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1화
뉴클리어 브레스
“제기랄, 최유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바다 길드의 돌격대장 공수환이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길잡이인 그녀가 확인차 석상을 건드렸을 뿐인데.
[누군가가 ‘두 머리 석상’을 건듭니다!] [특수 조건을 달성합니다!] [던전 내부에 보스, ‘트윈 헤드 오우거’(SS급)가 등장합니다!]이런 메시지와 함께 던전이 뒤흔들렸으니까.
“모, 몰라요! 저 석상이 보스 개방의 매개체였나 봐요!”
“이 새끼가……! 똑바로 확인했어야지!”
공수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약 일주일간 쉬지도 못하고 오우거를 잡아왔다.
나름 베테랑인 그들에게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고.
그 결과, 제대로 된 정비조차 못 한 채 보스를 맞이하게 생긴 것이다.
게다가.
“SS급?!”
“그런 등급도 있었어요?”
“대장! SS급이라는데? 이거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기연이 찾아온 것 같긴 한데.
무언가 감당할 수 없는 기연인 것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저기, 아무래도 우리 좆된 것 같은데요?”
석상 앞에 벙찐 표정으로 서 있던 최유이가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쿠과가가가!
바닥에서 엄청난 덩치의 오우거가 솟구쳤다.
기존보다 약 3배는 더 큰 덩치에, 머리가 두 개.
– 우워어어!
– 그어어어어!
희번덕거리는 두 쌍의 붉은 눈동자에는 살벌한 핏빛이 서려 있었다.
그뿐이랴?
돌출된 송곳니, 피부에 돋은 오돌토돌한 촉수, 물컹거리는 체액.
“히, 히이이익……!”
다리가 풀려 버린 최유이가 주저앉았다.
생김새가 공포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오우거가 내뿜는 기세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강렬해서였다.
“미, 미친…….”
“최유이! 정신 차리고 뒤로 빠져!”
공수환이 외쳤다.
“그리고 탱커 둘! 뭐 하고 있어! 빨리 앞장서지 않고!”
하지만.
“나, 나보고 저걸 막으란 말이오?”
“난 못 해! 방패고 뭐고 저 몽둥이 맞는 순간 뼈가 아작날 거라고!”
패닉 상태가 온 탱커들.
“이런 망할 놈들이!”
하지만 굳이 탱커들이 나설 필요 없었다.
왜냐.
– 우워어어억!
안광을 빛낸 오우거가 방패 든 녀석들에게 곧바로 몽둥이를 휘둘렀으니까.
쐐애애액!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몽둥이가 번쩍였다.
그게 끝이었다.
한 탱커의 방패에 부딪힌 순간, 방어는 개뿔.
콰아아앙!
그대로 궤도에 휩쓸린 채, 동굴 벽면에 날아가 박혀 버렸다.
“끄.”
맞은 탱커가 끓는 소리와 함께 입을 벌렸다.
“끄아아아아악!”
동시에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이전에 그가 말했던 것처럼 뼈가 다 박살 나버렸기 때문.
아무리 S급 헌터라 한들, 뼈가 갈리는 고통을 참을 순 없었다.
“비, 빌어먹을.”
남은 탱커가 덜덜 떨며.
쿠웅!
방패를 바닥에 박은 채, 스킬을 사용했다.
우우웅!
아군 전체를 방어해 주는 보호 스킬이 펼쳐졌지만.
쐐애애액!
다시 한번 짓이기는 오우거의 몽둥이 한 방에 종이 찢기듯 해체됐다.
“커, 커헉!”
그 여파로 탱커의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졌다.
단 두 방에 무력화된 탱커.
슝, 슝슝!
대장 공수환의 궁술과 전방 딜러들의 참격으로 어떻게든 데미지를 넣으려 해봤지만.
오우거의 질긴 육체에 박혀봐야,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안 돼……. 아니야……. 이럴 순 없어…….”
공수환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음이 꺾여 버렸다.
이런 건.
뭔가 해보려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 아니던가!
마치 힘을 합쳐 인간을 상대해야 하는 개미 여덟 마리 중 한 마리가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달걀로 바위를 깨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하필 SS급이냐고…….”
무려 모두가 S급 헌터다.
길 가던 사람들이 다 부러워 눈을 못 떼는 황금빛 명패의 소유자.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어떠한 역경을 건너왔던가.
“끄악! 대장!”
“으, 으아아아!”
