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4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2화
네게 필요한 건 내 인정뿐이어야 한다
설렘.
거진 100여 년 만에 다시 발을 든 무각의 얼굴에는 분명 설렘이 가득했다.
“주인.”
그가 사방을 둘러봤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저 존재들이 어떠한 자들인지, 무각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들은 아마…… 내 후세대에 사도가 된 자들일 거다. 말도 안 되는 경쟁률을 뚫고 중앙에 도착한 자들. 하지만.”
후웅!
무각의 발이 본격적으로 뻗어졌다.
“저들이 투신의 사도가 될 수 있었던 건, 그 자리에 내가 없었기 때문이지.”
나를 가르칠 때 사용하던 것이 아닌.
진짜 싸울 때 사용하는 실전적인 각술!
콰가가가강!
무각이 달려들었다.
발을 올렸고.
내려찍었다.
「찍는다.」
지금까지 무각이 보이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설픈 주먹질 따위가 아니었다.
정확하고 빨랐다.
그야말로 완벽한 발차기.
“동시대에 나를 만났다면, 절대 사도가 되지 못했을 거다.”
파바바박!
허공에서 행해지는 돌려차기가 괴수들의 복부를 연달아 타격했다.
– 크르…?
– 으음?
회색 괴수들이 움찔하며 물러섰다.
몇몇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저자는….
– 1세대…! 1세대 무각이구나…!
– 오호? 무각?
– 그 무각과 진권의 무각?
– 들어본 적 있다. 우리 세대 때도 그 이름은 전설이었지….
무각을 알아보는 사도들.
그들의 눈빛에 물든 감정은 바로 호승심이었다.
–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 됐어!
– 과연, 투신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신 것일까…?
– 싸우자…! 싸워보자!
“후우.”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발을 든 무각의 기세는 엄청났지만, 태청심법이 말해줬다.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아니, 태청심법까지 가기 전에.
“……무각, 저 아이의 힘으로는 저기 괴물들 두 마리밖에 상대 못 해.”
노인이 정확히 파악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네놈 힘으로는…… 으음, 한 마리도 겨우 비벼볼 만하겠구나. 이건 확실히 승산이 없다.”
‘승산이 없긴요.’
우리가 세 마리 상대 가능한데 여섯 마리인 거면, 고작 2배 정도 어려운 거잖아?
‘말 그대로 진짜 고작이네.’
용을 봉인하고, 델라일라의 최고난도 시련을 연달아 격파했던 나에게.
이 정도는 시련이라 생각되지도 않았다.
‘어차피 예상했잖아?’
매개체 던전이 엄청 어려울 것이란 것 정도는.
– 크크, 어딜 정신 팔고 있는 거냐…!
무각에게 달려들던 회색 괴수 한 마리가 나에게 방향을 튼 것은 그때였다.
‘이놈들을 잡으려면…… 주먹으로 격의 차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했지?’
내가 주먹을 휘둘러 달려오는 녀석을 쳐내려는 순간.
파밧!
“……!”
녀석이 미꾸라지처럼 바람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피함과 동시에 곧바로 내 복부에 녀석의 정강이가 꽂혔다.
퍼어억!
“크흡!”
제법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제길.’
확실히 빠른데?
나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역시 강하다.’
지구에서 봤을 때도 강하다 생각했지만.
투신이라는 성좌가 전 우주의 싸움귀를 불러 모아 그중 최강자가 된 존재들인데, 약할 리가 없었다.
– 고통에 익숙해 보이는구나…! 하긴, 싸움에는 늘 고통이 따르는 법이지…!
스윽.
녀석의 발차기를 맞고, 허공에 붕 떠 있는 나에게.
콰가가가!
다시 한번 녀석의 주먹세례가 쏟아졌다.
‘빌어먹을.’
피하거나 막아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보인다.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카덴을 소환할 수도 없고.’
녀석들의 특성상, 내 육체가 아닌 소환술을 통해 싸우게 되면 끝없이 회복하게 된다.
투신인지, 뭔지.
뭔 빌어먹을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저들을 맨몸으로 상대해야만 했다.
‘아니.’
황당했다.
그럴 거면 권신(拳神)이나 각신(脚神)으로 하든가.
아니, 몸이니까 체신(體神)인가?
뭐든 투신보단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긴 했다.
“이놈아! 정신 차리고 얼른 가드를 올리거라! 아무리 고통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처맞으면 몸에 무리 가!”
‘예.’
그렇지.
저런 건 맞으면 큰일이지.
“흐읍!”
나는 호흡을 들이마시며, 눈을 부릅떴다.
녀석의 공격을 읽으려 노력하며, 몸 내부로부터 한껏 기운을 끌어올렸다.
‘막거나 피할 수 없으면.’
그냥 같이 공격한다.
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이놈이?”
지켜보던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뭘, 어쩌려고 그러는 게냐. 설마 맞부딪치려는 게냐? 저놈은 무각이랑 다르다! 진심으로 널 해하려 들 거야!”
