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2화
SS급 (2)
레이드 이후, 세계 협회에 고시된 명단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총 랭커 수 : 1,000명.
– 미참여자 수 : 343명.
– 도주자 수 : 220명.
– 사망자 수 : 142명.
——————–
= 참여자 중 랭커인 생존자 수 : 295명
즉, 던전이든 핑계든, 애초에 나타나지 않은 자가 343명이고.
도중에 주동훈 이슈나 겁먹어서 튄 자가 220명, 전투 중 죽은 자가 142명, 그리고 끝까지 남아 환호성을 내지른 인원이 295명이었다.
씁쓸한 결과였다.
수많은 세계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먹으며 꺼드럭거리던 이들이 사실 절반 이상이 겁쟁이였다니.
몇몇은 [스켈레톤 엠페러의 개인사였을 뿐이다!]라 외치며 자신을 변호했지만.
이유야 어떻든, 그들이 세계 멸망의 위기에 등을 돌린 도망자란 사실은 변함없었다.
용을 처치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결국 멸족의 길을 걸어야 했을 테니까.
“세계 협회는 미참여자와 도주자, 총 563명을 5년간 블랙리스트로 지정합니다.”
블랙리스트.
이번에 세계 협회에서 새로 만든 개념이었다.
아이라가 고안한 건데, 기존 랭커들이 받던 혜택들을 기억하는가?
– 면세.
– 항공편 하이앤드 클래스 무료 이용.
– 세계 어떤 국가를 가든 국빈급 대우로, 최상급 호텔의 스위트룸.
– 한도 연 10억 카드.
– 고급 레스토랑 등등.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순간, 이런 건 당연히 취소된다.
그뿐이 아니다.
국내 및 세계 협회 지점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되며.
어떤 길드든 블랙리스트를 보유한 길드에게는 던전 입찰권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던전광들이 즐비한 헌터들에겐 꽤나 크나큰 페널티인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라가 쥐고 있는 패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563명의 헌터들은 모두 랭커다.
저런 페널티에 움찔조차 하지 않을 만큼 잘 먹고 잘사는 랭커란 말이다.
던전?
미확인 던전을 쑤시면 될 일이고.
진짜 수준 높은 던전은 입찰조차 잘 되질 않는다.
결국, 그들이 나서야 해결될 던전들이란 거다.
그뿐이랴?
협회가 취급하는 수준 높은 정보들은 대다수 랭커의 입에서 나온다.
즉, 협회는 어쩔 수 없이 랭커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조건이 이거였다.
“단, SS급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자, 일정 액수 이상의 재난관리기금을 기부하시는 분들은…… 협회 판단 하 페널티를 줄여 줄 수 있습니다.”
정작 제대로 된 페널티를 줄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결국, 협회는 어쩔 수 없는 을(乙)이었으니까.
서릿발이 풀풀 나오던 것과 다르게 물방망이 처벌이란 불만이 나올 법했지만, 세계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 야야, 쟤네 그 정도면 풀어줘라…….
└ 그래…… 무슨 블랙리스트야.
└ 뭐, 꼴 좋은 거지. 다들 용기 내서 싸우는데 도망친 자들의 말로랄까?
└ ㅋㅋㅋ 그래도 어휴, 진짜 개 꼬울 것 같음.
└ 혜택 취소하는 건 맞지, 원래 혜택에는 당연히 의무가 따라야 하는 법인데, 저런 애들한테 왜 협회 금액을 탕진해야 함? 솔직히 랭커라 부르면서 빨아주는 것도 사치다.
└ 그건 맞지. 그래도 불쌍한 것도 맞아 ㅋㅋ
조롱, 놀림도 분명 있었지만.
대다수가 그들에게 표한 것은 동정이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종족 ‘용족’ 처치에 참여했습니다.] [히든 조건을 달성합니다.]당시,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던 랭커 295인, 그리고 일반 헌터들 모두에게 떠올랐던 메시지였다.
[조건 : ‘지수룡’(地守龍) 처치!]– 브리아스는 지구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이자,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 공포의 포식자에게 도전하여 당신의 용기에 도전하세요!
– 도전만 하면 안 되겠죠? 생존 후, 처치하세요!
히든.
숨겨져 있던 조건.
그리하여, 남은 자들만이 받을 수 있었던 보상은?
[축하합니다!] [미지의 힘에 의하여 각성합니다.] [등급이 한 단계 성장합니다.]바로 등급 성장이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등급은 S등급이었다.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그랬다.
