸린 이교도들처럼 광기가 서려 있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무자비하게 동족을 학살하라! 메마른 태양처럼 불살라 버려라!’
아이는 인간들이 말했던 것처럼 괴물이 되었다.
[스킬, ‘기억 재현’(S급)을 종료합니다.]* * *
파아앗!
기이하면서 어두운 공간 속.
내부 구조를 보았을 때, 피라미드 최상위층처럼 삼각으로 각진 곳에서.
[‘태양창’이 당신을 응시합니다.]한 존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쳐다보지는 못했다.
눈이 흉측하게 파여 있었으니까.
‘저놈이 태양창…….’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이 지닌 시커먼 날개에서 품어지는 존재감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거 B급 맞아?’
비록 B급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도가 지나쳤다.
기억 재현 스킬의 발동도 그렇고, 저 강렬한 압박도 그렇고.
‘거의 만술 노인 때랑 비슷하잖아?’
녀석의 입이 벌어진 것은 그때였다.
“더럽고 흉악한 인간.”
그것은 지독한 살기를 뿜어댔다.
그의 인간을 향한 원초적인 악의와 원망이 내 심장을 차갑게 찔러댔다.
“너 역시 나를 부정하기 위해 온 것이더냐?”
후우웅!
그가 잡고 있는 ‘창’이 번쩍였다.
마치 뜨거운 태양에 삼켜지는 느낌이었다.
“……!”
감히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경이로운 공격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떴다.
‘지나쳤어?’
분명 나를 향해 휘둘렀던 창이 왼쪽으로 빗겨 있었다.
마치 내가 본능적으로 피하기라도 한 것처럼.
머릿속에 의아함이 가득 찰 찰나.
“쯧쯧, 정신 차리지 못하겠느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놀랍게도.
등 뒤에는 만술 노인이 서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노인이 내 소매를 잡고 피해낸 것이다.
“어떻게?”
당황스러웠다.
분명 내 기력은 0.
스켈레톤도, 노인도 소환할 여력이 안 되는데?
“……감히 내 공격을 피했어?”
태양창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겼다.
“고작 인간 따위가 수백 년 동안 사막 제국을 호령했던 내 창술을 받아낼 수 있을 듯싶으냐!”
동시에 다시 한번 태양이 번쩍였다.
하지만.
[‘만술의 달인’이 스킬, 앱솔루트 실드(Lv.MaX)를 사용합니다.]우우웅!
부드럽게 둘러싼 기운이 태양창의 창을 마주했다.
콰아앙!
엄청난 물리력에 나는 그대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
등과 갈비뼈에 통증이 몰려왔다.
“으읏!”
노인이 스킬을 사용했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대로 즉사할 뻔했다.
“쯧쯧, 멍청한 놈.”
“어르신?”
“제자라는 놈이 허상과 실재도 구별하지 못하느냐?”
“허상과…… 실재…….”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동시에 내 몸을 내려다봤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투명해진 몸.
노인과 같은 유령의 모습이었다.
그 말은.
“실재는 아니겠네요.”
“그래, 녀석아. 이곳은 네 정신 속이다. 기절해 있는 네게 저 태양창이라는 아해가 침입한 게지.”
예전에 노인이 말한 적 있었다.
나와 노인은 정신으로 이어져 있어서, 고통을 주는 데 문제가 없다고.
그렇기에 기력도 없이 나타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쯧, 이제야 정신 좀 차린 표정이구나.”
노인이 웃었다.
그러고는 태양창을 바라봤다.
“저놈.”
“예?”
“아직은 네 상대가 아니야.”
“예.”
알고 있었다.
저 괴물의 기억을 읽었으니까.
수만, 아니, 수십만의 인간을 학살했던 괴물.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한’을 가졌는지도 이해했다.
하지만 그뿐.
동정심이 들지는 않았다.
인간 입장에서 저것은 괴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이번엔 잠깐 뒤로 물러나 있으려무나.”
스릉!
노인이 무기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런 노인의 몸에서는 엄청난 투기가 흘러나왔다.
“한 세계를 통치했던 괴물이라. 재밌구나, 재밌어.”
노인은 지금껏 한 번도 짓지 않았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굉장히 흥미롭다는 표정.
“역시, 네놈을 제자로 선택한 건 잘한 일이었다.”
수백 년간 적대가 없었던 이세계의 절대자가.
또 다른 세계의 절대자에 호기심을 가진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나는 괜히 물었다.
왜냐.
저 괴물에게 느껴지는 기운 역시 만만치 않거든.
내 물음에 노인이 픽 웃었다.
“괜찮겠냐고? 뭐, 확실히 대단한 창술이긴 해. 나보다 수배는 강할 정도니까.”
“헉, 그 정도입니까?”
“이놈아. 만술의 힘을 뭐로 보는 게냐? 창술만 봤을 때 그렇단 얘기지. 종합적으로 봤을 땐 내 한참 아래다.”
노인의 창술은 만술 중 고작 하나의 술(術).
노인은 그런 술을 만 개나 가지고 있다.
그 만 개의 술이 이어지고 이어져 시너지를 얻고 증폭했을 때.
진정한 만술(萬術)이 탄생하는 것이다.
“허허허, 어쨌든 흥분되는구나. 그렇게 찾아 헤매던 유희 거리를 죽어서야 찾게 되다니! 내 어찌 이런 기회를 놓칠쏘냐!”
노인의 투기가 태양창에게 닿았다.
“강하군. 한계를 초월한 인간인가?”
분노하던 태양창 역시 위기감을 느꼈을까?
노인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거.’
나는 침을 삼켰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만술의 달인’이 ‘태양창’을 응시합니다.] [‘태양창’이 ‘만술의 달인’을 응시합니다.]두 절대자의 숨 막히는 대치가 시작됐다.