노인이 걱정스럽다는 듯 외쳤지만, 이제는 무를 수 없다.
이미 놈의 공격은 가까워졌고, 나도 몸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
이제는.
내가 가진 최고의 한 수를 보여줘야 할 때.
“흐아아압!”
나는 빠르게 끌어올려 응축시킨 기운을 회색 괴수를 향해 뻗었다.
“마, 이게 바로 독섬이다!”
콰아아아아아!
내 손에서 응축된 기운이 전방으로 폭사했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동시에.
번쩍!
쏟아내던 녀석의 주먹이 멈췄다.
아니, 멈췄다기보다는 사라져 버렸다.
독에 완전히 녹아버린 셈.
‘원래는 창에 담아 쓰긴 했는데.’
창이나, 검이나, 손이나.
어차피 만술을 쓰는 나에겐 거기서 거기!
– 크르…? 이건….
– 독인가?
푸드드득!
그리고 이내.
녀석의 어깨에서 다시 팔이 돋아났다.
– 비겁하군.
– 인정할 수 없다, 독은.
“제기랄.”
뭐, 저딴 사기캐가?
본인이 굴복하지 않으면 무조건 회복할 수 있는 괴수라니.
이건 너무하잖아?
콰가가강!
“음?”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상황을 보아하니, 괴수 하나가 무각을 발로 차 밀어낸 것!
그 힘에 그대로 튕겨 나간 무각이 그대로 땅을 갈아버리며, 기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쿠구구구…….
흔들리는 땅과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주인.”
자빠진 무각이 허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 혼자 다섯은 무리다.”
“제길, 알고 있어.”
어쩌지?
이걸 어찌해야 하지?
하늘을 바라보니, 정수 나으리들은 아직도 열심히 토론 중이시다.
[금(金)의 정수가 반대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어차피 시간은 무한하고, 대안은 많다고 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굳이 벌레 하나에 목멜 필요 없다 합니다.] [목(木)의 정수가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영원히 이 자리에 머물 것이라 경고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아직도 10초에 한 번꼴로 상태창이 떠오르는 중이었다.
“젠장, 뭐든 결론 좀 빨리 내주던가요.”
[화(火)의 정수가 기다려보라 말합니다.] [화(火)의 정수가 고민 중입니다.]참.
끝도 없겠네.
아주 그놈의 고민 하다가, 이미 황천길로 떠나고 없겠어.
‘이건.’
내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건 정수에게 기대면 안 된다.
활로(活路)는 내가 찾아야 한다.
애초에 노인이 내 수준 보고 애매하다고 말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으니까.
‘어쩌냐.’
생각하자.
생각해라, 주동훈.
콰가가강!
회색 괴수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무각을 두들겨 패고 있다.
몰매.
은어로 다구리.
아무리 강한 무각이라 해도, 이대로 가다간 죽을 거다.
‘잠깐?’
죽어?
죽는다고?
뇌리에 어떠한 발상이 스친 것은 그때였다.
“여, 무각!”
스슷!
내가 회색 괴수의 주먹을 그림자를 밟아 피하며 외쳤다.
“말해라, 주인!”
“저놈들 회복되는 거! 메커니즘이 뭐냐!”
“메커니즘?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저 빌어먹을 망령 새끼들! 회복되는 원리가 뭐냐고! 네가 말했지! 무기를 사용하면 회복하게 된다고. 저들을 진정으로 굴복시켜야 소멸시킬 수 있다고!”
“그랬었지!”
“그러니까! 전자냐, 후자냐! 회복하는 게 무기 때문이야? 아니면 진정으로 굴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건.”
콰가가강!
무각의 발차기가 동시에 회색 괴수들을 밀어내고, 하늘로 솟구쳤다.
“후자다! 무기 때문이 아냐. 어차피 이곳에선 투신의 힘 때문에 무기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지 않나!”
“아, 맞네?”
그러고 보니, 저번엔 지구 기준으로 말했던 거구나?
“무기고 나발이고. 저들을 진정으로 굴복시켜야 회복을 멈추는 거다!”
“……그래?”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 한 가지.
살짝 도박 수이긴 했지만.
두근!
뛰는 내 심장이 이 방식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건 제법 믿을 만하다는 소리 아닌가?
“무각!”
“왜, 무슨 방도가 있나?!”
“혹시 네가 망령이 되는 건 어때?!”
“……뭐라고?”
열심히 싸우던 무각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보고 망령이 되라고?”
“죽어서 망령이 되면, 이 상황에서 무적이 될 수 있잖아!”
일단, 망령이 된다.
그다음 다구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게 무적이 되는 방법 아닐까?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회복할 테니까.
“아니.”
무각이 고개를 저었다.
“망령에게 남은 것은 투지뿐. 망령이 되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잃는다. 차라리 망령보다는 사도가 되는 게 나아.”
