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84화
드미르 한정판 갱신
무릉도원에 복귀한 내가 김진아에게 가장 먼저 명령한 것은.
바로 VIP 전시장에 위치한 비석에 이름을 새기는 거였다.
[1호 – ‘암살자를 위한 단검’(S급) / 주인 : 암제(暗帝) 기소율] [2호 – ‘거병신(巨兵神)의 주먹’(S급) / 주인 :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3호 – 미정 / 주인 : 마왕(魔王) 잭 스미스] [4호 – 미정 / 주인 : 천마(天魔) 하세라] [5호 – 미정 / 주인 :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본래 2호까지 있던 것을 5호까지.
원래는 마왕과 천마 것만 해주면 되지만, 그냥 마탑주의 지팡이도 받아왔다.
그녀 역시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헌터다.
이번 레이드에서도 날 위해 헌터들에게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고.
용을 잡는 데 마탑도 제법 큰 노력을 하지 않았던가.
그녀 역시 용의 사체가 뼈아플 텐데, 보상해 줄 생각이었다.
모처럼 망치질하는데, 그냥 다 같이 해버리면 되니까.
“내 지팡이를 개량해 주겠다고? 나야 고맙지.”
마탑주는 흔쾌히 본인의 소중한 지팡이를 내밀었다.
자신의 무기를 맡기는 것.
이는 확고한 믿음의 영역이었다.
사실.
나라면 절대, 그 누구에게도 신살(神殺) 무기를 맡기지 못했을 거거든.
“대박! 대에박!”
김진아는 당연히 날뛰며 좋아했다.
“세상에, 이게 실화예요? 세계 랭킹 2, 3, 4위가 나란히 드엘 공방의 물품을 쓴다니! 이제 그냥 홍보는 할 필요도 없겠는데요?”
이름이 새겨짐과 동시에, 「드엘 공방」의 브랜드 가치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갔다.
제품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미 한정판에 기재된 자들이 다 랭커였다.
랭커도 그냥 랭커가 아닌, 슈퍼 하이퍼 울트라 랭커…….
덕분에, 한정판 같은 경우는 이미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었다.
└ ㅋㅋㅋ 진짜 지리네.
└ ㄹㅇ 미쳤다 ㅋㅋㅋ 마왕, 천마, 마탑주가 의뢰하는 공방! 그냥 공방계 끝판왕 찍었네.
└ 저건 이제 돈 주고도 못 사는 거 아니냐? 거의 공방 판 롤스로X스잖어.
└ 매번 찔러보던 졸부들만 새됐지. 돈 많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 되는 랭커한테만 팔 생각인 듯;; 유명한 하이엔드 전략이잖아.
└ 아아, 나도 가지고 싶다! 드미르 한정판 무기!
└ 드미르 기성품도 프리미엄 다시 더 오를 듯; 꿈 깨고 그거나 먼저 사자.
헌터들은 잠들며 드미르 한정판 무기를 휘두르는 꿈을 꾸었고.
드미르의 디자인을 카피한 짝퉁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모사품들을 잡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어차피 드미르의 디자인을 온전하게 따라 할 수 없을뿐더러.
어차피 무기는 성능이 갑 아니던가?
아무리 수준 높은 대장장이라 한들, 드미르의 성능을 따라 할 순 없었다.
└ 100억 드릴게요. 제발 VIP 명단에 이름 올려주세요.
└ 저는 1,000억까지 쓸 수 있습니다.
└ ㅋㅋㅋ 웃기는 애들이네. 겨우 그걸로? 세상에 1,000억 부자 판치는 거 모름?
└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팝니까? 저번엔 추첨이나 경매도 하던데, 드미르 6호는 언제 올라오는 겁니까?
많은 헌터들과 사업가들이 한정판 무기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충분히 많았고, 사후 관리도 필요한 마당에 함부로 명단을 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미르한테 마음껏 양산하라 말하면 수준 높은 무기들이 많이 탄생하겠지만, 그건 또 장인 정신이 아니지.
VIP에 올라가는 무기는 꼭 내 손으로 직접 두들기고 싶었다.
망치질은 현재로서 나의 유일한 취미다.
“후.”
까앙! 까아앙!
청량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는 무릉도원 공방.
과거, 임시 공방이었던 건물은 이미 완성 단계가 되어, 화려한 외관을 뽐내고 있었다.
까앙! 까앙!
몇몇 스켈레톤들은 그곳에서 드미르 기성품을 만들고 있었고.
중앙, 드미르 전용 모루 앞에는 내가 얻어온 아이템들이 늘어져 있었다.
아이템은 총 다섯 개였다.
