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4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3화
무진
콰가가강!
사도들의 주먹과 발이 쏟아졌고, 나와 무각의 살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 위로.
“제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마스터를 해할 수 없어요.”
[‘다나’가 스킬, 상급 힐링(Lv.5)을 사용합니다.]우우웅!
다나가 내뿜는 성스러운 빛이 쏟아졌다.
오직 나와 무각에게만 집중되는 힐링.
“과연……. 발상의 전환이로다, 주인!”
퍼버버벅!
어느덧 회복한 무각의 각술이 시작됐다.
차고, 밀고, 찍고.
간단해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그의 단단한 상체에는 이미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
“본인들은 다굴 치는 주제에 정정당당을 논하는 저 치사한 새끼들을 이용해 훈련할 생각을 하다니! 하하하!”
녀석이 호탕하게 웃으며 발을 사용했다.
아니, 발만 사용한 건 아니었다.
후웅, 퍼어억!
녀석은 발에 주먹을 섞기 시작했다.
노인이 열심히 가르쳤던 권신의 정수를.
“그렇다면 나 역시 주먹을 쓰겠다! 차라리 잘되었어! 지금껏 만났던 놈들은 하나같이 시시해서 내 부족함이 뭔지 판단이 잘 안 됐었거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무각이 신나게 뛰놀았다.
‘나도.’
주먹을 꽉 쥐었다.
나 역시 각술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후웅!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고, 주먹을 내질렀으며.
그 공격에 연계하여.
퍼어억!
무각의 움직임을 따라 발길질을 했다.
“좋구나.”
지켜보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네 녀석보다 훨씬 수준이 높고 수도 많다. 이 기회에 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딪혀 보거라.”
내 심장에 있는 독무(毒霧)?
사용하지 않는다.
신살(神殺)급 무기?
어차피 사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직도 열띤 토론 중이시다.
이제는 정말 내 온몸으로 부딪혀야 할 때.
콰가강! 콰가가강!
계속해서 쏟아지는 사도들의 공격에.
뼈가 부서지고,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흐아아압!”
나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집중했다.
뇌리에 무각의 발차기를 떠올리려 노력했고.
머리에 새겼던 노인의 가르침을 꺼내려 노력했다.
‘할 수 있어.’
익숙했다.
감당할 수 없는 역경 속에서, 버티는 것.
델라일라의 시련에서도 많이 해보지 않았던가!
“후아, 후하!”
연달아 호흡을 내뱉었다.
주먹을 내지르고, 발을 찼다.
그러면서 찬찬히 느꼈다.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기를 어떻게 운용해야 효율적일지 몸으로 느끼며 익혔다.
‘먼저 발차기.’
발차기의 위력은 주먹의 힘을 훨씬 상회한다.
팔보다 길어서 동선이 더 큰 것도 있고, 체중을 싣기도 용이하기 때문.
그렇기에 페이크 모션이 힘들기도 하고, 맞추지 못하면 빈틈도 더욱 크다.
후웅, 후웅! 퍽!
처음엔 몇 번 헛발질 하던 게, 간간이 녀석들의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 방, 두 방, 세 방.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숙련도가 쑥쑥 올라가 능숙해졌다.
맞추지 못할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다 보니, 절로 거리감이 잡히는 것이다.
“허어? 호오오!”
지켜보던 노인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네놈은 실전이 답인가 보다. 확실히 훈련 때보다 움직임이 더 낫구나. 어설프던 발차기가 점점 형태를 갖춰가고 있어. 가면 갈수록 거리감이 정교해지고, 또 정확한 힘과 기운을 싣고 있으니, 좋구나!”
어느 정도 발차기가 익숙해지자, 다시 주먹을 움직였다.
자칭 권신(拳神)의 주먹에는 특정한 초식이나 형 같은 것이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몸 흐르는 대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얼핏 단순할 수는 있지만, 그렇기에 더 어려운 거다.
매번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아야 하고, 그곳을 향해 정확히 내질러야 하니까.
