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9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1화
스틱스 (5)
– ……바로 이렇게 찾아버렸잖아요?
– ……나니 고레? 근데 이게 뭐죠? 웬 피 냄새?
– 예, 암제님!
저 멀리서 옅게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왔어!”
언니, 권선지가 벌떡 일어섰다.
촤르릉!
비록 발목에 짧게 묶여 있는 쇠사슬 때문에, 완전히 일어서지 못하고 다시 앉아야 했지만.
“아아…….”
권선지가 몸을 잘게 떨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암제’라는 단어는 정말 예언대로 ‘별천지’가 이곳에 왔다는 뜻.
순간적으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흐윽, 흐어어엉!”
아아.
그간 얼마나 고생했던가?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건 둘째 치고.
앞으로도 평생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 공포감.
삶을 포기하고 싶어도, 부모님 때문에 죽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서글펐었다. 괴로웠었다.
“……언니?”
옆에서 동생 권탐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왜 그래? 뭐야? 뭐가 왔다는 거야?”
“뭐긴…….”
피식.
권선지가 흐르는 눈물 그대로 동생을 쳐다봤다.
그녀는 굳이 감정을 조절하지 않았다.
“우릴 구원해 줄 구세주시지.”
* *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별천지의 등장에 눈을 부릅뜬 남궁상이 허둥댔다.
‘어떻게 온 거지?’
이곳, 지하 소굴은 특별한 공간이다.
특별한 아이템을 통해 마법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전자기기로도 탐색이 되지 않으며.
오직, 그가 허용한 이동마법진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다.
[별천지 ㅗ]를 날린 것도,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였는데…….“잡았다!”
“내가! 나 다크호스가 배신자 블랙 하운드를 잡았소이다! 크하하! 어서 입금해 주시오!”
“무슨 개소리야? 놈의 목을 자른 건 나야!”
“그런데? 이미 죽어 자빠진 시체의 목을 잘라놓고 100억을 꿀꺽하겠단 거냐? 욕심부리지 말고 10억만 가져가라. 저기 블랙 하운드 꼴 나기 싫으면.”
이런 씨……!
남궁상의 속이 끓었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조직원이란 놈들이 본인 속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안 되겠다.’
결국, 남궁상은 결정을 내렸다.
암제?
세계 랭킹 86위다.
영비?
세계 랭킹 291위다.
아무리 S등급의 조직원이 많다 해도 승산이 없다.
승산은 개뿔.
몇 분 버티느냐로 내기를 벌여야 할 판이다.
‘이건 도망쳐야 해.’
덜컹!
남궁상은 지령을 내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옆방의 문을 열었다.
권자매가 있는 방이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권자매만 챙기면 된다.
그녀들만 있어도, 이 암흑 조직은 언제든 재건할 수 있으니까.
그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너……!”
남궁상은 깨달았다.
권선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이 의미하는 바를 어찌 모르겠는가?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너 알고 있었구나?”
“…….”
당황하는 표정의 권선지를 보니, 더욱 확실해진다.
“이…… 씨발년이.”
성큼성큼.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남궁상이 그녀들에게로 다가갔다.
* * *
지하 소굴 내부.
“하.”
들어와서 상황을 파악한 김진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새끼들 봐라?”
주변에 덕지덕지 설치된 쇠창살.
최근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는지, 퍼져 있는 고약한 인분 냄새.
앉아서 덜덜 떨고 있는 장인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혈향(血香)까지.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자행되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영비.”
“하잇, 서브 마스터!”
“여기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제압해 주세요. 가능하겠죠?”
“아하핫! 물론입니다!”
스스슷!
비록 높은 톤의 목소리였지만,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영비의 눈빛은 싸늘했다.
타앗!
영비는 어둠 속을 달리며,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장인들은 건들 필요 없다.
김진아가 말하는 자들은.
저기 모여 있는 29명의 헌터들.
“잠깐!”
그들 중 누군가가 영비의 기척을 느꼈다.
제법이지만 제법이 아니다.
왜냐.
‘일부로 기운을 흘렸으니까.’
차갑게 가라앉은 영비가 소굴 천장에 달라붙었다.
한 손에 단검을 쥔 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아래를 오만하게 쳐다봤다.
그녀가 기운을 흘린 이유는 단순했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더 공포스럽기 때문.
“우리 지금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야! 누군가가 있어!”
“누구?”
“몰라! 아까 지령 못 받았어? 불순분자가 있다 했으니, 또 다른 배신자일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럼 그놈 목도 따버리자고!”
차릉! 스릉!
상황을 파악한 조직원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퍼억!
“끄악!”
퍼어억!
“허끄억!”
어디선가 하나씩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퍼억, 빠직!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영비가 마치 두더지 잡듯, 단검 손잡이로 헌터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얼마나 빠른지, 잔상까지 합쳐서 여러 명의 영비가 나타난 것으로 보일 정도.
“저, 적이다!”
“어디? 어디!”
“나도 몰라! 젠장! 어딘가에 있어! 그림자를 조심해!”
“끄아아악!”
헌터들이 패닉에 빠졌다.
분명 적이 있는데, 상대할 수 없다.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풀썩, 풀썩!
하나하나 기절해서 쓰러지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멍하니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릴 뿐.
학창 시절, 선생의 매를 기다리는 학생의 심정을.
헌터가 되어서도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들이었다.
풀썩!
그렇게 29명이 다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거의 2~3초마다 한 명씩 쓰러졌다고 보면 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
남궁상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는 CCTV 화면을, 오른손으로는 족쇄를 이끌고.