마왕과 천마가 준 검, 마탑주의 지팡이, 그리고 암제와 광전사의 무기.
암제와 광전사의 무기도 다시 한번 손보고 있었다.
‘평생 무상 A/S 서비스가 뭔지 보여줘야지.’
물론, 이는 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만 가능하다.
혹여 나랑 척지면?
그땐 뭐.
VIP 명단에서 빼버려야지.
“하하, 주인, 오늘도 나왔나?”
약 일주일 전부터, 드미르와 나는 매일 15시간씩 우정의 망치질을 했다.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다.
내가 사용자를 마음속으로 떠올리고, 그자를 상상하며 만든다.
내가 남긴 심상(心象)은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앞에 현실화되어, 그 고유 능력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엔 도면이 필요 없었다.
‘암흑의 검’(S급), ‘천검’(S급), ‘신령나무 지팡이’(S급).
전부 만들어져 있는 것을 개량할 뿐이었다.
까앙! 까앙!
“하하하, 주인. 이제 미스릴 정도는 손쉽게 다루는구만?! 보게, 벌써 완벽하게 스며들었어!”
“하지만, 주의하게! 기존의 틀을 버리지 않으면서 만들려면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한단 말일세! 내가 치는 걸 잘 보게!”
맑고 청량한 망치 소리.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의 소리.
그리고 드미르의 외침까지!
아아.
이거다.
이거였다.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거다.
마왕(魔王).
거대한 소환진을 허공에 만들고.
수많은 마물과 마족을 휘하에 부리며 마계 지역의 패자로 군림한 헌터.
까앙, 까앙!
그를 생각하며 망치질을 하는 것.
천마(天魔).
여리한 몸이지만 검격만큼은 그렇지 않은 자.
그녀의 발걸음은 자신이 만마의 종주임을 드러내며, 그녀의 검술은 자신이 패도적 군림자임을 알려준다.
특히.
매스컴에 퍼진 영상으로 봤던 그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은 나 역시 인상 깊었다.
마계의 기운을 머금고 용의 아가리를 찢어버리는 그 쾌감이란……!
까앙! 까앙!
그러한 모습도 무기에 담겼다.
완전한 몰입 상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따스한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는 것보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집중한 상태에서 상상력이 한없이 펼쳐지는 그 순간.
“으음.”
미스릴 도금 작업은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마탑주의 지팡인데.
지팡이는 나무라 도금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그 튼튼함보다는 지팡이 끝에 달린 ‘오브’의 역할이 중한데.
드미르의 연금술을 통해서, 각종 광석과 혼합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주인, 이거는 내가 하지. 주인은 저 단검이랑 건틀릿에 미스릴을 마저 녹여주게.”
“오케이.”
까앙! 까앙!
내가 다시 망치를 휘둘렀다.
그나저나 마탑주.
그녀에 대해서는 살짝 불만이 있긴 했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닌, 이 세계의 시스템에 대해서였다.
[랭킹 7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이번에 얻은 랭킹이다.
물론 높다.
굉장히 높고, 아직도 가슴이 떨릴 만큼 기분이 좋다.
‘근데.’
의아한 점은 있다.
내가 마탑주보다 못한 게 뭐지?
마왕(魔王)이나 천마(天魔)는 인정한다.
그 둘은 진짜 아직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까.
싸워서 질 거란 생각은 안 해봤지만, 강함의 척도를 따질 때 그 둘은 나보다 위가 맞다.
가지고 있는 기력만 봐도 그렇기에.
‘하지만.’
마탑주는 살짝 애매했다.
아니, 많이 애매했다.
왜냐?
‘우리 아린이가 마탑주보다 위잖아?’
소피아는 아직 고대 마법의 추종자이지만, 우리 아린이 같은 경우는 무려 고대 마법의 후계자다.
스킬 자체가 SS급이 아닌 SSS급이란 말이다.
그 덕에 평범한 인간은 쓰지 못하는 고대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거고.
그런 아린이가 고작 내 수하 중 한 명일 뿐인데, 왜 내가 4등이 아닌 거야?
물론 의아해해 봐야 바뀌는 건 없다.
아직까지 현대에 전능(全能)으로 알려진 시스템이 정하는 거니까.
그렇기에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아린이의 기력통이 1,000인 것에 비해, 마탑주의 기력이 더 많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에게 공개하지 않은 특별한 어떤 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랭킹 산정 시스템에 소환수의 능력은 일정 비율로 다운그레이드되어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하긴, 기력이 많긴 하겠네.’
이번에 SS등급 달성하면서 나처럼 기력 2,000 정도가 더 늘었을 테니까.
흐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상념은.
“주인…….”
드미르의 말로 인해 깨졌다.