“창, 검, 주먹, 발 등등, 만물은 극에 달하면 곧 하나이지만, 그전까지 가는 길은 미묘하게 다르지. 네놈은 그걸 찾아내야 하느니라.”
‘알죠. 너무 들어서 이제 귀에 딱지가 앉겠는데요.’
“으음, 그런데 왜 그렇게밖에 못 움직이느냐? 갑자기 발과 같이 써서 적응을 못 하는 게냐? 욕심부리지 말고. 발이면 발, 주먹이면 주먹. 하나부터 천천히 쌓아가거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주먹과 발을 함께 쓰는 다른 이유가 있다.
‘흐름이 비슷해요.’
“뭐?”
‘무각의 각술을 직접 배워보니까 느껴져요. 왠지, 진권이란 자가 어떤 주먹을 사용했을지.’
“……?”
[그게 무슨?]이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노인이 이내 입을 오므렸다.무언가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감지한 탓이었다.
“…….”
나 역시 말을 멈추고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 크크!
– 그래, 계속 덤벼봐라!
싸움에 미쳐 버린 성좌의 사도답게.
그들 역시 적극적으로 덤벼왔다.
나와 무각이 계속 회복하는 것 따위 개의치 않는 듯했다.
후웅! 후우웅!
나는 주먹을 내지르며 고뇌했다.
무언가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느낌.
근데 상관없었다.
잡히지 않으면 잡힐 때까지 휘두르면 되거든.
반복.
그리고 끈기.
E급 헌터 시절,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줬던 그것.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1시간, 2시간, 3시간.
시간이 흘렀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후웅! 후우웅!
놈들에게 얻어터지면서도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이상하게 느낌대로 휘두르는 주먹에도 요령이란 게 생겨서 휘두를수록 더욱 정교해져 갔다.
“후우, 후아!”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힐링으로 폐를 회복시킴에도 숨이 벅찼다.
그만큼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탓이다.
12시간을 채우고 사라진 노인은 부르지 않았다.
굳이 안 부른 게 아니고, 잊은 거다.
지금 내 온 신경은 주먹과 발에 있었으니까.
심지어 무각이 뭘 하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아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아지경.
그래.
이 녀석들은 쇠다.
나는 망치고.
나는 그냥 녀석들을 두들기는 거다.
과거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까앙! 까앙! 망치를 휘둘렀던 나처럼!
퍼억! 퍼억!
주먹을 휘두른다!
‘아아.’
순간.
내가 대장장이질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깨달았다.
왜냐.
그렇게 생각하니, 고통이 아예 사라졌거든.
‘오히려 기쁘고 재밌어.’
싸우면서 땀을 흘리고, 맞고, 때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내 가슴 속 무언가를 채워주었다.
‘그래, 옛날을 생각해 봐.’
미친 듯이 뼈다귀를 소환하고, 가르치던 그때.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E급을 전전하던 그때.
그때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성과도 없이 무한 노가다였는데 어찌 재밌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노인의 가르침이 있고,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한 번 세지니까, 어떻게 움직여야 세질지 그냥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콰앙! 콰가강!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으음.’
무언가 잡힐 것 같던 게 잡히기 시작했다.
‘무각의 발차기가 찬다, 민다, 찍는다였지.’
물론 각술의 형태는 다 다르지만, 그 세 가지가 무각술의 기초였다.
그리고.
무각과 진권은 같은 스승을 두었다 했다.
‘결국.’
차고, 밀고, 찍는 것.
주먹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이든 극(極)에 달하면, 하나로 통한다는 만술(萬術)의 요체가 여기에도 있었다.
‘그래.’
생각한 대로 움직여 보자.
눈을 번뜩인 내가 무언가에 쓰인 것처럼 달려 나갔다.
– 크흐…!
광기에 휩싸인 표정으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는 사도를 향해서.
쓔애애엑!
녀석이 달려오는 날 보고 주먹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하지만.
내 주먹과 발도 멈추지 않았다.
먼저.
– 주먹을 지른다.
– 발로 찬다.
후웅, 훙!
왼 주먹과 오른발이 연달아 나갔다.