딜러 기현이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오우거의 앞발 차기에 그대로 복부를 허용한 그는 배를 잡고 속을 게워냈다.
“우, 우웨엑! 꾸에에엑!”
원거리 딜러였던 지한이와 지호도 털썩 주저앉았다.
고양이를 눈앞에 둔 생쥐가 이런 꼴일까.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쥔 채,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 그워! 그워!
– 우워어! 우워!
트윈 헤드 오우거는 그런 바다 길드 멤버들을 오시하며 포효했다.
맛있는 사냥감을 정복한 것에 대한 기쁨의 포효였다.
사냥감이 전투 불능이 되었으니, 이제 포식할 차례.
쥬륵.
오우거의 뻐드렁니 사이로 흐르는 끈적한 타액에 공수환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탓이다.
못난 대장을 따라 무리해서 S급 던전에 들어온 탓이다.
하지만 어쩌랴.
자신의 탐욕과 성급함을 탓하고 저들에게 사과하기엔 이미 늦었다.
‘부디 다음 생에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기를…….’
모든 것을 내려놓은 공수환이 속으로 정체 모를 신에게 기도할 찰나.
– 그워?
– 우, 우워?
무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울음소리가 들렸다.
기존의 소리가 흉포한 포식자의 울음이었다면, 지금은 살짝 당혹스럽다는 듯한 울음?
“……?”
눈을 감았던 공수환이 슬며시 눈을 떴다.
뿌연 그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다.
익숙한 가면을 쓴 사내.
그리고 그의 소환수, 검은 도마뱀의 모습.
“다, 당신은……?”
공수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저 소환사가 아직까지 살아 있단 말인가?
설마 일주일 동안 홀로 이 오우거 밭 속에서 버텼다는 말인가?
“반갑네요. 그것보다 저 보스.”
사내가 손가락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가리킨 것은 그때였다.
“처리할 생각 없어 보이는데, 제가 처리해도 되는 거죠?”
“…….”
공수환이 벙찐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뭐?
저 끔찍한 존재를 처리한다고?
그게 말이야, 방구야?
‘……설마.’
S급 던전에서 홀로 생존했고, SS급 몬스터를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존재라면.
답이 있긴 했다.
‘랭커.’
아아.
그 순간.
공수환은 일주일 전 느꼈던 그 미증유의 기운이 떠올랐다.
그들의 행보를 멈추었던 그 등골 서늘한 기운.
그리고.
‘그때 느꼈던 기운은 분명…….’
저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더 두려웠었다. 더 끔찍했었다.
‘진짜야? 진짜 산 거야? 우리?’
그의 감정이 복받쳤다.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죽다 살아난 자의 안도.
“제발.”
공수환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상이고 뭐고 다 가져가도 좋으니, 저놈 좀 해결해 주세요!”
* * *
“좋아요.”
옅은 숨을 내뱉은 내가 전방을 바라봤다.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저 사냥감을 홀라당 먹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터.
“비나사.”
– 크르릉?
“우리, 마지막으로 실험해 볼 게 있었지?”
– 크르르릉!
녀석이 당차게 끄덕이며 울부짖었다.
사실, 지금껏 사냥하면서 쓰지 않은 단 하나의 스킬이 있었다.
바로 뉴클리어 브레스.
왜 굳이 쓰지 않았냐고?
그건 뉴클리어 브레스의 설명을 열어보면 안다.
[스킬 : 뉴클리어 브레스] [레벨 : 1] [설명 : 파괴룡의 숨결을 통해 남은 기력을 한 번에 분출합니다.] [주의하세요! 숨결에 닿는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뉴클리어 브레스는 피아를 식별하지 않습니다.]설명만 봐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이런 걸 함부로 썼다가 던전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내 탐구욕을 위해 저들에게 피해 주기는 싫었다.
‘게다가.’
저 스킬을 쓰면 비나사의 모든 기력이 분출된다.
즉, 딱 한 방밖에 쓸 수 없는 필살기라는 뜻.
원래 이런 건 던전을 끝내기 전 피날레로 장식하는 게 국룰 아니겠는가?
“좋아, 준비해.”
내가 명하자, 쿵! 쿵! 양 앞발을 바닥에 박은 비나사가 입을 쩍 벌렸다.
그 순간.
두드드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면서 동굴이 흔들렸다.
“무, 무슨……?”
“이게 뭐야!”
숨이 턱 막혀오는 압력에 바다 길드 멤버들이 경악했다.