아이템이나 보스가 SS등급 이상인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본인 스펙 자체가 SS등급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제한이 이번 레이드 사건으로 풀려 버렸다.
남아 있던 랭커 295명.
그리고 S급이었던 일부 마법사 및 헌터들의 랭크가 단박에 SS급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한 도망자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뭐야, SS급으로 올랐다고? 하이퍼 랭커만이 아니라, 남아 있던 자들 다?”
“전부가? 그런 게 어딨어!”
“그럼 전투 참여 제대로 안 하고, 거기서 쓰러져서 빌빌거리던 놈들도 SS급이 된 거야?”
“미친, 그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이건 말도 안 된다!”
억울할 법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하이퍼 랭커들조차 전부 S등급이었다는 게 알려졌는데.
모두가 그 넘사벽인 자들을 넘어선 SS등급이 되었다니.
이게 얼마나 시스템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던가!
그뿐이 아니었다.
SS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랭킹에 꽤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모양인지.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전 세계 모든 인류의 시야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두가 뒤집혔고, 각국 방송사들은 세계 랭킹 게시판에 기자들을 파견했다.
그 결과.
[랭킹 1위, ???] [랭킹 2위, 마왕(摩王) 잭 스미스] [랭킹 3위, 천마(天魔) 하세라] [랭킹 4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 [랭킹 5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여기 라인은 굳건하다.
변함이 없다.
하지만.
[랭킹 6위, 팔라딘(Paladin) 아리아 유엘] [랭킹 7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 [랭킹 8위, 로이더(Roider) 로니 윌리엄스] [랭킹 9위, 폭탄광(爆彈狂) 벨키서스] [랭킹 10위, 백룡혼(白龍魂) 무라드]여기부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선, 기존 하이퍼 랭커였던 세계수의 은총(Grace of Yggdrasil)과 령제(靈帝)가 퇴출당하였다.
SS등급으로 오르지 못하면서, 각각 랭킹 15, 16위로 내려간 것이다.
동시에 기존 11, 12위 하이 랭커였던 폭탄광(爆彈狂)과 백룡혼(白龍魂)이 하이퍼 랭커에 편입되었다.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아래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예를 들어.
858위가 210위가 되거나, 910위가 321위가 될 정도로 높이 뛰어오른 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대로.
192위였던 자가 401위로 퇴출되거나, 130위였던 자가 340위로 퇴출되는 등 꽤나 폭락한 자들도 많이 보였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
랭킹 산정 기준이 [레이드에 끝까지 남았냐, 남지 않았느냐]로 갈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올 정도로 심한 랭킹 변동이 있었던 것이다.
└ 보니까, 이번에 살아남은 295명이 ㄹㅇ 귀족임.
└ 맞지, 이제 한동안 SS등급으로 올라갈 길이 막힐 거 아녀.
└ 진짜 ㅋㅋㅋ 랭커 안에서도 계급 나뉘겠네. 나도 그냥 목숨 걸고 참여해볼 걸 그랬나?
└ 아서라, 랭커들도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일반 헌터가 거기 가서 버티기나 했겠냐?
게임으로 치면, 한정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다.
한정 훈장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그 훈장을 못 받은 랭커들은 꼬울 수밖에 없었다.
모든 날 모든 순간 목숨 걸고 기연을 찾아왔던 그들이 바로 눈앞에서 역대급 기연을 놓친 꼴이니.
아이라가 블랙리스트 완화 조건을 단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히든 보상을 못 받은 것.
그게 그들에겐 가장 큰 페널티이자 아픔일 테니까.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복구에도 쓰이겠지만…… 대다수 사망자의 유가족을 위해 쓰일 겁니다.”
오히려 아이라는 희생자들에게 집중했다.
본래 랭커들이 받던 혜택들을 유가족들에게 돌렸고, 그것을 인증하는 훈장을 만들어 지급했다.
또한 막대한 돈을 들여,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한을 달래기 위한 추모 공원까지 조성했다.
물론 누군가는 불만이 있을 수 있었다.
실제로 랭커들의 처우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주제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상부에서 정한 일인데 어찌할까?
불타던 게시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 그나저나, 파괴룡? 그건 뭐임? 그것 때문에 이번에 용 사태 벌어진 거라며?
└ 용이 말하길, 많이 위험하다던데? 그걸 엠페러가 길들였다며?
└ 넌 그 용가리 말을 믿냐?