쿠구구구.
공간이 흔들렸다.
천장에서는 모래가 흘러내렸고, 바닥에 널린 돌조각들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어르신, 이겨라!’
응원하는 것뿐.
나는 노인의 실드를 두른 채, 구석으로 이동했다.
* * *
콰가가가!
쾅! 쾅! 쾅!
공기가 찢어지고, 공간이 무너졌다.
피라미드라는 구역은 두 절대자의 충돌을 견딜 수 없었다.
“인간 주제에 내 원한을 알기나 하느냐?”
“네놈의 과거는 관심 없다! 나는 그저 나를 감당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할 뿐.”
수백 합.
부딪히는 소리에 고막이 먹먹해질 때까지.
둘은 싸웠다.
한 절대자는 자신의 원망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고.
또 하나의 절대자는 그저 싸움만을 추구했다.
“으아아아아!”
괴물이 울부짖었다.
“나는 그저 살고 싶었다! 세상을 직시하고 싶었다! 뜨거운 태양과 따듯한 모래, 그리고 울창한 수풀을 시야에 담고 싶었다.”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노인의 공격을 튕겨냈다.
“하나, 너희 인간들은 내 권한을 무참히 앗아갔다. 권리를 속박했다. 이유도 없이 내 눈을 파냈다!”
태양창.
목소리의 주인의 외침은 절절했다.
아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살기에 피부가 저릿저릿했다.
“그렇기에 나는 사막의 인간들을 학살했다! 창을 다루는 교도들을 통해 한 세계를 정복했다!”
“…….”
“내가 겪었던 고통을 너희도 알아야 하니까! 나만 억울하게 당할 수 없으니까!”
얼굴을 구긴 노인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지독한 한이로구나.”
노인이 중얼거렸다.
“인정한다. 내가 가졌던 한은 우스울 정도로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승기는 이미 노인에게 기울어가고 있었다.
저들에 비하면 생초보인 내가 느낄 정도로.
태양창은 위태로워 보였다.
“하나, 그뿐이다. 한으로만 이길 수 있으면, 억울한 놈이 가장 강한 놈 아니겠느냐?”
노인이 이번엔 활을 들었다.
끼이이…….
시위를 당겼을 뿐인데, 주변에 수백 개의 마법 화살이 생성됐다.
누가 봐도 경이로운 스킬임에도.
태양창의 기세는 죽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인간을 죽였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 것일까?
창을 제쳐 들고 달려들었다.
“…….”
나는 말 없이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런데 가슴 한편이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었다.
왠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
‘이 던전의 난이도는 B급이야.’
비록 B급 던전을 체험해 본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빡세진 않다.
변형돼서 그런 건가?
머리가 팽그르르 굴러갔다.
‘그러고 보니.’
던전에 입장했을 때, 이런 메시지도 떴었지.
[해당 던전과 헌터 주동훈의 직업 연관성을 발견합니다.]내 직업과 연관성 있는 스테이지.
뭘까.
도대체 뭐가 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걸까?
그렇게 몇 분 동안 끙끙대고 있을 때였다.
“아?”
문득, 뇌리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망자, 창, 스켈레톤.
그리고 나와 관련된 것.
“설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고 보니, 노인과 맞서 싸우는 태양창의 모습이.
내가 3년 이상 봐왔던 누군가와도 굉장히 비슷했다.
“설마 저놈…….”
체형을 오버랩해 봐도 역시…… 똑같았다.
“뼈이야……?”
내 물음에 반응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띠링!] [스테이지 : 태양창의 한] [난이도 : 측정불가] [인간을 향한 ‘태양창’의 원망이 하늘을 뚫을 정도입니다.] [태양창을 굴복시켜 ‘뼈다귀2’의 진정한 각성을 이뤄내세요.]‘측정 불가!’
미친 난이도.
그리고 ‘뼈다귀2’의 진정한 각성을 이뤄내는 오직 나만을 위한 스테이지.
아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동시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어르신.”
저벅.
나는 걸음을 옮겼다.
두 절대자의 영역을 향해.
“뭐 하는 게냐?”
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서라, 네놈이 나서면 위험하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직 저놈은 네 상대가 아니야.”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이 말했죠. 이곳은 제 정신 속이라고.”
“……그랬지?”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
내 직업 퀘인데.
노인이 없으면 깰 수도 없다는 게 말이야 방구야.
“저 아이를 보세요.”
난 태양창을 가리켰다.
검은 독수리 날개와 검게 파인 눈.
아이였을 때와 달리 제법 자란 성체의 몸.
누가 봐도 오싹할 정도의 형체.
‘하지만.’
뼈이의 전생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안타깝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냥 몬스터였으면 아무런 감정이 안 들었을 텐데.
‘내 새끼라 그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녀석이 느꼈을 고통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다.
“녀석은 그냥 힘들었던 거예요. 한을 털어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쩌려는 게냐.”
“이곳은 저의 정신 속이니…… 제가 받아낼 거예요. 저 한이 전부 소모되도록. 제풀에 지쳐 굴복하도록.”
“…….”
날 만류하려던 노인이 멈칫했다.
“녀석은 제 소환수입니다. 제 새끼입니다. 녀석의 한이 무엇이든. 제가 감당하지 못하는데, 어찌 녀석을 다룰 수 있겠습니까?”
“…….”
“그래요, 이건 처음부터 어르신의 스테이지가 아니라 제 스테이지였습니다.”
저벅, 저벅.
나는 계속 걸어 나갔다.
오직 노인만을 향하던 태양창의 시선이.
그제야 나를 향했다.
[‘태양창’이 응시합니다.]“……!”
엄청난 살기와 압박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런데도 난 묵묵히 걸어 나갔다.
녀석, 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