“어찌 소환수가 저런 힘을……?”
“설마 진짜 전설 속의 용이라도 되는 거예요?”
“이제 보니, 생긴 게 용 같기도 한데……!”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들…… 정신 차리고 뒤로 빠져!”
먼저 정신 차린 공수환이 일갈했다.
“안 다친 애들은 다친 애들 케어하고!”
“옙!”
“아, 알겠습니다!”
헌터들이 신속히 비나사의 뒤로 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콰가가가……!
비나사의 몸속 기운이 폭발적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와우.’
내가 속으로 혀를 찼다.
놀란 건 바다 길드 헌터들만이 아니다.
나 역시 놀랐다.
기력이 대충 7,000 정도 남았었나?
그 기운이 한 방에 응축되니, 내 독섬(毒閃)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그냥 그 기운이 내포한 힘 자체가 어마어마해서 옆에 있는 나조차도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
때문에.
– 그워어엌!
– 우우워어엉…….
오우거 역시 도주하지도 못한 채, 울먹이고 있었다.
고작 브레스 준비만으로 압도당한 것이다.
허어.
이거 또.
몬스터가 불쌍해 보이기는 처음인데……?
– 크르르릉!
그리고 그 순간.
[파괴룡 비나사가 뉴클리어 브레스(Lv.1)를 사용합니다.]녀석의 입으로 모여들었던 에너지가 하얀 섬광과 함께 전방으로 폭사했다.
슈콰아아아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광선이 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두콰앙!
심장에 북을 울리는 듯한 울림이 들렸다.
예전 섀도우 셰퍼들의 언어처럼,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데시벨의 소리를 맞이했을 때 나는 울림.
그리고.
쿠과가가가가가!
파괴의 광선이 모든 것을 찢어발기며, 분해했다.
그 광경에.
“…….”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뭐야…….”
전방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소멸했다.
오우거도.
동굴 자체도.
마치 비나사 전방 부채꼴로 펼쳐진 공간에 태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듯.
시커먼 무(無)의 공간만이 남아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무슨 이딴 위력이……. 이건 사기 아니에요?”
지켜보던 바다 길드 멤버들의 입 또한 떡 벌어졌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그냥 던전 자체가 사라졌잖아?”
“그것도 그냥 몬스터예요? 무려 SS급이었다고요!”
그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뭘까?
이런 힘을 내는 헌터는 누구일까?
이 정도 힘을 가진 소환사라면 그들도 알아야 할진대.
귀여운 용을 부리는 랭커에 대해서는 그들도 금시초문이었다.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
공수환이 고개를 돌려 궁금증을 풀려 하는 순간.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 보스 ‘트윈 헤드 오우거’(SS급)를 처리합니다!] [던전을 클리어합니다!]던전 내부에 있던 모두의 시야가 점멸했다.
클리어 이후, 밖으로 튀어 나가지는 현상.
동시에.
“…….”
내 시야 앞에 가득 채우는 수많은 메시지가 보였다.
[김진아 : 길마님! 길마님!] [김진아 : 아니, 왜 던전만 들어갔다 하시면 답이 없어요?!] [김진아 : 다른 길드원들은 잘만 대답하던데! 하아, 답답해!] [김진아 : 길마님?] [김진아 : 지금 난리 났어요! 우리 길드도 지금 카리브해 쪽으로 지원 간 상태인데, 미친, 용이에요! 용이 떴다구요!] [인도자(引導者) : 으음, 기존의 거대마룡 혹은 탐욕룡과 동급으로 보인다.] [인도자(引導者) : 상황이 좋지 않아.] [광전사(狂戰士) : 실로 어마어마한 놈이다.] [광전사(狂戰士) : 살아생전에 이런 놈을 보게 되다니, 크하하하!] [김진아 : 다들 돌발행동하지 마시고, 일단은 마탑주 통제에 잘 따르는 거로 해요!] [김진아 : 길마님! 혹여 보시면, 바로 연락해 주셔야 합니다! 마탑주 덕분에 어느 정도 버티는 거지, 지금 죽은 헌터만 수천이에요!]…….
그 외 수많은 대화가 오간 기록들.
그들이 하는 말의 주제는 오직 한 존재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용(龍).
“뭐야, 이거?”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힐 찰나.
– 크롸라라라라라!
비나사가 하늘을 향해 흉포하게 포효한 것은 그때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살벌한 눈빛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