└ 보상은 보상이고, 활약한 건 활약한 건데, 스켈레톤 엠페러가 일으킨 문제도 있잖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이 사태의 원인을 찾아, 신상필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뜨끈뜨끈한 떡밥으로 부상했다.
아니, 정확히는 부상하려다 추락했다.
“흥.”
김진아가 그 꼴을 보고 넘어갈 리 없었기 때문.
그녀는 빠른 속도로 커뮤니티 반응을 파악했다.
주동훈에게 잘못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대충 비율은 잘못이 [있다]가 80%, [없다]가 20%였다.
용의 출현이 주동훈이라 하면 객관적으로 주동훈에게 잘못이 있지만, 그걸 명확히 입증할 방법이 없다.
용의 말이 거짓인지 어찌 알며, 또 그게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이유로든 잠에서 깰 수 있었던 상황 아니던가?
“기껏 최전선에서 인류 재앙을 처리해 줬더니, 뭐? 신상필벌? 하, 기가 차서. 그리고 뭐, 잘못이 있으면 지들이 어떡할 건데?”
그래서 김진아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여는 자들에게 경고했다.
– 죽기 싫으면 쉿!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 한밤중에 암살당하기 싫으면 말이지.
– 꼬와? 그럼 쳐들어와.
– 너희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우리가 악당들 잡아준다고 착한 집단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 우린 철저한 이익 집단이다.
– 우리 집단을 흉보는 자들을 살려둬야 할 이유는 없어.
방송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입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은근히 그게 통했다.
이는 별천지(別天地)의 위상 덕이었다.
별천지의 랭커들은 전부 이번 레이드에 참여했고, 도망치지 않았다.
그 결과.
[별천지 랭커 19명 명단]1. 랭킹 7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
2. 랭킹 14위,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3. 랭킹 60위, 뇌명(雷鳴) 플로아
4. 랭킹 72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
5. 랭킹 86위, 암제(暗帝) 기소율
6. 랭킹 99위, 약존(藥尊) 지도익
7. 랭킹 103위,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
8. 랭킹 153위, 흙의 마녀(Earth Witch) 에밀리 스트립
9. 랭킹 161위, 쇠주먹 봉재영
10. 랭킹 201위, 투호(鬪虎) 아드리언 프랭클
11. 랭킹 221위, 봄사도(春使徒) 묘이 하나
12. 랭킹 231위, 쌍도(雙刀) 로렌
13. 랭킹 271위, 인도자(引導者) 카푸
14. 랭킹 281위, 검투사(Gladiator) 크리스티안 길리엄
15. 랭킹 282위,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밀리언
16. 랭킹 291위, 영비(影秘) 니노마에 노아
17. 랭킹 345위, 드루이드(The Druid) 권소예
18. 랭킹 356위, 아수라(Asura) 임수진
19. 랭킹 397위, 프라하의 시인(Poet of Praha) 아녜스
모두가 랭킹 400위 안으로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숨에 엄청난 랭커 카르텔을 보유한 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정도면 순위권 헌터 강국보다 강한 전력인데.
이런 집단에게 함부로 손가락을 놀릴 간 큰 헌터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그게 김진아가 힘을 기르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열 받네. 용이 깨어난 게 왜 우리 길마님 잘못이야? 용 잘못이지.”
김진아가 툴툴거렸다.
국가 지진으로 인한 피해나 희생자들이 발생한 부분들은 석연치 않았지만, 그건 자연재해였다.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언젠가 맞이해야 했을 인류의 시련이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재해를 잡는 데 가장 선두에 있었던 것도 길마님이었고.
‘만약 이번 일로 누군가가 공적으로 걸고넘어진다면.’
뭐 어쩌겠는가.
같은 배를 탔는데.
싸워야겠지.
* * *
내가 깨어난 것은 레이드가 끝난 후 3일 후였다.
기절 원인은 뇌 저산소증.
검사 결과 건강에 이상은 없었다.
눈이 조금 부셨고.
빛이 어느 정도 가시자, SS등급을 달성했다는 메시지와 세계 랭킹 7위에 올라섰다는 메시지가 나를 반겼다.
또한 그 메시지 건너편에는, 두 남녀가 서 있었다.
‘저 사람들은.’
헐.
마왕이랑 천마였다.
용을 먹은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그것 이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아린이.’
“끄응.”
내가 힘을 주어 허리를 세우자, 마왕과 천마가 나를 바라봤다.
“일어났나?”
“…….”
인사하는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나는, 우선 신속하게 아린이 소환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