“……사도?”
“주인도 알고 있지 않나! 내게 사도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
사도면, 망령보다 한 단계, 위잖아? 좋은 거 아닌가?
근데.
“사도면 투신의 권속이 되는 거 아냐……?”
“딱히 그렇진 않다. 주인도 지구라는 곳에서 사도를 보지 않았나. 사도는 그저 투신의 인정을 받은 것일 뿐, 싸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원하면 투신과도 맞짱 깔 수 있지. 아마 저기 여섯 놈들은 진짜 싸움에 미쳐서 투신에게 덤볐을 거다. 그래서 권속이 된 것일 테고.”
그러니까.
투신 세계나 사도가 된 이후나 법칙은 똑같다는 거지?
이기면 모든 것을 가지는 것.
“주인.”
“왜!”
“주인이 원하면 당장 사도가 되겠다! 주먹으로 사도가 되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이번에 보니, 알겠다. 역시 난 발이 맞아!”
무각이 씁쓸하게 웃으며 외쳤다.
사도가 된다라.
“하아.”
다 좋다.
다 좋은데.
주먹으로 투신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녀석의 꿈을 고작 위기 때문에 짓밟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
잠깐의 고민.
고민은 짧았다.
“아니.”
역시, 그럴 필요 없어.
“투신의 인정 따위 받을 필요 없다. 무각.”
너에게 필요한 건 내 인정뿐이어야 한다.
내가 네 주인이니까.
우우웅!
나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다나.”
후두두둑!
내 부름과 동시에 힐러, 다나가 등장했다.
“부르셨나요, 마스터?”
“지금부터 나와 무각을 성심성의껏 힐링해라!”
“주인?”
무각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마주 보며 씩 웃어줬다.
“잠깐 꼼수 좀 생각해 봤는데, 생각해 보니, 굳이 회복 능력 때문에 사도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회복 정도는 빵빵하게 지원해 줄 수 있거든.”
“다만, 그리하면 저 사도들을 처리할 수 없게…….”
“그러니까.”
내가 말을 끊었다.
“이제부터 회복하면서 무한 훈련 해야지.”
회복 따위 없어도, 저놈들 모두를 처바를 수 있게 될 때까지.
* * *
쌀쌀한 11월, 초겨울의 지구.
어느 지하 깊은 곳에서.
음침하게 생긴 남자가 미소 지었다.
“…….”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린 그는 지하 굴을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하이 랭커급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그는 다름 아닌, 자칸이었다
닉 자칸(Nick Jakan).
이명 헬 하운드.
과거 암영단(暗影斷)을 이끌던 자.
그는 과거 고재영이란 암살자의 보고를 받고, 주동훈의 기연을 채가려다가, 서울 오성(五星)의 명궁과 싸웠다.
그리고 재빨리 도주했었지.
“크흐. 빌어먹을 놈들.”
닉 자칸은 그날을 떠올렸다.
세계 랭킹 92위에서 90위로 올라선 지금에도.
그때의 치욕을 잊지 못했다.
‘주동훈, 그때 그놈이 가졌던 기연.’
스릅.
자칸이 입술로 혀를 핥았다.
그게 뭐길래.
도대체 어떤 기연이었길래.
비랭커였던 자가 단숨에 하이 랭커가 되었을까?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높은 랭크에 오르지 않았던가.
‘운 좋은 놈.’
닉 자칸은 별명이 헬 하운드다.
즉, 한 번 물어버린 대상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때문에, 도주한 이후로 약 1년 이상을 주동훈만 조사했다.
그의 성장과 집단의 창설, 러시아 사태부터 부다페스트 사태까지.
모든 자료를 모아 밀실에 정리했다.
왜냐?
‘복수해야지.’
자칸은 부하에게 보고를 받은 그 당시부터.
그 기연을 이미 자신 거라 생각했다.
본래 자신이 뺏어갔어야 할 기연을 운 좋은 그놈이 아직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복수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일단 주동훈 자체가 본인보다 높은 등수로 올라섰으며.
뇌명, 명궁, 광전사, 소피아 등등.
그를 좋아하는 하이 랭커들도 즐비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찰나.
모종의 루트를 통해, 한 존재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칼리페나.’
세계 랭킹 12위의 악당으로.
바다의 여신(Doris)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여자.
암흑세계에서 홀로 꽤 성장한 집단을 털고 다니는 거로 유명한 헌터였다.
‘하필 그녀가 필요한 아이템을 그가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지.’
확실히.
그녀의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비벼볼 만했다.
‘게다가.’
지금은 주동훈도 행방불명 아니던가?
그놈에게 한 방 먹임과 동시에, 막대한 자본을 훔칠 수 있는 방법.
바로.
별천지(別天地)를 치는 것.
“크크크.”
자칸의 입가에 즐거움이 묻어났다.
실로 1년 만에 지어보는 흥겨운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