비상 통로에 설치된 이동 마법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이 씨발년들이 빨리 안 와?”
“꺄악.”
“꺗!”
권선지와 권자매가 힘없이 바닥을 구르며 끌려가고 있었다.
특히 권선지 같은 경우에는 뺨이 붉게 터져 부풀어 올라 있었다.
“너넨 뒤졌어. 너네도 뒤지고 너희 부모님도 뒤지는 거야, 알겠어? 감히 나한테 거짓을 고해?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고마운 줄을 모르고.”
“안 돼! 싫어……!”
권선지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저 이동마법진을 밟으면 안 된다.
예언에서 남궁상이 죽는다고 했으니, 남궁상은 죽겠지만.
그 이전에 본인들이 죽을 수도 있지 않던가?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저항해야 했다.
“하, 안 되겠네.”
결국, 화가 정수리까지 차오른 남궁상이 권선지에게 다가갔다.
후웅!
그리고 다시 한번 뺨을 내려쳤다.
아니, 내려치려 했다.
스걱!
그의 귀로 종이 썰리는 소리가 살짝 들린 것은 그때였다.
‘음?’
분명 권선지에 맞은편 뺨을 가격했는데, 자신의 팔이 따라오지 않는다.
당황한 남궁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에 오른 어깨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 어……?”
없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달려 있던 자신의 팔이 사라졌다.
어디 갔지?
보아하니, 저 아래 바닥에 익숙한 물체가 텅그렁! 하고 떨어졌다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팔이었다.
“이게 무슨……?”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찰나.
통증을 관장하는 감각신경 세포의 자극이 한 발짝 늦게 중추에 도달했다.
당연히 그에 맞추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끄, 끄아아아악?!”
나자빠진 남궁상이 왼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손가락 틈 사이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스슷!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등장한 두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묶은 포니테일의 여성, 기소율과.
말끔한 정장 차림의 김진아였다.
“이야, 네가 대빵이구나? 웃기는 대빵이네. 부하들은 당하고 있는데 저 혼자 튀어?”
저벅저벅.
여유롭게 걸어와 고통스러워하는 남궁상을 바라본 김진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끄악, 끄아아악!”
“지랄 났네, 아주. 장인들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요상한 취미까지 있었어?”
묶여 있는 권자매를 힐끔 본 김진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쓰러져 발광하는 남궁상의 가슴을 꾸욱 밟아 눌렀다.
“소리 지르지 마, 변태 새끼야. 시끄러우니까.”
김진아 특유의 싸늘한 목소리가 남궁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끄, 끄읍!”
“여기서 더 소리 지르면, 그 혀를 자르고 식도를 태워 버릴 수도 있어.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싱긋.
웃는 김진아를 보며 남궁상은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참았다.
사람 팔을 잘라놓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심이다.
저 여자는 진심으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킬 거다.
과연 악귀(惡鬼) 김진아.
루마니아 대통령의 목도 저런 식으로 땄다고 하지 않던가?
“암제님.”
옅은 한숨을 내쉰 김진아가 중얼거렸다.
“……고생하셨어요. 우선 상황 파악부터 해볼까요?”
* * *
지하 소굴 중앙에는.
29명의 조직원과 남궁상이 무릎을 꿇은 채,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감히 저항조차 못 해보고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고오오오……!
그들을 지켜보는 별천지 간부들의 기세가 너무도 살벌했기 때문.
김진아가 그런 그들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후우.”
그녀가 복잡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들을 깨우기 전.
그녀는 전말을 대충 파악한 상태였다.
덜덜 떠는 장인들에게 들었고, 옆에 묶여 있던 권자매에게 들었다.
권선지는 자신의 구세주인 별천지에게 지금껏 봐왔던 모든 것을 말했다.
자신들의 능력부터.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
조직을 어떻게 관리했는지까지.
처음엔 털어놓지 말까도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별천지(別天地)에 대해서는 탐지를 통해 파악했다.
마냥 선한 길드는 아니지만,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합리적인 길드였다.
또한, 힘이 있는 길드였다.
‘우리 능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해.’
권선지는 자신의 능력을 알릴 길드가 있다면, 그건 별천지여야 한다 생각했다.
자신을 남궁상이라는 악마로부터 구원해 준 길드이니까.
‘음.’
처음 권자매의 능력을 들었을 때, 김진아는 매우 놀랐다.
‘뭐 그딴 말도 안 되는 사기 능력이…….’
그제야 커브웹이 어떻게 정보를 다뤘고.
파주 기지에서 어떻게 정보를 미리 알았는지 깨달았다.
그녀의 눈에 권자매는 보물이었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희귀한 고유 능력을 갖춘 특수 헌터.
이는 랭커보다 더 귀한 인재였다.
특히 현재의 스틱스(Styx)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 인재를 노예 취급해 가면서 굴려 먹어?
김진아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다 멱을 따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그래서는 안 된다.
‘희생자가 또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까.’
알아서 실토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자.”
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본인들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하나하나 읊어보렴. 빼먹지 말고. 너부터.”
김진아가 남궁상을 가리켰다.
“아, 참고로.”
짝!
김진아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여기 있는 탐지가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다지?”
족쇄가 풀린 채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권탐지를 바라보며, 김진아가 따스한 눈빛으로 윙크했다.
그러고는 다시.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거짓말하거나 빼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 그럼 해봐. 친히 알려줄게.”
정중하면서도 무서운 협박이었다.