퍼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오른발이 녀석의 뺨에 꽂혔다.
그다음.
– 주먹으로 민다.
– 발로 민다.
후웅!
녀석의 얼굴에 꽂혀 있는 오른발이 거둬지면서.
다시 왼손이 녀석의 명치를 밀었다.
퍼억!
녀석의 몸이 살짝 뜸과 동시에, 자세를 낮춘 내가 녀석의 몸을 위로 밀어 올렸다.
퍼어억!
당황한 듯 튀어 올라가는 녀석에게 나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동시에.
– 발로 찍는다.
허공에 떠 있는 녀석의 몸을 발로 찍자.
콰아아아앙!
바닥에 내리꽂혀 먼지를 피워냈다.
그리고 마무리.
– 주먹을 꽂는다.
콰가가가가강!
나는 바닥에 떨어진 녀석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웃긴 건.
이 일련의 과정이 대략 1초도 안 돼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
“……주인?”
어느덧 가까이 온 무각이 입을 벌렸다.
“그게 무슨 기술인가? 아니, 그전에…… 언제 그렇게 성장한 건가. 방금 그 발은 내 발을 보는 것 같았고, 그 주먹은…….”
무각의 눈빛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래, 분명 사제의 그것이었다! 틀림없어!”
으음.
어떤 기술인지는 나도 모른다.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내가 삘 받아서 행한 거거든.
완벽한 5연격 후, 융단폭격처럼 주먹을 박아버리는 것으로 마무리!
[띠링!]그때였다.
[스킬, ‘무진(武進)’(S급)을 획득합니다.] [‘무각’(武脚)과 ‘진권’(進拳)을 생각하며 깨달은 스킬입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무……진?’
[스킬 : 무진(武進)] [등급 : S] [효과1 : 주먹을 지르고, 밀고, 꽂습니다.] [효과2 : 발을 차고, 밀고, 찍습니다.] [효과3 : 기력 100을 사용합니다.]무진.
두 녀석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스킬인 건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무의식 속에서 썼던 이 연격을 다시 한번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거지?
후우웅!
100에 상당하는 기력이 몸에서 새어 나왔다.
“무각아.”
내가 녀석을 부르며 웃었다.
“말해라, 주인.”
“한번 보고 평가해 줘봐라. 이제 어느 정도 감 잡은 거 같으니까.”
그래.
나는 마음에 드는 이 기술을 비기(祕技)로 정하기로 했다.
독섬(毒閃)에 이어 탄생한 두 번째 비기 무진(武進).
후우웅!
새어 나오는 기력에 옷자락이 펄럭였다.
– 크흐….
– 신기하게 점점 강해지는 놈이로군. 오히려 좋아…!
사도들이 달려들었다.
씩 웃은 나는 녀석을 향해 스킬, 무진을 날렸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무진(武進).
퍼버버버벅!
먼저 눈 깜짝할 새에 다섯 연타 음이 울렸고.
– 크흐?
이미 한 놈이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나는 그 위로.
쑤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주먹 폭격을 쏟아냈다.
콰가가가가강!
주먹과 발 하나하나가 간결하면서도 정확했다.
수천, 수만 번 연습했을 때 간혹가다 나오는 완벽한 움직임.
그것이 스킬을 통해 정확히 펼쳐진 것이다.
“대, 대단하군, 주인. 예술적인 움직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녀석이 놀라움을 표했다.
“헉, 그리고!”
이내 놀란 눈동자가 더욱더 커졌다.
“저길 봐라, 주인!”
“음?”
“저, 저기! 녀석의 몸뚱이가 회복이 안 되고 있잖아!”
“아.”
나 역시 감탄했다.
그렇게 죽어라 때려도 회복하던 회색 사도가 쓰러진 채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기 때문.
그 말은.
“…….”
방금 내 공격에 녀석이 진정으로 굴복했다는 뜻?
– 크흐?
– 으음…?
남은 사도들이 처음으로 움찔거렸다.
그때 느꼈다.
방금을 기점으로.
힘의 균형이 뒤바뀌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