“킁, 혹시 무슨 생각 하고 있나? 왜 자꾸 오브가 뒤틀려서 나오는 거지? 벌써 오리할콘만 3개 날렸다.”
“아……. 쏘리.”
제길.
다시 망치질에 집중해야겠다.
* * *
다섯 개의 무기를 전부 개량하는 데에는 총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밤낮 할 것 없이, 자는 시간 빼고 온전히 제작에만 집중했던 날.
길마가 돼서 새로운 길드원과 인사조차 하지 않고 망치질에만 신경 썼던 건 좀 미안하지만.
덕분에 엄청난 결과가 탄생했다.
‘암살자를 위한 단검’(SS급)
‘거병신(巨兵神)의 주먹’(SS급)
‘마왕을 위한 암흑의 검’(SS급)
‘천마를 위한 천검’(SS급)
‘현자를 위한 신령나무 지팡이’(SS급)
모두 다 S급을 넘어선, SS급 무기로 개량된 것이다.
현존하는 지구에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대장장이는 흔치 않다.
적어도 국내에는 드미르뿐이다.
하지만 SS급은?
아마 최초일 거다.
이번에 전시관에 등급이 기록되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아아, 마음에 드는군.”
마왕은 굉장히 흡족해했다.
성능은 너무도 길어질 것 같아 말하지 않겠지만, 내가 오! 하고 감탄할 정도였다.
당연히 신살(神殺) 창 같은 GOAT급 무기에 비하면 한참 아랫급이었지만, 그래도 기존에 썼던 것보다는 두 배 이상 끌어 올린 상태였다.
“이 정도면 다른 중급 마왕의 것과 견줄 정도인걸? 그것보다도 정성이 느껴지는군. 스킬들 하나하나가 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마치 한 폭의 예술작품 같잖아?”
“그렇게 극찬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언제나 그렇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마음에 쏙 들어.
후웅! 훙!
천마와 어울리는 묵빛 검신을 홀린 듯 바라보던 그녀가 천검으로 글씨를 썼다.
– 정말 고마워, 주동훈.
철컥!
가벼운 감사의 인사를 던진 하세라.
그녀는 그대로 다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녀와는 약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이번 SS등급 달성으로, 입마(入魔)라는 경지에 간신히 도달했단다.
아직 도달 초기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나?
이건 직감인데.
그녀와는 나중에 조금 더 친해질 순간이 올 것 같았다.
“이야, 이게 그 유명한 드미르 한정판이야?”
마탑주 역시 눈을 반짝이며 지팡이를 받아 들었다.
“와아아, 기대 이상이야. 아무리 뒤져봐도 지팡이를 취급하는 대장장이는 없었는데 말이지.”
“그게 바로 드미르죠.”
소피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멋져, 드미르. 그리고 사실 그런 것도 있어. 무기의 성능도 성능인데, 그 전시관에 이름이 새겨졌다는 게 기쁜 거. 알지? 희소성 있는 물품은 나 같은 여자의 소유욕을 물씬 자극한다구. 세계 최고의 명품이잖아?”
지금 알았는데, 오늘 소피아가 입고 있는 코트에는 이태리 최고급 명품 브랜드 ‘맥시매러’의 상표가 붙어 있었다.
그 외에도.
“크하하하하! 동생, 이 무기면 동생이랑 다시 한판 떠봐도 되겠는걸?”
“……고마워요, 동훈 씨. 이거로 더 노력해서 뒤따라갈게요.”
대웅이 형이랑, 기소율에게도 무기를 전달했다.
한 달이 넘는 내 노력의 산물이 대상에게 건네질 때와 그걸 받고 순수하게 좋아하는 반응을 보는 것.
그것은 강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기쁨이었다.
어쨌든.
무기를 다 전달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서 침묵에 잠긴 훈련장을 바라보았다.
손아귀가 짜릿하게 아파왔고, 온몸에 피로감이 느껴졌다.
지금도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팔이 움찔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뿌듯해.’
나에겐 이게 휴식이고 놀이였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족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전시관에 이름이 갱신됐다.
[1호 – ‘암살자를 위한 단검’(SS급) / 주인 : 암제(暗帝) 기소율] [2호 – ‘거병신(巨兵神)의 주먹’(SS급) / 주인 :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3호 – ‘마왕을 위한 암흑의 검’(SS급) / 주인 : 마왕(魔王) 잭 스미스] [4호 – ‘천마를 위한 천검’(SS급) / 주인 : 천마(天魔) 하세라] [5호 – ‘현자를 위한 신령나무 지팡이’(SS급) / 주인 :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점점 쌓여가는 나의 역작들.
과연, 나는 저기에 몇 호까지 새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